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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유유자적 등산여행클럽 원문보기 글쓴이: 무념무상
페루의 수도 리마의 중앙 광장. 아르마스 광장이라고도 한다. 이곳을 중심으로 주위에 60여 개 박물관이 있다. |
‘페루와 일본’. 이 이름들은 태평양전쟁(1941년 12월 7~1945년 8월 15일)을 일으킨 일본을 비롯한 전체주의 국가에 대항하여 연합국으로 참여한 국가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일본계 이민자들에 대한 폭동이 일어났던 사건을 연상시킨다. ‘독재자와 그의 딸’은 아버지 스탈린(Joseph Stalin, 1879년 12월 18일~1953년 3월 5일) 때문에 “나는 어디를 가나 정치범이었다”고 자서전 ‘친구에게 보낸 20통의 편지’(1967년)에서 고백한 스탈린의 딸 스베틀라나(Svetlana Alliluyeva, 1926년 2월 28일~2011년 11월 22일)를 떠오르게 한다.
그렇게 시작한 생각은 대선에서 후지모리에게 졌지만, 2010년 ‘권력의 구조 지도와 개인의 저항과 패배’를 다룬 작가로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바르가스 요사(Jorge Mario Pedro Vargas Llosa, 1936년 3월 28일생)와 일본계 이주민보다도 100여 년이나 일찍 왔던 중국계 이주민 등으로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리마의 구시가지로 들어가는 입구인 라우 광장. |
■아르마스 광장의 혼잡 속에서
셔틀버스에 내려서 숙소를 정하고 중앙광장 (Plaza Mayor de Lima, 혹은 아르마스 광장 Lima Plaza de Armas)으로 나오자 너무나 많은, 전혀 인종을 짐작할 수도 없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서로 섞이고, 서로 다른 신체적 특징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광장에서 잉카문명, 잉카제국, 잉카인은 어디서 찾아볼 수 있을까?
리마(Lima)는 1821년 7월 28일에 독립한 페루 공화국의 수도, 1535년 1월 18일 스페인 정복자 피사로(Francisco Pizarro, 1471년~1541년 6월 26일)에 의해 ‘왕의 도시’(Ciudad de los Reyes)로 설립된 식민 도시, 그 이전 15세기 잉카제국으로 통합된 도시에 지나지 않는 곳일까?
그 답을 찾으려 1551년 5월 12일에 설립된 산 마르코스 국립대학교(National University of San Marcos)의 중앙도서관이나 1821년 독립과 함께 창설된 국립중앙도서관(National Library of Peru)으로 갈까? 뜬금없이 발작하는 교수라는 직업병을 아주 쉽게 억누르지 못한 채, 광장 주위 박물관 순례에 나선다.
■광장을 중심으로 수많은 박물관
리마의 중심지를 이어주는 유니온 거리. |
광장을 중심으로 60개가 넘는 구시가지의 박물관들 가운데 공화국과 수도의 역사와 유물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박물관으로 발길이 먼저 열린다.
국립 고고학, 인류학 및 역사박물관(National Museum of Archaeology, Anthropology and History)은 공화국의 독립과 함께 국가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1822년에 설립되어 관련 자료와 박물관들의 통합을 통하여 1992년에 재개관한다. 박물관에는 기원전 8세기에서 공화국의 건국에 이르는 과정을 유물이나 유족, 표본 등으로 보여주고 있다. 옛 중앙은행 건물을 박물관으로 사용하는 중앙은행 박물관(Central Reserve Bank of Peru)도 잉카문명 이전의 고고학 유물들과 현대 미술 작품들을 동시에 보여준다.
국가의 차원을 수도 지역으로 더 구체화하면, 이 지역의 전문 박물관들이 기다리고 있다. 수도 리마 박물관(Museo Metropolitano de Lima)은 국가가 아니라 지역의 역사, 잉카제국에서 스페인 식민지를 거쳐서 공화국 시대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라르고 박물관(Larco Museum)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기 이전의 토산품과 미술품을, 산토 도밍고 수녀원 박물관(Museo del Convento de Santo Domingo)은 유럽 이주 정착민의 역사를, 종교재판 박물관(Museum of the Inquisition)은 스페인 식민지 초기 시대 가톨릭으로 개종하기를 거부한 원주민에 대한 재판과 징벌을, 국립 아프리카-페루 박물관(National Afro-Peruvian Museum)은 스페인 식민지 시기에서 독립하기까지 아프리카계 페루인의 역사와 유물을 보여주고 있다.
■함께해서 아름다운 유니온 거리
리마에 있는 페루 국립 고고학 인류학 및 역사 박물관. |
고고학, 인류학, 역사를 전문으로 다루는 박물관들은 수도 리마의 옛 이름이 ‘이야기하는 사람(talker)’이나 ‘말하는 사람’(speaker)을 뜻하는 리마크(Limaq)였으며, 원주민은 잉카인이 아니라 이치마(Itchyma)이며, 시내를 흐르는 리마크 강(Limac River)이 ‘이야기의 강’임을 말해 주지 않았다.
옛 이름과 원주민들이 사라진 도시는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이주민과 인디오 원주민 간의 혼혈에 시작되어 몇 세대를 거친 촐로(cholo), 현존하는 원주민 케추아족(Quechuas)과 아이마라족(Aymara), 유럽계, 아시아계, 아프리카계 현지민이 모여서 살고 있음을 뜻하는 유니온 거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그 거리의 끝에서 쿠스코 거리를 따라서 가면 차이나타운이 기다리고 있다. 타운은 홀로가 아니라 현지 재래식 메르카도 중앙시장(Mercado Central)과 이탈리아 공원과 함께 있다. 리마처럼 우리 부산도 순수 혈통이나 인종을 구별하고 차별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길 바란다.
민병욱 교수 부산대 국어교육과 bmw@pusa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