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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유산] 11
S#1. 승미 집 거실 (밤)
10회와 연결해서...
승미 : (목소리 귀에 익은 듯 갸웃하며 문 열며) 누구세요? (하다 고평중 보는, 귀신 본 듯 헉! 놀라는)
고평중 : (승미 보는, 찾았다, 안도에) 승미야...
승미 : (믿을 수 없는, 더 놀라 경기 들린 듯 뒤로 몇 걸음 물러서며 단발마처럼) 엄마! (하며 무서워 두 손으로 얼굴 가리는)
고평중 : (들어오며 놀라지 말라는) 승미야, 놀라지 마.
승미 : (아직 사태 파악 안 되는, 떨리는 손 내리고 고평중 보는) 아..버지?
백성희 : (막 방에서 나오며) 이 시간에 누구야? (하다 고평중 보는, 기겁해 놀라는)
고평중 : (백성희 보고 다가가는, 다급한) 은성이 지금 어딨어? 여기 있어?
승미 : (분명 고평중이다. 어떻게 된 거지? 충격으로 고평중 보는)
백성희 : 당신, 여길 어떻게 알구... (하다 승미 생각나는, 얼른 고평중 잡아끌며) 나가요, 나가서 얘기 해!
고평중 : (마음 급하다, 뿌리치며) 은성이 어딨는지부터 말 해!
승미 : (동시에 다가오며, 반가운, 눈물 어려) 아버지!
고, 백 : (멈칫, 돌아보는)
승미 : 아버지 맞아요?
고평중 : (미안한) 그래, 승미야.
승미 : (반가움에 손잡는) 아버지 어떻게 된 거에요? 살아 계셨던 거에요? 살아 계시다니, 엄마 어떻게 된 거야?
백성희 : (승미가 말실수하면 안 된다. 어쩔 수 없이 얼른) 은성이 미국에 갔다니까! 미국에 있는 은성일 왜 여기 와서 찾아?
승미 : (무슨 소리야? 놀라 엄마 보는)
고평중 : (손 잡힌 채 백성희 보는) 은성이 봤어! 먼발치서 스쳤지만 분명히 은성이였어, 어떤 남자랑 왔드라구.
백성희 : (기겁해) 은성일 봤다구?
고평중 : 은성이하고 나만 아는 게 있어. 아무도 모르고 이 세상에서 오직 은성이하고 나만 아는 거. 지 엄마가 제일 좋아하던 거.
(확신으로) 그게 은성 엄마 산소에 있드라구.
백성희 : (당황해) 그럼 왔나보지, 근데 나한테는 연락 없었어.
승미 : (사색되는, 뭔가 있다... 고평중 잡았던 손 천천히 놓는)
고평중 : (말도 안 된다는) 한국에 왔는데 당신한테 연락이 없었다구?
백성희 : (승미와 고평중 입 동시에 막으려는) 승미야, 너 은성이 연락 받은 거 있어? (대답할 틈 안 주고)
은성이 은우 데리고 미국 가서 지금까지 전화 한 통 없었잖아.
고평중 : (절박한) 없었냐?
승미 :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는데)
백성희 : (얼른) 너무 놀라 말문 막힌 애한테, (끌며) 나와요, 얼른!
S#2. 아파트 인근 (밤)
아파트 동 뒤편 후미진 곳으로 급하게 걸어오는 백성희. 뒤따라오면서 얘기하고 있는 고평중.
고평중 : (이해 안 되는) 은성이가 한국 왔으면서 당신한테 연락을 안 했단 말야?
백성희 : (확 돌아서며) 했으면 당신한테 지금 이 지경을 당했겠어?
고평중 : (멈칫하는)
백성희 : (해대는) 은성이 연락 오면 메일로 알려 준다 그랬잖아! 그랬는데 이렇게 들이 닥쳐야 해?
아무 것도 모르는 승미 충격주고 나 놀래 키고, 이래야 하냐구요!
고평중 : (버럭) 은성일 또 놓치라구!
백성희 : (멈칫하면)
고평중 : 분명 내 눈으로 봤는데, 당신도 은성이도 메일 안 보내. 어떻게 마냥 기다려? 그러다 은성이 자식 다시 미국 가버리면!
미국서 학교도 옮겼는지 연락도 안 되는데.
백성희 : 은성이가 학교를 옮겼다구?
고평중 : (간절한 맘에 자기 얘기 계속하는) 얼굴 한번 못보고 목소리 한번 못 듣고, 잘 있는지,
은우는 어쩌고 있는지 한마디 못 물어보고, (토해내 듯) 아빠 살아있단 말도 못하고 또 놓치라구?
백성희 : (자기 상황이 더 급하다) 그래서 여긴 어떻게 알아냈어? 우리 여기 사는 거 어떻게 알았냐구.
고평중 : (오르는 배신감에) 당신 집 아는 게 그렇게 겁나냐?
백성희 : 그럼 겁 안나?
고평중 : (서글픈) 나 산사람인거 들켜 보험금 토해내야 될까봐?
백성희 : 우리 집 어떻게 알았냐구!
고평중 : (기막힌) 지난번, 주차장 당신 차에서 주차 스티커 봤어.
<인서트- 5회에서 백성희 차 찾고 들여다보다가 봤던 주차 스티커>
백성희 : (생각도 못했다. 하... 하고)
고평중 : 나 죽고, 당신 혹시 은성이하고 무슨 일 있었어?
백성희 : (뚝 굳어지는)
고평중 : 귀국 했는데 당신한테 인사 한마디 안할 애 아니잖아, 우리 은성이!
백성희 : (탁 보며) 당신이 은성이 속 들어가 봤어?
고평중 : (멈칫하면)
백성희 : 귀국해서 나한테 인사 전화할 애라면, 미국 가서는 왜 여태 연락 한번 안했을까?
고평중 : 그러니까 무슨 일 있었냐고 묻는 거 아냐.
백성희 : (기막힌 듯) 무슨 일? 당신 장례 치르자마자 나랑 같이 보험사 가서 상속 비율대로 보험금 타서는
바로 다음 날 떠난 애하고 무슨 일?
고평중 : (안타까워 미치겠다) 그럼 이 자식이 왜 연락을 안 하는 거야?
백성희 : 나랑 인연 끊고 싶었던가, 아님 벌써 끊은 거겠지.
고평중 : (버럭) 말도 안 되는 소리!
백성희 : (흠칫 놀라 보면)
고평중 : 아무리 다 큰 자식 속 모른다 그래도, 은성이 내 딸이야! 내 생각해서라도 그 자식, 당신한테 그렇게 싸가지 없게 안 해!
승미 : (어둠 속에서 충격으로 두 손으로 입 막고 서있는, 그간의 모든 상황 파악 했다. 손 덜덜 떨리고)
S#3. 승미 집 거실 (밤)
딸과의 대면이 또 남아있다... 긴장해서 들어오던 백성희, 빈 거실보고 놀라고.
S#4. 거리 (밤)
눈물 어려 터벅터벅 걷고 있던 승미, 멈춰 선다.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 열어 ‘선우환’ 찾는 승미, 터질듯 한 울음 참으며 통화 버튼 누르려다 멈칫한다.
전원 버튼 눌러 핸드폰 꺼버리는 승미.
S#5. 영석 바 (밤)
피아노 옆 테이블에 앉아서 양주 마시는 승미, 충격 가누지 못해 폭음하고 있다.
<3회 21씬에서>
승미 : (버럭) 은성이 봤어!
백성희 : (불안으로 떨리는) 너 설마... 우리 집 알려줬어? (다그치는) 오갈데 없음 오라고 우리 집 알려줬냐구!
승미 : (현재, 또 마시고)
<1회 71씬에서, ‘아빠 영정 보며 오열하던 은성’>
승미 : (현재, 술 따르고)
5회 24씬에서, ‘잊어야 해, 그래야 내가 살아! 하던 백성희’
승미 : (현재, 또 마시는)
영석 : (승미 모습 놀라서 보고 있고)
S#6. 환 방 (밤)
핸드폰 받고 있는 환.
환 : (놀라) 승미가 니 바에 혼자 왔다구?
영석(휠) : 야 야 거의 비상사태니까 빨리 와.
환 : (안갈 수 없다. 일어서며) 버스 타고 가니까 좀 걸릴 거야. (끊는, 갸웃하며)
S#7. 영석 바 (밤)
취해서 머리 짚고 있다가 놀란 얼굴로 영석 보는 승미.
승미 : 환이 오빨 불렀다구요?
영석 : 그니까 그만 마셔요. 거의 올 때 됐어요.
승미 : (벌컥 화내는) 오빨 왜 불러요? 내가 언제 오빠 불러 달라 그랬어요?
영석 : (멈칫하면)
승미 : (도저히 환 얼굴 볼 수 없다. 벌떡 일어나서 도망치듯 나가는)
영석 : (놀라) 승미씨!
S#8. 승미 집 거실 (밤)
애타는 얼굴로 전원 꺼있다는 안내 듣는 백성희, 힘없이 핸드폰 내린다.
