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는 (내가 맡고 있던 운동부가 펜싱부였다)
아이들이 짜놓은 빨래처럼 후줄근하다
반소매 옷을 입고 있어도 더운데 더운 여름 날 마스크를 쓰고
도복을 입고 뛰어야 되니 얼마나 더우랴
언제나 백년손님처럼 찿아오는 전국체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체육부 한해 농사의 결실이기도 하다
9월 중순경 내가 담당하는 펜싱부는 에페와 플러레 두 종목으로
플러레는 코치가 D대학으로 2주일동안 전지훈련을 가고
에페종목은 내가 담당하여 대전대학으로 1주일 전지훈련을 갔다
대학교근처에 숙소를 잡고 대전대체육관에서 훈련을 하였다
나는 할일이 없어서 체육관에 나가서 아이들 운동하는 것도 보고
헬스장에서 웨이트도 하고 대전근교 산에도 다니면서 시간을 보냈다
수요일 저녁 무렵 코치에게서 전화가 왔다
“감독선생님! 대구에 안내려오세요?”
그렇잖아도 D대감독님게 인사도 할겸 다녀오려던 참이었다
“별일없이 애들은 훈련 잘하고 있지? 내일이나 그곳에 가려던 참이야,
감독님께 내일 저녁이나 함께 먹자고 말씀드려라”
코치도 내가 간다니 반가운지
“네. 내일 뵐게요”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D대 펜싱부감독은 86아시안게임 2관왕으로
모교에 근무하면서 펜싱부를 지도하고 있었다
나와 함께 근무하는 펜싱부코치는 원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D대학교를 졸업한 30대 초반으로 내가 여학교에서 근무하면서
가르치던 제자와 결혼하여서 각별한 사이였다
다음 날 오후
코치에게서 저녁 6시에 저녁약속을 잡아놨다면서 전화가 왔다
아이들에게 대구를 다녀온다고 이야기를 하고 4시경 출발하여 D대에 도착하였다
플러레 아이들을 만나서 사가지고 간 음료수와 간식을 전해주고 대학생들에게는
20만원을 준비하여 회식이나 하라면서 주장에게 주었다
전지훈련을 가면 언제나 우리애들을 레슨도 해주고 게임도 뛰어주고,
기술도 가르쳐주고 여러 가지로 돌보아 주어서 고맙게 생각하던 차였다
(그런 것들이 인연이 되어서 D대에 입학하여
3학년인 아이 한 명은 현재 국가대표이다)
D대 감독님도 반가워한다
수인사를 건네고 수성구 근처 감독집근처에 육회를 잘하는
소고기집이 있는데 그리로 가자면서 음식점을 예약했다한다
차를 체육관 앞에 주차를 해놓고 감독차를 타고 코치와 함께 대구로 향하였다
퇴근시간이라 그런지 차량이 밀리기 시작한다
20분이면 갈 거리를 40분 걸렸다면 감독이 툴툴거렸다
시내에 들어서자 아파트가 즐비하다
감독은 집에 차를 주차해놓고 온다면서 우리를 음식점 앞에 내려주었다
10층짜리 큰 건물이었다
코치는 몇 번 와본 듯 나를 안내하여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6명의 좌석이 준비되어 있는 방으로 안내되어
자리에 앉아 밖을 보니 온통 아파트 숲이다
“감독님 자택이 저 건너편에 보이는 백년가약청 아파트예요”
코치가 이야기하여 준다
“학준아! 감독님말고 누가 또 오냐? 6자리나 되는걸 보니..”
“아, 녜, 사모님과 아이들도 함께 오나봐요”
“그래? 이참에 사모님 얼굴도 보고 애기들도 보면 좋지, 애들이 딸만 둘이랬지?”
“예, 중학교 3학년과 1학년입니다”
잠시 뒤
D대감독이 두 딸과 사모님과 함께 왔다
인사를 한 뒤 저녁을 들었다
이집이 대구에서도 알아주는 소고기육회를 잘하는 집이라고 한다
난 생선회는 좋아하지만 육회종류는 거의 먹지 않는다
그래도 내가 대접하는 입장이니 어쩔 수 없다
D대감독은 술을 마실 때 꼭 폭탄주를 마신다
소주와 맥주를 큰 통에 함께 붓고 잔을 하나로 하여 끝없이 돌린다
그날도 예외없이 폭탄주다
누구나 예외는 없는데 나만은 술이 워낙 약하여 3:1, 4:1로 인정해주었다
때론 코치가 내 잔을 마시기도 하고..
