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시평 6/헌 집, 새 집]당신은 왕이로소이까?
솔직히 말하자. 나는 대통령관저와 집무실인 청와대靑瓦臺를 왜 광화문이나 국방부가 있는 용산으로 옮겨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하여 그 논란에 전혀 끼고 싶지 않다. 다만, 당선되자마자 꺼낸 화두話頭가 ‘청와대 이전’인 셈인데, 취임하기까지 두 달도 남지 않은 짧은 기간에 ‘여러 반대’에도 불구하고, ‘두꺼비집’ 노래마냥 왜 그렇게 ‘막무가내’ 강행을 하려는 것인지가 의아하다. 누구나 알다시피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지 않는가. 국민은 두꺼비도 아니고 개돼지는 더더군다나 아니다. 그런데, 국민이 아무말도 하지 않았는데, 국민들이 오래 전부터 ‘대통령의 집’이라고 정해 주고, 오랫동안 ‘5년 정부’를 이끌어온 사람들이 그 집을 써온 마당에, 왜 ‘그까짓 5년 정부’의 새 대통령이 뭐라고 왜 새삼스레 ‘헌 집 내줄 게, 새 집 주세요’라고 떼를 쓰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새 집 주세요’가 아니고 ‘새 집 내놓아라’ ‘안내놓으면 안들어간다’ ‘아예 임시막사에서 나라를 이끌겠다’며 사뭇 협박조가 아닌가. 그분은 이런 것을 일본말로 '뗑깡'이라고 하고 우리말로 '몽니'라고 하는지나 아실까?
이런 시튜에이션이 속담 ‘서천 소가 웃는다’에 해당될까. 시정市井의 장삼이사들도 이사移徙를 하려면 적어도 6개월 전부터 계획을 세우지 않던가. 뉴스를 통 보지 않다가 엊그제 ‘어쩌다’ 한번 보았는데, 여론조사에서 ‘청와대 용산 이전 반대가 60%를 넘는다고 한다. 졸속이사의 후유증을 염려하는 현정부를 ’새로운 힘‘으로 격하게 몰아붙이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게다가 신-구 대통령의 회담조차 돌연 취소 등 우여곡절을 겪고 있지 않은가. 말하자면 ’초장부터 뭔가 삐끗하는 것같아 영 불안'해 하고 있는데, 한 친구가 군사전문가가 쓴 글이라며 카톡을 보내왔다.
알고보니, 그 군사전문가는 10여년 전 수인사를 나누기도 한 기자출신 친구였다. 그 글을 읽다보니, 전문적인 내용은 전혀 모르지만 청와대 이전 논란에 대해서 막연히 염려했던 부분이 확실해진 것같아 더 불안해졌다. 전문全文인지도 모르겠으나 제목이 “졌다. 하고 싶은 대로 하시라”인 그 글의 전부를 옮겨본다.
<사실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의 용산 집무실 입주를 가장 반대했던 건 '윤핵관'들이다. 적어도 상식 있는 사람들이라면 준비도 덜 된 상태에서 대통령 입주를 건의할 인물은 없다. 이분들이 방송에 나와 하는 설명도 “만류했지만 당선자가 결정할 일”이라는 이야기다. 국민여론이 반대로 나와도 소용없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찾아가 우려를 전달했으나 소용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만류한 걸 “대선 불복”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구걸하지 않겠다”며 토라져서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 드러누워 버렸다. 백약이 무효다. 내가 구구절절 여기서 뭔 이야기를 또 해봤자 들을 리가 없다. 그런 대통령 당선자이시다.
