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케네 2 - 코린토스에서 피흐티에 내려 택시로 미케네에 도착해 유적을 구경하다!
어제 2024년 4월 30일 아테네 키피소스 터미널에서 버스로 코린토스에 도착해 아파트(연립주택)
에 체크인 후에 고린도로 가서 옛 유적지를 구경하고는 하룻밤을 잔후..... 5월 1일
아침에 코린트만을 구경하다가.... ‘코린토스’ 로 인해 발발한 “펠로폰네소스 전쟁” 을 떠올립니다.
그러고는 배낭을 메고 남쪽으로 10분을 걸어서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는데 미케네 Mycenae 로
가자면 나프플리온 Navplion 행 버스를 타고 도중에 피흐티 Fichti 에 내려 택시를 타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 코린토스 버스 터미널에는 저 버스가 오지지 않는다기에 2유로 하는 로컬 버스를
타고 코린토스 외곽 운하 근처에 있는 이스트모스 Isthmos 로 가서 거기 티켓오피스
에서 4.5 유로 하는 버스표를 끊어 아테네에서 오는 나프플리온 Navplion 행 버스를 탑니다.
버스는 남쪽으로 달리는데..... 여기 펠로폰네소스 반도는 밀과 올리브에 오렌지와 채소등 많은
농작물을 재배 중이니 한눈에 보아도 참 비옥해 보이는지라 문득 정승규
약사가 국제신문에 기고한 “흙에서 발견한 신약, 항생제와 면역억제제” 라는 글이 떠오릅니다.
고대 그리스 자연철학자 크세노파네스는 흙이 물질을 구성하는 만물의 근원이라 주장했다.
그는 “모든 것은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간다” 고 말했다. 세상을 구성하는
요소는 탈레스가 물을, 아낙시메네스가 공기를, 헤라클레이토스가 불이라고
말했는데.... 마지막으로 크세노파네스가 흙을 이야기함으로써 고대 4원소가 완성되었다.
오랫동안 인간의 정신을 지배한 4원소는 근대에 와서 모두 부정되었다. 원소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최소
입자를 말하는데 물은 산소와 수소로, 공기는 질소와 산소 등으로, 불은 고열의 플라즈마 상태로,
흙은 다양한 요소가 혼합되어 있다고 판명이 난 것이다. 그럼에도 인류는 흙에 대한 애착이
유독 강하다. 수천 년간 이어진 농경 생활을 통해 흙이 작물을 자라게 하는 생명의 원천이라고 생각했다.
1940년대 흙에 질병을 치료하는 물질이 숨어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결핵약 스트렙토마이신을 찾은
것이다. 스트렙토마이신의 등장으로 당시 만연한 불치병인 결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14세기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넘는 사람이 페스트균으로 죽었는데... 감염되면 피부가 검게 변한다고 흑사병으로 불렀다.
그에 반해 결핵에 걸리면 피부가 새하얗게 변하기에 백사병이라고 불렀다. 백사병의 공포에서
해방시켜준 스트렙토마이신은 흙에 있는 방선균이라는 미생물에서 나온다. 푸른
곰팡이가 만드는 페니실린 같이 미생물이 분비하는 물질로 다른 세균을 물리쳐 약효를 발휘한다.
황금알을 낳는 기적의 신약이 전혀 뜻하지 않은 곳에서 나오자 제약회사들은 흙에 눈독을 들였다.
1946년 미국 미주리 대학에 있는 흙에서 황금빛 오레오마이신이 발견되자 연구는 더욱 활기를
띠게 되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는 흙에서 항생제를 찾기 위해 뛰어들었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화이자는 당시 전 세계 토양 샘플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여행자
선교사 탐험가 항공기 승무원 학생 주부에게 사례금을 주고 전 세계의 흙을 수집했다. 브라질 오지
의 정글, 산꼭대기, 땅속 깊은 광산, 사막, 외딴섬, 무덤 등지에서 채취된 흙은 포장되어 택배를
통해 연구실로 보내졌다. 10만 종류 이상의 샘플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흙을 수집할 수 있었다.
이렇게 개발된 약이 테라마이신이다. 흙을 뜻하는 라틴어 테라(terra) 를 사용해 항생제를 의미
하는 마이신과 합쳐 테라마이신 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었다. 테라마이신은 100종 이상의
많은 균을 죽일 수 있는데 세균뿐만 아니라 기생충같이 병을 일으키는 단세포 생물,
원충까지 죽이는 능력이 있어 눈의 감염, 폐렴 매독 말라리아 등 다양한 감염증에 효능이 있다.
