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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셋 엄마하나] 06
S#1. 세 남자의 집 앞 (밤)
씩씩대며 아기를 안고 나오는 수현. 아기 짐 가방 든 경태도 거칠게 차문을 열더니 먼저 탄다.
광 희 : (따라오며) 야, 니들 도대체 왜 이래? 이성을 찾아, 이성을...!
수 현 : (차 안의 경태에게 아기 넘기며) 광희 넌 빠져!
광 희 : 그렇다고 이 오밤중에 나영씨한테 하선이를 데려가면 어쩌겠다는 거야?
수 현 : 지금 나영씨 사정 봐줄 때냐?
수현은 운전석으로 가버리고, 광희, 안되겠는지 뒷문 잡고 경태를 설득한다.
광 희 : 경태야! 하선이 제일 예뻐했던 건, 너야! 잊었어?
경 태 : (침울한 표정) 나 경찰 모가지 짤리면, 울 엄마... 기절하셔.
광 희 : 왜 하선이 탓을 해! 하루 종일 애 한번 안보구서!
경 태 : 나도 너무 괴롭다. 근데... 이렇게는 도저히 안 될 거 같애.
광 희 : 경태야...!
수 현 : (광희에게) 너 안 갈 거면, 우리끼리 간다!
광희 야속한 듯 수현을 째려보는데, 시동을 거는 수현.
경태도 굳은 표정으로 차문을 닫는다.
S#2. 모델하우스 유닛 안 (밤)
막 침대에 걸터앉아 검은 봉지에서 빵과 우유를 꺼내는 나영. 빵 봉지를 뜯어 한입 베어 먹으려는데, 갑자기 불이 환하게 켜진다.
나영, 돌아보면, 찬영이 나영을 보며 서 있다.
찬 영 : 지금 뭐 하는 겁니까?
나 영 : (놀라) 어...?
놀라서 찬영을 쳐다보는 나영. 재빨리 빵과 우유를 뒤로 감춘다.
나 영 : (당황해서 둘러대는) 잠, 잠깐 연구 좀 더 하고 퇴근할려구요...!
찬 영 : 연구요?
나 영 : 네... 그러니까 그... 내가 진짜로 여기에 산다면... 밤엔 어떨까? 뭐, 불편한 건 없을까? 그런 걸 좀 연구하느라고...
찬 영 : 그래요...?
이내 뚜벅뚜벅 걸어와 나영의 뒤에 감춘 빵을 빼앗는 찬영.
찬 영 : 그럼 이건 뭐죠? 모델하우스 안에 음식물 반입은 금지돼있는 거 몰라요?
나 영 : 아... 저기, 그건 먹을려는 게 아니라요... 그, 뭐냐... 소품이에요! 소품!
찬 영 : 소품이요...?
나 영 : 네! 좀더 리얼하게 연구를 하기위한 소품이죠!
찬 영 : 그럼 어디, 연구한 것 좀 또 들어 봅시다.
나 영 : (놀라) 네...?
S#3. 골목길, 수현의 차 안 (밤)
광희에게서 천천히 멀어지는 수현의 차.
경 태 : (뒷 유리창으로 멀리 광희를 힐끔 보며, 수현에게) 우리가 너무 한 건가...?
수 현 : (자기도 찔려서) 야! 너... 맘 약한 소리 할꺼면 지금이라도 내려!
경 태 : 아니야... 애는 나영씨한테 돌려줘야지... (품안에 안긴 아기의 얼굴 만지며) 미안하다, 하선아...!
아기의 얼굴을 만지던 경태가 순간 멈칫한다.
경 태 : (놀라) 수돕! 수도오옵!! 차 좀 세워봐!
수 현 : (짜증 섞여) 왜...?
경 태 : 애가 뜨거워...! 열이 있나봐!!
수 현 : (놀라) 뭐...?
끽! 급하게 차를 세우는 수현.
S#4. 세 남자의 집 앞 (밤)
후진으로 달려오더니, 광희 앞으로 급하게 와 멈추는 수현의 차.
광 희 : (흐뭇하게 웃으며) 그래, 잘 생각했다. 얘들아...
광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리창 내리며 빽 소리치는 수현.
수 현 : 야, 하선이 언제부터 열 있었어?
광 희 : 열...? 하선이 열나?
수 현 : 빨리 타! 응급실부터 가야겠다!
놀라서 허둥대며 차에 타는 광희. 수현의 차가 요란하게 출발한다.
S#5. 모델하우스 유닛 안 (밤)
의외라는 표정으로 심각하게 나영을 보고 있는 찬영.
찬 영 : (진지하게) 미니 냉장고요...?
나 영 : 네! 왜 사람이 밤에 자려고 눈감으면 꼭 출출해지잖아요. 그때 주방에 나가서 뭔가 꺼내 먹자니 좀 귀찮고...
그냥 자자니 배가 고프고... 그런 적 없어요?
찬 영 : 많죠... 난 자다고 주로 목이 마른데...?
나 영 : 그래요. 그런 때를 위해서 침대 옆에 미니 냉장고를 두는 거예요.
