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로즈힐
<11. 왠지모를 불안감>
삼한그룹
제주호텔 프리젠테이션이 다가왔다. 각 업체별로 따로따로 발표가 진행되
었다. 아리는 전과 달리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준비해온
자료들과 컴퓨터 파일을
정리하고 순서를 기다렸다. 대기하라는 비서의 말이 전해졌다. 선배와 두 명의 직원
들과
아리가 문에 다가섰다.
할 수 있어!
비서가 문을 활짝 열었다.
“들어가시죠.”
아리가 당당하게
걸었다.
로즈힐 호텔 보드룸.
회장단, 이사진들이 앉은 둥근 테이블이
고요했다. 모두 들어오는 아리에게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 중 그녀를 가장 큰 눈으로 지켜보는 사람은 은석이었다. 회색 눈동
자가 빛나고 있었다.
선배와 두 직원이 발표 준비를 했다.
아리는 은석을 보지 못했다.
실내는 어두워지고 오로지 아리만 빛이 들어왔다.
컴퓨터 파일을 열자
디테일한 CG화면이 나왔다.
“안녕하십니까? in 건축의 강 아리입니다.
우선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기회를 주
신 회장님께 감사드립니다.”
회장을 향해 인사했다.
회장이 흐뭇하게 답례했다.
은석도 뿌듯하게 그녀를 봤다.
“그럼 저희가 준비한
프리젠테이션을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화면을 봐주시겠습니까?”
아리가 다음 화면을
클릭했다.
투시도로 건물의 이미지가 확 들어났다.
이슬람 궁전 같은 지붕에서 이어진 한국의 처마...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 독특
한 모양으로 건물 형태를 이뤄졌다.
참석자들은 ‘오~’ 감탄을 금치 못했다.
“in 건축은 삼한그룹 제주 호텔을 <한국 속 이방인>이라
지칭했습니다.”
“한국 속 이방인이라....”
회장은 굉장히 흥미
있어 했다.
회화적인 조감도를 통해 뚜렷이 보였다.
건물 상단의 궁전 모양의 지붕이 고급스럽고 이국적인 느낌을
주었다. 건물 로비
로 떨어지는 처마도 귀족적이었다.
“그런데 로비의
처마는 목재 아닙니까? 음.. 걱정스러운데요?”
회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닙니다. 석재입니다.”
은석이 야릇한 웃음을 지었다.
“오, 그렇습니까? 내 눈에는 목재로 보이는데.....”
“인도
판자마할의 건물 양식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은석이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였다.
“건물을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신데렐라가 궁전에서 벌어진 파티에 오는 것처럼
설
렙니다. 그 안에 특별한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는 듯 싶습니다. 하지만 가까이 설 수
록 한국의 처마가 두근거리는
신데렐라의 마음을 안정시키죠...”
회장은 재밌게 얘기하는 아리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은석 역시 마찬가지였다.
실내 조감도, 조경 투시도 등의 화면이 계속 이어졌고 프리젠테이션은 그야말로 성
공적이었다. 아리가 발표를 마치자 장내에 큰 박수 갈채가 퍼졌다.
“강
아리씨라고 했소?”
“그렇습니다, 회장님.”
“당장 사표 쓰고 내 밑으로 와서 일하는 건 어때요?”
사람들이 허허 웃었다.
아리가
보드룸을 나와 선배와 동료들과 비명을 질렀다.
아악!
“성공했어. 우리가
성공했다고!!”
“그래. 아리 네 덕분이야.”
“고마워. 선배...”
기쁨을 나누는 사이 복도 저 끝에서 은석이 걸어왔다.
"필름은 놓고 가셔야죠”
친숙한
말투에 아리가 쳐다봤다.
어?
은석이 활짝 웃었다.
“축하해.”
“뭐야. 어떻게 너가.”
“내가 말했지. 따로 연락처 받아 적지 않아도 우리는 만나게 될 거라고...”
“응?”
머리가 듬성듬성 빠진 대머리 비서가 은석을 찾고 있었다.
마침 숙녀들과 얘기를 나
누는 은석을 발견했다.
“도련님.”
“......?”
허겁지겁 다가오는 비서를 아리가 묘하게 봤다.
“도련님 여기 계시면 어떡해요. 회장님 안 모십니까?”
“죄송하다고 오늘은 먼저 들어가시라고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네? 네....”
대머리 비서가 조용히 물러났다.
“이 상황을 간단히 얘기해봐.”
아리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미안해. 미리 말 못해서....”
“그러니까 너가 삼한그룹의 회장
아들이니?”
선배와 동료직원이 좋아서 발을 동동 굴렸다.
“응. 하지만 화낼 일은 아니잖아.”
“그래서 방금 가진 내 미팅에 너가
조금이라도 손을 썼니?”
“아니. 절대 없어.”
“정말?”
“맹세코.”
“그래. 그럼
정말 화낼 일은 없다.”
아리가 미소 지었다.
은석도 가슴을 쓸어내렸다.
“보고 싶었어. 미치도록 보고 싶었어.”
은석이 아리를 힘껏 껴안았다.
선배와 직원들이 힐끔 눈치를 살피며 자리를
피해줬다.
“회장 아들이라며, 사람들 보는 앞에서 이래도 돼...”
너무 꽉 껴안아서 아리가 숨이 막혔다.
“여기 직원은 아직 내가 누군지 몰라.... 걱정마.”
