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벌어진 노을 틈에 서서 젖고 있었지요
들소들의 영혼이 투욱투욱 흙 파는 소리가 들리면
적막 구덩이에 옥수수 알갱이가 몇알 떨어지구요
아카시아나무가 반 살다 놔둔 아카시아 가지를
그 위에서 첫 우기를 놓친 새끼 새도 한쪽만 살아 있으려나봐
이렇게 경사로로 둘러싸인 인생이 구릉을 넘을 때
애기처럼 부드러운 물이 남아 있는
벗은 나무 하나에 기대어 물어 보았습니다
가자,
들을 수 없는 슬픔으로 붉은 구릉을 하나씩 지어놓고
그 위에서 바람 지나가는 소리를 지르는
죽은 나무들은 지난해보다 더 낮아져 있습니다
길이 아니어도 넝쿨을 뻗는 구름이
운동화 끈처럼 풀어진 새들이 앉아 있는
마지막 늪지로 벌써 들어 가 있었습니다
나무들은 밀고 들어간 수련이 목만 내놓고 떠 있습니다
꿈이 있는 한엔 길을 보았다고
아름다운 나라를 만났다고 할 수 있지만
우리가 노을로만 된 가슴으로 가고
잘 엎어진 구릉만으로 저 길을 갈 수 있을지
무진 애를 써서 더 휘청거려 하는 거겠지요
돌 하나를 달고 가는 물방울처럼
붉은 하늘에 흰 달이 떠 있습니다
위 사진들은
김중만 사진 작가의 작품집 ...아프리카 아프리카에
게재된 사진들입니다
시는
그 책에 삽입된 황학주 시인의
...우리가 노을로만 된 가슴으로 갈 수 있을지 ....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김중만님의 사진들을 접하고
내 열정이
내 눈으로 내 손으로 가슴으로 뜨겁게 전해오다
뜨거움이 지나쳐서 얼음같은 차가움으로 굳어져 막막함으로 시리워 할 때
다시 한번 보게 된 이 사진들....
사진들을 직접 촬영할 수 없어
책에 있는 사진들을 작은 디카로 찍었더니
선명하지가 않습니다
김중만님은 ...자유 ...그자체 같더군요 ......
몸하나로 세상의 상처를 받아 안은 꽃타래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