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 1.
요즘 [지선아 사랑해]라는 책을 읽고 있었다.
고운 얼굴에 꿈 많던 여대생이 한순간의 사고로 얼굴과 온몸에 화상을 입게 된다. 가벼운 화상 정도가 아니라 얼굴의 형체도 제대로 남지 않아 새로운 피부를 이식 받아야 하고 타버린 손가락을 잘라야 하는 정도의.. 그녀의 말로 하자면 막강 화상 1등의..심한 화상이다. 예전의 밝고 싱그러운 얼굴은 온데간데 없고 흉측한 화상의 흉터만 남았다. 이 비극적인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인 '이지선'... 그녀의 이야기다.
누구에게 원망을 한다 해도(설사 하나님께 원망을 한다 해도) 이해가 될 만큼 기가 막힌 일이다. 누구에게든지 충분히 안타까운 마음을 자아낼 만큼 가슴 아픈 일이다. 누구든지 슬픔과 원망의 수렁에 빠지게 할 수 있을 만큼 절망적인 일이다.
그러나...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안타까워 하고 한숨을 쉬며 가슴을 치고 있는 내가 아니라, '실제 그 일을 겪고 있는 그녀'의 생각은 다르다. 그녀는 비록 그렇게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모습일지라도 '살아있음'에 감사하다고, 그것이 희망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놀랄 정도로 담담한 그녀의 고백들을 들으며 '절대적인 감사의 삶'에 대해, 또 그저 '살아 있음'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요즘 이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 죽음.
'나.. 지금 이 나이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건.. 어리석은 것일까..?'
하고 생각하던 찰나였다, 영화 배우 이은주씨의 사망 소식을 들은 건...
우울증, 연예인 생활에 대한 회의 등등.. 그녀가 자살을 한 이유에 대해 추측하는 기사들이 씌였고 나는 기사들을 보면서도 내내 믿기지가 않아 그저 덤덤하게 스크롤바를 내렸다.
왜.. 왜 그런 결정을 했을까..?
내가 그 당사자가 아닌 바에야 내 입장에서 판단할 수 밖에 없는 거고, 그렇게 상대적인 잣대로는 절대 그 사람의 속을 이해할 수 없는 거니까 내 잣대는 집어치워야겠지. 내가 그 세계를 훤히 다 아는 것도 아니고, 사람의 기질이나 가치관, 정신력 등은 다 다르니까..
하지만 '얼마나 힘들었으면 죽음을 선택했을까..'하는 측은한 마음보다 '정말 그 방법 밖에 없었을까..'하는 냉정한 마음이 더 든다. '삶'을 포기한 것에 대해 냉정하게 꾸짖고 싶을 만큼.. 안타까움이 있다는 의미일까..?
# 삶 2.
사랑하는 그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기뻐하며 축복하던 때가 불과 몇 일 전 일이다. 참으로 고마운 날이다. 세상의 모든 예쁜 언어로 축하하고 축복하고 싶을만큼 고마운 날이다. 처음에는 그도 이상한 낌새를 느낄만큼 조용조용, 쉬쉬했다가, 오후가 되어서는 '펑!!!'하고 놀래켜 주었다.
★Suprising Party!!!
우리는 모두 머리에 반짝이는 고깔모자를 쓰고, 예쁜 축하 문구가 담긴 휘장을 펼치고, 알록달록한 풍선을 들고 그의 생일을 축하했다. 정성스럽게 만든 카드를 주고, 목소리 가다듬어 멋드러지게 축하 노래도 불러 주고, 그의 행복을 빌며 조심스럽게 촛불을 켰다. 그의 생일은..이렇게 좀 요란해줘도 괜찮다. 마음껏 웃고, 마음껏 감동 받고, 마음껏 소리 지르고, 마음껏 뛰어 올라도.. 그래도 괜찮다. 그의 '삶', 그와 함께 하고 있는 우리의 '삶'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싶다.
그가 음악을 그만 둔다고 미국으로 훌쩍 떠나버렸을 때... 어쩌면 영영 그를 다시 못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근데... 지금은 이렇게 함께 와글바글, 시끌벅쩍하게 요란을 떨며 그의 생일을 즐기고 있다. 그가.. 우리 곁에.. 내 곁에 살고 있다.
