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여년, 3대가 잇는 술도가 당진 <신평양조장>
해나루쌀과 하얀 연꽃의 으뜸 조화, 백련막걸리
충남 당진 조용한 마을에 자리한 <신평양조장>. 1993년 처음 술을 빚기 시작해 할아버지에서 아버지로, 아버지에서 또 아들로 3대째 이어지는 전통의 양조장이다. 그 기나긴 시간이 어디 거저 이어졌을까. 켜켜이 쌓인 시간 따라 깊이 숙성된 맛으로 지난 2009년 청와대 만찬주로 선택되었을 만큼 ‘술맛’도 빠지지 않는다. <신평양조장>으로 ‘우리 전통주’ 여행을 떠나보자.
하얀 연꽃이 은은한 향을 내는 백련막걸리
이름 그대로 ‘막 걸러낸 술’이라는 뜻의 막걸리. 그런 연유로 가끔 하찮은 술로 대접받기도 하는 우리술 막걸리는 소주·맥주와 더불어 시름을 달래주는 효자. 예로부터 서민들이 만들어 맛보던 누구나 부담없이 즐기던 술이다. 하지만 그의 맛과 역사를 찾아가다보면 결코 가볍게 대할 수만은 없게 된다.
1933년 술 빚기 시작, 맛과 영양 모두 잡은 웰빙 막걸리
1930년대 술을 빚기 시작한 <신평양조장>의 과거(왼쪽) 모습과 현재(오른쪽). 지금도 여전히 술 익는 냄새가 풍겨온다 지난 2013년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된지 2년만에 개원한 <백련양조문화원> 내부. 술의 전통과 역사에 관한 전시는 물론 막걸리 빚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80여년 간, 3대가 대를 이어 술을 빚고 있는 충남 당진의 <신평양조장>과 그곳에서 빚어내는 백련막걸리가 주인공이다. 당진 신평면 작은 마을의 <신평양조장>은 2009년 청와대 만찬주로 선정되기 전부터 역사만큼이나 진한 술맛으로 애주가들에게 사랑받아왔다.
처음 막걸리를 빚어 팔기 시작한 것은 1933년. 강산이 8번은 변하고 또 변할 긴 시간이다. 다른 술들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할 때도 있었지만 생(生)막걸리의 유산균이 몸에 좋다는 소문과 더불어 ‘막걸리 붐’이 종종 일면서 토대를 만들 수 있었다. ‘웰빙 술’로 이름을 알리면서 수년 간의 연구 개발과 투자로 2007년 백련막걸리를 선보였다. 당진 태생의 최상급 해나루쌀과 연잎을 주원료로 탄생한 백련막걸리는 맛은 물론 건강까지 챙기는 ‘가상함’덕분일까. 2009년에는 청와대 만찬주로 선정됐다. 깊은 맛은 살리되 부드러운 목 넘김으로 관심을 끌었다. 여기에 노폐물 제거에 탁월한 연잎을 더했으니 ‘웰빙족’과 ‘애주가’들이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우리 <신평양조장>은 기본에 충실하자는 생각이에요. 술을 빚는 기본 재료에 투자를 아끼지 않은 이유죠. 당진에서 나는 최고급 해나루쌀로 고두밥을 짓고, 깨끗한 연잎을 세 번 덖어 내니 술맛이 좋을 수 밖에요. 여기에 막걸리가 발효되는 온도에 신경쓰고 잡균이 섞이지 않도록 철저한 위생관리를 하고 있어요.”
[왼쪽]<신평양조장>의 김용세 대표와 그의 아들 김동교 부사장
[오른쪽]80여년 간 이어져온 양조장의 세월을 말해주는 술 항아리. 철심으로 꿰맨 자국이 눈길을 끈다
<신평양조장>의 2·3대 대를 잇고 있는 김용세·김동교 부자의 설명이다. 창업주 김순식 1대 대표의 뒤를 이어 김용세 옹이 지켜온 양조장을 이제는 그의 아들 김동교씨가 물려받아 꾸려나가고 있다.
[왼쪽/오른쪽]80년의 역사를 함께 한 양조장 내의 고택 / 익어가는 술. 발효하고 있어 기포가 일어난다. 저어주면서 온도를 맞춰줘야 한다 [왼쪽/오른쪽]백련막걸리의 주원료 당진 해나루쌀 / 하얀연꽃
“어렸을 때 양조장 바로 옆에서 살았어요. 양조장은 저의 놀이터이자 생활공간이었던 거죠. 자연스럽게 술이 익어가는 걸 보고 자랐어요. 다니던 직장과 할아버지부터 이어진 양조장을 두고 고민했죠. 무엇보다 가업을 잇겠다고 결심할 수 있었던 것은 백련막걸리에 대한 확신이 컸어요.”
