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회원 환영회 관광코스 소개
수필가 정임표
구미는 고려 말의 충신이자 조선 성리학의 뿌리를 마련한 야은 길재 선생의 숨결이 깊게 서려 있는 고장입니다. 그의 발자취를 따라 조선시대 선비 정신을 되새겨 보는 깊은 의미가 있는 곳입니다. 관광은 크게 금오산 권역과 오태동 권역으로 나누어 알차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만 집행부 행사 계획에는 오태동 코스는 없는가 봅니다. 참고 자료로 안내 합니다.
-금오산 권역
먼저 금오산 도립공원 초입 인근에는 채미정과 야은역사체험관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어 함께 도보로 둘러보기 좋습니다. 대한민국 명승 제52호로 지정된 채미정은 조선 영조 44년에 건립된 정자입니다. 중국 은나라의 백이와 숙제가 고사리를 캐먹으며 절개를 지켰던 고사에서 이름을 따왔으며, 고려를 향한 불사이군의 충절을 지킨 길재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졌다 합니다. 정자 주변으로는 금오산의 맑은 계류와 울창한 숲이 그림처럼 어우러져 있고, 경내에는 유생들이 공부하던 구인재와 신도비, 시비 등이 함께 남아 있어 고즈넉한 정취 속에서 산책을 즐기기에 제격입니다.
채미정을 돌아보시면서 매죽헌 성삼문(成三問) 선생이 지은 고시조 <절의가(絶義歌)>를 감상해 보시는 묘미도 있습니다. 중국 주나라의 개창에 반대하며 수양산에서 고사리를 캐 먹다 숨진 백이와 숙제의 고사를 인용해서 사육신의 단심을 노래한 시조인데 다들 아시지만 소개 합니다.
<절의가>/ 성삼문
수양산 바라보며 이제를 한하노라
주려 죽을진들 채미(採薇)도 하난 것가
비록 푸새인들 긔 뉘 따(땅)에 났다니
이 시조를 읊다보면 저절로 고려 말 3은의 한 사람인 포은 정몽주의 단심가가 떠오릅니다.
단심가/포은 정몽주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변할 줄이 있으려
초등학교 때 하여가와 단심가를 배우고 그걸 밥상머리에서 아버지 앞에서 줄줄 외우자 아버지께서 필자를 참으로 기특하게 여기시던 장면이 눈에 선합니다. 채미정을 나와 바로 인근에 위치한 야은역사체험관으로 향하면 길재 선생의 생애와 청빈한 선비 정신, 그리고 우리나라 성리학의 흐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두 곳 모두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금오산 대공원 주차장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야은 묘소 인근
여기서 차량으로 약 15분에서 20분 거리에 떨어진 오태동에 길재 선생 묘소가 있고 그 입구 낙동강변(남구미 IC) 쪽 인근에 지주중류(砥柱中流)비가 있습니다.
조선 선조 20년 당시 인동현감이었던 유운룡이 지방 유림들과 뜻을 모아 건립한 이 비석은 경상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황허강의 거센 물살 속에서도 꼿꼿이 버티는 지주 산(바위산)에 비유하여, 혼란스러운 격동기 속에서도 끝까지 절의를 지킨 길재의 굳은 선비 정신을 기리고 있습니다. 중국 명필 양청천의 글씨로 '砥柱中流' 네 글자가 묵직하게 새겨져 있고, 뒷면에는 서애 류성룡이 지은 비음기가 더해져 있어 역사적 깊이와 진중함을 더 합니다. 필자가 청년 시절에 이 비석의 힘찬 글씨에 매료되어 사진을 찍어 온 게 있는데 수필가협회 입회한 첫 문학 기행을 다녀와서 쓴 졸작 <단속사 가는 길>에서 정여창 고택에 걸린 “충효절의(忠孝節義)”란 네 글자가 이 글씨와 쌍벽을 이룰 만하다고 남긴 바 있습니다.
고려 말 삼은의 으뜸 격인 목은 이색은 성균관의 대사성(최고 교육기관의 책임자)을 지내며 정몽주를 비롯해 길재, 권근, 삼봉 정도전 등 고려 말 조선 초를 이끈 당대 최고의 석학들과 인재들을 직접 가르치고 길러낸 스승이자 학문적 거목이었습니다. 조선사회는 목은 이색의 성리학 정신이 꿈꾸던 유토피이라고 보면 맞을 것입니다.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흔적
낙동강 건너 지금은 구미 공단이 된 마을이 칠곡 인동인데 인동 장씨가 영남 유림의 양반 가문으로 우뚝 선 것도 야은선생의 곧은 정신을 물려받은 덕이 아닌가 합니다. 박정희 대통령 사후, 비극의 현대사인 12. 12 사태 때 끝까지 저항한 장태완 사령관 고향이 인동입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구미 사곡, 김재규는 사곡 인근의 선산으로 알고 있습니다.
의리와 지조를 지키며 성리학의 유토피아를 꿈꾸던 영걸들이 만들어 간 역사의 물길이 어떻게 흘러갔으며, 오늘의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켜 놓았는지를 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회원님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학창시절에 제현들께서 다 배운 바 있는, 목은 이색이 남긴 시조 한 편을 소개하고 마칩니다.
회고가(回顧歌)
백설이 잦아진 골에 구름이 머흐레라
반가운 매화는 어느 곳에 피었는고
석양에 홀로 서 있어 갈 곳 몰라 하노라
(추신: 필자는 대경선 교통카드가 내년 되어야 발급된다고 합니다. 교통카드가 없는 회원은 미리 열차표를 예매해야 하는지도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