# 심장 떨어질 만한 이야기.
예전에 미국 뉴욕에 911 테러가 있고 며칠 후엔가.. 사서함에서 송아 언니가, 정말 심장이 툭 떨어질만한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다.
테러가 일어나기 바로 얼마 전에.. 암튼 그 때 태지도 뉴욕에서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있었다고..
뒤늦게 그 이야기 듣고도 손이 다 떨리고 심장이 둥당거려 한참을 진정시키며 감사의 기도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근데 태지는 그 때 무슨 남 얘기하듯, 태연하게 '내가 테러라도 저지를까봐 놀라는 거냐고'.. 특유의 낙천성을 보였었다.
아직 할일이 많아서... 보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만나고 싶은것도 너무 많아서... 아직은 그렇게 갈수가 없다고...
...태지가 그랬다...
# '삶'을 사랑하기.
물론 상상력이 전혀 개입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태지 음악의 가사에는 실제 그의 수많은 생각들과 고민들과 가치관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그의 노랫말에서.. 나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
그의 이야기를 찬찬히 들여다 보면... 결코 달콤하지만은 않다. 어떤 노래는 부드럽고 달콤한 향기를 풍기기도 하고 어떤 노래는 축축하고 캄캄한 동굴에서 나오는 써늘한 곰팡이 냄새가 나기도 하고 어떤 노래는 사이다의 캔 뚜껑을 '틱-'딸 때 처럼 청량하고 톡 쏘는 소리가 나기도 어떤 노래는 응어리진 분노과 오기가 가슴 속에서 용광로처럼 이글이글 타오르는 뜨거움이 느껴지고 어떤 노래는 설레임과 자유로운 느낌에 하늘 끝까지 붕 띄워 시원한 바람을 쏘이게도 하고 어떤 노래는 왠지 모를 서글픔에 가슴이 미어지듯 조이기도 한다.
이렇게 각기 다른 어조의 각기 다른 주제의 각기 다른 메세지... 그러나 이 모든 이야기에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그가 '삶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치열한 자아성찰에서 나오는 자신의 '삶'에 대한 애정이든, 아니면 끊임없는 사회적 관심에서 나오는 타인의 '삶'에 대한 애정이든... 그는 '삶'을 사랑하고 있다.
그의 가사 중에는 의지적인 미래형의 끝맺음이 많다.
'...겠어' '...꺼야.' '...할께.'
때때로 무겁고 부담스러운, 또 암울하고 악이 바친 가사들을 쏟아낼지라도 그의 결론은 '절망'이 아닌.. '희망'이다.
#부탁.
삶을 사랑하는 태지.. 고맙다.
아직 할일이 많아서... 보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만나고 싶은것도 너무 많아서... 아직은 그렇게 갈수가 없다는 태지... 너의 그 끝도 없는 호기심.. 삶에 대한 건강한 애정이 사랑스럽다.
태지야.. 너는 진짜 오래오래 살아야 한다. 이제까지 두껍게 온몸에 굳은 살이 박히도록 여기저기 욕먹은 것을 생각하면 당연히 보란 듯이 오래오래 살겠지만.. 너는 '의지적으로' 오래오래..건강하게 살아야 한다.
너는... 그저 '살아있음이 희망'인.. 그런 사람이다. 그저 '살아있음이 감사'인..그런 사람이다. 그저 '살아있음이 기쁨'인.. 그런 사람이다. 그저 '살아있음이 감동'인.. 그런 사람이다...
알겠니, 태지야..? 네가 누구보다 사랑하는 '너'를 위해.. 또 너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나'를 위해, '우리'를 위해... 오래오래.. 오래오래.. 오래오래... ... ... ... ...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응..?
# 삶 3.
시간을 함께 할
우리...
잘/살/자/....
*새벽의 어설픈 철학자.. 태지나라소정공주..
{뿔러스}+1
내 생일은 태지 생일 전날이었다. 주일에 교회에 가서 생일감사헌금을 내며..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어 살짝 적었다.
'... 사랑하는 사람의 생일을 감사합니다...'
근데 목사님은 그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아실 것 같다.. (쑥스럽게..) 그리고 하나님은 오래전부터 이미 알고 계셨을 거다.
{뿔러스}+2
이은주씨..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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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음... 여러가지 생각에 잠기게 하는군요....
너무나도 가슴에 와닿네여..
함께할 우리 잘/ 살/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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