찬 영 : (심각하게 고려하며) 소음이 좀 있을 텐데...?
나 영 : 방음설비를 한 진열장 안에 둬야죠. 그럼 협탁으로도 쓸 수 있고...
찬 영 : (끄덕이며) 뭐... 나쁘진 않네요...
그 말에 신나서 찬영의 손에 들린 빵과 우유를 뺏어 침대 옆 협탁에 놓는 나영. 이내 침대에 드러눕는다.
나 영 : 보세요! (시늉해보이며) 이렇게 자려고 하는데... 배가 고프다...
이때 나영의 뱃속에서 실제로 꼬르륵 소리 나면,
나 영 : (뻘쭘하게 배시시 웃고는) 이럴 때 주방으로 나가느라 잠을 다 깰게 아니라... 간단히 손만 뻗어서...
(침대에 걸터앉아, 빵과 우유 집으며) 냉장고에서 먹을 걸 꺼내... (한 입 베어 먹으며) 이렇게 먹는 거죠.
맛있게 빵을 먹는 나영. 목이 메는지, 우유도 벌컥벌컥 마신다.
찬 영 : (먹고 싶은지 입맛 다시며) 그런데... 혼자만 드실 겁니까...?
나 영 : (의아해하며) 네?
찬 영 : (나영 옆에 앉더니 슬쩍 넘겨다보며) 빵, 하나 더 있는 거 같은데...?
나 영 : (봉지에서 꺼내주며) 이건 아침에 먹으려고 산 거긴 한데... (아쉽게) 드세요...
빵을 받아 북 봉지를 뜯는 찬영. 그대로 한입 베어 먹는다. 맛있다. 우적우적 더 베어 먹는다.
나 영 : (어이없다는 듯 우유도 내밀며) 우유도 좀 드세요...
S#6. 달리는 수현의 차 안 (밤)
굳은 표정으로 급하게 운전하고 있는 수현.
뒷자리의 광희와 경태는 아기 옷을 벗기는 둥 부산한데...
과속방지 카메라의 불빛이 번쩍한다.
수 현 : 우씨! 또 찍혔잖아...!
울상인 수현, 하지만 속도 줄이지 않고 더 밟는데...
경 태 : 큰일 났어! 애가 이상해! 온 몸이 불덩이야! 하선아! 하선아...!!
광 희 : (기저귀 풀어보고, 놀라) 헉! 설사까지 했어! 애들은 설사하면 큰일이라던데...!
수 현 : (버럭) 광희 넌 애를 어떻게 본 거야!!
광 희 : (갑자기 쫄며) 내가 뭐...?
경 태 : 이래서 얘한테 우리 하선이 맡기는 게 아닌데...!
광 희 : 니들 진짜 너무한다? 내가 하루 종일 애 보느라, 얼마나 힘들었는 줄 알아?
수 현 : 보기만 하면 뭘 해? 애 아픈 것도 모르고, 뭘 잘했다고 큰소리야, 큰소리가!
삐져서 속이 상하는 광희.
경 태 : (급하게) 휴지 좀 줘봐, 휴지 좀! 어떻게 니 차에는 휴지가 없냐?
수 현 : (얼른 주유소 휴지통 뒤로 내밀며) 야, 시트에 안 묻게 조심해라.
광 희 : (받으며, 삐져서) 벌써 묻었다, 인마!
수 현 : 뭐? 아이, 씨. 조심 좀 하라니까!
이때 뒷자리에서 뿌지직~ 뿌지직~ 연속으로 설사소리 들려오고,
경 태 : 어? 큰일 났다! 또 쌌어!
수 현 : (백미러로 보며) 휴지 좀 아무데나 버리지 마! 차에 묻잖아!!
이때 빵~ 크렉션 소리와 함께 마주 오는 트럭의 불빛이 잡아먹을 듯 다가오면, 놀라서 핸들을 트는 수현.
한쪽으로 몸이 쏠리며 놀라서 난리를 치는 광희와 경태.
광 희 : 야! 운전이나 조심해!
경 태 : (연이어) 이러다 우리 다 가겠다!
식은땀을 닦는 수현. 하지만 속도를 더 높인다.
S#7. 모델하우스 안 (밤)
빵 봉지를 치우는 두 사람.
나영, 피곤한지 늘어지게 하품을 한다. 그런 나영을 보고 어이없다는 듯 웃는 찬영.
나 영 : (찬영의 시선을 의식하고) 왜요? 제 얼굴에 또 휴지 붙었나요?
찬 영 : 원래 그렇게 경계심이 없어요?
나 영 : 네?
찬 영 : 아님, 내가 매력이 없는 건가?
나 영 : 무슨...
찬 영 : 지금 여기, 우리 둘 뿐 이예요. 모델하우스 문도 잠겼고, 살려달라고 소리쳐봤자 와 줄 사람도 없다구요.
나 영 : 경비 아저씨 있잖아요.
찬 영 : 아까 주무시러 가셨어요. (열쇠 꺼내 흔들어 보이며) 나한테 다 맡기고.