흙에서 잇따라 항생제가 발견되자 스위스 제약회사인 산도스 (현재는 노바티스로
합병되었음) 도 노다지를 찾는 경쟁에 나섰다. 1972년 산도스
연구팀은 노르웨이에 있는 흙 속의 곰팡이가 생산한 물질로 항균 능력을 테스트했다.
그런데 기대했던 세균을 죽이는 능력은 전혀 없었다. 대신 면역세포인 림프구
의 기능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다. 여기서 나온 약이
사이클로스포린 인데 항생제를 찾다가 의도하지 않은 면역 억제제를 찾은 것이다.
신장 간 심장 이식이 잇따라 성공하면서 이식후 일어나는 면역반응을 줄이기 위해 혁신적인
약을 찾던 시기였다. 프레드니솔론 같은 스테로이드나 항암제 계통의 약이 있었지만,
신통치가 않았는데 사이클로스포린을 투여하자 18% 에 불과하던 간 이식 성공률
이 68%까지 올라갔다. 사이클로스포린 덕에 장기 이식 수술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며칠전 유한양행이 개발한 폐암 치료제 렉라자가 미국식품의약국(FDA) 의 승인을 받았다.
렉라자는 폐암에 쓰는 표적 항암제로 기존 약에 비해 사망률을 30% 나 감소시킨
약이다. 스트렙토마이신, 사이클로스포린같이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신약을
속속 개발하고 있다. 지속적인 연구 투자로 신약 성공의 낭보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우리 버스는 40분을 달려서 피흐티 Fichti 에 내리니 4명 중에 관광객은 우리 부부 뿐이라
5유로 하는 택시를 잡아타고 미케네에 도착하는데 여긴 사람들로
인산인해 이니 그럼 대부분은 여행사 패키지 손님이고 나머지는 승용차로 오는 모양입니다?
여기 미케네 Mycenae 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매우 익숙한 이름이니.... 그리스의 시인
호머가 쓴 일리어드와 오디세이 중에 일리어드에는 미케네왕 아가멤논이
이끈 그리스 연합군이 멀리 흑해 입구에 자리한 트로이를 공격한 전투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울 마눌은 매표소에 다가가서는 안내문을 읽어보더니 65세 이상 실버는 반액이라며 여권을 내보이라고
재촉을 하기에...... 미심쩍어 하면서도 그리했더니 직원은 유럽 시민에 한해서 할인이 된답니다?
12유로 하는 입장권을 끊어서 안으로 들어가니 길은 두갈래인데... 오른쪽 유적은 조금 후에 보기로 하고 왼쪽
으로 내려가니 다시 왼쪽 아래에는 왕족들의 무덤인 Grave Circle A 인데..... 저건 나중에 보기로 합니다.
그러고는 마눌에게는 배낭을 지키며 잠시 휴식을 취하라 이르고
혼자서 먼저 오른쪽 아래쪽에 있는 박물관으로 들어갑니다.
여긴 유난히도 도기들이 많은데.... 그 모양이며 문양이 참으로 섬세하고 정밀하며
세련된 것이 도저히 3천년 전의 유물이라고는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여기 황금 가면은 이른바 미케네왕 아가멤논의 것서이라고 생각되는데.... 일리어드(일리아스)
는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로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가 저자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영국 레딩대학의 유전학자 마크 페이겔 및 연구팀은 호메로스가 《일리아스》를 쓴 것은 기원전 762년
에서 50년 전후일 것이라고 말했으니..... 현존하는 고대 그리스 문학 중 가장 오래된 서사시 입니다.
《일리아스》 이전의 미노스 문명과 뮈케나이 문명은 오랫동안 잊혀져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유럽 최초의 고전 문학은 《일리아스》 라고 할 수 있고, 실제로
《오디세이아》와 더불어 고대 그리스와 후대 서양의 문학, 예술, 문화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일리아스》 의 배경은 그리스 신화의 전설적인 트로이아 전쟁의 51일간을 다루고 있는데,
트로이아의 왕세자 헥토르와 아카이오이족의 용장인 아킬레우스,
이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하여 원한과 복수에서 파생되는 사람과 나라의 이야기 입니다.
인간의 비극과 정해진 운명을 벗어나지는 못할지언정 가능한 한 충실하고 명예로운 삶을 살아
가고자 하는 영웅들의 처절한 싸움을 보여주고 있으며 또한 9년 동안 계속된
전쟁의 상황과 전쟁에 관여하는 올림포스의 신들, 그리고 영웅들의 이야기 역시 조명됩니다.
《일리아스》가 가진 위상은 문학적으로든 역사적으로든 《오디세이아》 와
더불어 서양 문명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에 달해있다고 합니다.
