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 장현성이 결혼 10년 만에 ‘내 집’을 마련했다. 군더더기를 없애고 심플하게 꾸민 집은 그의 무대 속 배역처럼, 과하지 않되 무게감이 있다.
심플한 것을 좋아하는 부부의 취향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실. 모던한 디자인의 소파는 디바인에서 맞춤 제작한 것. 장현성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거실 책장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노진선씨의 작품이다. 조명은 남산기전.
얼마 전 종영한 KBS 드라마 ‘구미호: 여우누이뎐’에서 장현성은 또 한 번의 연기 내공을 증명했다.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욕망과 두려움을 건드려 공포심을 일깨웠던 ‘여우누이뎐’의 저력은 그의 연기력에서 나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실 대중에게 그는 이름보다 드라마 속 캐릭터로 더 익숙하다. 이는 그가 열연한 드라마 속 캐릭터가 대중에게 그만큼 깊이 각인되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부모님전상서’ ‘며느리 전성시대’ ‘하얀 거탑’ ‘뉴하트’ 등 브라운관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낸 그의 연기는 1995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부터 시작됐다. 황정민, 설경구 등 극단 학전 출신의 다른 배우에 비해 조금 늦은 나이에 대중 앞에 섰지만, 그는 7년 동안 ‘지하철 1호선’의 60여 개 배역 중 3개를 제외하고 모두 해봤을 정도로 무대 위의 베테랑이다. 경기도 일산에 자리한 그의 집은 지은 지 얼마 안 된 새 아파트. 동시에 결혼 10년 만에 이들 가족이 처음으로 마련한 보금자리다.
“연기하는 사람에게 가장 큰 자유는 아무래도 경제적인 문제로부터의 자유 아닐까요? 부양할 가족이 있으니 연기와 돈을 떼어 놓고 생각하기 힘든 건 사실이지만, 그러한 책임감 때문에 원치 않는 작품, 원치 않는 배역을 받아들이고 싶진 않다는 것이 아마도 저를 비롯한 모든 연기자의 바람일 거예요.”
그런 그의 옆에서 아내는 가장 큰 힘이 됐다. 결혼 생활 10년 동안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아내 양희정씨는 그의 자유로운 선택을 응원했다. ‘밥벌이’를 위해 확신도 없는 캐릭터로 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은 그뿐 아니라 그녀의 바람이기도 했다.
1 큰아들 준우에게 아빠는 늘 친구 같은 존재다. 촬영이 진행되는 내내 장현성은 아이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네고 의견을 물었다.
2 거실 한쪽 면을 차지하고 있는 책장은 장현성의 아이디어. 원목 계단 판을 이용해 선반을 만들고 선반 사이사이에 벽돌을 쌓아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3 주방에 세련된 유럽풍 컬러를 가미한 것이 포인트. 흔히 사용하지 않는 채도가 낮은 회색 마감재를 사용해 공간이 한결 고급스러워 보인다.
4 주방에 있던 붙박이장을 떼어내고 그 안에 원목 그릇장을 배치해 실용성을 높였다.
실용과 모던의 믹스 앤 매치
“처음에 얼마나 좋았겠어요. 말 그대로 생애 첫 내 집이니까요.”
집에 대해 말하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는 부부에게서 새집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그러나 부부는 그림 같은 인테리어를 꾸민다거나 가구에 대한 욕심이 있다거나 하는 것이 아닌, 조금은 다른 성격의 애착이다.
“부모님 세대에는 가난하든 부자든 대부분이 마당이 있는 집에 사셨잖아요. 그러나 우리는 아파트 세대죠. 이 아파트 단지만 해도 100여 가구가 있어요. 똑같이 생긴 100개의 집인 거죠. 멋지게 꾸미고 살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남들과 똑같은 100개 중에 하나인 공간에서 살고 싶진 않았어요.”