아이들은 저녁을 먹고 집으로 보낸 뒤
사모님과 넷이서 폭탄주를 마셨다
처음부터 끝까지 펜싱이야기다
아마 10번도 더 들은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들었다
나도 내 주량을 넘어서서 3-4잔 마셨다
화장실을 가고 싶어서 일어서서 나가자 코치가 화장실을 알려준다
우리가 앉은 방과 반대편이었다
넓은 홀과 많은 방의 손님들이 떠드는 소리들이 시끄럽다
화장실을 나와서 잠시 휴게실 의자에 앉아서 밖을 보았다
어느 순간 아래쪽에 있던 간판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동화나라유치원’
어디서 본 듯한 간판인데....
어디서 봤더라?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
창가에 다가서서 아래를 보자 규모가 큰유치원이었다
큰정원에 가로등이 빙둘러 서있다
잠시 눈을 감고 있었다
“감독선생님! 주무세요?”
코치가 흔들어 깨운다
잠시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코치가 찿으러 왔나보다
내가 조금 흔들리자 코치가 부축하여 함께 방에 갔다
D대감독이 쳐다보면서
“감독선생님! 조금 취하신 것 같아요”
“녜, 오늘은 많이 마셨어요”하면서 자리에 앉자
사모님과 감독이 웃었다
술 몇 잔에 취하다니..
“좀전에 이 건물 뒷편에 보니 큰 유치원이 있는데 정원이 아름답더군요”
“아, 녜.. 아마 대구에서도 몇 번째 안가는 큰 유치원이지요,
우리애들도 여기를 나왔어요”
곁에서 이야기를 듣던 사모님도
“원생들도 몇 백 명이 넘는 큰 유치원으로 시설도 좋고 낮에 보면
유치원이 엄청 넓어요, 선생님들도 아주 열성적으로 지도해주셔요,
그래서 입학 때면 여기 들어오려고 난리도 아녀요”
어느 순간
머릿 속에 전광석화처럼 한 기억이 스쳐갔다
까맣게 잊었던 연인산에서 만났던 여자분!
어쩐지 유치원이름이 낯익다 했더니, 그때 준 명함에서 잠시 보았던,
아마 이 유치원 직원이라했지
등산복에 명함을 넣고 그냥 세탁기를 돌리는 바람에 구겨져서
말릴려고 책상 위에 펴놨더니 아내가 버렸던 명함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내가 웃자 모두들 의아한 듯 쳐다보았다
간략하게 연인산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자 그제사 이해가 가는지
그런 일이 있었냐며 이야기들을 했다
“아.. 그때 명함을 준 여자 분이 이 연정 씨라 하던데 직원들 중에서
그런 분 아세요?”
내가 사모님을 쳐다보면서 묻자
“이 연정 씨요? 선생님들이 워낙 많아서요”
잠시 생각하는 눈치더니
“원장님 성함이 이연정 씨 같던데..”
엥? 원장님?
갑자기 D대감독이
“소문에는 이 건물도 그 유치원꺼라고 하데요,
여기 지배인을 불러서 원장님 이름을 물어봅시다”
이야기하면서 호출기를 눌렀다
홀에서 써빙하던 아주머니가 달려왔다
마침 안주로 먹던 육회가 떨어져서 시키려던 참이었다
“아주머니! 육회 4인분 하고요, 최지배인님 잠깐 오시라하세요”
잠시 뒤 40대의 깔끔한 양복차림의 사내가 나타났다
감독을 보더니 형님 하고 부르면서 반갑게 인사를 한다
“최지배인! 내가 뭘 물어버려고, 저기 유치원원장님 이름이 어찌되지?”
지배인이 의아한 한 듯
“형님! 갑자기 원장님 이름은 왜?”
“음, 그럴 일이 있어서..”