나 영 : 그래요...? (갑자기 가슴에 팔로 엑스자 그려 가리며) 제가 빵도 주고 아이디어도 줬는데...
설마... 은혜를 원수로 갚으시려는 건 아니겠죠?
찬 영 : (장난스럽게 나영에게 다가가며) 그거야... 모르죠...
나영, 긴장하며 엑스자 그린 채 몸을 피하는데,
찬영, 어느덧 몸을 기울여 나영과 얼굴이 가까워진다.
나 영 : (갑자기 찬영을 향해 얼굴 돌리더니) 꺼억~ (트림한다)
찬영, 깜짝 놀라며 얼굴을 거두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찬 영 : 이런 필살기가 있을 줄이야...
나 영 : (쪽팔린다) 더 심한 것도 있어요! 당하기 싫으면 냉큼 물러가세요!! 나 연구해야 되니까.
찬 영 : (일어서더니) 대체 이유가 뭡니까? 분양대행사 쪽에서 숙박비 따로 준단 얘기 못 들었어요?
나 영 : (눈 똥그랗게 뜨고) 어머, 누가 여기서 잔대요? 여태 무슨 말을 들은 거예요? 연구 좀 하고 갈라구 그런다니까요?
댁이나 먼저 퇴근하세요.
찬 영 : 여긴 추워서 못 자요. 무슨 일 생길 수도 있고. 알아요?
나 영 : 금방 갈 거예요. 연구 쫌만 더 하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괜히 여기 저기 들춰보고 살펴보며 연구하는 척하는 나영.
찬영, 그런 나영을 보며 피식 웃고 나가면, 나영, 휴~ 가슴을 쓸어내린다.
S#8. 응급실 안 (밤)
간호사가 아기의 귀에 체온계를 잰다.
광희와 경태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보고 있다.
간호사1 : (체온계 보더니, 놀라며) 40. 2도...! 아니, 애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뭐하셨어요? 언제부터 설사했어요?
경 태 : 저기 그게... (광희 툭 치며) 설사 언제부터 했어?
광 희 : 몰라...
안되겠는지, 급하게 아기의 옷을 벗기는 간호사. 물에 적신 거즈로 아기의 몸을 닦아준다.
간호사1 : 일단 열을 떨어뜨리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요, (겨드랑이를 닦으며) 여기랑, (사타구니를 닦으며) 여기가,
제일 열 많이 나는 곳이거든요? 계속 좀 닦아주세요.
간호사, 바삐 다른 환자에게 가면, 거즈를 받아들고 하선을 닦아주는 경태. 아기는 운다.
광 희 : 야, 좀 살살해. 범인 다루듯이 하지 말고, 보드랍게 살살...
경 태 : 알았어... 그나저나 큰일이네...? 애가 축 늘어졌네...?
안쓰럽게 아기를 보며 함께 거즈로 아기 몸을 닦아주는 경태와 광희.
S#9. 동 응급실 접수대 (밤)
접수대 안쪽에서 직원이 정산을 한다.
직 원 : 야간진료비 2만 5천 7백원에 혈액검사, 엑스레이까지 해서 총 7만 8천 3백원 입니다.
수 현 : (혼잣말) 뭐가 이렇게 비싸...? (카드 내주고, 궁시렁) 이래서 돈 없는 사람들은 애 키우기 힘들다는 거야!
못마땅한 듯 짜증 섞인 한숨을 쉬는 수현.
S#10. 응급실 안 (밤)
하선은 울고 있고, 유독 어린 초보 간호사가 하선의 작은 손목에 링거바늘을 꽂으려고 한다.
그런 아기를 안쓰럽게 보며 마음 아파하는 세 남자.
그런데 간호사가 초보인지 링거 바늘을 잘 꽂지 못한다.
간호사2 : (땀 찔찔 흘리며) 이상하네...? 혈관이 또 터졌네...?
이때 아기가 아픈지, 자지러지게 운다.
경 태 : (흥분하며) 잘 좀 해봐요! 애가 울잖아요!
수 현 : (창피한지, 핀잔주는) 야, 야, 흥분하지 말고 좀 가만히 있어. 원래 애들은 혈관이 작아서 어렵다구.
광 희 : (경태에게) 그래. 너 땜에 더 못하시겠다. (끔찍한 표정 지으며) 어후, 난 도저히 못 보겠다...! (돌아서서 눈 가린다.)
계속 땀을 뻘뻘 흘리며 다시 바늘을 꽂는 간호사.
보고 있는 경태와 수현은 마치 자기가 주사를 맞는 양 동시에 아흐~ 아흐~ 몸서리치면서 인상 찡그리는데...
간호사2 : (매우 난감, 허둥대며) 왜 이러지...? 또 잘못 찔렀네...?
수 현 : (갑자기 흥분하며 날뛰는) 뭐요? 당신 초보지? 당장 의사 불러와요! 의사! 의사!!
광 희 : (더 흥분하며) 원장 오라 그래! 원장!!
호통 치는 수현과 광희를 가까스로 진정시키는 경태.
(시간경과)
아기의 발목에 꽂혀 있는 링거 주사바늘. 아기는 지쳐서 잠들어 있다.
