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천도재 봉행하는 현종스님의 녹색 산문집
억지로라도 쉬어가라
현종스님 지음
동식물 천도재, 어떻게 하나요?
20년 넘게 현덕사에서 동식물 천도재를 지내고 있다고 하면 질문이 쏟아진다. 천도재는 어떻게 지내는지, 위패는 어떻게 쓰는지, 집에서도 반려동물을 위한 천도재를 지낼 수 있는지 등등, 흔히 볼 수 없는 천도재다 보니 궁금증도 큰 모양이다.
현덕사 동식물 천도재는 '사람으로 다친 영혼, 사람으로 위로하다'라는 주제 아래, 인간의 탐욕으로 희생된 동물과 식물이 육도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길 발원하는 법석法席이다. '모든 존재는 불성佛性을 지니고 있다'는 부처님의 생명 존엄 가르침을 알리고 공존·공생의 문화를 확산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키우던 반려동물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위패를 올리고 축원하는 분들도 많아졌다.
먼저 탑다리니에 동식물의 위패를 모신다. 반려견이나 반려식물같이 자신과 인연을 맺었던 동식물의 이름을 적거나, 알게 모르게 뭇 생명에게 해를 가했던 이들이 참회의 뜻으로 이름을 적어 올린다. 또 로드킬을 당했거나 각종 개발 공사로 목숨과 보금자리를 잃은 오소리, 고라니 등 유주무주有主無主의 동식물 이름을 적기도 한다.
차상옥 영가의 사십구재
어느 누구에게나 부모님은 위대하고 무량공덕입니다.
만권의 책이며 작은 도서관입니다.
일생을 만인의 귀감으로 사셨고 소리 없이 몸소 이끌어 주셨습니다.
이제 고귀한 살림살이는 역사가 되었고 기억이고 추억일 뿐, 인자한 말씀도 따뜻한 미소를 이제는 더 볼 수 없어 애통함이 하늘을 찌릅니다.
두루마리 글 중 일부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추모하는 자식의 애절한 심정을 담은 글은 법당에 앉은 가족을 울렸다. 막상 장례 때는 처음 겪는 엄청난 슬픔과 상실감으로 아무 경황이 없이 지나간다. 그랬던 가족들이 사십구재 동안 차차 슬픔이 잦아들고 이별의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부모님 유훈을 되새기고 형제자매 간 우애를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된다. '조상 잘 모시면 잘 산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모든 사람이 겪는 사별의 고통과 슬픔을 어느 쪽으로 승화할 것인가는 남은 자의 몫이다. 차상옥 영가의 자식들은 사십구재를 지내며 형제간 우애를 나누고 돈독하게 다진 듯했다.
참으로 행복해지려거든
버리고 버려도 또 버릴 게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특히 스님이나 신부, 목사 등 종교인들이 항상 입에 달고 사는게 비우고 나누며 살자는 거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나를 비롯해 종교인들이 더 욕심이 많은 듯하다. 명예, 권력, 재물 등등 모든 것을 다 가지려 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요사채 정리를 하면서 느낀 건 아무것도 필요 없다는 사실이다. 다 버리고 살아도 된다는 것을 느꼈다. 분명 버리고 줄이면 나의 삶이 좀 더 가벼울 것이고, 그 빈자리에 행복이 스며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