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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때로는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놀라 움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우연히 들른 예전 창고로 쓰던 걸 개조한 소금 박물관이 바로 그것이다. 전시장 안에는 벽을 따라 부착된 알찬 내용을 담은 설명 자료들이 이어졌다.
인간은 소금 확보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 울였다. 바닷물을 햇빛에 증발시켜 채취하 는 천일염(天日鹽), 지각변동으로 바닷물이 갇혀 굳어진 고체 소금을 파내 얻는 암염(巖鹽), 소금기 있는 지하수를 증발시켜 채취 하는 정염(井鹽), 소금 든 진흙을 물로 씻어 증발시키거나 소금기 있는 호숫물을 끓여 얻은 조염(粗鹽)이 있다.
소금은 인류에게 고대부터 중요한 교환수 단이었다. 우리의 경우 소금이란 용어 자체 가 소금을 금(金)처럼 귀하게 여긴 까닭에 ‘작은 금’이란 뜻에서 비롯한 이름이다. 동양권에서는 신하 신(臣), 소금물 로(鹵), 그릇 명(皿)을 뜻하는 글자의 조합으로 이 뤄진 소금 ‘염(鹽)’ 자는 소금에 대한 국가권 력의 지배를 뜻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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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서 소금(salt)의 어원은 소금을 뜻하 는 라틴어 ‘SAL’에서 시작되었는데, 건강의 여신을 뜻하는 살루스(salus), 봉급을 뜻하 는 샐러리(salary), 소금으로 급료를 받던 병사를 뜻하는 솔저(soldier) 등이 모두 여 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프랑스대혁명(1789)이 발생하게 된 이유, 미국 남북전쟁에서 남군이 패한 요인, 인도 간디의 비폭력불복종운동에 수많은 민중들 이 동참한 계기도 소금과 관련 있었고, 중국 당(唐)나라 멸망 야기한 대규모 농민 반란 을 주도한 황소(黃巢)도 소금장수였다.
소금 생산지가 매우 중시되었는데, 오스트 리아의 잘츠부르크(Salzburg)는 이름 자체 가 ‘소금 성’이라는 뜻이다. 소금을 만드는 집을 뜻하는 독일어의 할레(Halle, Haller in, Hallstatt, La Salle), 미국 솔트레이크 시티 (Salt Lake City), 터키의 투즐라(Tuz la), 이탈리아의 트라파니(Trapani)도 소금 생산에서 유래했다.
볼리비아의 살라 데 우유니(Salar De Uyu ni)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염전이 있었으며, 콜롬비아에는 커다란 소금 동굴 속에 지어 진 소금 성당이 유명하다. 폴란드 크라쿠프 근처 비엘리치카 지하에 있는 소금 중앙 홀, 성당, 지하 호수 등은 수많은 관광객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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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에 펼쳐진 하얀 마분지에 바둑판처럼 선을 그어 접었다 펼쳐놓은 듯한 태평염전 풍경은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매력으로 다 가온다. 3km에 걸쳐 도열한 66개에 이른 다는 소금창고 행렬 보는 것만으로도 이색 적이다.
오늘 숙소인 엘도라도 리조트에 짐을 풀었 다. 엘도라도(El Dorado)라는 뜻이 탐욕과 약탈로 인식되는 황금으로 가득한 보물섬을 내포할진대, 힐링(Healing), 슬로시티(Slo w city)로 상징되는 증도의 최고 숙박시설 이름이 엘도라도일까? 이름은 어쨌거나 열 어 놓은 창문 사이로 들려오는 바닷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밤새 바닷내음을 맡아서일까? 상쾌한 기분 으로 잠에서 깬 후 아침나절을 길게 펼쳐진
우 전해변을 걸었다. 깃 우(羽), 밭 전(田), 커다란 새 한바다가 이륙하는 더없이 느슨 하고 넓어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한쪽으로는 긴 모래밭 해수욕장을 이루고 또 한편으로는 빼곡한 소나무 숲을 따라서 산책을 즐겼다.
방축리 도덕도 앞바다 해저유물 현장을 둘 러보고 나오니 어느덧 태양은 서쪽으로 기 울어져 있다. 썰물이라 갯벌 중간중간 고인 웅덩이에는 장뚱어가 헤엄치고 구멍에서 나온 게들은 재빠르게 어디론가 움직이고 있다. 갯벌과 갯벌 사이에 아치형 나무다리 인 짱뚱어다리에 올라서니 갯골을 물들이며 지는 석양이 더없이 아름답기만 하다.
그냥 이대로 여기 주저 앉아버려? 하지만 다음 행선지로 가야 하는 부담 때문에 못내 발걸음이 안 떨어지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증도를 빠져 나왔다.
(2019. 10)
- 오창훈 글, <Slow City 신안군 증도 > -
첫댓글 이웃한. 섬티아고 와 함께. 가보고 싶은곳!!! ~~ 좋은글 잘보았습니다!! 이젠 너무 유명해져서 ~~복잡할까봐 걱정인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