광 희 : (측은하게 내려다보며) 세상에 저 어린 것이... 얼마나 아플까...?
수 현 : 그러게 말이다...
아기를 둘러싸고 측은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는 세 남자.
경태는 돌아서서 눈물을 슥 닦는다.
S#11. 동 병원 주차장, 수현의 차 안 (밤)
잔뜩 인상을 구긴 수현이 물티슈로 뒷좌석 시트를 벅벅 닦고 있다.
시트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보는 수현.
수 현 : (기겁하며 얼른 코를 떼며) 윽...! 큰일인데?
(다시 벅벅 닦으며) 내가 이래서 애는 차에 절대 안 태울라 그러는 건데...! (울상인데)
이때 하선을 안은 광희와 경태가 병원에서 나오자,
수 현 : (차 밖으로 나오며) 뭐래? 이제 괜찮대?
광 희 : 바이러스성 장염이래. 설사 멎을 때까지 약 먹이고, 집에서도 잘 지켜보래.
수 현 : 그래...?
모두 차에 타고는, 떠나는 수현의 차.
S#12. 달리는 수현의 차 안 (밤)
하선은 울고 있고, 뒷자리에서 달래는 광희.
그 때 경태의 핸드폰이 울린다. 휴대폰을 꺼내 발신인을 확인하는 경태.
경 태 : (호들갑스럽게) 나... 나영씨야!
광 희 : (놀라며) 뭐? 나영씨?
수 현 : 받지 마, 받지 마! 하선이 아픈 거 알면 나영씨 난리난다.
경 태 : (휴대폰 든 손 부들부들 떨며) 어떻게 안 받아!
광 희 : 받아서, 잔다고 해!
수 현 : 하선이 울음소리가 이렇게 큰 데, 믿겠냐?
경 태 : 그럼 어떡하지?
수 현 : 아무튼 나영씨 알면 클 나! 애 잘못 봤다고, 우리 두고두고 씹혀. 절대 얘기하면 안돼.
경 태 : (울상) 에이 씨, 하필이면 왜 내 전화로 하냐...?
그때 전화벨 소리 멈추자, 안도하는 세 남자.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번엔 광희의 휴대폰이 울린다. 역시 나영이다.
광 희 : 어? 이번엔 나한테 걸었어! 어떡하지?
광희, 얼른 배터리 뽑아 버리고, 광희와 경태의 시선이 동시에 수현에게 향한다.
경 태 : 이번엔 니 차례다.
광 희 : 니 껏도 꺼놔.
S#13. 모델하우스 유닛 안 (밤)
휴대폰을 내려놓는 나영.
나 영 : 다들 벌써 자나...? (혼잣말) 우리 애기 별 탈 없이 잘 있어야 될 텐데...
하선아, 엄마 보고 싶지? 엄마도 하선이 보고 싶어...! 조금만 참아야 돼?
순식간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히는 나영. 이내 휴지 꺼내 두 눈을 꾹 눌렀다 떼고는, 코를 횡 푼다.
나 영 : 내가 이러면 안 되지...!
갑자기 메모지와 펜을 꺼내들고 일어서는 나영. 벽지와 창호, 조명, 가구 등을 꼼꼼히 살펴본다.
나 영 : 커튼도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면 좋겠다... (메모하고) 이쪽 벽이 허전한데? 그림 같은 거 걸면 어떨까...? (메모 한다.)
S#14. 동 모델하우스 당직실 (밤)
CCTV 화면 속에 나영이 집안을 살펴보면서 메모하는 모습이 보인다.
당직실에 앉아 CCTV 화면을 보고 있는 찬영.
한 화면에서 나영이 사라지면, 다른 화면으로 나영이 나타나고... 그 화면에서 사라지면, 다른 화면으로 나영이 나타난다.
나영이 열심히 창문과 벽지 등을 살펴보며 메모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런 나영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찬영. 찬영,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S#15. 동 모델하우스 2층 유닛 앞 (밤)
찬영이 다가와 온풍기를 튼다.
소리를 내며 온풍기가 가동되자, 온도를 높이고는 다시 사무실로 향하는 찬영.
S#16. 동 모델하우스 유닛 안 침실 (밤)
침대에 걸터앉아 발을 주무르는 나영.
나 영 : (혼잣말) 여기가 벌써 익숙해졌나...? 몸이 슬슬 적응을 하네? (만족스럽게) 어제보단 안 추운 것 같다...!
혼자 씩 웃으며 침대에 눕는 나영. 포근하게 이불을 덮고는 잠이 든다.
S#17. 세 남자의 집 욕실 (밤)
따뜻한 물을 받은 세면대에 아기를 씻기는 경태와 광희.
뒤에서 수건 들고 구경만 하는 수현도, 마음이 안됐는지 속상한 표정이다.
경 태 : (엉덩이 닦아주다 놀라며) 세상에! 똥꼬가 다 헐었잖아?!
광희와 수현도 놀라서 얼굴 들이밀고 엉덩이 들여다본다.