수많은 작가들과 위인들이 세계사에 남긴 흔적을 파고 들면..... 그 근원에 《일리아스》 와
《오디세이아》 의 영향을 찾을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세계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 중 하나인 알렉산드로스 3세는 《일리아스》 를 자신의 경전으로 삼을
정도였고, 그런 그가 구축한 헬레니즘 문화 역시 《일리아스》의 연장선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일리아스》 의 번역은 오래 전부터 큰 이슈였으니 단순히 내용만 번역하는 게 아니라 본래가
시(詩) 인지라 원전의 운율과 분위기를 살려서 번역하는게 워낙 고역이기 때문인가 합니다?
최초의 영역판은 조지 채프먼 (George Chapman) 의 번역이니 존 키츠는 이를
읽고 감명받았는지 아예 소감을 다룬 시를 쓰기까지 했는데.... 하지만
영미권에서는 알렉산더 포프의 번역이 가장 훌륭하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1720년이니 워낙 오래 전의 번역이고 오늘날의 번역과는 달리 라틴어 바탕이라 아킬레우스 대신 아킬레스,
오디세우스 대신 율리시스 등으로 지칭되고 아카이아인이 아니라 그리스인으로 지칭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포프는 원본의 운율을 살린 번역을 함으로써 번역된 시 자체가 하나의 훌륭한 작품이란 평가도 받고
있으며..... 《일리아스》 번역 덕분에 포프는 돈 걱정하지 않고 살았다고 할 정도로 성공했다고 합니다.
물론 비판하는 사람도 많아서 너무 형식에 맞춰서 기계적이라는 비판도 받았다고 하는데.... 그 외에 리치몬드
라티모어(Richmond Lattimore) 판, 로버트 페이글 (Robert Fagle) 등의 번역 등이 유명하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일리아드 Illiad ” 라는 이름으로 훨씬 널리 알려져 있으니 이는 라틴어
와 영어에서 쓰는 표기가 《일리아드》 이며..... 국내에 알려진 그리스 신화
관련 자료 대부분이 영어 → 일어 → 한글로 이어지는 중역이기 때문이라 여겨집니다.
그러나 《일리아스》 가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이니 만큼 원제를 중시하여 그리스 발음인
'일리아스' 로 표기하는 것이 옳으니...... 천병희 교수의 직역판도 《일리아스》 라는
제목을 사용하며, 위키피디아나 백과사전에서도 《일리아스》 를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2010년대 들어서 차츰 교정된 결과, 2020년에는 《일리아스》 라는 표기법이 훨씬
더 많아졌으며, 여러가지 판본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를
한 가지 판본으로 만든 것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사서인 제노도투스 라고 합니다.
《일리아스》 전체에서 트로이아의 첩자를 오디세우스와 디오메데스가 죽이는 10권은 후대에
추가된 부분이라는 설이 있는데, 이런 탓인지 스티브 미첼 판의 영역판은 10권을
빼고 부록으로 넣어버렸으니 사실 10권을 빼도 전체 구성에서 큰 문제가 없다는 말이 많습니다.
한국에서도 여러 역본이 있지만.... 영어나 일어판이 아닌 희랍어에서 직접
번역한 천병희 교수의 번역이 오랫동안 대표적으로 사랑받아 왔습니다.
2023년 6월에 호메로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이준석 교수가 아카넷에서
새로운 일리아스 원전 번역본을 내놓음으로써 또 다른 희랍어 원전 번역본이 생겼습니다.
천병희 교수와 비교한다면... 상대적으로 의역에 가까운 천병희 역본은 문장이 쉽고
물 흐르는 듯한 반면에 신화적인 장중함이 줄어들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직역인 이준석 역본은 호메로스의 표현을 그대로 살림으로써 신화적인
장중함을 얻은 대신 문장이 조금 거친데, 물론 상대적인 특징이라
천병희 역본도 호메로스 문장을 잘 살렸고 이준석 역본도 문장 읽기에 무리가 없습니다.
천병희 번역 : 노래하소서 여신이여!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아카이오이족
에게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고통을 가져다주었으며 숱한 영웅들의 굳센 혼백
들을 하데스에게 보내고 그들 자신은 개들과 온갖 새들의 먹이가 되게 한그 잔혹한 분노를!
이준석 번역 : 노여움을 노래하소서, 여신이여,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의 노여움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고통을 아카이아인들에게 안겨주었고, 그 많은 영웅들의 강인한 목숨을
하데스로 떠나보내었으며, 그들 자신을 온갖 개 떼와 새 떼의 먹이로 만든 그 저주받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