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또 최고치 경신한 한국 사교육비…대입 안정성 확보해야
중앙일보
입력 2024.03.15 00:40
한국교육과정연구원 교육여론조사
학생 수 7만 명 줄었으나 1조2000억원 증가
지난해 ‘킬러 문항’ 혼란으로 학생 부담 커져
우리나라의 사교육비가 또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교육부와 통계청이 전국 초·중·고 약 3000개교 학생 7만4000명 정도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전년보다 학생 수는 528만 명에서 521만 명으로 7만 명(1.3%) 줄었는데도 사교육비는 1조2000억원이 증가해 27조1000억원에 이르렀다. 사교육비를 24조2000억원으로 줄이려던 교육부의 계획은 실패했다.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이 대입 수학능력시험에서 출제되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에 대해 “학생들에게 장난치는 것”이라고 질타할 때부터 사교육비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윤 대통령이 킬러 문항 배제를 주문한 이유는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수능 시험을 불과 5개월 앞둔 시점에서 출제 기조를 바꾸면 수험생들이 사교육에 더 의존하게 된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었다. 이번 조사 결과가 킬러 문항 배제 조치 때문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려우나 사교육비 증가세를 고등학생(8.2% 증가)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연관성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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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입시 정책 변화는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킬러 문항 배제에 따른 변별력 약화 가능성이 제기되자 2024학년도 수능은 ‘역대급 불수능’으로 출제됐다. 전 과목 만점자가 단 한 명이었고, 표준점수 최고득점자까지 두 명 모두 서울 강남의 유명 입시학원 출신 재수생으로 나타났다. 수능 이후 학원에 등록한 학생이 크게 늘었다고 하니 올해 사교육비는 더욱 걱정스럽다.
지난해 윤 대통령은 사교육 부담과 관련해 “저성장 시기에는 저출산·고령화와 맞물려 치명적인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확한 진단이다. 지난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5.8% 증가해 43만4000원이 됐다. 교육부가 목표로 했던 소비자 물가상승률(3.6%)을 넘어섰다. 월평균 소득이 ‘800만원 이상’ 구간인 가구의 사교육비가 67만1000원인 데 비해 ‘300만원 미만’ 가구는 18만3000원에 그쳐 빈부에 따른 차이가 컸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체적인 사교육비 증가율 자체가 많이 꺾였다”며 특히 중학교 사교육 참여율이 0.8%포인트 하락한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사교육비 추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대학 입시다. 지난해 겪은 혼란의 여파가 최소화하도록 수능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정책이 필수다. 의과대학 정원 변화를 비롯해 사교육비 상승을 압박할 요인도 많아질 수 있어 교육 당국의 면밀한 관리가 필요하다. 최근 감사원 감사로 드러난 현직 교사와 사교육 업체 간 카르텔을 깨는 작업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급격한 입시제도 변화가 학생과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