“녜, 성함이 이 연정 원장선생님이세요”
순간 머릿 속이 띵하게 울리면서 하예졌다
모두들 나를 쳐다보았다
세상엔 별일도 다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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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을 지우려다가 원글이 지워졌네요 미안합니다요 ㅎ
았싸비요,......역사가 지금부터여? 제발 용두사미는 되지 말기요....
사내 대장부가 칼을 뽑았으면 무우라도 찔러야 함다...ㅋㅋㅋ
칼을 빼면 목을 쳐야지 무우는 왜짜른담 ㅎㅎ
복선도 이정도로 깔리면 수준급이구만......요즘 드라마는 아예 얽히고 설키는게 넘 재미 없는데..
수준이하쥬 ㅎㅎ
적당히 젊은데다가...
호리호리 큰 키에 하얀 목덜미가 눈에 쏘옥 들어오는 미모에다가...
큼지막한 건물 소유에 유치원까지...
금상첨화!!!
후훗~ 누구라도 유혹 뿌리치기 어렵겠는디요???
태수쌤~ 복 터졌네!!! ㅋㅋㅋㅋ~
글쎄요, 복일런지 화일런지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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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무슨, 이 글은 그냥 지나간 한 어느 날의 일상글이라네ㅎㅎ
ㅋ ㅋ ㅋ 우연이 아닌가봐요~ 인연인가? ㅎ 갖출건 다 갖춘 아름다운여인~~ㅎ
기왕이면 동가홍상이라고 그래야 더 맛나는 것 아닙니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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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소설이네요 ㅎㅎ
소설같은 인연 앞으로의 이야기가 기대되네~~~ 태수의 사랑 이야기 ㅎㅎ
혹여 대구 내려올때 부터 마음은 콩밭에 가있을것 같은 예감이 ㅋ 혹여 뻥은 아니제~~~
글쎄, 인생의 걸말은 미리안다면 재미있을까? ㅎㅎ
장편 픽션으로 갑시다.ㅎㅎ
벌써 감잡으면 재미없지, 언제나 반전은 있는 것이니.. ㅎㅎ
작가로 등단해도 좋을듯 ~ 기대히시라 개봉박두 5부를 ~ㅎ
더 부담되네요 ㅎㅎ
아이고~ 답답해라...
물을 끓일꺼가 말꺼가
시방 그것이 문제로다.
나는 꼭 요런 생각만 하는지 모르겟네...쩝
큰개울 아래에서 불피우면 개울전체가 매운탕이 되는가? ㅎㅎ
우리방 연재소설로 계속합시다 ~~쌤 다음편은 언제????
오늘부터 개학이니 시간이나 나려는지 모르겠네 ㅎㅎ
이정도 되면 사실이 아닌 이야기도 계속 쓰라는 아우성이군..흐흐..
독자들의 마음이 채워질때까지 그대는 손가락 운동 쉬지 말기를..
여론이 무섭구랴 ㅎㅎ
동화나라 유치원 하니 난 금새 연인산 그 여인이 떠오르느만
ㅎ 술 취하면 온 전신이 마비 상태가 되니 기억도 뒤늦게...
스쳐가는 인연 일지라도 아름답게 가꾸어 보아요 다음편을 기대 합니다 그때가 언제일까 아련하네 ~
몇 년 되었다우, 2005년인가? 6년인가 ㅎㅎ
체면,교양 그딴거 따지지 말고 외설이라도 눈 감아 줄텡게 걱정 붙들어매고 적나라하게 갑시다!!ㅎ
아슬아슬해야 더 마음 졸이는 거 아닌가? ㅎㅎ
태수 쌤....순화 댓글 얼렁 물어내...왜 싹뚝 해 버린고얏?? 호옥시?? 수전증??그렇다면 용서 해 드리공....ㅋㅋ
정말 미안합니다요, 담에 만나면 어떻해 물어낼까요? ㅎㅎ
우째 그런 일이....그래서 인연은 어디서든 만나게 되는 가본데...그 후엔?
머릿 속에 있다우, 얼른 끄집어 낼께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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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는 쌤은 <선생이 그러믄 쓰냐?>하는 소리가 젤루 듣기 싫디야...
태수쌤두 이쁜 <연정> 앞에두고 그 <선생>이란 것땜에 갈등 많~~~이 하겠구만...
요래 말하믄 내가 넘 형이하학적인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