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근처에 ‘서울시민환영단’이 내건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정은 위원장 서울 방문 환영' '서울시민 환영단 모집' 등 문구가 적혀 있다(위). 같은 날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서울시민환영단 회원들이 ‘서울시민 환영’이라 적힌 어깨띠를 두르고 한반도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고운호 기자·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환영하자”며 지난 11월 8일 결성된 단체가 있다. ‘백두칭송위원회’다. 백두칭송위원회는 현재 친북·좌파 성향 13개 단체, 회원 2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단체 이름을 백두칭송위원회라고 지은 것에 대해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백두산 공동 결의를 칭송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백두산이 김씨 일가의 성지라는 선전을 곧이곧대로 믿은 탓이 커 보인다.
11월 12일 ‘백두칭송위원회’를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외국국기모독죄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한 보수 성향의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이하 국본)도 “‘백두칭송’의 뜻을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백두산 공동 결의를 칭송하는 것이라고 표방했지만, 사실 ‘백두혈통 칭송’의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기존 활동과 발언 내용을 볼 때 명확하다”고 주장했다.
백두혈통은 김일성 직계 가족을 뜻하는 북한식 용어다.
북한은, 백두산은 김일성의 항일 투쟁 거점이라고 선전해 오고 있다. 김정일도 백두산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북한은 김일성과 그가 이끄는 빨치산 대원들이 1936년 가을부터 백두산 일대에 비밀유격근거지인 밀영(密營)을 조성하기 시작했다며 그를 대단한 영웅이나 되는 것처럼 미화하고 있다. 하지만 김일성은 1930년대 만주 일대에서 일제에 항거해 빨치산 활동을 벌였고, 30년대 말부터 시작된 일제의 대토벌에 쫓겨 40년 10월 하순 아무르강(江)을 건너 소련으로 피신했다.
북한은 김정일이 김일성의 후계자로 공식 등장한 1980년대 초부터, 김정일이 1942년 2월 16일 백두산 밀영에서 태어났다고 선전해 오고 있다. 하지만 김정일은 1941년 2월 16일 소련 하바롭스크 부근에서 태어났다. 이름도 소련식인 ‘유라’였다. 김일성의 출생연도(1912년)와 끝자리를 맞추기 위해 생년을, 우상화를 위해 출생지를 조작한 것이다.
남한에 망명한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비서는 저서에서 “1930년대 말에 김일성이 소련으로 넘어가 ‘99특별교도여단’에서 생활할 때 김정일이 출생해 그 이름을 러시아식으로 ‘유라’라고 불렀으며, 둘째 아들도 ‘슈라’라고 불렀던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