백성희 : (딸에게 너무 큰 실책을 들킨 무참함으로) 승미야... (흔들리고)
S#9. 영석 바 (밤)
황당한 얼굴로 빈 술병만 놓인 테이블 앞에 서있는 환과 영석.
환 : 이 자식아 말이 되는 소릴 해. (절대 그럴 리 없는) 내가 온다는데 승미가 가 버렸다구?
영석 : 진짜라니까? 내가 뭐 하러 술값도 없는 널 불러 내냐?
환 : (탁 쳐다보면)
영석 : 진짜 너 온다니까 갔어. 왜 불렀냐고 막 화내고 가버렸다니까?
환 : (이상한, 핸드폰 들여다보며) 핸드폰도 꺼 놓구. 요새 얘 진짜 이상하네...
영석 : 근데 승미씨 술값 계산도 안하고 갔다. 니 앞으로 달아 놓으면 되지?
환 : (자존심에 티는 못 내고 타박) 이 자식아 너 이렇게 해서 돈 모았지?
영석 : (인정하듯 웃으며) 야, 넌 회사만 물려받으면 평생 놀며 써도 다 못 쓸 돈 생기잖아.
환 : (바 둘러보다가 피아노 턱으로 가리키며) 이건 누가 치냐?
영석 : 원래 있던 건데, 연주자까지 쓸 형편은 아니고 팔아버릴까 어쩔까 해... (하다 농담처럼) 니가 쳐볼래? 너 악기 좀 다루잖아.
환 : (탁 쏘며) 미쳤냐? (하면서도 건반 여는, 딩동 거려보고) 완전 맛 갔구만... (하면서도 옛 생각 나는 듯 간단한 멜로디 쳐보는)
S#10. 사무실 (밤- 새벽)
캄캄한 사무실로 들어오는 승미, 자기 책상으로 가서 앉는다. 숙취와 피곤으로 책상에 엎드리는 승미.
<시간 경과>
새벽 빛 파르스름한 창가에 서있는 승미, 어제의 그녀가 아니다.
시선 창밖 본채 손에 든 핸드폰 전원 켜면 부재통화 20여 통과 음성 메시지 10여개 들어와 있다.
다시 창 밖 보는 승미, 그 위로...
백(E) : (간절한) 승미야, 엄마 얘기부터 들어 줘. 엄마가 설명할 테니까,
백(E) : (단속하는) 너 허튼 짓 하면 안 돼! 은성이 만나지 마, 알았어?
백(E) : (부탁하듯) 은성이한테 얘기하면 안 돼....
S#11. 승미 집 거실
밤새 승미 기다리다 소파에 기대서 새우잠 자던 백성희, 문자알림음에 번쩍 눈뜬다.
얼른 핸드폰 집어 들고 확인하면... <인서트- 출근해요... 퇴근해서 얘기해요.>
백성희 : (불안한) 얘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감 안 잡혀 답답하고)
S#12. 영란 방
행복한 얼굴로 잠들어 있는 영란. 정도 옆에서 자고 있다.
7시 30분에 울리는 알람 소리에 꿈틀하는 둘.
영란 : (잠 덜 깬) 정아, 일어나... 이쁘게 하구 준세 가게 나간다며...
정 : (눈 번쩍 뜨며 일어나 앉는, 둘러보며) 나 왜 엄마 방에서 잤어?
영란 : (일어나 앉으며) 어제 너 은성이 옷 니 옷인 줄 알고 입었다가 서러워 울다 잠 들었잖아.
정 : (뿌해서) 아침부터 또 생각나잖아!
영란 : (자기 상황 만족, 기지개 쭉 펴며) 정아, 엄마는 오늘부터 살았다.
정 : 아줌마 내보내고 살림하는데 뭐가 살았어?
영란 : 살림이래야, 음식은 표집사가 할 거고 청소 빨래만 하면 되는데, 청소는 청소기가 하고 빨래는 세탁기가 하잖아.
정 : 그럼 뭐해? 나 없어서 놀아줄 사람도 없는데.
영란 : 오전에 헬스 갔다가 오후에 디비디 한편 보고 낮잠 살짝 자면 너 퇴근해 올 거 아냐?
(양팔 내밀며) 빨리 양 팔뚝 균형 다시 맞춰야지.
정 : (일어서며) 돈이 어딨어서 헬스까지 다녀?
영란 : 표집사가 관리하던 생활비 통장, 이제 살림 맡았으니까 내가 관리할거 아냐. 부럽지?
정 : (삐죽) 하나도 안 부럽지.
영란 : 왜?
정 : 난 날마다 준세 오빠 얼굴 보니까.
영란 : 우리 모녀 갑자기 팔자 좋아졌다. (다시 누우며) 준세 많이 보고 와, 표집사 한테 엄마 아침 안 먹고 잔다 그래...
표집사 : (쿵쿵! 노크 소리에 이어) 여사님!
정 : (문 열면)
표집사 : 정아, 어머니한테 지금 당장 주방으로 나오시라고 해라. (사라지고)
영란 : (? 문 쳐다보고 정 쳐다보는)
S#13. 주방
놀란 얼굴로 표집사 쳐다보고 있는 영란. 식탁에 크기 다른 반찬 접시들 놓여있다.
영란 : 상을 차리라구?
표집사 : (메뉴 적어놓은 메모지 주며) 오늘 아침 차림푭니다. 김치, 나물, 전, 젓갈, 각각 담는 접시가 따로 있으니까
평소 보셨던 기억 더듬어 담으시면 됩니다.
영란 : 아니 주방은 표집사 담당이니까,
표집사 : (한걸음 다가오며) 전!
영란 : (찔끔하면)
표집사 : 상을 차리지도, 치우지도, 설거지도 하지 않습니다. 오직 요리만 합니다.
영란 : 그럼 설거지도 내가 해?
표집사 : (냉정하게) 오늘은 첫날이라 상차림부터 시작하지만, 내일은 아침 쌀 씻기 부터 직접 하셔야 합니다.
아침 여섯시 기상입니다.
영란 : (눈 커지는) 여섯시?
표집사 : 아침 설거지 끝나면 세탁기 청소기 사용법 교육 있습니다. (돌아서는)
영란 : (입 딱 벌어지는)
S#14. 피씨 방
모니터에 메일 열려있고 고평중,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다.
밤새 자다 깨다하면서 메일 확인한 듯 퍼뜩 깨나서 얼른 메일 수신함 클릭한다.
아무 연락 없는 메일함 보고 낙심하는 고평중.
S#15. 준세 집
같이 조깅하고 들어온 듯 땀 닦으며 들어오며 얘기하는 준세와 형진.
형진 : 형이 그렇게 신경 써준 그 아저씨도 봐, 내가 이틀 있다 일거리 준댔는데 전화 한통 없다니까?
준세 : 사정이 있었겠지. (적당히 식탁 위 물 따라 마시고)
형진 : 형은 왜 그렇게 사람을 잘 믿냐?
준세 : 사람을 잘 믿는 게 아니라 내 느낌을 믿는 거야.
형진 : 느낌? 형 신 내림 받았어? 탁 보기만 하면 너 어떤 놈이로구나, 다 보여?
준세 : 거의. 너도 싸가지 별로인 놈인 거 보는 순간 알았으니까.
형진 : 형, 난 싸가지가 없는 게 아니라 현실주의잔 거야. 감당할 수 없는 건 빨리 털고, 내 인생에 도움 되는 건 욕심내고.
준세 : (기막힌 듯) 그래서, 너처럼 이기적으로 살라고 충고하는 거냐?
형진 : 형 걱정 되서 그래. 제발 좀 퍼주는 거 그만하고 실속 좀 챙겨라.
준세 : (형진 머리통 탁 때리며) 그럼 너부터 나가!
형진 : (맞은 머리 만지다가 놀라) 뭐?
준세 : 내 실속 챙길려면 너부터 내보내야지.
형진 : (펄쩍) 아 형! 난 예외지! 고1 등교 첫날에 짱한테 걸려 얻어터지는 날 형이 구해준 순간부터,
형은 내 인생의 영원한 구세주야.
준세 : 담달에 적금 타면 나가!
형진 : 형?
준세 : 난 장가도 안가고 평생 너랑 사냐? (윗도리 벗으며 욕실로)
형진 : (놀라) 장가? 형 결혼 해?
준세 : (문 탁 닫고)
S#16. 환 집 2층 거실
출근 차림으로 방에서 나오는 환. 3층에서 내려오던 은성 보고 멈칫 선다.
은성 : (대뜸) 오천 원 줘요. (수첩 꺼내려고 가방 뒤지는)
환 : (기막힌) 아침부터 돈 달래냐? (하다 멈칫하는)
<10회 58씬에서... 가로등 불빛 아래서의 은성 모습>
환 : (은성 얼굴 다시 유심히 보는)
은성 : (작은 수첩 꺼내들다 시선 이상한) 왜 그렇게 봐요?
환 : (머쓱) 내가 뭘!
은성 : (인상 팍 쓰며) 치사하게 5천 원을 안 주겠다는 거에요?
