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하는 일은, 전문대학교 앞에서 복사, 제본, 칼라복사 코팅, 컴퓨터 칼라 출력, 팩스송부,
대학 중고전문서적 판매, 그리고 병원 옆문 앞이라서, 간단한 담배와 음료수 판매를 하고 있다.
집은 자전거로 10분도 걸리지 않는 곳에 있으며, 대체로 7시30분전까지 출근을 한다.
나는 XEROX 퇴직 후, 이 장소에서 , 처음에 복사기 판매업을 했으나,
새로 나온 기계의 기술력이 딸리고 해서, 복사전문업으로 전환을 했다,
이리로 이사 올 때부터, 있는 기계로 복사 겸업을 한지가 벌써 22년째이다.
처음 시작 할 때, 복사하러 온 초등학생이 벌써,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으로 취직이 되어서
복사를 하러 온다. “아저씨 흰머리에 머리카락만 좀 빠지시고, 얼굴은 하나도 안변했네요”
속으로 , 나이는 먹어 늙어서도, 동안이다 이 말씀이군......호호호 기분이 쬐끔 좋다..
이 업을 하다 보니, 뭇 사람도 만나지만, 뭇 책도 다 만난다.
어느 날인가, 나이가, 70세 쯤 보이는 할아버지가, 고급스런 보자기에,
신주단지 모시듯이 모시고 왔다. 이거 대구시립 박물관에서,
딱 한권 있는 책인데, 마침 옛 제자가, 관장으로 있어 부탁해서 , 빌려온 책입니다.
조심해서 복사 한권 좀 해 주십시오. 어메! 책으로 엮어진 몽유도원 이었다.
사실 나는 그 때까지 몽유도원이 그림으로만 한장인줄 알았는데,
책으로 된 것은 처음 알았다, 그림은 칼라로 인쇄판이고, 그 그림을 보고,
당시 선비들이 감상문을 적어 놓은 것이었다.
나는 세권을 복사하여, 밑에 동서를 한권 주었는데,
얼마후에 , 아는 선비한분에게 내 책을 구경을 시켜주었더니, 복사를 부탁하기에,
내 책은 좀 험해서, 밑에 동서한테, 혹시 그 책 가지고 있느냐고 물어 보았더니,
돼지 목에 진주 걸어 주는 꼴이 되었다. “예, 형님 그 책 어디 두었는지 모르겠어요”
어제 그젖께, 아주머니 한분이 오셨다.
고향이 상주인 아주머니는, 내 사무실에 왕래를 한지가 근 10 여년이 되어간다.
처음에는 무척 깐깐하게 굴더니만, 지금은 단골고객이다.
솔직히, 나는 이업에만 36년째이나까, 아주머니보다는 책의 디자인, 포멧 색상등 여러가지로 한 수 위다
상주여고, 총동창에, 총무를 오래 동안 하신분인데, 미간에 정확히 부처님 이마에 보석이 밖힌 것 처럼,
제법 큰 검은 사마귀가 붙허 있었다, 한 5년전에, 서예를 배우기 시작을 하더니만,
그야말로 월취일장이었다, 한 2년전에 서예를 한 것을 보고, 실력이 깜작 놀랄 정도였으며,
지금은 작품전에 출품을 하기도 한다. 부럽기도 하였소.
그리고 남녀, 같이 모임이 있는 서예 동우회에 총무이어서, 회원들이 출품해서, 입상한 작품들과,
한시 작문 한 것을 책으로 만들려고 오셨는데,, 원본을 체크 하던 중에,
중학교 은사 선생님이, 한분 계셨다, 연락처도 있고 해서, 바로 전화를 드렸는데,
45년만의 은사 선생님의 얼굴을 그리면서 통화를 하니, 그 시절이 아련히 떠올랐다
그 선생님은 농업을 가르쳐셨는데, 농땡이 부리고, 시험접수 나쁜 학생은,
그렇게 모살스럽게, 따귀를 때린 선생님이었다,
나는 농촌 출신이고 해서 우수한 점수를 받았다, 시험중에 ,
옮기면 죽는 꽃 이름이 시험에 꼭 나왔기에, 긴히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양귀비꽃, 옛날에는 20포기 이상 심지를 못했는데,
요즘은 개량 양귀비를 많이도 심어져서, 사진으로 보았는데 송이가 제법 컸다
그 아줌마가 어제 그젖께 왔을 때는 “옛 선비들의 아름다운 삶의 모습” 이라는
네장짜리를 복사해서 회원들에게 나누어 준다면서, 복사를 해가면서 나에게도 한부를 남겨 두고 갔다.
