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밤바다
류윤모
여행에 홀로의
약간의
양념같은 불안
감미로운 고독이
독처럼 번지는
쓸쓸한 낭만이라도 없으면
눈요기의
일과성 관광일 뿐이지
긴 여정 끝에 낯설고 물선 항구
여수에 발을 내디디면
부우 부우~
상한 뱃고동 소리
불현 듯
여수旅愁가 전신을 휩싸는
실루엣 드리운
그림자하나
한줄기 바람 되어
펄럭, 펄럭이며
변압의 낙조가 눈빛을 지져대는
일직선의,
물 망망 수평선에나
하염없는 눈길 주다가
아스라히 멀어져간 추억하나 불러와
지나간 날과 동행한들
다만 외롭기만 할 것인가
휘황찬란한 폭죽놀이를 방관할수야없지
야경을 그냥 旅愁의 잠으로나 때우기엔
본전치기의 자투리 해 아깝지
떡벌어지는 7첩 반상을
홀로 앉아 받는 호사 끝에
이쑤시개 물고
흥청거리는 야시나 찾아
잘 맞는 벙거지 모자 하나 사 서
백수의 얼굴 가리도록 푹 덮어쓰고는
하릴없이,
다들 웃고 떠드는 쌍쌍
삼삼오오의 거리나
작년에 왔던 각설이처럼 배회해볼까
여정을 더욱 사무치도록깊고
뼈저리게
팔짱낄 주변머리없는 늦은 나이에
홀로 떠나온 이방인이라 할지라도
감미로운 뒷맛만은
쓸쓸하나마 남는 여정이 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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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소개
여수 밤바다 / 류윤모
은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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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1 19:48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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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하이데거의 '그들'과 '불안'의 철학소로 이 시를 들여다보면, 불안은 이 정도에서 출발해서 확장되어야 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