아리도 슬쩍 은석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호텔
로즈힐
혜선이 은석의 콜을 받았지만 두려운 마음이 앞섰다.
씩씩해지자
그러면서도 심장이 콩닥콩닥 방망이질 쳤다.
물품 창고로 들어와 앉자 시선이 양주에 닿았다.
혜선이 주위를 살피다 양주 하나
를 꺼내 작은 컵에 따랐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사약이라도 먹는 듯
눈을 질끈 감고 한 잔을 다 마셨다.
은석이 와인 병을 들고 침실로 걸어갔다.
침대 이불을 걷어치우고 시트에 와인을 뿌렸다. 피가 흥건히 묻은 것처럼...
딩동~
술 취한 은석이 걸어
나갔다.
혜선이 다소곳이 서 있었다.
“찾으셨습니까?”
“내 방 시트 좀 갈아줘...”
“네.”
은석은 휘청거리는
다리를 가누지 못하고 소파에 픽 쓰러졌다.
혜선도 어질어질했다.
술을 너무
마셨나.
머리를 흔들어 깨우고 창고에서 갈 시트를 가져왔다.
침실 방에 들어선 혜선이 시트에 흥건한 피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사생활이 참 복잡해보여...
아무렴. 모르는 여자와도 하룻밤쯤 즐겁게 보낼 수 있을 거야.
지끈거리는 머리로 억지로 시트를 갈았다.
혜선이 더티를 들고 돌아서는데 어느새 은석이 와서 서 있었다.
“뭐. 뭐에요?”
“그 녀석이 그렇게 좋냐?”
은석이 혀가 꼬였다.
혜선은 술냄새가 자기 입에서 나는 줄 알고
입을 틀어막았다.
“그 녀석이 누군데요...”
어쩌지. 한 잔밖에 안 마셨는데 냄새가 진동하네.
팔 다리도 풀리고 눈도 감겨.
머리도 아프고, 빙글빙글 돌아...
빨리 여길 빠져
나가야해....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렇게 날 피한다고 될 거
같아?”
“.............?”
“내 성의는 까맣게 무시하고...”
끄윽~
혜선이 놀라 가슴팍을 쳤다.
저도 모르게 트림까지 나왔다.
어떡해....
하지만 은석도 얼큰하게 취한 터라 눈치 채지 못했다.
“니 진심이 뭐야. 진심을 말해죠. 자존심만 내 세우고 말고... 진심을
말해달란 말야!!”
“...............”
“아리야, 제발.....”
그러면서 침대 위에 푹 쓰러졌다.
아리?
“기절했나?”
혜선은
당황해 은석을 깨우려 옆에 앉았다.
“이봐요!! 이봐요!!”
뺨을 톡톡 때렸다.
그러자 은석이 귀찮은 듯 혜선의 팔을 잡아당겨
끌어안았다.
“저.... 저....”
혜선이 발버둥쳤지만 소용없었다.
따뜻하다...
분명 아저씨 품이 아닌데 따뜻해....
양주 한 잔에 정신을 잃은 혜선도 스르륵 눈을 감았다. 싸늘한 기운이 느껴지자
은
석의 품을 더 헤집고 들어갔다.
“졸려......”
은석이 혜선의 머리를 쓰다듬듯 안았다.
가면 무도회 파티는 깊은 밤까지 무르익어갔고.....
두 사람은
스위트룸에서 정신을 잃은 채 깊은 잠에 빠졌다.
다음 날 새벽.
파티의 추한 마무리가 기다렸다.
호텔 주변에 손님들이 구토한 자리와 부서진 기물이 그랬다. 일찍이 새벽조가 근무
를 서서 어지러운 파티의 마무리를 수습했다.
딩동~
스위트룸을 누르는 벨소리가 크게 울렸다.
실내는 썰렁했다. 와인병만
뒹굴고 있었고 사람의 기온이 느껴지지 않았다.
딸깍. 마스터키를 읽은 현관문이 열렸다.
단정한 정장 차림의 승준이
들어섰다.
승준이 커텐을 활짝 열어제치고 실내 온도를 올렸다.
“안
계십니까?”
고요했다.
와인병을 치워 주방에 갖다놨다.
“주무십니까?”
승준이 침실방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하!
침실에 두 남녀가 엉켜 있었다.
놀라 반동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낯익은 여자였다.
승준의 시선이 다시 침대 위로 멈췄다.
“혜선이..?”
혜선과 은석이 포옹한 채 잠들어 있었다.
승준이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였다.
* * * *
안녕하세요.. 오랜만도 아닌, 바로 어제 올렸던
작가입니다. 지금은 새벽이라 할수있죠? 모두 주무시고 계실시간
저는 이렇게 소설을 올리게 되네요^^
은석과,승준.. 그리고 혜선의 사이가 엉키고 엉킨것 같네요..
이것이 새드라면,모든 소설은 다 새드겠지요? 허허..
참으로 새드소설을 쓰는것이 이렇게 힘들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아무조록, 다음에도 또 찾아뵐게요!!
좋은꿈꾸세요^^♡
첫댓글 아악!!너무 재밌어요. ㅜ ㅜ
늦은시간에 생각나서 들려봤어요//ㅋㅋ 이제 공부하러.ㅠ
재밌어요
잼나용 ㅋㅋㅋㅋㅋㅋㅋ 기다릴게용 빨리 오세용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승준이가 불쌍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