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늦은 밤 경포대 해수욕장 바닷가를 우양과 지강과 함께 거닐었다. 파도 부서지는 소리가 시원하면서도 젊은 추억을 되살리는 묘한 분위기를 연출해준다.
호텔로 돌아가는 도중 골목길 구석진 곳에 있는 조그만 포장마차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조개구이 전문이라는 간판을 붙이고 4인용 간이 테이블 5개가 옹기종기 다닥다닥 붙은 포장마차 속의 여주인의 자태가 예사롭지 않다. 모델 뺨치는 늘씬한 몸매에 딱 달라붙은 청바지와 흰 블라우스와 바다색의 앞치마 그리고 새하얀 피부와 밝고 복스러운 30대 초반의 얼굴이 손님들의 눈길을 즐겁게 해준다. 그러나 이 여주인은 손님들의 주문, 조리, 서빙, 설거지, 계산 등을 혼자서 모두 도맡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포장마차의 격에 맞지 않을 품위를 갖춘 미모라는 카리스마로 인하여 손님들과 허튼 농담을 나눌 빈틈이 없다.
조개구이와 소주 한 병을 주문한 후 10분이 지나자, 20여개의 각종 조개들이 포장마차 여주인의 손놀림에 따라 불판에 올려졌다. 뜨거워진 조개들은 구워지는 모습과 속도 그리고 흘러나오는 국물의 양과 질감 등이 각각 다를 뿐만 아니라 육감적이다. 술에 취해 들어가면서, 나의 머릿속에서는 해산물로서의 조개라는 개념을 넘는 상상적인 의미와 그 뜨거워지는 과정 그리고 그 따뜻하고 습한 느낌의 질감이 다층적으로 이미지화 되어간다. 그리고 그 여주인의 S라인에 필이 꽂힌다. 그러나 그녀의 열심히 일하는 노동의 의미와 가치가 그녀의 몸매와 용모보다 더욱 아름답고 고귀하게 느껴진다.
서울에서 강릉으로 내려와 자력으로 포장마차 영업을 한지 5년이 되었다고 한다. 일찍 결혼하여 딸은 대학 1학년, 아들은 고교 2학년인 40대에 들어선 부녀자로서 남편은 다른 곳에서 다른 장사를 한단다. 의외의 인물을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일로 만나는 우연이나 기회는 나를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기쁨과 행복감을 맛보게 해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타고난 몸매와 용모를 쉽게 이용하기 보다는 성실하고 고된 노동과 장사를 택한 그녀의 기품과 행동이 강릉 경포대에 머문 나의 한여름 밤을 너무 행복하고 활기차게 만들어주었다.
같은 맥락으로, 강릉 여행에서 만났던 청환 박인헌 동문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정년퇴직 후 부인과 함께 강릉에 이주하여 종합병원 정형외과에서 봉사하고 있다. 서울의대 출신의 미국전문의로서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장을 역임했던 그도 역시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일을 하는 의외의 인물로서 만나는 기쁨과 활기와 행복감을 우리뿐만 아니라 강릉시민들에게 만들어주는, 그의 아호대로, 진짜 청환(靑歡: 푸르른 기쁨)이리라.
첫댓글 나도 갈껄 ...
포장마차의 바로 옆에 노래방이 있었는데...
노래방옆에는 나이트도 있지요
나이트는 없었는데...
靑歡은 고2때 짝 이었어요 강릉 한번 들르 라고 메일 보내 왔드랬는데 차일피일 ..
이제 70줄에 들어서니 세상을 보는눈이 예사롭지 않은 일도
혜안의 눈으로 닥아오고 남의 일이 마치 내 일처럼 느껴지니
아직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소이다.
동창회 명부를 보니" 구광모 "교수님이시구만,
50년만에 온라인 상에서나마 불러 보았네.
반갑고 고맙소.
바닷가 구석진곳에 있는포장 마차에서도 105 눈을 번쩍 띄게 만든 여인을 만나는 행운은 아무에게나 생기는 일이 아닐껍니다. 젊잖은 세노인에게 생조개는 언감생심 익은 조개 구이가 제 격일터 ...부러바서 한마디 ㅎㅎㅎ
이제는 여인들이 모두 예뻐보이는구려!
아무리 직업엔 귀천이 없다지만 요즘 세상에 의외의 장소에서, 자기일을 聖職처럼 여기며 남을 섬기는 의외의 멋쟁이들에 관한, 의외의 조개구이 깊은맛 소개가 입속에 군침을 돌게하는 의외의 별미입니다. 결코 의외가 아닌 구교수의 세련된 비교문학적 안목은 역시나............