양조장 옆 전통주 문화체험장 <백련양조문화원>
술을 빚기 위해서는 고두밥(왼쪽), 누룩과 효모(오른쪽)가 필요하다
청와대 만찬주로 선정되면서 주문량도 늘었고 방송출연도 많아졌다. 여기에 지난 5월 <신평양조장> 바로 옆에 전통주 문화체험장인 <백련양조문화원>을 개원했다. 2013년, <신평양조장>이 농림부에서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된 지 2년 만의 준공이다. 내국인 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도 즐길 수 있는 막걸리 빚기(2시간·2만5000원)와 막걸리 소믈리에 클래스(2시간·2만5000원), 증류주 체험(3시간·4만5000원)과 누룩전 만들기(1시간30분·2만5000원) 등의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체험은 15명 이상의 단체신청이 가능. 다양한 체험뿐 아니라 술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3대를 이어온 <신평양조장>만의 자부심과 철학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체험 프로그램 문의는 신평양조장 홈페이지(http://koreansul.co.kr) 또는 전화(041-362-6080)로 하면 된다. 15명 미만의 인원이 체험을 원할 경우 토요일 오후 1시에 진행되는 상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니 기억해두자.
신평양조장에서 내놓는 술은 모두 4종류다. 주머니 가벼운 서민들 즐기기 부담없는 ‘백련 생막걸리 스노우(2009 청와대 만찬주 선정)’를 필두로 프리미엄 막걸리인 ‘백련 생막걸리 미스티(2014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대상)’와 ‘백련 살균막걸리 미스티(2012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대상)’가 있다. 살균막걸리는 목넘김이 부드러워 술을 잘 못하는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다.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백련 맑은술(2013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장려상)’ 은 삼성신년회 만찬주로 선택되면서 관심을 끌었다.
내외국인 관광객 모두 즐기는 전통 술 빚기 체험
자, 전통의 양조장을 찾았으니 술 빚기에 도전해보자. 먼저 술밥이라고 불리는 고두밥을 찐다. 고두밥이 완성되면 살살 펴서 식혀낸다. 고두밥의 열기가 효모를 죽이기 때문이다. 술을 발효할 때에는 효모의 활동으로 열이 나는데 이때 중간 중간 저어주어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막아준다.
막걸리 빚는 과정, 첫 번째. 쌀을 불려서 고두밥을 짓는다 고두밥에 누룩과 효모를 적당량 넣어(왼쪽) / 물기가 생길때까지 충분히 주물러준다(오른쪽) 일주일 정도 발효시켰다가 거름망에 원주를 걸러내면(왼쪽) 술지게미(술비지)가 남는다(오른쪽). 배고픈 시절에는 이걸로 허기를 달래기도 했단다. 물론 많이 먹으면 취한다 원주는 우리가 아는 막걸리보다 약 2배 정도 도수가 높다. 여기에 물을 섞으면 막걸리 완성!
고두밥을 잘 식혔으면 물과 누룩을 넣어 조물거린다. 양조장에서 술을 빚을 때에는 2~3일에 한번씩 저어주고 섞어주지만 체험에서는 물기가 생길 때까지 주물러주는 것으로 대신한다. 그리고 집으로 가져가서 일주일 정도 발효시키면 원주가 완성된다. 원주는 시중 판매되는 막걸리 도수보다 2배 가량 높은 15도 정도 된다. 도수는 제법 강하지만 의외로 부드럽게 넘어간다. 아직 발효가 완성되지 않아 ‘톡’ 쏘는 맛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물을 섞으면 ‘수제 막걸리’가 완성된다.
막걸리도 빚어보고 싶고 양조장에서 술 익는 소리도 듣고 싶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그것이 어렵다고 해도 서운해 할 필요는 없다. 강남역과 가로수길에 <신평양조장> 백련막걸리를 다양한 안주와 맛볼 수 있는 <셰막>이 있기 때문이다. 무더위와 장마의 나날들이 기다리는 여름에도 전통의 술도가에서는 맛있게, 더 맛있게 술이 익어간다.
여행정보
1.주변 음식점
우렁이박사 : 당진시 신평면 서해로 / 041-362-9554
당진제일꽃게장 : 당진시 백암로 / 041-353-6379
신평기사식당 : 당진시 신평면 서해로 / 041-363-7090
회미리 : 당진시 신평면 삽교천 / 041-363-3321
2.숙소
베니키아호텔 당진 : 당진시 송악읍 반촌로 / 041-356-5757
해동장 : 당진시 신평면 신평로 / 041-362-6230
산수장여관 : 당진시 신평면 신평로 / 041-362-6444
첫댓글 대단한 양조장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