퇴계 이황(李滉, 1501~1570)선생이 1570년 12월8일 임종을 예견하고 이렇게 유언을 한 글.
태어날 때는 크게 어리석었고, 장성하면서도 잔병도 많았네.
중년에는 어이타 학문을 좋아 했으며, 늦게사 왜 벼슬을 받았던가,
학문의 길은 더욱 멀고, 벼슬은 싫다 해도 높아만 가네
일을 시행함에 잘못도 있었고 , 물러서 숨어살면 마음이 안정되네
임금님의 은혜 다 못 갚으니 망극하고, 성현의 말씀 다 못 따르니 두렵기만 하구나.
산은 의연하게 높기만 하고, 물은 끊임없이 흐르는구나.
임금님의 교화에 옷자락을 날려갔지만, 여러 사람의 헐뜯는 말, 벗어나고 싶구나.
내가 품은 뜻 누가 믿으며, 나의 마음속 누가 알리
내가 사모하는 옛 사람의 법도, 진실로 내 마음과 부합하구나
다가 올 세상 누가 알리오, 현실에도 얻은 것이 없는 것을
근심 속에선 즐거움은 있고. 즐거움 속에서도 근심은 있네,
자연대로 살다가 돌아가노니, 이 세상에 무엇을 다시 구하리.
*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해 놓았는고???
(끝)
첫댓글 아 ! 그런 일을 하시는 현역이니 퍽 다행입니다.
아마 지적인 양식을 많이 섭취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글 자주 올려주이소!
걸음 고맙심더, 예, 아직은 삼식이는 아임니더,
호작질 해 볼까 합니다, 애교로 봐 주십시요.
학문의 길은 더욱 멀고 벼슬은 싫다해도 높아만가네 ..그시절이나 지금이나 남이 잘되면 그리도 비난을 했는가 봅니다 감사합니다
뭐 인간심리가 그기에서 그기 아니겠습니까?
아름다운 삶의 모습도 잘 읽고 갑니다.
걸음 고맙습니다, 더운 날씨에 건강 조심하십시요.
능금 꽃에서, 동곡(東谷)으로 바꾸워습니다.
오래전에 비교적 좋은 시업을 시작하셨네요. 사실 삼십몇년전엔 복사 같은게 지금같은건 아니었겠지요? 오히려 지금에야
더욱 빛을 발하는 사업을 일찌감치 선택하였고 날로 번창하셨겠네요. 오랫동안 한길을 쭈욱 걸어신 님께 부러움의 찬사를 보냅니다. ^*^
고맙습니다, 25살 때부터 복사기를 만지기 시작하였지요.
처음, 서울서 O.J.T를 받을 때 대림 본사, 중정, 현대빌딩, 정부청사지요.
서울에 큰건물 몇 군대를 다니보고는
어휴 ~ 교통량도 그렇고 대구 촌놈이 많이도 놀랬지요,.......ㅋㅋㅋ
갑장 동곡친구가 오랜세월 점포를 꾸려온걸 오늘에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네 나도 가끔은 우리동네 문구점에서 복사나 펙스를
부탁하곤 한다네 헌데 그처럼 많은양의 도서류 책자들까지 복사 의뢰가
들어온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구먼 사업장이 날로 번창하길 바라며 좋은글에
쉬어갑니다
뭐 그저 쪼끄마하다우~,
요즘기계는 완전 자동시스템이지, 책 같은 것은 약으로 풀어서,
원고대에 올려 놓으면, 양면도 자동으로 되고,
스테풀러도 자동으로 찍히고, 999매수가 한꺼번에 된다오.
옛날 처음 나올 때 복사기 생각하면, 엄청난 발전이지. 건강 하시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