환 : (치사하다는 말에는 쥐약이다) 준다, 줘! (주머니에서 만원 꺼내) 자!
은성 : (받고 수첩에 날짜 적으며) 이제 76만 원 남았어요.
환 : 돈 독이 올랐구나.
은성 : (미리 준비한 듯 천원 다섯 장 건네주며) 받을 돈 받는 거거든요.
환 : (탁 채듯 받으며) 너 박준세랑 무슨 사이냐?
은성 : (멈칫 보면)
환 : 어제 너 데려다 준 사람, 준세 형 아냐?
은성 : 그 쪽 남매는 참 이상해요? 남의 사생활에 왜 그렇게 관심이 많아요? (싹 돌아서 내려가는)
환 : 삐쩍 마른 당나귀 같은 게? (스스로 위안하듯) 완전 조명발 화장발이구만. (내려가는)
S#17. 매장
점심시간 앞두고 김치 통 채워 넣고 있는 은성과 환. 40대 남자 둘, 설렁탕 먹고 있다.
손님 : (가까이에 있는 환보며) 여기 김치 좀 잘라주지.
환 : (김치? 바로 은성 부르는) 야.
은성 : (돌아보는, 작게) 빨리 해요?
환 : (무슨 김치까지? 욱하다가 보면)
점장 : (예리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환 : (고개 돌리며 할까 말까 후- 하는데)
점장 : (다가오며 카리스마로) 선우환씨, 손님 김치 잘라 드리세요.
환, 할 수 없이 가위 들고 김치 자르는데 성질난다. 거칠게 가위질하는 환, 그 기세 에 김치 밑 부분 떨어져 나가면서
막 김치 집어 들려던 손님1의 흰 셔츠 팔 부분에 김치 국물 묻는다.
손님1 : 어?
환 : (멈칫해서 보면)
손님1 : (뻘겋게 튄 소매 부분 보며 짜증나는) 아- 이게 뭐야?
점장, 은성 : (동시에 상황 보고 놀라는)
환 : (처음 겪는 상황이라 당황하는, 일단 가위와 집게 놓는데)
손님2 : 야 이거 어떡할 거야!
환 : (어떡하냐는 소리에 수습하려는, 불쑥) 여기 세탁비 드립니다.
손님 : (발끈해서) 뭐? 세탁비?
은성 : (으... 보다가 얼른 주방으로 뛰어가는)
손님 : 이 자식이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세탁비 주면 다야? (둘러보며) 여기 점장 어딨어!
점장 : (얼른 다가오는) 죄송합니다, 손님.
손님 : 여기 직원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 거야? 뭐 이따위 자식이 다 있어?
환 : (오르는) 세탁비 준다잖아요!
점장 : (쏘아보며) 얼른 죄송하다고 사과 드려!
환 : (멈칫 점장 보는, 도저히 그 말은 안 나온다)
손님 : 이 자식 보게?
은성 : (얇게 슬라이스 된 양파 담긴 접시 들고 뛰어오는, 서둘러) 손님 잠시 만요.
모두 : (은성에게 시선 모아지면)
은성 : (진심으로 조아리며) 정말 죄송합니다. 우선 김치 얼룩부터 빼드릴게요. (틈 안주고 양파 슬라이스 조각 집어 문지르며)
이거 빨리 안 빼면 얼룩 남을 수 있거든요.
환 : (그 틈에 더 못 서있고 휙 돌아서 가는)
은성 : (열심히 문지르며) 정말 죄송해요, 죄송하다가 먼저고 세탁비가 다음인데 신입이라 당황해서 말 순서가 바꼈나봐요.
교육 담당인 제 잘못입니다.
환 : (막 문 나서다가 조아리는 은성 보는)
은성 : 이 상태로 마르게 두셨다가 세탁하면 얼룩 잘 빠질 거에요.
S#18. 옥상
열 받은 얼굴로 팔짱 끼고 서있는 환의 뒷모습. 은성, 화난 걸음으로 들어온다.
환 : (누군지 뻔히 안다. 모른 척 서있는데)
은성 : (환 뒤로 와서 자기도 팔짱 끼고 서는, 심란하게 환 보고)
환 : (다다다 해대야 되는데? 기척 없는 은성 수상하다. 슬며시 돌아보는)
은성 : (똑같은 자세로 환 쏘아보고 있고)
환 : 너 뭐야? (왜 내 흉내 내?)
은성 : (정말 궁금하다는 듯) 그러는 그쪽은, 대체 무슨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환 : (멈칫했다가) 야 하던 대로 해!
은성 : 하두 기막혀 그래요. 어떻게 손님한테 실수해 놓고 죄송하단 말을 안 할 수가 있어요?
환 : (뻗대는, 성질은 아닌) 세탁비 준다 그랬잖아.
은성 : 그게 사과에요?
환 : (이제 툭툭 대꾸 다 한다) 내 식으로 하는 사과야.
은성 : 죄송합니다, 하면 왜 안 되는데요?
환 : 나와야 하지.
은성 : (황당한) 왜 안 나오는데요?
환 : 해본 적 없으니까.
은성 : (놀라) 죄송합니다를, 해본 적이 없다구요?
환 : 이런 데서 일한 적이 없는데, 그런 말 할 일이 있었겠냐?
은성 : 할머니나 어머니, 선생님한테 혼나면 뭐라 그랬어요?
환 : 내 식대로 했어.
은성 : (기막혀 말문 막혀 보다가) 지금까지 해본 적이 없어도, 이젠 해야죠. 앞으로도 손님한테 실수해놓고 죄송하단 말
안 할 거에요?
환 : (너무 진지하게 말하는 은성 귀엽다, 놀려먹듯) 말이 안 나온다니까.
은성 : (설득하는) 그걸 왜 어렵게 생각해요? 입장 바꿔 보면 바로 답 나오는데! 그쪽은 음식점 가서 직원들이 퉁퉁대면서
그릇 탁탁 놓고, 실수 해놓고 사과도 안하면 기분 어떻겠어요? 서비스 받을 때, 손님 입장에서 생각해서 하면 돼요.
아주 쉬워요.
환 : (너무 열심히 하는 은성 보는, 좀 찔린다) 그만 해라.
은성 : (타박하듯) 뭘 그만해요!
환 : 할머니 진심 아닌 거, 너도 알고 나도 아니까, 적당히 하고 가자구.
은성 : (어?) 그게 무슨 말이에요?
환 : (말투는 건성이지만 본심이다) 할머니가 아무리 너 이용해 나한테 이래도, 나 안 바껴. 사람이 하루아침에 변하는 줄 아냐?
은성 : (기막혀) 안 바뀌면, 지금처럼 그렇게 살겠단 거에요?
환 : (자기만의 의미로 자조적인) 사람 팔자 다 정해져 있는 거야. 돈, 수명, 이미 다 갖고 태어났는데 뭘 아등바등 살어?
은성 : (황당한) 뭐라구요?
환 : 나는, 내가 잡고 태어난 줄 대로 살 거니까, 이렇게 해 봤자야. 남한테 고개 숙일 일 없다구.
은성 : (기막혀) 진짜 한심하다. 이러니까 할머니가 나한테 유산 준다 그러시지.
환 : 뭐?
은성 : (겁주려는) 내가 미끼 아니면 어쩔 건데요? 할머니가 정말 나한테 유산 주는 거면 어쩔 건데?
환 : (말도 안 된다는) 강남 사거리 가서, 오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봐라. 생판 남한테 전 재산 주겠다는 사람 있는지.
은성 : (욱해서) 할머닌 그럴 수 있는 분이야!
환 : (멈칫하는)
은성 : 강남 사거리 가서, 오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봐. 그쪽 같은 아들 손자 오빠 동생 있는지! 한 사람도 없을 걸?
환 : (약 오르는) 이게 봐줄라 그랬드니,
은성 : 내가 할머니래도 너 같은 손자한테는 절대로 재산 안줘!
환 : (더 오른다) 너 진짜 그만 못해?
은성 : (이미 터졌다, 그 동안 하고 싶었던 말 봇물 터진 듯 해대는) 니가 뭔데 다른 사람한테 고개를 안 숙여? 뭐가 잘나서!
할머니 돈 빼면 뭐가 있는데? 가진 게 없으니까 돈으로 건방 떨면서, 뭐? 평생 남한테 고개 숙일 일 없을 거라구? 웃기지 마!
환 : (이제는 은성 말에 찔린다) 야!
은성 : 너 할머니한테 니가 벌어서 천 원 한 장 드려본 적 있어? 너 몇 살이야? 스물일곱이지? 나 스물다섯이야!
그래도 너처럼 식충이론 안 살어!
환 : (기겁해) 뭐, 식충이?
은성 : 그래 식충이! 일 안하고 먹고 싸는 인간들을 (강조하는) 식충이라 그러는 거야!
환 : (너무 건드려서 화나는, 자기도 모르게 주먹 쥐고 올리며) 너 말 다했어?