아 기 : (Na) 아빠들, 어딜 들여다보는 거야?
수 현 : (마음이 아파) 엉덩이까지 빨갛게 짓물렀네? 쓰라리겠다...
광 희 : 아무튼 나영씨한텐 절대 얘기하면 안돼. 우리 마음이 이런데, 나영씬 어떻겠냐...
경 태 : (갑자기 죄책감 느끼며) 아무래도 우리가 나영씨한테 데려다준다 그래서, 병이 난 거 같다.
(하선에게) 그랬어? 하선아? 그래서 병난 거야?
수 현 : (괜히 찔려서 되레) 바이러스성 장염이라잖아. 그거하곤 상관없어.
경 태 : 그런가? (갑자기 광희를 보더니) 맞아, 이게 다 너 때문이야.
광 희 : (아기 엉덩이 씻기다가) 내가 뭐...?
경 태 : 앞으로 젖병 소독 철저히 하고, 애기 옷도 다 삶아. 그리고 밀크도 밖에다 내놔.
광 희 : 안돼!
수 현 : 그래, 밀크는 당장 밖에 묶어 놔라. 애한테 개털이 얼마나 안 좋은지 아냐?
광 희 : 이것들이 진짜! 애나 보면서 그런 소릴 해라! 애나 보면서! 우리 밀크 절대 밖에 못 내놔!!
(나가버리며) 밀크야...! 밀크야...!
수 현 : (광희 돌아보며) 아니, 쟤가...?
이때 경태가 아기를 들어올리면, 얼른 수건으로 닦는 수현.
경 태 : 빨리 좀 닦아...! 아, 팔이야...! 떨어뜨릴 것 같애. 얼른!
수현, 얼른 고개 숙여 수건으로 아기 엉덩이 닦는데...
이때 뿌지직~! 소리와 함께 설사를 하는 하선. 수현의 얼굴과 앞자락에 오물이 튄다.
퉤~퉤~ 뱉어내며 울상이 되는 수현.
경 태 : (낄낄대며) 야, 너 재수 되게 좋을래나 부다! 아기 똥 먹으면 재수 엄청 좋다는데...!
그 말에 더 똥 씹은 표정으로 경태를 노려보는 수현.
S#18. 광희방 (밤)
밀크를 꼭 안고 침대에서 잠을 청하는 광희. 삐져있다.
광 희 : 우리 밀크가 얼마나 깨끗한데! 괜히 그래! 그치? 밀크야?
마치 대답이라도 하듯 낑낑대는 밀크.
이때 하선의 울음소리 다시 들려오자, 감았던 눈을 뜨며, 찜찜한 듯 잠시 착잡한 표정을 짓는 광희.
어쩔 수 없다는 듯 밀크를 안고 일어난다.
광 희 : 안되겠다, 밀크야. 너 당분간 밖에서 지내야겠다...
S#19. 동 베란다 혹은 현관 밖 (밤)
개집에 담요를 깔아주고, 옷을 입힌 밀크를 줄에 묶어놓는 광희.
광 희 : 밀크야, 어쩔 수 없잖아. 오늘은 니가 좀 희생해.
밀크, 분위기 알아차리고 광희에게 다가오며 자꾸 낑낑거리면,
광 희 : 니가 자꾸 이러면 아빠 마음이 찢어지잖아...! 나영씨가 와서 하선이 데려가면, 그때 다시 안으로 들어오면 돼.
미안해. 잘 자...! (일어난다.)
그러나 들어가지 못하고 측은한 듯 다시 돌아와 밀크를 안아주는 광희.
광 희 : (볼을 비비며) 아빠하고 이렇게 여기서 잘까...?
S#20. 세 남자의 집 거실 (새벽)
하선은 눈을 말똥말똥 뜨고 누워 있고, 경태가 하선을 보며 앉아있다. 피곤하지만 졸리지는 않는 상태다.
이때 욕실에서 목욕을 한 수현이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나온다.
수 현 : 들어가. 이젠 내가 좀 봐줄게.
경 태 : 아니야, 내가 볼게. 너나 들어가 자.
이때 광희가 자기 방에서 나온다.
경 태 : (돌아보며) 넌 또 왜 나오냐?
광 희 : 잠이 안 와서... (와서 하선을 보고) 안 자네? (앉으며) 들어들 가서 자라. 내가 좀 볼게.
경 태 : 괜찮아. 내가 볼게...!
수 현 : 내가 봐준다니까...?
광 희 : 얘들이 왜 이래? 언제는 데려다준다고 설치더니? 이제 와서 양심에 찔리나부지?
경 태 : (그 말에 찔리는 듯 찔끔하고) 그럼 다 같이 보자. (수현에게) 체온이나 좀 재봐.
수 현 : (귓속 체온계 켜며) 이것도 얼마를 준지 아냐? 4만 8천원을 달라 그러더라. 오늘 돈 많이 깨졌어. (아기 귓속에 넣어 잰다.)
광 희 : 저 자식은 꼭...!
이때 체온계 삐 소리 나면,
수 현 : (체온계 빼서 읽는) 38도 2분...
