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자 미사일
9·11테러 이후 미국의 대테러 전쟁은 무인항공기(드론)의 시대를 활짝 열었다. 특히 전투용 드론의 등장, 즉 무인기와 정밀유도폭탄의 결합은 수백∼수천 km 밖에서 아군의 희생 없이 표적을 타격하는 군사적 혁신이자 전쟁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표적을 오인해 엉뚱한 희생자가 생기고 민간인까지 폭발에 휘말려 사망하는 부수적 피해로 인해 현지의 반미(反美) 감정을 확산시켰다. 미국은 그 해법도 밀리테크(군사·military와 기술·technology의 결합)를 통한 보다 정교하고 깔끔한 무기 개발에서 찾고 있다.
▷미군이 28일 아프가니스탄 동부 낭가르하르주에서 이슬람국가(IS)의 한 분파인 IS-K의 고위급 표적 2명을 드론 공격으로 제거했다. 이틀 전 카불 공항에서 미군 13명을 포함해 200명에 가까운 사망자를 낸 자폭 테러의 기획자와 조력자를 보복 살해한 것이다. 미 국방부는 민간인 사망자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번 보복 조치에 사용된 드론은 ‘하늘의 암살자’로 불리는 무인공격기 MQ-9 리퍼, 타격 무기는 ‘닌자 미사일’로 불리는 헬파이어 미사일 특수개량형(AGM-114 R9X)이었다고 한다. 적국 수뇌부나 테러조직 지휘부를 쥐도 새도 모르게 암살하는 ‘참수작전’의 핵심 전력이 동원된 것이다.
▷닌자 미사일은 기갑차량 파괴용인 헬파이어 미사일을 인간 표적용으로 개량한 비폭발성 운동에너지 미사일이다. 폭약이 든 탄두가 없고 그 대신 강철 칼날 6개가 표적에 충돌하기 직전 펼쳐져 내리꽂히면서 반경 50cm 영역을 파괴한다. 주변 피해를 최소화하고 목표만 확실히 해치우는 것이다. 그 칼날이 일본 자객 닌자(忍者)의 암살용 검처럼 생겼는데, 1970년대 미국에서 많이 팔린 주방용 식칼 브랜드 긴수(Ginsu)를 따서 ‘나는 긴수’라고도 불린다. 2017년 실전 배치된 이래 알카에다 등 테러 지휘부 제거에 사용됐다. 그 피격 현장 사진을 보면 주변에 폭발 흔적이 없고 차량만 갈가리 찢긴 모습을 볼 수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이번 보복작전 지침은 “그냥 진행하라(Just do it)”였다고 한다. 바이든은 “이게 마지막이 아니다. 끝까지 뒤쫓아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며 미군을 희생시킨 테러엔 철저한 응징으로 본때를 보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미국은 일단 조기 철군을 통해 아프간의 수렁에서 벗어나더라도 테러와의 장기 전쟁을 계속해야 한다. 그것은 밀리테크를 더욱 앞세운 특수작전일 것이다. 하지만 깨끗한 전쟁은 없고, 뛰어난 기술적 우위도 잘못된 전략 아래선 승리할 수 없다. 실패로 끝난 20년 전쟁의 초라한 뒷모습이 보여주듯.
이철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