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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나사렛대 교수 장애인 비하 의혹….학교측 ‘3개월째 조사 중’
지유석 기자
승인 2020.06.08 10:03
충남 천안에 위치한 나사렛대 교수가 장애학생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하지만 학교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모양새다. (사진=지유석 기자)
충남 천안 소재 나사렛대학교(총장 김경수)가 장애학생들을 “걸어 다니는 복지카드”라고 지칭하는 등의 인권침해 발언을 해왔다는 신고가 들어와 학교측이 3개월째 진상 조사를 진행 중이다.
나사렛대학교는 재활복지특성화 우수대학으로 정평이 난 학교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는 이 학교를 특히 선호한다.
그런데 이 학교 교수 두 명이 수업 중 장애인을 비하하는가 하면, 심지어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학교 측은 조사위원회를 꾸렸지만, 3개월 째 묵묵부답이다. 학교 구성원들은 학교 측의 해결의지에 의구심을 표시하고 나섰다.
교수 두 명을 고발한 고발장을 입수했다. 고발장 내용은 사뭇 충격적이다. 의혹이 제기된 두 교수는 발달장애 학생을 위한 교과과정인 브릿지학부(재활자립학과) 소속으로, 학생들은 모두 발달장애인이다.
먼저 ㄱ교수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걸어 다니는 복지카드'라고 했다고 적혀 있다. 학생들이 전원 장애인임을 감안해 볼 때 장애인 비하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발언이다.
ㄱ 교수의 비하발언은 상습적으로 이뤄졌는 것이 제보자측의 주장이다. 14학번 ○ 학생, 16학번 △ 학생, 18학번 □ 학생은 2015년, 2016년, 2018년 사이에 ㄱ교수가 이 같은 말을 했다고 알렸다. 2017년 조교로 근무한 A씨도 ㄱ 교수가 동료 교수와 식사하는 자리에서도 해당 발언을 했다고 증언했다.
이뿐만 아니다. ㄱ교수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B학생을 자신의 연구실로 호출에 심부름을 시켰다. 학교 인근 식당에서 음식 가져오기, 연구실 컵 닦기 등 허드렛일이었다. 이때 ㄱ 교수는 음식 배달 심부름을 시키면서 비용은 학생에게 부담하도록 했다는 의심도 사고 있다. 피해를 주장하는 B학생은 고발장에 "피해금액은 매월 3~5만원 사이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운 탓에 적은 비용이 아니었다"고 털어 놓았다.
그러나 B학생은 피해사실을 알리지 못했다. "자신의 가정형편이 어렵다는 걸 ㄱ교수가 알고 자신에게 함부로 해도 보호받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다.
ㄴ교수는 상담을 빌미로 장애학생들을 길들이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고발장 내용 중 일부를 아래 옮긴다.
"ㄴ교수는 자신이 특별히 예뻐하는 여학생을 수시로 자신의 연구실로 불렀다. 특히 특정 학생의 경우 3학년 2학기 때부터 따로 교육을 시켜주겠다는 식으로 접근했다. 학생을 불러선 주로 다른 학생이나 교수를 비하한 후 해당 학생에게 '너는 앞으로 무엇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 하고 지속적으로 상담기회를 만들었다. 해당 학생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피해 학생을 투명유리 취급하거나 인사를 받지 않고 무시하는 등 불안을 주고 통제하려 했다. 이는 전형적인 그루밍(길들이기) 범죄의 전조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ㄴ교수는 또 수업시간에 학생들 개개인을 대상으로 '자폐학생 너 손들고 있어', 'ADHD 너 손들고 있어' 등으로 호명했다. 심지어 지적장애 학생들을 향해선 "너희들은 결혼하면 장애아를 가질 확률이 높다"는 발언까지 했다. 이 같은 정황은 고발장에 첨부된 녹취록에 상세히 적혀 있다.
여기에 성희롱 정황까지 불거졌다. 고발장엔 ㄴ교수가 조교들에게 외모 비하와 성적 수치를 유발하는 발언을 지속적으로 했다는 정황이 적시돼 있다. 한 예로 ㄴ교수는 2018년 10월 경 브리지학부 조교 C씨에게 접근해 가슴이 파인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이렇게 입으면 춥지 않냐?”고 말했다는 것. 조교 C씨는 수치심을 느껴 머리카락으로 해당 부분을 가렸다.
두 교수의 행위는 2019년 11월 졸업생과 재학생이 가해 교수의 부당행위를 털어 놓으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는 "원래 올해 졸업식 석상에서 가해 교수들의 행위를 고발하고자 했지만, 코로나19로 졸업식이 축소되면서 무산됐다"고 전했다.
복지는 시혜가 아닌 인권
두 교수의 행위는 인권침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의 이진숙 대표는 "복지는 시혜가 아닌 인권이며, 따라서 인권침해가 분명하다. 광범위하게 피해사실을 조사해서 당장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할 일"이라면서 "공론화해서 사회적으로 규탄할 일이다. 어찌 이런 인식으로 장애인 특성화대학에서 교수를 한단 말인가?"라고 개탄했다.
문제는 학교 측 태도다. 학교 측은 올해 3월 교수 3명, 외부인사 1명으로 조사위원회를 꾸렸다. 그런데 조사결과 발표와 해당 교수에 대한 징계처분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조사위는 당초 5월 조사결과 발표를 예고했다. 하지만 발표는 이뤄지지 않았고, 두 교수는 이번 학기 정상적으로 강의를 했다.
제보자는 "처음엔 학교 측이 신속하게 징계 절차를 취해 신학기 초에 마무리하기 바랐다“라면서 ”현 상황을 보면 아무래도 학교 측이 미온적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학교 측은 해당 교수에 대해 다음 학기에도 강의를 맡기려 한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신 아무개 교무처장은 "예민한 문제라 조사기간을 충분히 두려했고, 그래서 조사 기간을 한 달 더 늘렸다. 곧 끝난다"고 해명했다.
한편 가해자로 지목 받는 ㄱ 교수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ㄱ 교수는 5일 오후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조작됐다"고 해명했다. ㄴ 교수와 김경수 총장은 연락을 받지 않았다.
나사렛대는 1954년 선교사로 한국에 온 도널드 D. 오웬(한국명 오은수) 목사가 세운 학교로, 보수 개신교 교단은 나사렛성결교단이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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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유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