그래서 배우 홍석천의 소개로 인테리어 디자이너 노진선씨를 만났다. 새 아파트지만 부부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벽지부터 원하는 콘셉트로 다시 바르고 필요에 따라 공사도 감행했다. 부부가 원한 집의 콘셉트는 내추럴하면서도 모던한 분위기. 전체적으로는 실용적인 스칸디나비아풍으로 하되, 세련된 유럽풍 컬러를 가미한 것. 수납장과 선반, 식탁 등은 원목 소재를 주로 쓰고, 대신 컬러는 톤 다운된 모노톤과 같은 유럽풍 스타일을 살린 것이 포인트다. 주방의 벽 역시 흔히 사용하지 않는, 채도가 낮은 회색 마감재를 선택해 모던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벽면에는 중간 중간 산호석 소재를 사용해 한 끗 차로 공간에 표정을 넣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집 안에서 자잘한 소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것. 원하는 스타일로 맞춤 제작한 거실 소파에도 그 흔한 쿠션 하나 놓여 있지 않다. 아기자기한 소품을 최대한 줄이자는 것이 ‘심플함’의 멋을 강조하는 부부의 공통된 의견이었다고.
남편의 취향, 거실 서재
살인적인 촬영 스케줄 속에서도 장현성이 공사 과정에 깐깐하게 개입한 곳은 거실이다.
“확실히 책이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읽지 않게 되더라고요. 시선이 머무는 곳에 읽었던 책, 읽고 싶은 책 등이 모두 있어야 한번이라도 더 손이 가는 거죠. 커가는 아이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독서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었고요.”
그는 거실을 서재로 만들면서 TV도 없애길 바랐지만 그래도 남편이 배우인데 TV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아내의 반대로 현실화되지 못했다. 그래도 케이블 채널은 신청하지 않았다. 하루 종일 방송이 나오는 TV 대신 벽면이 책으로 꽉 차니 자연스레 TV 보는 시간이 줄면서 책을 펴는 시간은 많아졌다. 서재 디자인 역시 남편의 아이디어. 원목 계단 판을 이용해 선반을 층층이 만들고 선반 사이사이에 벽돌을 쌓아 선반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규격화된 딱딱한 책장 대신 자유롭게 디자인할 수 있는 변형 책장이 들어오니 서재는 엄숙함을 벗고, 한결 경쾌하고 캐주얼해졌다. 남편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넓은 서재를 선물하고 싶어 베란다를 확장해 거실 공간을 넓히자고 한 건 아내의 의견이다. 베란다가 있던 자리에는 아이들의 미니 책상과 의자가 들어왔고, 이제 두 아들은 이곳에 앉아 아빠를 따라 책을 읽는다.
1 내추럴한 것을 좋아하는 장현성의 취향은 자신의 공간인 서재에 오롯이 담겼다. 어디에서도 인위적인 꾸밈은 찾아볼 수 없다. 모자들을 벽에 툭툭 걸어두고,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 액자와 가족사진도 서재 한 쪽 바닥에 세워두었다.
2 거실 서재가 온 가족의 공간이라면, 또 다른 서재는 장현성만의 공간. 그는 이곳에서 대본을 읽고 취미를 즐긴다. 블라인드는 해든창 제품.
위트 있는 공간 활용과 가구 선택
거실 서재가 남편의 공간이라면, 살림의 일등 공신인 안주인의 취향은 부엌에 반영됐다. 이 집 부엌에 들어서면 한쪽에 분리되어 있는 또 다른 작은 공간이 눈에 띄는데, 원래 있던 붙박이장을 떼어내고 부엌 안에 또 하나의 공간을 만든 것. 심플한 원목 그릇장을 하나 두고 와인과 와인 잔, 다양한 그릇을 수납해 놓았는데, 공간의 분할로 인해 부엌이 한결 넓어 보일 뿐 아니라 문을 없애니 공간 활용도도 훨씬 높아졌다. 이 집에서 또 눈에 띄는 건 침실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아메리칸풍의 높은 침대다. 침대 헤드가 없는 대신 헤드 부분의 벽면에 금박이 미세하게 들어간 벽지로 은근한 포인트를 줬다. 침실 커튼 역시 화려한 디테일을 줄이는 대신 벽지의 컬러에 맞는 콤비 셰이드를 선택한 덕에 군더더기 없이 딱 있을 것만 있어 시선이 분산되지 않고 오히려 세련된 이미지를 풍긴다.