광 희 : 열은 많이 내렸네...? (하선에게) 근데 왜 잠을 못자... 얼른 자야지...
하선을 토닥이더니, 나직이 자장가를 부르기 시작하는 광희.
광 희 : 잘 자라 우리 아가... 앞뜰과 뒷동산에...
경태와 수현도 나직이 자장가를 따라 부른다.
세남자 : 새들도 아가 양도... 다들 자는데... (자연스레 화음 넣어서) 달님은 영창으로... 은구슬 금구슬을... 보내는 이 한밤...
잘 자라 우리 아가... 잘 자~거~라...
어느 덧 노래가 끝나고, 그대로 고요히 아기를 바라보고 있는 세 남자.
광 희 : (나직이) 잠들었어...
평화롭게 잠이 들어있는 하선.
그런 하선을 말없이 바라보며 빙긋이 미소 짓는 세 남자. (F.O)
S#21. 모델하우스 화장실 안 (아침)
(F.I) 거울을 보며 활짝 웃는 나영.
나 영 : (연습) 어서오세요...! 힐스리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다시) 환영합니다...
이내 칫솔로 양치질을 시작하는 나영. 가열 차게 이빨 닦는데...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자, 돌아본다.
얼른 물로 헹구고는, 칫솔 내려놓고 나가보는 나영.
나 영 : 무슨 소리지...?
S#22. 모델하우스 유닛 안 (아침)
급히 유닛 안 현관으로 들어서는 나영.
인부들이 침실 쪽에서 티 테이블과 의자들을 들고 나온다.
나 영 : (깜짝 놀라) 어머, 그거 함부로 가져가시면 어떡해요?
인 부1 : 이거 치우고 원스톱 세탁실 설치했어요.
나 영 : (의외지만, 좋아하며) 네? 그래요...?
인부들 나가고, 나영은 좋아서 침실로 향하는데,
이때 침실 쪽에서 우르르 나오는 회장(찬영부)과 임원일행, 서과장, 찬영.
회 장 : (나오며) 원스톱 세탁실에, 침대 옆 미니냉장고라... 그거 아주 좋은 아이디어야...!
서과장 : (굽실대며) 감사합니다, 회장님! 우리 정대리가 좋은 의견을 많이 내고 있습니다.
회 장 : 분양 중이라도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언제든지 반영하라구.
서과장 : 네.
회 장 : (찬영을 보고 멈춰서며) 정대리?
찬 영 : 네...
회 장 : (찬영의 어깨 짚으며) 수고했어.
찬 영 : 감사합니다...!
찬영이 회장에게 가벼운 목례를 하자, 밖으로 나가는 회장일행.
한쪽으로 비켜서는 나영도 얼른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잽싸게 지나가는 찬영을 노려본다.
찬 영 : (나영의 시선 느끼고는 돌아보며, 나직이) 왜요?
나 영 : (작게) 그거 내 아이디어잖아요...! 왜 슬쩍해요?
회장일행이 밖으로 나간 걸 힐끗 확인하는 찬영.
찬 영 : (작게) 하, 참... 이봐요, 뱃살. 오늘부터 짐 싸들고 다른 데 가서 주무실래요?
나 영 : 뭐라구요...? 이 인간이 치사하게? 남의 약점 잡아서 아이디어를 가로 채?
찬 영 : 나도 이번 분양에 중대한 문제가 달렸거든요? 나중에 잘 되면 크게 한 턱 낼 테니까,
지금은 좀 그냥 넘어가면 안 되겠어요?
나 영 : 됐어요! 치사한 인간.
찬바람 나게 횡하니 돌아서서 가는 나영.
나 영 : (삐져서, 들으라는 듯) 아이디어 또 말해주나 봐라.
그런 나영을 보며 피식 웃고는 나가는 찬영.
S#23. 세 남자의 집 현관 안 (아침)
출근차림으로 2층에서 내려오는 수현. 역시 출근차림으로 방에서 나오는 경태.
두 사람 찌뿌듯한 표정으로 나와 현관에서 만난다.
경 태 : 몸이 아주 천근만근이다.
수 현 : 나도. 수면부족이야. 정신이 몽롱~하다...
현관에서 신발들 신는데, 이때 화장실에서 나오는 광희, 두 사람을 보고 놀라 달려온다.
광 희 : 야, 니네 어디 가? 애도 아픈데?
수 현 : 출근해야지.
광 희 : 그럼 오늘도 또 나 혼자 하선이를 보라구? 셋이 똑같이 보기로 했잖아!
수 현 : 어떡하냐... 나 어제 주문실수한 거 수습해야 된단 말이야. 안 그럼 나 짤려.
경 태 : 나두 위치추적한 거 땜에 징계 받을 거 같애! 나야말로 문제 커지면 진짜로 짤린다.
광 희 : (울상이 되며) 뭐? 이것들이? 나 이번 주 연재할 거 손도 못 댔단 말이야!
이때 거실의 하선이 울면, 난감하게 돌아보는 광희.
수 현 : 우린 뭐 아픈 하선이 두고 출근하는 게 마음이 편한 줄 알니?