은성 : (이미 열 받을 데로 받았다. 허리에 양손 탁 얹고) 그래, 다 했어! 어뜩할래? (때리라는 듯 얼굴 쳐들고 다가오며)
칠래? 쳐봐! 나 치고 물어줄 개 값이라도 있니, 너?... (때리면 정말 맞을 듯 이 악물고 쳐다보는)
환 : (진짜 때릴 수는 없고 노려보는데)
은성 : (같이 노려보는, 화와 안타까움 폭발한 감정에 물기 어려 있는)
환 : (멈칫, 아후- 하며 휙 돌아서 열 식히는데)
은성 : (진짜인 것처럼) 나중에 할머니 유산 뺏기고, 울지나 마!
환 : (기껏 참는데? 휙 돌아서며) 또 시작이냐?
은성 : 주시면 바로 받을 거니까! (확 돌아서 가는)
환 : (기막힌, 믿지 않는) 저걸 협박이라구, (하다 너무 기막힌) 승미는 안 그런데 저건 어디서 말 잘하는 거 가르치는
학원을 다녔나... 거기다 끝에 꼭 반말이야! (어처구니없는 듯 보는)
S#19. 매장
잔뜩 상기 돼서 들어오는 은성.
점장, 카운터에서 전화 받고 있다. 수재, 심각한 얼굴로 점장 쳐다보고 있고.
점장 : 예, 알겠습니다... (들어오는 은성 보고) 은성씨.
은성 : (보는, 지레 기죽어) 재교육 다시 시켰어요, 점장님.
점장 : 점장실로 좀 와요. (점장실로)
은성 : (? 영문 몰라 보는)
S#20. 점장실
점장 따라 들어오는 은성, 긴장해서 점장 보는데...
점장 : (돌아서며) 방금 본사에서 인사 통보가 왔는데, 고은성씨 내일부터 서울 공장으로 발령 났어요.
은성 : (놀라) 공장이요?
S#21. 매장
은숙과 얘기하고 있는 수재. 환, 아직 열 받은 얼굴로 막 들어오는데...
은숙 : (놀라) 은성씨가 공장으로 발령 났다구?
환 : (들어오다 놀라 멈칫 서는)
수재 : 방금 전에 점장님이 본사 전화 받는 거 들었어요.
은숙 : (이상한) 아니 이러는 게 어딨어? 은성씨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묻지 마 발령을 냈어?
수재 : 진짜 이런 경우 처음이죠?
은숙 : (갸웃하며) 이거 혹시 문책성 인사 발령 아냐? (하다 환 탁 쳐다보는)
수재 : (동시에 같은 생각, 환 보는)
환 : (둘 시선에 찔끔하는데)
은성, 점장 : (점장실 쪽에서 나온다)
환 : (진짜 나 때문에 쫓겨 가는 거야? 보는)
수재 : 점장님, 고은성씨 정말 공장 발령 났어요?
점장 : 네, 갑작스런 발령이라 송별회식은 안되겠고, 은성씨 팀 다 같이 차나 마십시다.
환 : (너무 갑작스런 상황이라 당황스러운데)
은숙 : (은성 팔 잡고 휴게실로 가며) 이렇게 갑자기, 서운하다?
은성 : 그러게요...
점장 : (돌아보며) 선우환, 가지.
환 : (가고는 싶은데 뻘쭘한)
수재 : (와서) 가요. (끌고 가는)
환 : (못 이기는 척 따라가는)
S#22. 휴게실
간단한 다과와 찻잔 놓고 둘러앉아있는 은성, 환, 점장, 은숙, 수재.
은숙 : 아니 근데 진짜 이런 법이 어딨어요? 우리 회사가 직원 의사 타진 없이 인사 발령 내는 회사가 아닌데?
점장 : (의문들 가라앉히려는) 고은성씬 아직 수습기간이니까 그럴 수 있어요.
환 : (맨 끝에 앉아서 차 마시는)
수재 : 정 들자 이별이네요.
은성 : 오늘이 제 첫 월급날인데 월급 턱 내지도 못하고 가네요.
환 : (첫 월급? 보는)
은숙 : 야- 나 첫 월급 날 생각난다.
은성 : 언제가 첫 월급이셨는데요?
은숙 : 8년 전, 남편 죽고 딱 1주기 날. (그때 생각나는) 40중반에 과부돼서 이 회사 아니었음 중2, 고1 아들 두 놈
대학까지 보낼 줄 생각도 못했지.
은성 : 8년이면 오래 다니셨네요.
수재 : 점장님은 12년 차에요.
은성 : (젊은데) 12년이요?
점장 : 스물에 입사해서 지금 서른둘이니까. (씩 웃으며) 회사에서 학비 지원 받아 대학도 졸업하고, 결혼도 하고.
환 : (그 햇수에 놀라는)
은성 : 12년이요?
수재 : 신신그룹에 합격 했는데도 진성에 남으신 거에요, 의리 지킬려구.
점장 : 의리 보다 고마운 거죠. 그만큼 사장님이 대우도 해주시고.
은성 : (감동스런) 그래서 최연소로 본점 점장님이 되신 거구나.
은숙 : 그나저나 우리 선우환씨는 이제 누가 가르치나?
환 : (머쓱해서 외면하는데)
점장 : 뭘 더 가르칩니까? 여기가 돈 주면서 서비스 교육시켜주는 뎁니까?
수재 : (환보며) 은성씨는 시원 하겠다.
은성 : (무심코 그렇다고 끄덕이며 웃다가 환 보는, 너무 속 보였다. 이크)
환 : (그 웃음에 빈정 상하는데)
은성 : (핸드폰 문자 알림음 들린다. 얼른 핸드폰 보는)
승미(E) : 미안해, 일이 생겨서 오늘 약속 못 지키겠어.
은성 : (뭐야? 먼저 만나자고 해놓고, 갸웃하는)
S#23. 회사 비상구
초췌한 얼굴로 핸드폰 닫는 승미.
S#24. 사장실
박변과 얘기하고 있는 할머니.
할머니 : (황당한) 2호점을 매각하자니, 자네 그게 무슨 말이야?
박변 : 주변에 경쟁 설렁탕 업체가 두 군데나 들어와서 매출이 형편없이 떨어지고 있는데,
땅값은 초기 매입 때 비해 엄청나게 뛰지 않았습니까?
할머니 : 그렇다고 2호점을 팔아?
박변 : (본론이다) 매각이 아니면 2호점을 이전하고 그 자리에 건물을 신축해서,
할머니 : (괘씸한) 건물을 신축해서?
박변 : (그래도 강행해보는) 회사 자산 규모를 키우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할머니 : (기막힌) 부동산 장사를 하잔 말인가?
박변 : 2호 점에 대한 이사들 생각이 그렇습니다.
할머니 : (굳어지는)
S#25. 환 집 거실
표집사 감시 하에 청소기 돌리고 있는 영란, 서툴게 밀고 다니는데...
표집사 : 스톱입니다!
영란 : (전원 끄고 기진해서) 또 왜?
표집사 : (손으로 가리키며) 그렇게 사이 사이 떼고 미시면 안 됩니다.
영란 : 아니 전에 아줌마 할 때는 이렇게 눈 부릅뜨고 안 봤잖아?
표집사 : 아주머니는 사이 사이 떼지 않습니다. 손 빨래거리 슬쩍 세탁기에 같이 돌리지도 않으시구요.
영란 : 손빨래거린 줄 몰랐다 그랬잖아.
표집사 : 손빨래 하라고 여사님이 지시하신, 환이 전용 욕실 수건이었습니다.
영란 : (말문 막히고 성질나는) 아니 진짜 첫날부터 표집사 너무하는 거 아냐?
표집사 : 살림에는 첫날 이튿날이 없습니다.
영란 : (약 오르는) 십몇 년을 말 안하고 죽은 귀신 붙은 사람 같드니, 오늘부터 말대꾸하다 죽은 귀신 붙었어?
표집사 : 계속 그렇게 투덜거리지 않으셨으면 벌써 집안 일 끝났습니다.
영란 : 관둬 관둬 관둬! 여기만 하면 청소기 끝이지? (다시 전원 돌리려는데)
표집사 : 물걸레질 남았습니다.
영란 : (그 말에 헉하는, 털썩 주저앉는) 정아...
표집사 : (맘 안 좋아 보다가, 마음 다지고) 저녁 준비도 하셔야 합니다.
영란 : (더 크게 울듯) 정아-
S#26. 준세 레스토랑
사복에 앞치마만 하고 손님 자리에 후식 놓아주는 정.
혜리, 정 직원 유니폼 입고 다른 테이블에 식사 그릇 놓고 있다.
준세, 테이블에 앉아서 책 읽고 있다.
정 : (상냥하게) 맛있게 드세요- (쟁반 들고 돌아서다 준세 보고 씩 웃는)
할(E) : 준세 눈 밖에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 : (옆 테이블 행주로 열심히 닦으며 준세 보는)
할(E) : 준세, 속이 알토란같은 녀석이야. 니가 준세를 잡고 싶으면, 너도 준세 같은 여자가 돼야 해.
정 : (비뚤어진 의자도 정리하는)
혜리 : (서빙 끝내고 다가오며, 혼잣말) 쟤는 또 무슨 시추에이션이야? 3번 테이블에 후식으로 녹차하고 요거트요.
