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검사처럼 ‘특별판사’ 도입해야

검찰과 법원 간 영장을 둘러싼 공방과 갈등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지만 사법부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벌어진 정면충돌은 예사롭지 않다.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가 진실과 정의를 거래대상으로 삼았다는 의혹을 파헤쳐 보려는 검찰이 번번이 영장기각의 벽에 부딪치자 압수수색 영장발부 기준이 너무 차이가 크다며 법원을 공개 비판했다.  이에 법원이 영장청구 요건이나 제대로 갖추라고 반박하면서 확전될 조짐도 보인다. 영장청구의 대상이 전직 사법부 수장과 법원행정처장이고,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이다보니 ‘제식구 감싸기’ 의심이 공방을 달구고 갈등을 부추긴다. 어쩌면 제 발 저린 법원이 조목조목 요건을 따져가며 다른 고려사항은 있을 수 없다고 차단막을 쳤지만 여론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재판거래와 재판개입 의혹으로 신뢰도가 바닥인 법원의 어떤 소명도 잘 와 닿지 않는다. 제식구 감싸기 비판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항변하지만 누구의 탓도 아니고 공정함과 정의로움을 보여주지 못한 법원의 탓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하여 참고인 신분에 불과한 외교부에는 영장을 발부하고, 의혹에 관여한 당사자에 대해 영장을 기각한 것은 공정성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영장기각 이유가 궁색해 납득하기도 어렵다. 관련 자료를 임의 제출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관련자의 컴퓨터를 모두 디가우징한 전력이 있는 법원행정처다. 검찰수사 협조를 약속한 이후에도 자료제출이나 공개를 거부하고 삭제하고 선별적으로 제출했다. 이런 태도에 비추어 보면 임의 제출할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일개 심의관이 작성한 문건에 따라 대한민국 대법관이 재판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도 달았다. 그 문건의 내용이 사실인지, 대법관에게 영향을 미쳤는지는 압수수색 등 수사를 해봐야 알 수 있는데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예단을 하고 있다. 공무상 기밀에 해당한다는 이유도 들고 있지만 영장이 발부된 적이 있는 청와대나 법무부 검찰국도 공무상 비밀을 다루는 곳이었다. 공정성을 의심받는 때 일수록 더욱 설득력 있는 근거제시 부담을 져야 한다. 성역이 있을 수 없다. 대통령도 탄핵되고 구속 재판을 받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사건은 법원 스스로 사법부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 사건이다. 그들이 사건 관련 영장을 발부하고 재판한다면 누가 신뢰하겠는가.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로서 제척과 기피가 있는 것처럼 영장심사를 담당할 전담판사와 재판부 구성에서 공정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형사절차 특례가 필요하다. 기존 사법행정 시스템으로는 무너진 사법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검찰이 못미더워 특별검사를 기대하는 것과 같은 취지다. 한번 신뢰를 잃으면 계속 의심받기 마련이다. 전직 사법부 윗선에 대한 영장심사를 현직 판사들이 아무리 공정하게 한다고 한들 어느 누가 믿겠는가. 어느 대법관은 퇴임사에서 법과 양심에 어긋난 재판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법과 양심’이 디가우징된 사법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려면 시간끌기와 적당히 넘어가기로 대처해서는 안 된다. 조직 지키기가 걱정되는 사법부의 구성원이 아니라 국민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사법신뢰의 추락을 멈추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