경 태 : 내 맘도 찢어진다. 발걸음이 안 떨어져...! (발 떼다가) 어? 진짜 안 떨어지네...?
경태, 발 들어 보면 껌이 쭉 늘어나며 붙어있다.
경 태 : 껌이 붙었잖아...? (신경질) 누가 여기다 껌 뱉어놨어? 어쩐지 발걸음이 무겁더만...!
(신은 채 신발바닥 바닥에 쓱쓱 닦는다)
광 희 : 이것들이 정말...?
수 현 : 어쩌겠냐. 일찍 올게. (나가고)
경 태 : (광희 어깨 짚으며)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 바닥에 붙은 껌은 니가 좀 뗘라. 간다.
나가는 수현과 경태.
광희, 열 받아 미치겠다는 표정으로 우는 하선에게로 달려간다.
광 희 : 으이그...! 내 팔자야...!! (하면서 하선을 안아 올린다.)
S#24. 수현의 회사, 임원실 (낮)
이사 앞에 고개 숙이고 서 있는 수현.
이 사 : (버럭 호통 치는) 무슨 일을 이 따위로 처리한 거야?
수 현 : 죄송합니다... 이사님.
이 사 : 박회장님께서 오늘 오전 중에 투자금을 전액 회수하시겠대! 이걸 어떻게 할 거냐구?!
수 현 : 제가 책임을 지겠습니다...
이 사 : 손실액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회사 이미지가 실추됐다는 거야!
천주를 사라고 했는데, 만주나 샀으니, 누가 믿고 자산관리를 맡기겠나?
수 현 : 제가 책임을 지고 옷을 벗겠습니...
이때 문이 벌컥 열리며 김팀장이 뛰어 들어온다.
김팀장 : 이사님! 화성전자 금광 터졌답니다!
이 사 : 그게 무슨 소리야?
김팀장 : 화성전자가 몽고에 공장 지으려고 땅을 사둔 게 있었는데, 거기서 금광이 발견됐답니다. 시가로 5천억이 넘는대요...!
이 사 : (놀라서 화들짝 좋아하며) 그래?
김팀장 : (수현을 장하게 보며) 우리 한대리가 제대로 대박 하나 쳤어요. 뉴스 터지자마자 바로 상한갑니다!
수 현 : (얼떨떨해서 이사를 보며) 저... 그럼 옷은...?
이 사 : 수고했어! 옷은 내가 한 벌 사줌세!
이사와 김팀장, 껄껄 웃으며 좋아하는데,
이때 수현의 핸드폰이 울리면, 꺼내보고는 재빨리 받는 수현.
수 현 : (여전히 얼떨떨한, 받으며) 네! 회장님!!
S#25. 골프장 (낮)
티 위에 올라가 있는 골프공을 시원하게 때리는 골프 클럽.
서연부가 일행들과 함께 골프를 치고 있다.
이때 서연부 앞에 달려와 서는 수현.
수 현 : (꾸벅 인사하며) 부르셨습니까, 회장...(님!)
수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대로 수현을 확 끌어안는 서연부.
컥! 숨이 막히지만 그대로 안겨 있는 수현.
서연부 : 내, 자네를 처음 봤을 때부터 어딘가 남 다른 데가 있다고 생각했어!
수 현 : (숨 막혀서) 저기 그게...
서연부 : (풀어주며 수현의 양 어깨를 잡고) 말 안 해도 아네. 나한테 만주 산다고 미리 말했으면 내가 반대할까봐 그랬겠지?
수 현 : 그게...
손가락으로 수현의 입을 막는 서연부.
서연부 : 앞으로는 일일이 나한테 허락받지 않아도 되네. 자네 마음대로 투자를 해봐! 내 자네를 믿지...! (어깨 툭툭 두드린다.)
수 현 : 감, 감사합니다... 회장님!
서연부 : 답례로 내가 선물을 하나 할까 하는데.
수 현 : 네? 선물이요...?
서연부 : 자네 그림 좋아하나...?
수 현 : 그... 그림이요...?
S#26. 서연의 갤러리 복도 ~ 관장실 안 (낮)
직원의 뒤를 따라 주욱 걸어 들어가는 수현. 긴장이 되는 듯 넥타이를 조이며 매만진다.
직원이 관장실을 노크하더니 문을 열자, 책상에 앉아 전화통화하고 있던 서연이 돌아본다.
직 원 : 관장님, 손님 오셨는데요...
서 연 : (전화통화 마치며) 제가 나중에 전화 드릴게요, 대표님...
전화를 끊고는 일어서 나오는 서연. 수현에게 미소 지으며 악수를 청한다.
서 연 : 안녕하세요. 박서연이에요.
수 현 : (손 마주잡으며) 네, 저는...
서 연 : 알아요. 한수현씨.
수 현 : 어떻게 저를...?
서 연 : 어제 필드에서 열심히 뛰셨잖아요. 무릎도 팍... 꿇으시고...
수 현 : (그제야, 무안하게) 아...! 저기 그게...
서 연 : (서슴없이) 멋있었어요, 전.