1 침실 한가운데 있는 아메리칸풍의 높은 침대가 시선을 끈다. 세련된 색상의 침구는 인하우스, 커튼은 해든창 제품.
2 침실 안쪽에는 화장대와 옷장, 욕실이 또 하나의 공간으로 분리되어 있다. 안쪽에서 바라본 침실 풍경.
3 원목 침대와 책상을 이용해 친환경적으로 꾸민 아이 방. 침대는 플렉사 제품.
100점짜리 남편, 200점짜리 아빠
촬영이 진행되는 내내 큰아들 준우는 아빠 옆에서 떨어질 줄 모르고, 아내 양희정씨는 남편과 쉼 없이 살가운 대화를 나눈다. 이제 네 살인 둘째 아들 준서까지, 이들 네 식구는 한눈에 봐도 화목하기 이를 데 없는 완전한 가족의 모습. 아내 양희정씨 역시 연극배우 출신으로, 중견 탤런트 양택조의 막내딸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같은 연극에 출연하면서 자연스레 연인이 됐다. 연애 시절 조금이라도 얼굴을 더 보고 싶어 남편이 나오는 공연을 30번 이상 반복해 봤다는 이 애틋한 커플은 1년 연애 끝에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그녀에게 남편 장현성은 더 생각할 것도 없이 ‘100점짜리 남편’이다. 판단이 명확한 남편은 그녀가 늘 조언을 구하고 답을 청하는 유일한 존재다.
“똑똑한 나무 같아요(웃음). 변호사 역을 맡으면 실제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하는데, 워낙 많이 만나다 보니 친한 친구로 발전할 정도예요. 그건 극 중 배역이 됐든, 가족 문제가 됐든 똑같아요.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문제에 대해 철저하게 공부하고 준비하는 사람이죠.”
아이들에겐 ‘200점짜리 아빠’다. 일주일에 꼬박 6일을 드라마 밤샘 촬영을 하고 집에 잠깐 들어와 눈을 붙이고 있는 중이라도 며칠 만에 아빠를 보고 반가워 매달리는 아이들에게 단 한 번도 짜증을 낸 적이 없다. 결국 집에서 잠 한숨 못 자고 다시 촬영장에 갈지라도 아이들에겐 늘 최선을 다한다. 워낙 사람과의 관계에 진지하고 또 사람 챙기는 걸 좋아하는 남편 때문에 신혼 땐 서운하고 맘 상하는 일도 많았지만, 아이를 낳고 공동의 목표를 함께 이뤄가는 10년의 세월 동안 가족만이 줄 수 있는 온전한 행복을 경험하고 있다고 아내 양희정씨는 고백한다.
“아내도 연극판에 있는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굉장히 열정적인 사람이거든요. 뜨겁게 사랑하고, 뜨겁게 화내죠(웃음). 신혼 땐 아내와 일주일에 다섯 번은 치열하게 싸웠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뭐랄까, 단순한 사랑을 넘어 ‘동지애’ 같은 끈끈한 무언가가 생기네요. 아내가 지금은 엄마와 아내 역할에 충실하지만, 언제라도 다시 관객 앞에 서길 원한다면 그땐 그동안 저를 물심양면 지원하고 응원해 줬던 것처럼 제가 열심히 외조할 겁니다.”
첫댓글 와 이런집에서 살구 싶다..약간 나무느낌 많이 나면서 현대적인 시크한 분위기...ㅋㅋ
독립할 그 날을 기다리면서...
깔끔하네요~
멋지네요 ^^
저는개인적으로 커피프린스에 공유집이 탐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