간담회, 공청회, 토론회 한 번도 없이 국가 대사가 결정되었다. 정부부처 합동회의도 없었고, 전문가 검토도 없었다. ”대선 기간부터 검토했다“는 김용현TF팀장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 그런 검토는 원래 없었고, 3월 12일에 한 국방부 출입기자가 아이디어를 내자 이를 덥석 받아 3월 14일에 국방부에 ”3월 중에 청사를 비우라“고 한 거다. 이건 내가 취재를 해서 몇 번 확인한 진실이다. 초현실적인 속도감이다. 아무리 준비를 잘 해도 무수한 문제가 터질 거다. 그토록 국가 위기관리가 문제가 많다고 해도 ”안 듣겠다“는 오만방자하고 거짓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들과 싸울 생각이 없다. 별 탈 없이 잘 되기를 바랄 뿐이다.>
”(진 놈이 무슨 말을 하겠는가) 싸울 생각이 없으니 하고 싶은 대로 하시라. 그저 별 탈 없이 잘 되기를 바란다“ 는 ’김종대‘라는 군사전문가의 논평이 자못 시니컬하다. 그가 팩트체크를 해보니 '말짱 거짓말'이라는 게 아닌가. 누구 말을 믿어야 할까. 처음부터 거짓말로 시작해서 거짓말로 끝낼 정부가 아니기를 빈다. 그분뿐만 아니라 우리도 ”그저 별 탈 없이 잘 되기만을 바랄 뿐“이지, 무슨 뾰족한 방법이 있겠는가. '건곤일척의 대회전'에서 져서 ’칼을 쥐어준‘ 우리가 잘못한 것이니. 무슨 말을 덧붙이랴. 어느 매체에서 '새 대통령에 바란다'라는 글을 600자 정도 써달라는 전화가 왔는데, "무슨 소리냐? 불난 집에 부채질하냐. 원통, 분통, 절통해 죽겠는데"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했지만, 민주시민으로서 어찌 새 대통령과 정부가 잘못하기를 바라겠는가. 성공하는 대통령, 성공한 정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태극기부대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 할 것은 없다. 그런데도 못내 씁쓸하다. 소태를 씹어본 적이 없어 그 쓴맛이 어떤지 알 수 없지만, 그 속담이 생각난다. 그런데도 한 마디 하자면, 이 나라는 결코 150년 전의 봉건제 군주국가가 아닌 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이다.
착각하지 말기 바란다. 대통령은 절대로 임금(王)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그의 부인은 ’왕비王妃’이고 ‘국모國母’인가? 프랑스의 권위있는 신문은 '콜걸'이라고 명기했다. 아, 이 쪽팔림. 쪽팔림은 '한순간'이고 권력은 영원한 것인가. 그들 집안의 '가문의 영광'일까. 머리카락을 쥐어뜯어도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레가시 언론들은 더 이상 ‘단어 유희遊戲’를 일삼지 말기 바란다. '깨시민'들은 알고 있다. '바보대통령'은 말했다.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고. ‘제 버릇 개 못준다’는 속담처럼 그 부부의 연애스토리를 써제키는 등 벌써 ‘용(윤)비어천가’ 나팔을 불어대는, 이제는 보통명사가 된 ‘조중동’은 곧 죽어도 반성을 하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아무튼 대통령=왕‘이라는 착각에 그분의 뇌 속에 깊게 각인이 되어 있다는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는 일화가 있다. 지난해 그 당(’국민의힘‘당, 현대 한국정당사상 이렇게 웃긴, 일본 정당 이름을 고대로 가져온 당명黨名은 처음 봤다. 오죽하면 ’국짐(국민의짐)당‘이라고 할까)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그분은 ’王‘자가 씌여진 손바닥을 앞으로 자랑스레 펼치며 떠벌떠벌, 중언부언, 좌충우돌, 천방지축, 속성학습으로 ’암기‘한 듯한 내용을 말하곤 했다. 그것도 3번이나. 그때 내가 알아봤다면 오버일까? 아니다. 대통령을 왕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민주국가 정치지도자가 되면 안될 일이었다. 그런데 졌으니 어쩌겠는가? 나라를 망하게만(전쟁만 일어나지 않도록) 하지 않으면 좋겠다. 제발 적선하고. ”그까짓 5년이 뭐 대단하다고? 겁 없이 까불면 안된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혀는 자신의 몸을 베는 칼'(설참신도舌斬身刀)이 된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윤핵관들이 일제히 반대했는데도 ’내가 만인지상 왕인데 어느 넘이 반대를 해. 삼족을 멸하거나 능지처참, 쇄골표풍하기 전에 까불지마라‘는 식으로 청와대 이전을 밀어붙이는 저 속내(어느 심리학자의 평처럼 ’애초부터 권력욕의 화신‘이어서 그런가)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홍사용 시인의 <나는 왕이로소이다>라는 시 제목이 생각나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아, 언감생심, 당신은 진정 이 나라의 왕이로소이까?
첫댓글 죽을 일이다!
광화문이 불가능하자 국방부를 건의했다는 국방부 출입기자란 자가 누군지?
정치부 기자란 사람이 <정말 외람되오나....>를 외친 자가 누군지?
내 SNS 소스로는 확인이 안되네!
*
작명 센스도 이정도면 예술급이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