정 : (밝게) 3번에 녹차하고 요거트요, 알겠습니다-
준세 : (소리에 책 읽다가 시계 보는, 일어나서 다가오며) 정아.
정 : (얼른 돌아보며) 네, 사장님!
준세 : 다리 아프지?
정 : 아파도 참아야지.
혜리 : (아우... 흘기고 가는)
준세 : (신통한 듯) 생각보다 꾀 안 부리고 열심히 하네?
정 : (으쓱하고, 은우 액자 가리키며) 근데 이 액자들은 다 뭐야? 은성이가 부탁 했어?
준세 : (어깨 툭 치며) 4시 다 됐다, 퇴근해. (안쪽으로 가는)
정 : (서운한 듯 삐죽하는)
S#27. 매장 앞
핸드폰 하면서 나오는 은성. 환, 뒤이어 나온다.
은성 : 네, 공장은 일찍 출근해야 되서요... (잠시) 사람 구할 때까지는 우유 배달해야 한다고 말씀 드렸어요... (잠시) 감사 합니다.
(끊다가 환 돌아보는, 계획 있어 마음 급한) 먼저 가요! (후다닥 뛰어가는)
환 : (멈칫 선다, 너무 신나서 뛰어가는 은성이 서운한) 잘하면 날라 가겠네.
S#28. 은행 ATM 기 코너
통장 정리하고 있는 은성, 지지직 찍히는 소리 설레는 표정으로 듣고 있는 은성, 다 정리된 통장 나오자 꺼내서 들여다본다.
첫 월급에 스스로 감격스러운 은성.
S#29. 환 집 주방
기진한 표정으로 들어오는 영란. 표집사, 은성이 부탁해 놓은 샐러드 야채 다듬고 있다.
영란 : 걸레질 다 했어.
표집사 : 저녁 반찬 준비는 안 하셔도 됩니다.
영란 : (반색하며) 왜?
표집사 : 은성양이 오늘 첫 월급 받는다고 가족들 저녁 식사 준비 한답니다.
영란 : 은성이가? (하다 열나는) 근데 왜 아까는 저녁 준비도 해야 한대?
표집사 : 그렇게 말씀 안 드렸으면, 아직도 청소 중이셨을 겁니다.
영란 : 은근히 약았어?
은성 : (장 본 비닐봉지와 선물 든 쇼핑백 들고 뛰어 들어오는) 아저씨! 저 왔어요!
영란 : 깜짝이야.
은성 : (꾸벅하며) 죄송합니다.
영란 : (장거리들 보며) 얘, 근데 지금 해서 언제 저녁을 먹니? 다들 배고픈데.
은성 : 아저씨, 밥하고 장아찌 고추장은 있죠?
표집사 : (미소로) 밥은 뜸 들고 있고 장아찌 고추장은 꺼내 놨어요.
은성 : (영란에게) 그럼 30분만 기다려 주세요.
영란 : 30분 만에 저녁을 차린다구?
S#30. 거실 (저녁)
소파에 앉아서 기다리는 영란, 정.
정 : 쟤, 라면 끓이는 거 아냐? 30분 만에 지가 뭘 만들어?
영란 : 냄새가 고기 냄샌데?
정 : 참, 엄마 쟤, 동생 잃어버렸나봐. 준세 오빠 가게에 동생 찾는 전단지 붙어 있드라?
영란 : 그래? 그런 말 못 들었는데?
환 : (2층에서 내려오는) 밥 줘.
정 : 돈이 없으니까 오빠도 꼼짝 없이 일찍 집에 들어오는구나?
은성 : (앞치마 하고 꽃무늬 손수건으로 두건 만들어 쓰고 주방에서 나오며) 저녁 다 됐어요.
환 : (뜻밖의 모습이다. 어? 보는데)
은성 : (할머니 방으로 가며) 할머니-
환 : 쟤 뭐야?
정 : 오늘 지 월급날이라구 우리한테 한 턱 쏜대.
S#31. 주방 (저녁)
식탁에 각각의 스테이크 야채 비빔밥 한 그릇과 샐러드, 피클류 간단히 놓여있다.
그 앞에 앉아 있는 할머니, 영란, 은성, 환, 정, 표집사.
표집사, 은성이 선물해 준 컬러플한 (기하학 무늬나 꽃무늬) 두건 쓰고 있다.
정 : 뭐야, 달랑 비빔밥?
영란 : (보는) 그냥 비빔밥은 아닌데?
은성 : 스테이크 야채 비빔밥이에요. 립아이 스테이크하고 나물 다섯 가지를 장아찌 고추장에 비벼서 먹는 거에요.
할머니 : 스테이크에 야채를 고추장에 비벼? 동서양의 조화로구나. (고추장 넣어 비비고)
정 : (선입견에 찡그리며) 동서양의 부조화 맛이라는데 세표! (비비고)
은성 : (찬물에 멈칫하는)
영란 : 뭐가 세표야?
정 : 나, 엄마, 오빠, 최소한 세 명 입맛에는 분명히 안 맞는다는 거지.
은성 : (무안한데)
환 : 맛도 안 봤는데 미리 내 표 쓰지 마. (비비는)
은성 : (그런 환 뜻밖인 듯 보는데)
정 : (한입 먹는데 맛있다. 멈칫하는, 뭐라고 할까 엄마 눈치 보는데)
영란 : 음- 맛있는데?
환 : (먹는, 표정은 뚱한 채) 먹을 만하네.
할머니 : (표집사 보며) 전문가 입맛엔 어떤가?
표집사 : 혀에 착착 감깁니다.
할머니 : 동감!
은성 : (보람 있다. 환하게 웃는)
표집사 : (일부러) 정이 입맛에만 안 맞나 보구나.
정 : (그건 아니지만 맛있다고 말할 기회 놓쳤다) 아저씨 머리에 그건 뭐야?
표집사 : 어 이거? 은성양 첫 월급 선물이다.
정 : 우리 선물은?
은성 : 이 두건 8천원 주고 샀는데, 만원 미만으로 (셋 적당히 가리키며) 가족들 선물 고르기가,
영란, 정 : (동시에 황당한) 만원?
은성 : 네, 그래서 저녁 식사로 대신 했어요. (꾸벅하며) 그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
정 : (반가운) 너 이제 우리 집 나가는 거니?
환 : (그 말에 자기도 모르게 덜컥해서 보는)
은성 : 어?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또 무안하다)
할머니 : 저 저 사오정. 한 달 동안 고마웠단 인사도 못 알아들어?
영란 : (정 편드는) 아니 얘가 말을 헷갈리게 했잖아요.
은성 : 죄송합니다...
정 : 만원 미만 선물? 안 사오길 잘했다. (먹는, 맛있게 먹고)
은성 : (머쓱해서 한입 가득 먹는)
환 : (그런 은성 슬쩍 쳐다보고)
S#32. 할머니 방 (저녁)
할머니 앞에 앉아있는 은성. 할머니, 포장 상자에서 모시 내의 꺼내든다.
은성 : 좋은 건 아닌데요, 여름에 주무실 때 입고 주무시라구요.
할머니 : (만 원짜리 아닌 건 알지만) 어디서 만원으로 잘도 골랐네?
은성 : 할머니, 이건 만 원짜리 아니에요? (애교스런) 쫌 썼어요, 할머니 거라서.
할머니 : 장 보고 선물까지 챙기면 얼마 남지도 않았겠네.
은성 : 친구 두 명 선물까지 총 십 만원으로 해결했어요.
할머니 : (찡해서 보다가) 오늘 공장 발령 받았지?
은성 : 네.
할머니 : 왜 공장으로 보내느냐고 안 묻냐?
은성 : 공장 발령 내실 거면서 옷은 왜 저 몰래 사다 놓으셨어요? 그런 정장 언제 입으라구요.
할머니 : (의미 있는) 준비가 돼 있으면 쓰일 날도 오는 거야. 그래, 본점에서 한 달 일해 본 소감 좀 들어보자.
은성 : 소감이요?
할머니 : 직원들 불만사항이든, 매장 운영 개선 사항이든 뭐든.
은성 : 저 스파이 해야 되는 거에요? (장난) 아- 동료들 얘기하긴 쫌 그런데?
할머니 : (덜컥해서) 직원들 불만이 많았어?
은성 : (뜻밖인 듯) 어? (했다가 웃으며) 아니에요? 와- 우리 할머니 은근히 소심 하시네?
할머니 : 쪼끄만 게 할미를 갖고 놀아?
은성 : (헤헤 웃고) 한 달 소감!... (표정 진지해지며) 한 사람의 능력이 참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도 있는 거구나...
이거였어요.
할머니 : 응?
은성 : 사람의 생각이라는 게 참 대단한 거구나... (잘 표현해 보려고 갸웃하다가) 전 제 생각대로 제 인생만 잘 살면 된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근데 할머닌... 할머니 생각 하나로 누군가의 인생까지 도와주고 계시잖아요.
할머니 : (어쩜 저리 잘 깨달았을꼬... 기특하게 보는)
S#33. 승미 집 거실 (저녁)
초조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있는 백성희,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에 얼른 일어선다.