부끄럽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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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마차에 들어가자고 결정한 분은 지강이고, 돈내고 나온 분은 우양이고...
요근래 속초에서 주문진어시장과 강릉경포대로 자리를 옮겨 몇집안되는 포장마차집은 다 다녀 본듯한데
내눈에는 안 보이더만 105눈에만 보이는것을 보니 인연이란 묘한 것이야?ㅎㅎㅎ
하기야 나로선 조개의 구워지는 과정에서 S라인에 필이 꽂힐 감성자체가 부족하니까....
우초는 맛의 도사가 아니오!
105게서 쓰신 글 중 한 부분이 너무 좋아 잠깐 훔쳐갑니다.^^
어딜까요?ㅎㅎㅎ.
박인헌 동문의 아호 靑歡이 아닐까요!
그렇게 고상한 생각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 맛좋은 조개구이 야그 때문에 갑자기 군침이 돌아 도무지 못참겠고 나두 여기 가까이 있는 친구와 포도주 한병 들고 바닷가로 나가 조개구이 먹어야 겠는디 도데체 맛있다는 조개가 무슨 조개인지 아르켜 줄수 없소이까? 아무조개라구 다 맛있는건 아닐테니까......
그날 체험으로는, 첫째로 눈에 든 조개가 맛있게 느껴지고, 둘째로는 불판 위에서 국물이 많이 나오는 조개가 혀에서 감칠 맛이 더합디다.
여기서는 눈에 드는 맛있는 조개 구하기가 쉽질 않을것 같은데.....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각종 조개들이 포장마차 여주인의 손놀림에 따라 불판에 올려졌다. 뜨거워진 조개들은 구워지는 모습과 속도 그리고 흘러나오는 국물의 양과 질감 등이 각각 다를 뿐만 아니라 육감적이다.
**특히 이 부분**
술에 취해 들어가면서, 나의 머릿속에서는 해산물로서의 조개라는 개념을 넘는 상상적인 의미와 그 뜨거워지는 과정 그리고 그 따뜻하고 습한 느낌의 질감이 다층적으로 이미지화 되어간다. 그리고 그 여주인의 S라인에 필이 꽂힌다.-
산사람님의 멘트와 딱 맞아떨어지는....
술꾼 뒷메에게 한마디 연락도 없이 세사람만 은밀한 '불법집회'로 하루를 즐겼구나!. 포장마차 ,미인 아줌마, 소주, 조개 안주 ,친구. 여름밤, 바닷가--'지상천국'의 조건을 다 갖추고.... 14:17
해산물로서의 개념을 넘어서는 곳에 왜 발을 드리밀려는고?
자신 있나?
뒷메와 맑은샘의 위트와 유머는 항상 쿨하면서도 뜨겁구려!
좋았겠다. 넘 부럽네요. 조개구이도 군 침 돌지만 죽마고우들의 아기자기한 모임이 눈에 보이는 것 같네요. 게다가 s라인 까지??? ㅎㅎㅎㅎㅎ
''파파스머프의 방'에서 아기자기한 모임과 꿈이 곧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조개구이를 입으로만 먹는 줄 알았는데 눈으로도....?
우양에게서 내가 카페에 나왔다기에.. 한참 찾았는데.. 여기에 있구랴. 105가 너무 좋은 의미로 나를 보았군.. 아뭏든 감사하고..
동문 중 혹시 강릉 지나가시거든, 혹은 일부러 라도 들리거든 나 강릉 떠나기전에 ( 언제일지는 몰라도 ) 연락해 주기를.. 같이 맛있는 회라도 함께하게..( 011-282-2129 ) 내 호 靑歡은 프르고 기쁘기를 원하며 더 나아가 젊어지려고 ( 여러분 처럼, 특히 105처럼ㅎㅎ) 골라본 것이라오... 동문네들 복 더위에 모두 건강하기를 바라며 어떤식으로든 시원하게 지내시기를.. 청환...
청환도 더욱 건강하시기를 그리고 시원하게 지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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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nero의 덕분이지요!
. . . 이런 저런 이유로 이제 들어 왔는데 . . . 와 모두들 부럽습니다.
여딘 회의 중 Waikiki 의 Strolling Luau 도 좋지만 . . .
그 조개구이가 정말 진미일것 같은데 . . . ㅎ ㅎ ㅎ !
많이들 즐기시기를 . . . !
반갑소. 가을남자! 다음에 귀국할 때에는 연락하기 바라오. 그 때는 가을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