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원산에서 일박하며 올해 계획을 의논했다. 조용한 곳에서 여유 있게 이야기 나누니 석명 씨도 집중해서 잘 듣는 것 같다. 미리 준비한 질문지를 읽으며 석명 씨 의견을 구했다.
“석명 씨, 올해도 작년처럼 질문지를 준비했어요. 잘 듣고 대답해주세요.”
“네.”
“한두 달에 한 번씩 본가에 가면 좋겠어요. 명절, 석명 씨와 가족 생일에는 꼭 가고요. 좋아요?”
“네.”
“어머니께 반찬 만들어 달라고 부탁드려요. 필요한 물건 있으면 그것도 사 달라고 부탁드려요. 좋아요?”
“네.”
“석명 씨가 좋아하는 반찬은 뭐예요?”
“오징어채, 쥐포, 장조림, 어묵조림, 감자조림.”
“어버이날, 어머니, 누나 생일에는 편지 써서 전해요. 영상 편지도 좋아요. 좋아요?”
“네.”
“명절에는 빈손으로 가지 말고 작은 거라도 준비해서 가면 좋겠어요. 좋아요?”
“네.”
“어머니와 누나는 한 달에 한 번 김천 납골당에 아버지 뵈러 간대요. 날짜가 맞으면 석명 씨도 같이 가면 좋겠어요. 어때요?”
“네.”
“올해 기일에도 작년처럼 가서 아버지 찾아뵈어요. 김천 이모님 내외분도 같이 만나고요.”
“네.”
갑자기 벌떡 일어난다. “쉬야 해요.”
“평가서 나오면 김천 이모, 원주 이모, 어머니에게 드리면 좋겠어요. 어때요?”
“네.”
“작년에 원주 이모님 뵈러 갔잖아요. 좋았어요?”
“네.”
“또 갈까요?”
“네.”
“올해도 9~10월쯤 가면 어떨까요?”
“네.”
“올해는 이모님 가족이랑 같이 여행다니면 좋겠어요. 좋아요?”
“네.”
“가능하다면 이모 댁이나 숙소에서 같이 자면 좋겠어요. 어때요?”
“네.”
“금원산에서 일박할 때 어머니, 누나, 김천 이모님 내외분 초대하면 어떨까요? 일 년에 한 번이라도 같이 오면 좋겠어요.”
“네.”
“올해도 매일 오전에 마트 갔다가 산책하러 갈까요?”
“네.”
“배낭 메는 거랑 어디까지 산책할지는 지금처럼 매일 물어볼게요.”
“네.”
“오후에는 자거나 쉬잖아요. 가끔 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하면 어때요?”
“네.”
“작년에 갔던 소풍 카페 어때요? 좋아요?”
“네.”
“제가 시간 날 때마다 석명 씨에게 물어볼 테니 가고 싶으면 말해주세요.”
“네.”
지루한지 열쇠를 쥐고 흔든다.
“평가서 나오면 단골미용실 사장님한테 드려요.”
“네.”
“단골 미용실 이름 알아요?”
“미용실.”
“작년에 처음 수영장 갔잖아요. 수영장 좋아해요?”
“네.”
“올해도 한 달에 한 번씩 꾸준히 다녀봐요.”
“네.”
“금원산은 두 달에 한 번씩 오면 어때요? 1, 3, 5, 7, 9, 11월에요.”
“네.”
“정신과 진료는 지금처럼 받아요. 참고 자료와 결과는 자세히 설명해 드릴게요.”
“네.”
“비뇨기과 진료도 지금처럼 받으면 될 것 같아요.”
“네.”
“건강 검진은 5월에 받으면 어떨까요?”
“네.”
“함미정 선생님에게 동행 부탁드려요.”
“네.”
“치과는 10월에 가요.”
“치과 안 가요.”
“함미정 선생님에게 동행 부탁드릴까요?”
“네.”
“석명 씨가 집안일 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지만 그래도 석명 씨 일이니 할 때마다 할 건지 물어볼게요. 하고 싶으면 이야기해 주세요.”
“네.”
“아침 안 먹었을 때는 지금처럼 두유, 견과류 드리면 될까요?”
“네.”
“식사 하기 싫으면 억지로 안 권할게요. 밥 대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이야기해 주세요.”
“네.”
“양치는 제가 도울 때만 전동칫솔 사용할게요. 다른 때는 석명 씨가 스스로 양치하시면 됩니다.”
“네.”
“자폐증 공부는 올해도 계속할 것 같아요. 공부하다가 적용할 만한 내용이 있으면 말씀드릴게요.”
“네.”
“고도 지원 사례 원고도 수정한 내용 있으면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혹시 올해 석명 씨가 하고 싶거나 부탁할 일이 있으신가요?”
“베개 누워요.”
과자를 들고 방으로 들어간다.
2025년 1월 20일 월요일, 임우석
2025년에도 바쁘게 지내시겠어요. 신아름
조용한 곳에서 의논하니 정석명 씨가 집중했다는 게 인상 깊습니다. 자리 마련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석명 씨가 자기 뜻을 말할 수 있게 ‘준비’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월평
첫댓글 정석명 씨께서 식사를 원치 않으시면 계속해서 권하지 않아야겠어요. 대신 다른 것 드시고 싶은 게 있으신지 여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