백성희 : (현관 쪽 보는데)
승미 : (들어오는)
백성희 : (뭔가 말해야 하는데 입 안 떨어진다. 승미 보면)
승미 : (엄마 한번 힐긋 보고 방으로 들어가는)
백성희 : (암담해지는, 후... 숨 내쉬고)
S#34. 승미 방 (밤)
포털 사이트에 회원 가입 화면 열려있고 이름 고은성부터 주민등록 번호 등 가입 사항 적혀있다.
승미, 마지막 회원가입 아이콘 클릭하려는데 백성희, 조심스런 얼굴로 들어온다.
백성희 : (마음 다진 듯, 차분히) 얘기 좀 하자.
승미 : (회원 가입 클릭하며) 아버지 메일 주소가 뭐에요?
백성희 : (이게 무슨 소리야? 승미 보고 모니터 보다가 ‘고은성님 회원 가입을 축하 합니다’ 라는 문구 보고 깜짝 놀라고)
승미 : (여전히 엄마 안 쳐다보고) 근데... 사망자 메일이 남아 있어요?
백성희 : (딸 생각 눈치 채는) ...알아 봤더니 남아 있드라.
S#35. pc 방 (밤)
감격스런 얼굴로 발신인 ‘고은성’ 제목 ‘아빠, 은성이에요’ 라는 메일 클릭하는 고평중,
마른 침 삼키고 메일 읽어 내려가다가 점점 굳어진다, 그 위로...
은성(E) : 아빠,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메일 써요. 급한 일이 있어서 한국 들어갔다가 출국하는 공항에서 새어머니께 전화 드렸다가
아빠 소식 들었어요. 살아 계시다는 소식에 너무 놀랐고... 아빠가 원망스러웠어요.
고평중 : (충격에 쿵... 하는)
S#36. 승미 방 (밤)
삶의 큰 강을 건너고 기진해서 등 돌리고 누워있는 승미. 백성희, 침대에 걸터앉아 딸 보고 있다.
백성희 : (안도감과 미안함으로 복잡한) 너 왜 뭐라고 안 해? 엄마한테 할 말 없어?
승미 : (저질러놓고 괴로운, 눈물 참으며) 뭐라고 하면... 돌이킬 수 있는 일이야?
백성희 : (멈칫하면)
승미 : 그럴 수 없는 일이잖아.
백성희 : (뭐라도 변명은 해야 한다) 은성 아빠가 시작한 일이야. 그 사람 살아 있는 줄 알았으면 절대, 절대... (변명도 구차하다)
고평중 그 사람이 판 함정에 자기도 빠지고... 나도 빠진 거야...
승미 : (이불 뒤집어쓰는)
백성희 : (더 말 못하는, 더 할 필요도 없다) ...
S#37. 공원 (밤)
충격 받은 얼굴로 혼자 앉아서 소주 마시는 고평중, 그 위로...
은성(E) : 어떻게 그런 위험한 일을 벌이셨는지... 그리고 이제 와서 절 찾으시면, 저보고 어떻게 하라는 건지...
너무 두렵고 겁이 나요.
고평중 : (기막힌) 그저 보고 싶었을 뿐인데... (또 마시고)
S#38. 환 집 외경 (다음날 아침)
S#39. 은성 방
출근 옷 차려입고 거울 앞에서 머리 매만지는 은성.
은성 : (홀가분한) 아- 오늘부터 안하무인 선우환한테서 해방이다! (기분 좋고)
S#40. 공장
작업복 입고 직원들 앞에서 인사하는 은성.
은성 : 고은성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많이 가르쳐 주세요! (꾸벅하고)
동료들 : (박수로 환영 해 주고)
인창 : 근데요, 매장 직원이 왜 갑자기 공장으로 왔어요?
은성 : (멋모르고) 공장으로 가라고 발령 나서 왔는데요?
공장장 : (얼른 분위기 돌리는) 해산!
동료들 : (흩어지면)
공장장 : (할머니에게 지시 받은 게 있는지라) 입사 연수 때 공장 견학하고 기본 교육은 받았으니까,
강주임 따라 다니면서 공장 돌아가는 거 자세히 배우도록 해요.
은성 : (웃으며) 네-
S#41. 본점 매장
손님 많은 매장. 한 쪽에 서있는 환, 매장 휘- 둘러본다.
테이블 닦거나 티슈 채우거나 하면서 각자 일하고 있는 직원들 모습 속에 은성은 없다.
환 : (뭔가 허전한 느낌 드는, 무심코 바지 주머니에 손 넣는데)
은성(E) : 이봐요! 주머니에 손 넣고 있으면 어떡해요?
환 : (멈칫, 얼른 손 빼는데)
점장 : 이봐 선우환. 자네 리모컨 없으면 작동 못하는 로봇이야?
환 : (왜 또 시비야? 쳐다보면)
점장 : 따라 다니면서 일일이 지시하는 고은성씨 없으면 작동 중지냐구!
환 : (오르는) 새로 들어오는 손님이 없잖아요.
점장 : (좌식 코너 가리키며) 안 보여?
환 : (어지러운 손님들 신발 보지만 모르는) ?
점장 : 신발 정리 해. (카운터로 가는)
환 : (후- 하고 간다. 옆에 신발 정리하는 집게 있지만 생각도 못하는, 발로 쓱쓱 밀어서 신발 정리하는데)
손님 : (50대 남, 막 식사 마치고 신발 신으려다 보는, 기분 나쁜) 자네 지금 내 신발 갖고 뭐하는 건가?
환 : (멈칫 보면)
손님 : 손님 신발을 발로 찍찍 밀어? 여긴 직원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 거야!
손님들 : (식사하다 돌아보는)
S#42. 점장실
화난 얼굴로 환 쳐다보고 있는 점장.
점장 : 어떤 음식점에서 손님 신발을 발로 밀어?
환 : 손으로 남의 신발을 어떻게 만집니까?
점장 : 옆에 집게는 폼으로 세워놨어? 고은성씨가 신발 정리 교육 안 시켰나?
환 : 시키긴 시켰는데,
점장 : (여지없이) 너 지금 당장 공장으로 가.
환 : 어디로 가라구요?
점장 : 매장에서는 손님 응대 못하는 직원은 필요 없으니까, 너 필요한 곳으로 가.
환 : (모멸감에 오르는) 점장이 이렇게 맘대로 해도 되는 겁니까?
점장 : 파트타임 직원 인사권은 점장 소관이야. 고용도, 해고도.
환 : (멈칫하면)
점장 : 충분한 시간 줬어, 그 동안. (쏘아보며) 해고 될래, 공장 갈래?
환 : (보다가) 한 달이 코앞인데 해고 되겠어요? (탁 돌아서는)
점장 : (으휴... 답답하다는 듯 보는)
S#43. 공장 앞
점심 먹고 나오는 은성과 현실.
은성 : (배 만지며) 밥을 너무 먹었나 봐요... (하품 나오는)
현실 : 배 꺼지게 스트레칭 해요. (적당히 스트레칭 하는)
은성 : (쭉 기지개 켜는, 기지개 켠 채로 몸 양 옆으로 스트레칭 하는데)
환 : (슈트 차림으로 꼿꼿하게 걸어 들어온다)
은성 : (무심히 보다가 환 보는, 잘못 봤나?... 하다 헉! 눈 커지는데)
현실 : (동시에) 어머 어머 저게 누구야?
환 : (들어오다 기지개 켠 채로 멈춰서 입 딱 벌어져 있는 은성 보는)
은성 : (눈 마주치자 얼른 손 내리며 다가가는) 여기 웬일이에요?
환 : (쪽 팔린다) 너 심심할까봐 왔다.
은성 : (도저히 영문 모르겠는) 뭐라구요?
공장장 : (나오는) 니가 환이구나?
환 : (멈칫하면)
공장장 : 나 기억 못하지? 니 애비랑 같이 이 공장 첫 삽 뜬 공장장 아저씨다.
환 : (아버지 얘기에 멈칫해서 공장장 보는, 어색하게 꾸벅하는) 안녕하세요.
공장장 : (착잡한 듯) 민석이 아들이 공장 일꾼으로 왔어...
은성 : (놀라서 눈 커지는)
공장장 : (안타까움에 긴 얘기하기 싫다) 강주임, 탈의실 안내해 주고 작업 지시해요. (환에게) 꾀부리지 말거라. (들어가는)
환 : (여기저기서 모멸감이다. 후- 하는데)
은성 : (기겁해서) 여기 일하러 왔어요? (또?)
현실 : (환에게 당한 일 있다. 너 잘 걸렸다) 잡부 한명 온다드니, 오라 이 도련님 이시구만?
환 : (또 뭐야? 아직 현실 못 알아보는)
은성 : (영문 몰라 둘 번갈아 쳐다보는)
S#44. 공장
현실 따라 다니면서 각 기계 설명 듣고 있는 은성,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경영자 위한 공장 운영 시스템 교육 받고 있는 것.
