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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데 덮친 ‘오일쇼크’, 발목잡힌 내수 봉제
최근 원유가 상승을 비롯한 원자재가 급등이 국가경제를 어렵게 하고 있다. 특히 봉제업계는 완제품 판매가를 올릴 수 없어 더욱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는데 원단가격의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봉제업계를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유가상승 등 원자재값 파동이 봉제업계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
원유가의 상승은 여러 생산단계를 거치면서 최종단계에 이르면 그 파급은 엄청나다.
3월들어 세계 유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가운데 화섬업계의 가격인상으로 직물업계 역시 가격을 인상했다.
그러나 최종 봉제품은 가격을 올릴 수 없는 입장이라 봉제업계는 타 업계보다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폴리에스테르와 나일론 원사의 원료로 사용되는 테레프탈산과 에틸렌글리콘 등의 값이 평균 30%나 올라 테레프탈산의 경우 지난해말 1톤당 460달러 하던 것이 지난 3월엔 650달러대까지 올랐는가하면 에틸렌글리콘은 440달러에서 840달러대까지 급등했다.
이 때문에 코오롱, 효성 등 주요 화섬업체들이 폴리에스테르와 나일론 원사의 가격을 평균 10센트씩 올렸다.
화섬업계는 지금의 영업적자는 내수침체보다 오히려 원가상승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하며 10%정도 올린 원사가격으로는 30%나 오른 원가부담을 맞추기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직물업계와 봉제업계에 미치는 악영향은 더 커진다.
직물업계도 보통 10% 이상 원단가격을 올렸으나 채산성을 맞추기가 어렵다.
화섬업계에 당분간만이라도 가격을 올리지 말아달라고 하소연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원단을 구입, 생산해야 하는 봉제업계인데 봉제품의 가격은 올릴 수 없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내수경기가 풀리지 않아 판매가를 하락시켜도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어려운데 생산비용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원자재값이 올랐으니 이중고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다른 생산비용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숙녀복 브랜드 K사의 관계자는 “좀더 가격이 저렴한 부자재 공급망을 찾기 위해 요즘 중국출장이 잦아지고 있다.
그러나 안정적인 공급망 찾기가 쉽지 않고 품질에 대한 검증도 되지 않아 애만 태우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에도 원부자재가가 천차만별이라 가격이 맞으면 품질이 떨어지고 품질이 괜찮다 싶으면 가격이 국내와 별반 다르지 않아 싸고 품질도 괜찮은 원부자재 공급망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칼 맞는 쪽은 직접 원단을 구입해 생산을 진행하는 봉제 프로모션쪽이다.
패션 메이커들이 생산공임하락으로 눈을 돌리기 때문이다.
잘하면 동결이고 자칫했다간 깎일 우려까지 있어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웨어를 생산하고 있는 I社의 K사장은 공임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동결되었는데 원자재가와 인금 상승을 고려하면 사실상 15% 이상 떨어진 셈이라고 말한다. “…원단가격이 올라 생산원가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원단값이 야드당 평균 200원가량 상승했습니다. 스타일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의 한 장에 평균 2야드가 소요된다고 가정하면 상당한 것이지요. 이는 예년에 비교해 평균 10%이상 오른 것입니다. 즉 생산자 입장에서는 10%의 마진이 줄어드는 셈입니다.
대부분의 원자재가가 올랐으나 완제품 판매가는 한계에 와 있으니 생산원가 부담을 줄이는 방법으로 공임밖에 없어 완사입업체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사실 올해의 임금상승을 감안하면 지난해보다 최소 7~8%의 공임이 올라야 그런대로 유지를 할 수 있는데 내수침체로 동결되는 것도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 지경입니다. 공임이 동결 되었을 경우, 임금상승에 평균 10%이상 오른 원단가를 고려하면 사실상 10~15% 정도의 공임이 깎인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 됩니다…”
이처럼 원자재와 임금 등 대부분의 생산비용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가와 공임은 제자리걸음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어 가뜩이나 판매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봉제업계는 채산성마저 더욱 악화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무엇보다 화섬업계와 직물업계가 원가부담 때문에 생산물량을 줄이고 있어 원단가가 더 오를 조짐도 있어 문제다. 이로 인해 국내 봉제업계들은 해외 특히 중국에서 원부자재를 공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원활하고 가능하면 가격이 저렴한 원부자재 공급망을 찾기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국내 봉제 생산업계 일부에선 생산원가에만 치우쳐 조악한 품질의 원부자재 공급이 늘어날 경우, 그나마 중국생산과의 경쟁력 우위를 보여 왔던 제품 퀄리티까지 그 경쟁력을 잃을까 우려된다고 밝히고 있다.
전 제조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는 원유가 상승에 대해 정부는 중동정세의 불안이 그 원인이라 대책 수립이 쉽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다만 기업, 국민들 스스로가 절약하는 길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자고나면 들썩이는 원유가 때문에 몸살을 앓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사태를 대비한 적절한 시스템 구축이 매우 취약했다는 비판이 많다.
[黃奎喆 記者] hkcid@bobbinjournal.com">hkcid@bobbin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