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력의 가계
우남정
여자만에 가면 그 여자가 있다 부르기 전부터 이미 불려온, 갯비린내를 문신처럼 새긴 여자 섬달천*에 가서 달을 밟는다 부서진 달의 파편들이 발바닥에 박힌다 달의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여자도를 본다 가슴이라 불리는 봉긋함 긴 머릿카락을 행구는 파도 외로움이라는 중력을 이고, 스스로 부력이 된 여자가 떠있다 뱃길이 자주 끊기는 여자도, 바닷바람에도 혀끝이 지금거린다 질척거리는 발목, 개흙 덧칠한 얼굴, 그녀의 허리엔 서슬 푸른 칼이 매여 있다 파도에 갈린 저 칼날은 신들린 것처럼 비명을 자른다 밀물과 썰물의 가랑이 사이로 입을 벌린 꼬막들 어린 칠게들은 서로의 등 위로 넘어지며 칭얼거린다 살점을 베이고, 닻줄에 매달려 흔들리는 여자도 두 무릎이 헐은 여자도 자기 몸의 무게에 눌린 여자도 갯벌 위로 미끄러진다 그녀의 어머니. 그 어머니의 어머니, 그 어머니의 어머니도 만삭의 몸을 질질 끌고 다니다 해초처럼 몸을 푸는 만灣. 터진 옆구리마다 남자도 하나, 둘, 매달려 있고
어둠이
섬의 등뼈에 불을 결 때
울음조차 부력으로 바꾼 저 여자도 마침내 깊어져 바다가 된다
만조의 해수면 아래로 제 몸을 누인다
_계간 『시와산문』 (2026년 여름호)
_우남정 시인
2008년 『다시올문학』 신인상, 201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
김포문학상, 매일신문 시니어문학상, 모던포엠문학상 수상
시집 『구겨진 것은 공간을 품는다』,『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저녁이 오고 있다』, 『뱀파이어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