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유산>
과목명: 일본, 문학 그리고 불교
담당교수: 김호성 교수님
전공: 가정교육과
제출자: 2013112750 이진우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내주신 쪽지시험. 겨울의 유산 책의 표지에 무슨 문구가 적혀있는지 써오라는 것이었다. 표지에는 “그래도 너는 살아라.”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나는 이 문구가 무슨 의미일까 궁금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화자의 인생이 그려져 있다. 처음 <행복감과 무상감 사이>에서는 화자가 아버지를 따라 무량사에 따라가게 되는 내용부터 나온다. 다치하라 마사키는 무량사의 큰스님으로부터 ‘범해 선문’이라는 이름을 받아 불도를 공부하며 자라게 된다. 그 와중에 아버지는 자결하시고 어머니는 재혼을 하면서 다치하라 마사키는 홀로 청소년기를 보내게 된다. 이 때 아버지의 자결로 인해서 화자는 엄청난 무상감을 경험하게 된다. 다음으로 <무량사 토담길>은 화자가 안동 심상소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의 내용이다. 한국계 아버지와 일본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다치하라 마사키는 아이들의 놀림을 받게 된다. 또한 이 때 화자는 무량사의 송계 스님과 청안 스님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된다. <건각사 산문 앞>에서는 화자가 대학에 입학하고 요네모토 미쓰요라는 여인과 결혼 후 아이를 낳는 것까지 서술되어 있다. 아이를 낳게 되면서 자신이 아버지가 됨을 놀라워하는 화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우선 나는 행복감과 무상감 사이라는 소제목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이것이 책의 제목이었다면 정말 바로 꼽아서 읽었을 정도였다. 행복감, 무상감 이 두 단어는 반대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인생은 이 사이에서 항상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몇일 전에 석가탄신일을 맞이해서 절에 다녀왔다. 북적북적대는 절 속에서 웃고 있는 가족들을 보며 행복감을 느꼈다. 그러다 불교가 아닌 나는 혼자 절을 구경하다가 조용한 절 뒷골목에 이르게 되었다. 왁자지껄한 저쪽 편과는 달리 조용함 속에서 나는 약간의 무상함을 느낄 수 있었다. 행복에 차있는 사람들과는 완전 다른 세상에 있는 기분이고, 모든 것이 덧없게 느껴졌다. 불교와 관련된 책이라 절에 빗대어 말해봤지만 이것은 어디서든지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나는 고등학교 때까지 굉장히 밝은 아이였다. 그렇다고 지금 밝지 않다는 뜻은 아니지만 약간은 다른 모습이다. 학생 때는 정말 주입식교육만 받게 되고 나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 혼자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그나마 대학에 오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나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나에 대해 알게 된 점은 내가 행복감과 무상감을 왔다갔다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학교나 사람이 많은 곳에서 나는 즐겁게 웃고 떠들면서 행복해한다. 친구들과 놀 때는 아무생각 없이 하하호호 웃으며 즐거운 사람이다. 그러다가 집에 오는 순간부터 무상감에 빠지게 된다. 나는 외동이라 집에 오면 거의 혼자이다. 부모님도 늦게 들어오시기 부지기수이고 들어와도 친구들과 놀 때처럼 즐겁게 얘기하지는 않는다. 그 때 혼자 있으면서 많은 생각이 든다. ‘아까 내가 행복했던 모습은 뭐였을까.’ ‘그새 내 행복은 어디로 간걸까?’ ‘마지막은 항상 이러는걸.’ 처음에는 이 무상감이 싫었다. 내가 우울증에 걸린 것 같고 세상에서 나만 불행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일 년이 지난 후 많은 생각을 통해 나는 이 무상감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감 속에서만 살수 없고 이 무상감이나 고독함 사이에서 내적인 성장을 더 많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이 무상감이 싫지만은 않고 나를 더 들여다보면서 성장하는 좋은 기회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책에도 이런 구절이 있었다. “무상이 세상의 실상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도 배우지 않았으나 체험, 나날의 생활에서 배워갔다고 생각한다.” 내가 무상에 대해 생각하는 바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무상이란 마냥 부정적인 것이 아니다. 나나 화자나 무상감 속에서 성장하고 있었다. 화자는 어린 나이부터 많은 인생의 어려움이 있었다. 아버지가 자결 하시고, 그 이후로 아비 없는 자식이라며 놀림 받기도 하고, 어머니는 재혼에 이르기까지 하신다. 화자는 많은 굴곡 속에서 성장하게 된다. 나는 그에 비해서 인생에서 크게 힘들었던 적이 없다. 항상 평탄하고 평범한 삶을 살아왔다. 소위 사람들은 이런 평탄한 삶은 자기소개서에 쓸 말 하나 없는 인생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각자만의 무상함 속에서 각자만의 방식으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처음에 책을 읽어보게 된 계기인 아버지의 ‘너는 살아라’ 라는 말이 무슨 뜻일까 생각해보았다. 나는 아버지가 자신은 무상감 속에 지쳐 자결을 했지만 자신의 자식에게는 너는 살라며 자식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화자에게 무심한 듯 보였지만 자식에게 애정 없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화자가 살아간 것은 아버지의 ‘너는 살아라.’ 라는 말씀 덕분이기도 했을 것이다. 나는 이 부분에서 부모님의 자녀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부모님도 애정표현이 많으신 분들이 아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나는 조금 서운함을 느끼고 있지만 종종 말 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사랑이 있다. 그걸로 인해 나는 가끔 알기 어렵지만 부모님의 사랑을 느끼고 있다. 나는 부모와 자녀간의 유대관계가 이 세상에서 제일 끈끈하다고 생각하는데 화자의 경우 표면적으로 부모님과의 관계가 좋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저런 문구를 통해서 나는 아버지의 화자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화자도 자신의 자식으로 인해 아버지의 ‘너는 살아라’ 라는 문구를 더 많이 이해했을 것이다. 아버지가 화자 자신에게 보여줬던 애정 그대로 화자 또한 자신의 자식에게 느끼게 된다. 화자는 대학을 다니면서 1년 연하인 아내인 요네모토 미쓰요를 만나서 결혼을 하고 자녀를 얻게 된다. 화자 또한 자신의 아버지처럼 표현에 익숙치 않고 무심했지만 시로 종종 표현했다. ‘축하할 만한 날‘이라는 시는 아내와 아들을 빛, 다정한 것들로 표현하며 감동을 주기도 했다. 아내가 감동받은 만큼 나도 <건각사 산문 앞>을 읽는 보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졌다. 다치하라 마사키가 어릴 때부터 많은 힘든 일이 있었지만 다 극복해내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이런 결론을 통해서 이 글은 모두에게 희망을 준다고 볼 수 있다. 작건 크건 누구나 인생의 고민이나 좌절이 존재한다. 나 또한 지금도 여러 고민이 있다. 하지만 무상감을 견뎌내고 비로소 행복한 삶을 살게 된 화자를 보면서 인생의 좌절에서 조금은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화자는 아버지의 자결로 인해 인생의 무상감을 경험했다고 했다. 인생의 무상감을 경험하고 나도 죽어야지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화자는 아니었다. 화자는 견뎠다. 견뎌내면서 인생의 공허함을 채우는 것으로 자신만의 무상함을 만들어나갔다. 왜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라는 속담도 있지 않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바는 이것이다. 무상함도 좋은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을 자신만의 방법대로 채워나가고 꾸며나간다면 훨씬 더 좋은 나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