- 회사법상 인정되는 CSR 활동의 범위와 예외 -
유지혜 주인도 한국문화원 법률 및 CSR 고문, BUDDTREE Investment & Management 대표
2014년부터 시행된 인도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의무화 법제가 도입된 지도 어느덧 3년 여의 시간이 흘렀다. 2013년 인도 개정 회사법(The Companies Act, 2013)의 개혁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조항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 보고 및 지출을 강제화한 신설 CSR 의무조항 제135조였다. 해당 조는 순자산 50억 루피(약 900억 원) 또는 연간 총매출 100억 루피, 순이익 5000만 루피 중 하나라도 해당하는 기업은 사내 CSR 위원회를 구성하고 직전 3년간 평균 순이익의 최소 2% 이상을 CSR에 사용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기업의 기부활동은 재량적이고 자발적인 사회 공헌 활동이라는 것이 현재까지 보편적으로 인정돼 온 CSR의 본질로 이해되고 있는 반면, 인도의 CSR 법제는 최초로 기업의 사회공헌 기부금 지출을 강제적 법규로써 제도화한 경우여서 그 시행을 두고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특히 적용대상 및 범위가 불명확하다는 점에서 의무대상 기업에는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큰 부담이 된 것이 현실이었다. 인도 정부가 이러한 입법적 공백을 행정입법으로 보완하고자하는 정책적 기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 법률 리스크는 더욱 높았다. 해당 법이 시행된 지난 3년을 돌아보면 물론 긍정적인 성과도 있겠으나, 기업의 입장에서는 우려가 현실이 되는 상황을 겪고 있기도 하다. 그 중 우리 기업이 가장 주의해야 하는 문제 중 하나가 회사법상 인정되는 CSR 활동의 범위일 것이다.
회사법상 인정되는 CSR 활동
회사법 부칙 제7조는 해당 법에서 인정될 수 있는 CSR 활동으로 다음의 사항을 열거하고 있다.
① 기아, 빈곤 및 영양실조 퇴치와 예방적 건강 관리 및 공중위생 증진, 안전한 식수 제공
② 특별교육 및 아동, 여성, 노인 및 장애인 대상 고용증진 교육 및 생계 개선 프로젝트 증진
③ 양성평등 촉진 및 여성 권리 증진, 여성 및 부모가 없는 미성년자를 위한 주택 및 호스텔 건설, 노인 주택, 탁아소 및 노령시설 건설 및, 사회적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을 위한 불평등 해소 조치 도입
④ 환경 지속성 및 생태 균형 보장, 동식물 및 혼농임업 보호, 천연자원 보호 및 토양·공기·수질 보호
⑤ 역사적 중요성이 있는 건물 및 유적지 및 예술품의 복원을 포함해 국가 유산·미술 및 문화 보호, 공공도서관 건립, 전통 예술 및 공예품 홍보 및 개발
⑥ 참전용사 및 그 가족 복지 지원
⑦ 지역 스포츠, 국가 스포츠, 올림픽 및 장애인 올림픽 경기 종목 훈련
⑧ 총리 국가 구제 기금 또는 기타 사회경제 개발과 지정 카스트, 지정 부족, 기타 하층민 및 소수자와 여성 복지 및 구제를 위한 중앙정부 기금에 대한 기부
⑨ 중앙정부에서 승인을 받은 교육기관 내 설립된 기술 사업 인큐베이터에 대한 기부 또는 기금
⑩ 농촌 개발 사업
⑪ 빈민 지역 개발
해당 부칙에 대해 기업부(Ministry of Corporate Affairs)는 이는 회사법상 인정될 수 있는 CSR 활동의 예시이며, 기타 다른 활동도 포괄적으로 포함될 수 있다고 해석한 바 있어, 기업이 자유롭게 CSR 사업 내용을 결정할 수 있도록 정부의 규제적인 간섭은 최소화될 것으로 기대되기도 했다.
회사법상 CSR로 인정되지 않는 활동
그러나 기업부는 2016년 고시를 통해 다음의 활동들은 회사법상 CSR로 인정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다. 즉, 아래 사업에 대해서는 기업이 비용을 지출하더라도 순수익 2% 이상의 CSR 지출 의무 이행으로 인정되지 못하는 것이다. 회사법의 CSR 규정은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문장으로 표현돼 있는데 반해, 정부는 이와 같이 고시를 통해 해당 규정을 엄격하고 좁게 해석하고 있어 기업들의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 직원 및 그 가족에 대한 복지 사업
- 마라톤, 시상, 자선 기부, 광고, TV 프로그램 후원 등의 단발적인 행사
- 노동법 등 기타 법률의 이행으로서 지출된 비용
- 직접 또는 간접적인 정당 후원
- 통상 사업의 일환으로서의 활동
- 인도 국외에서의 활동
- 현물출자
- 직원 봉사활동
일반적으로 직원 및 그 가족은 기업의 대표적인 이해관계자로서 주주뿐 아니라 노동을 제공하는 직원들의 이익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CSR의 본질로 이해되고 있는데, 기업부는 직원 및 그 가족에 대한 복지는 회사법상 인정되는 CSR 활동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다. 기부 및 후원도 일회적인 것이라면 해당 법상의 CSR 활동이 아니라고 했다. 또한 CSR 사업이 만약 기업의 이익을 창출하는 통상 사업으로 평가될 수 있다면 해당 법상의 CSR 활동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그런데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은 중장기적으로 기업 가치 창출을 위한 전략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제약은 CSR이 기업과 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배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리고 해당 법의 CSR은 인도 국내 활동으로 제한된다. 즉, 네팔 지진 사례와 같은 인접 국가에 대한 인도적 구호 활동도 CSR 활동이 아니다. 나아가 CSR 활동은 반드시 현금으로써 지출돼야 하며, 현물출자는 인정되지 않는다. 제품 기부를 통한 사회 공헌은 마케팅 전략 및 기업 브랜드 제고에도 도움이 되므로 기업과 사회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형태의 사업은 인도 회사법에서 구현하고 있는 CSR 활동으로 인정받을 수 없게 됐다. 직원들의 봉사활동을 통한 사회 공헌도 해당 법상의 CSR 활동에서는 배제된다. 즉, 현금 지출이 아닌 기업 내의 물자의 기부 또는 노동의 투입은 CSR 지출로 인정되지 않는다.
CSR 활동의 범주와 내용에 대한 이와 같은 규제는 오히려 기업의 적극적이고 다양한 CSR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해당 법이 없었다면, 외국의 재난 구호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을텐데, CSR 지출 의무 해당기업으로서 한정된 예산을 인도 국외에서는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지역적 제한 없이 사회와 인류를 위한 기업의 노력이 모두 존중되기보다는 인도 국내 활동으로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오히려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을 제한하는 역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
이렇듯 우리가 알고 있던 CSR과 인도에서 제도적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CSR이 동일한 가치와 형태를 가지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CSR 의무조항 해당 기업은 이러한 점을 고려해 인도 CSR의 법적 요건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컴플라이언스 이행을 위해 CSR 사업의 구조적 개편의 필요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 이 원고는 외부 글로벌 지역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