환, 작업복 입고 버무린 김치 담아놓은 박스 숙성실로 옮기고 있다.
무거운 바구니 낑낑거리며 들고 가던 환, 잠시 내려놓고 숨 돌리는데...
현실 : (힐긋 돌아보며) 아 빨리 빨리 못 합니까-
환 : (휙 쳐다보는)
현실 : (다가가며) 남자가 힘을 쓸려면 이런데 써야지 말입니다!
환 : (순간 멈칫하는)
<6회 52씬에서 ‘환이 밀쳐서 뒤로 넘어질 뻔 했던 현실’>
환 : (아! 기억나는, 현실이 왜 갈구는 지 알겠다. 아후- 하는데)
현실 : 30분 안에 끝내고 냉장실 청소 들어갑니다!
은성 : (그런 환 안 된 듯 보는데)
환 : (또? 기막힌 듯 현실 보다가 은성 보는, 얼른 바구니 팍 들고 가고)
S#45. 환 집 주방
앞치마하고 식탁 닦다가 전화 받고 있는 영란.
영란 : 우리 어머니 침대를 보낸다구?... (잠시, 좋은) 그러엄, 좋아하시겠지.
(잠시) 어 알았어, 어머니한테 말씀 드리고, 어머니 방 치워 놓을게... (끊는)
S#46. 할머니 방
평상복 차림으로 갈아입고 영란과 마주 앉아있는 할머니.
할머니 : 환이가 승미하고 결혼을 했어, 결혼을 약속했어? 내가 왜 승미 엄마한테 침대를 받아?
영란 : 어머니 환이랑 승미 사이 몰라서 이러세요?
할머니 : 젊은 애들 사일 내가 어떻게 알어? 끼어봤어야 알지.
영란 : 어머니 승미 마음에 안 드세요?
할머니 : (은성과의 희망은 있지만) 안 들게 뭐있어? 공부 잘하고 참하고 야무지고, 며느리 삼고 싶다고 너한테 닳도록 들었는데.
영란 : 그런데 왜 침대는 안 받을라 그러세요?
할머니 : 선물이 너무 과하면 선물이 아니라 뇌물이야.
영란 : 어머니, 성희 그 정도 재력 돼요? 그 흙침대 매장도 심심해서 하는 거지 돈 벌려고 하는 거 아니에요.
할머니 : 그래 승미 아버지가 건설업으로 돈 잘 번다 그랬지?
영란 : 네.
할머니 : (지금까진 별 관심 없었다) 무슨 회사라고 내가 들었나, 안 들었나?
영란 : 이름 못 들어봤는데? 그냥 작은 건설 회사랬어요.
할머니 : 아니 넌 니 친구 남편 회사 이름도 몰라?
영란 : 말씀 드렸잖아요? 성희, 재혼한 남편 얘긴 통 안 해요. (살짝) 재혼한 거 창피해 하거든요.
할머니 : 사별해서 한 재혼인데 창피할 게 뭐가 있어?
영란 : 어머니나 저는 어쨌든 일부종사했잖아요. 그리고 성희 걔는 고등학교 때도 막 수다스럽게 속 얘기 안했어요.
딱 지금 승미라고 보시면 돼요.
할머니 : 그래 병으로 간 거야, 사고로 간 거야?
영란 : (갸웃하며) 교통사고라고 들은 거 같애요.
할머니 : 승미 몇 살 때?
영란 : (또 갸웃하며) 승미 열 살 땐가 열한 살 때라든가?
할머니 : 그럼 재혼할 때까진 뭐해서 먹고 살았대?
영란 : 그건 잘 모르겠는데요?
할머니 : 아니 넌 친구라면서 과부 된 친구가 뭐해서 밥 벌어 먹었는지도 몰라?
영란 : 저 민석씨랑 결혼한 이듬해 성희도 결혼해서 한 3년인가 지나서 연락 끊겼다가
환이랑 승미 땜에 5년 전에 다시 만났잖아요.
할머니 : 너랑은 인연이구나, 자식들 때문에 다시 만나고.
영란 : 근데 왜요, 어머니? 사돈 댁 환경이 어떤가 궁금하세요?
할머니 : 사돈은 환이가 승미랑 결혼하겠다고 해야 사돈댁이 되는 거야.
영란 : 환이는 승미랑 결혼 하라고 하면 싫다고는 안 할걸요?
할머니 : (대답 피하는) 얼른 니 친구한테 전화나 걸어.
S#47. 대리점 / 환 집 주방
핸드폰 받고 있는 백성희.
백성희 : 싫으시대?
영란(휠) : 아니 싫으신 게 아니라, 우리 어머니 성격이 워낙 깔끔하시잖니.
백성희 : (얼른) 어머 오해하셨구나? 나 승미 때문에 침대 보내 드린다 그런 거 아냐? 너 생각해서 그런 거지...
(잠시) 그래 알았어, 어... (끊는, 표정 싹 굳어지며) 부담스럽다구?... (기분 상하는)
S#48. 준세 레스토랑 (저녁)
준세, 혜리와 앉아있는 은성.
은성 : (혜리에게 돈 봉투와 작은 포장 상자 내밀며) 한꺼번에 다 못 갚아서 미안 해. 우유 배달 비 받고, 왕재수한테 돈 받으면
또 갚을게.
혜리 : (찡한) 이 돈을 받을려니까 가슴이 아프다.
은성 : 안 받으면 내 마음이 아프지.
준세 : (일부러 분위기 풀려는) 여자들끼리 너무 분위기 잡는다? 멀쩡한 남자 앞에 두고, 어?
혜리 : (웃으며 일어서는) 그럼 멀쩡한 남녀끼리 분위기 한번 잡으세요.
은성 : 어 있다 또 와.
준세 : (손 내밀며) 내 꺼는?
은성 : (작은 상자 꺼내며) 선물 안 사왔으면 클날뻔 했네. (탁 얹는)
준세 : 뭘까? (뚜껑 열어 손수건 보는, 타박처럼) 손수건이네? (은성 보는)
은성 : (예상 밖 반응에, 어? 하는데)
준세 : (손수건 꺼내며) 손수건 받으면 눈물 닦는 일 생긴다는데?
은성 : (그제야 웃으며) 오빠 같은 사람이 울 일이 어딨어요?
준세 : 울고 싶어 우는 사람이 어딨어? (웃으며) 고맙다. (또 놀리듯) 근데 겨우 이거뿐이야? 난 왜 밥 안 해줘?
은성 : 어떻게 알았어요? 정이가 그래요?
준세 : 정이 그 깍쟁이가 맛있다고 칭찬하드라.
은성 : (집에선 안 그래놓고? 웃으며) 정이 그, 깍쟁이 럭셔리 걸이 맛있다 그랬음, 그건 진짜 엄청나게 맛있는 거에요.
준세 : 봄나물에다 스테이크에다 고추장이라... 아이디어 좋든데.
은성 : 내가 비빔밥, 볶음밥 이런 건 완전 전문이에요.
준세 : (놀리듯) 그러세요?
은성 : 자폐 아이들은 고기 엄청 좋아하고 야채 징그럽게 싫어하고, 편식 심하거든요.
그래서 우리 은우 야채 먹이려고 볶음밥 야채 고로케에 비빔밥, 그러다 요리에 취미 생겼다니까요?
준세 : 은우가 니 인생을 바꿨구나.
은성 : (애잔해지는) 내 인생의 길을 찾아준 거죠.
준세 : (찡해서 보는데)
은성 : 전요, 자폐는 하늘에서 길을 잃고 지상으로 떨어진 천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하고 말도 생각도 다른 거죠.
준세 : 그럴 듯한데?
은성 : 그래서 우리 은우는... 피아노로 말을 하는 거에요.
준세 : (짠하게 보는)
은성 : 나중에 오빠 우리 은우 찾으면, 은우 눈 봐 봐요... 진짜 얼마나 맑은데?
준세 : 알아, 사진으로 봐도 맑아.
은성 : (눈물 어려) 우리 은우 말 알아들어줄 사람하고 있어야 되는데... 피아노는 치고 있을까?...
S#49. 천사의 집
아이들 옷 개고 있는 부인. 원장, 들어온다.
원장 : (둘러보며) 동우는 또 피아노 치러 갔나?
부인 : (웃으며) 아침에 가서 한참 치고 왔는데도 또 간다 아임니꺼.
원장 : 참말로 아가 화색이 돈다 아이가.
부인 : 누가 피아노 버리는 사람 없나 싶어예.
S#50. 피아노 학원 앞
허공에 피아노 치는 손짓하며 웃음 띤 얼굴로 걸어오던 은우, 뚝 멈춰서며 눈 커진다.
피아노 학원 앞에 트럭 세워져 있고 트럭 위에 학원 피아노 두 대 실려져 있고 인부들, 끈으로 정리하고 있다.
당황해 달려오는 은우, 자기가 치던 피아노 가리키고 학원 안에 있어야 한다는 듯 피아노와 학원 번갈아 손가락질 한다.
은우 : 피아노... 저기 있어야 되는 거야... 저긴데... (어쩔 줄 모르는, 또 다시 변한 상황에 혼란 느끼는,
두 손으로 머리 잡고 괴로워하고)
S#51. 천사의 집
원장 부부, 앞에 피아노 옆에 서있는 은우 사진 내밀고 있는 남자.
부인 : (사진보고 놀라) 엄마야, 야 우리 동우 아이가?
S#52. 환 집 할머니 방 (저녁)
노크도 안하고 문 벌컥 열고 들어오는 표집사.
할머니 : (놀라서 쳐다보면)
표집사 : 어르신! 은성 양 동생 찾았답니다!
할머니 : 찾았대?
표집사 : (감격에) 예, 찾았답니다!
할머니 : (흥분해서 당황하는) 어디서? 아니 우선 은성이, 은성이한테 연락부터 해!
S#53. 준세 레스토랑 (저녁)
놀란 얼굴로 핸드폰 받고 있는 은성.
은성 : (감격으로 눈물 어려) 우리 은우를 찾았어요?
준세 : (놀라서 은성 보는)
S#54. 환 집 거실 (저녁)
외출복 차림으로 급하게 주방 쪽에서 나오는 표집사.
소파에 앉지도 못하고 서성이고 있는 할머니. 영란과 정도 궁금한 얼굴로 앉아있다.
환 : (막 2층에서 내려오는데)
표집사 : 은성양은 친구하고 출발한답니다.
환 : (무슨 소리야? 보는데)
할머니 : (흥분했다) 그래? 친구 누구, (하다) 아냐 얼른 출발 해. 도착하면 전화부터 하고.
표집사 : 예,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급히 나가는)
환 : 아저씨 왜 저래?
정 : 고은성 잃어버렸던 동생 찾았대.
환 : 동생? (전혀 몰랐다, 놀라) 걔 동생 잃어 버렸었어?
S#55. 고속 도로 + 준세 차 안 (저녁)
운전하는 준세 옆자리에 앉은 은성, 감격과 설렘으로 머리도 쓸어내렸다가 두 손도 모았다가 하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눈물도 나고 웃음도 나는 은성.
준세 : 진정 좀 해. 그러다 은우 만나기도 전에 심장 터지겠다.
은성 : (흥분한) 진짜 심장 터지는 게 이런 건가 봐요.
준세 : 나도 드디어 천사를 보는구나?
은성 : 근데 어떻게 대구까지 갔지? 은우 같은 아이들은 익숙한 길 아니면 잘 안다니거든요.
준세 : 그러게...
은성 : (눈 감으며) 아- 우리 은우 빨리 안고 싶다. (설레서 미소 짓는)
S#56. 천사들의 집 마당 (밤)
난감한 표정으로 원장 부부 앞에 서있는 표집사와 남자.
은성과 준세, 뛰어 들어온다.
은성 : 은우야!
표집사 : (난감한) 은성양. (준세 보고 잠시 놀라는)
은성 : (웃으며) 아저씨 우리 은우 어딨어요? (둘러보는데)
부인 : (눈물 어려) 아이고 우짜꼬...
준세 : (느낌 서늘해지는)
표집사 : 어떡하죠? 은우가... 다시없어졌어요.
은성 : (놀라) 네?
준세 : 아저씨 그게 무슨 소리에요? 다시 없어지다뇨?
표집사 : 오후에 피아노 친다고 나갔는데 안 들어왔대요. 우리 오는 동안 이 근처는 다 찾아봤다는데, 아직 못 찾았어요.
은성 : (이게 무슨 소리야? 멍하니 보는)
준세 : (놀란 와중에도 은성 쓰러질까봐 미리 어깨 감싸는)
표집사 : 피아노 학원 주인 말이 오전에 은우 왔을 때 피아노 팔렸으니까 이젠 오지 말라고 했다는데,
여기에는 말을 안 하고 오후에 또 혼자 갔답니다.
부인 : 갔다가 학원이 텅- 비어 있으니까네 아가 놀라 피아노 찾는다고 헤매다 이래 된기 아인가 싶어예.
은성 : (처음 잃어버렸을 때보다 더 큰 충격이다. 믿고 싶지 않은 듯 눈만 껌뻑 껌뻑하는데 눈물 차오르는)
우리 은우가... 또 없어져요? (눈물 후두둑)
S#57. 도로 + 트럭 (밤)
피아노 두 대 실려 있는 트럭 화물칸. 운전석 뒤쪽에 파란 화물 덮개 길게 뭉쳐져 있다.
바람에 파란 천 한쪽 귀퉁이 펄럭이면 덮개를 이불 삼아 그 속에서 웅크리고 누워있는 은우 보인다.
S#58. 천사들의 집 방 (밤)
은성 앞에 2회에 입었던 은우 옷 꺼내주는 부인. 원장, 옆에 앉아있다.
은성 : (옷 보는, 은우 옷이다! 눈물 그렁해지며 떨리는 손으로 옷 집어 드는) 맞아요... 그날 아침에... 제가 입힌 옷이에요.
(옷, 가슴에 안으며 찢어지는 울음 우는) 은우야...
부인 : (눈물 어려) 우야꼬... 즈그 누나가 왔는데 야가 어데 갔노...
은성 : (마음 급한, 눈물 참으며) 우리 은우, 언제부터 여기 있었어요?
원장 : (갸웃하며) 4월 끝물 땐데, 정확한 날짜는 모르겠네.
은성 : (이해 안 되는) 그냥 대문 앞에 앉아있었어요?
부인 : 다 묵은 쪼꼬렛하고 쪼꼬우유곽 들고 앉아 있었다 아임니꺼.
은성 : (멈칫하는) 초코우유요?
부인 : 쪼꼬 우유 이거 누가 사줬노? 캤드니 엄마, 이러데예.
은성 : (놀라) 엄마... 라구요? (경악해서 굳어지는)
원장 : 그 말을 끝으로 영 입을 안 떼는기라. 이름을 물어도, 집을 물어도... 우리가 여서 30년 넘게 이 일을 하고 살았는데
이 근처 아는 아인거 가꼬, 입성도 깨끗한기라. 부모가 버린 아다 했다 아이가.
은성 : (설마... 새엄마다? 믿을 수 없는 사실에 충격 받고 굳어지는)
S#59. 서울 피아노 중고 매장 앞 (밤)
서있는 피아노 트럭. 인부들, 줄 다 풀고 피아노 내리려고 트럭 위로 올라서는데
파란 화물 덮개 속에서 자고 있던 은우, 잠에서 깬 듯 화물 덮개 속에서 부스스 일어나 앉는다.
인부1 : (보고 놀라) 어? 이 녀석 뭐야?
은우 : (놀라서 벌떡 일어서는)
인부2 : 야 임마, 너 왜 여깄어?
은우 : 아- (하며 후다닥 트럭에서 뛰어내려 어둠 속으로 도망치는)
S#60. 고속도로 + 준세 차안 (밤)
분노와 배신감으로 터질듯 한 가슴 은우 옷으로 누르고 굳어 있는 은성.
준세, 도저히 말 못 붙일 은성 분위기 걱정스럽게 보고.
<8회 67씬에서 ‘할머니가... 은우를 찾아 주신다구?’ 하며 놀라던 백성희>
은성 : (분노로 입술 떨리는)
S#61. 피아노 매장 인근 (밤)
숨어서 매장으로 들어가는 피아노 쳐다보고 있는 은우.
S#62. 서울 거리 + 준세 차 안 (새벽)
서울 거리 달리는 준세 차, 갓길에 선다.
준세 : (놀란 얼굴로 은성 돌아보며) 여기서 내리겠다구? 왜?
은성 : (문 열며) 나중에 봐요. (내리려는데)
준세 : (팔 잡으며) 은성아!
은성 : 나중에 전화할게요. (내리는)
준세 : (당황해 따라 내리며) 은성아!
은성 : (손들어 지나가는 빈 택시 잡는, 택시 타고 떠난다)
준세 : (당혹스럽게 보다가 얼른 다시 차에 타는)
S#63. 승미 집 거실
막 방에서 나오는 백성희. 승미, 욕실로 들어가려다 돌아본다.
백성희 : (아직 어색한) 일찍 일어났네?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승미 : 아침 회의 있어서요. (들어가고 욕실 물소리 들리고)
백성희 : (보다가 주방 쪽으로 가는)
S#64. 승미 아파트 앞 + 준세 차 안
와서 서는 택시. 은성, 은우 옷 들고 택시에서 내려서 보안게이트로 간다.
은성, 막 나오는 신문 배달원과 맞물려 열린 문으로 뛰어 들어가면 저만치 뒤에서 서는 준세 차.
막 차 돌려 나오는 은성이 탔던 택시 본다. 은성 놓치고 어디로 갔지? 두리번거리는 준세.
S#65. 승미 집 거실
울리는 벨소리에 주방에서 현관으로 가는 백성희. 욕실에서 물소리 들린다.
인터폰 화면에 화난 은성 얼굴 보인다.
백성희 : (의아한) 이 시간에 누구야? (현관으로 가다가 인터폰 보는, 은성 보고 헉 놀라는데서 엔딩)
<11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