수 현 : (순간 좋은 기색 숨기며) ... 그래요...?
서 연 : 아버지한테 말씀은 들었어요. 어떤 그림이 맘에 드세요?
수 현 : 글쎄 뭐 어떤 그림이라기 보단...
서 연 : 그럼, 같이 좀 돌아보실래요?
수 현 : 네! 그러시죠...
S#27. 동 갤러리 전시실 (낮)
팜플렛을 돌돌 말아 쥐더니, 예전에 광희에게서 들은 자세 그대로 진지하게 그림을 보고 있는 수현.
괜히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툭 그림 가리키기도 하면서, 삼매경에 빠져있다.
형체를 알 수 없는 시커멓고 칙칙한 분위기의 추상화.
서 연 : (그림 보며) 이 작품이 괜찮으신가 봐요?
수 현 : (폼 잡으며) 아, 네... 뭐랄까... 이 그림을 딱 보니까, 어릴 적 향수에 젖는 기분이 든다고나 할까...?
과거의 추억이 떠오른다고나 할까... 그러네요.
서 연 : (웃으며) 그래요? 참 희안하시네요. 이 작품의 제목은 '머나먼 미래'인데...?
쪽팔린 표정의 수현.
S#28. 경찰서 (낮)
반장 앞에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서있는 종희와 경태.
반 장 : (버럭) 여기가 니들 놀이터야? 경찰 시스템을 사적으로 이용하게!
경태, 죄 지은 듯 침울하게 서있고, 종희는 입을 쌜룩거리고 있다.
반 장 : 이번엔 내가 과장님께 특별히 잘 말씀드려서, 그냥 넘어가는 거야!
경 태 : (꾸벅) 감사합니다!
반 장 : 다음에 한 번만 더, 두 사람이 합심해서 사고 치면!
종 희 : (말 자르며) 반장님!
당돌한 태도의 종희를 쳐다보는 경태와 반장.
종 희 : 사랑이 죄인가요...?
반 장 : 그건 또 뭔 소리야?
종 희 : 전 그저 나황형사님을 사랑한 죄밖에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부탁을 거절할 순 없잖아요.
종희, 경태의 손을 덥석 잡으면, 화들짝 놀라는 경태.
종 희 : 옷을 벗으라면 벗겠습니다. 후회하지 않아요.
경 태 : (손 빼려하며) 왜... 왜 이래...? 남순경!
혈압이 오르는지, 뒷목을 붙잡는 반장.
경태는 종희에게 잡힌 손을 빼려하지만, 꼭 잡고 놓아주지 않는 종희.
이때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반장의 목소리.
반 장 : (E) 당장 시말서 써와! 당장!!
S#29. 경찰서 조사실 (낮)
책상에 마주앉아 시말서를 쓰고 있는 종희와 경태.
종 희 : (쓰면서 읽는)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로서 이번 일은... 정말 죄송합니다... 그러나 저는... 나황경태 형사님을 사랑한...
경 태 : (버럭) 너 그 소리 좀 그만 못하냐!!
종 희 : (삐죽거리지만 아랑곳없이 계속) 사랑한 죄밖에 없으니... 그 죄 값을 치르라 하시면... 달게 받고...
속이 부글부글 끓는 경태. 그대로 책상을 쾅 내리치며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려는데,
종 희 : (얼른 경태 막아서며) 책임지세요.
경 태 : 뭘?
종 희 : 이번 일 걸리면, 나황형사님이 저 평생 책임진다고 하셨잖아요!
경 태 : (아차 싶고) 그건...
종 희 : 남자가 약속을 했으면 지키셔야죠.
경 태 : 그거야... (하다가, 문득 종희 얼굴에 얼굴 들이대며) 너지...!
종 희 : 뭐가요?
경 태 : 니가 찌른 거지?
종 희 : (당황하여 피하며) 찌르다뇨? 뭘... 요?
경 태 : 왜 당황하니? 그토록 당당했던 네가...?
종 희 : 당... 당황하긴... 누가 당황해요...? (딸꾹질 하는) 딸꾹!
경 태 : 너! 앞으로 또 그런 장난치면 나한테 진짜 혼난다!!
쌩하니 돌아서 나가는 경태.
종 희 : (뒤에 대고) 그러니까 왜 사람 맘을 몰라 주냐고요! 딸꾹!
경태는 문을 쾅 닫고 나가고, 혼자 남은 종희가 딸꾹질만 하고 서있다. 딸꾹! 딸꾹!
S#30. 모델하우스 앞 주차장 (낮)
딸딸딸딸...! 고급 승용차들이 쭉 주차되어 있는 주차장으로 경운기 한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진입한다.
경운기를 몰고 있는 농삿꾼 차림의 할아버지와 뒤에 타 있는 몸뻬 할머니가 보인다.
목에는 수건, 팔에는 토시 등 끼고 밭에서 일하다 온 차림이다.
S#31. 모델하우스 안 입구 (낮)
장화에 묻은 흙을 탈탈 털며 들어서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할머니 : (모델하우스 안 보며 감탄, 심한 경상도사투리로 목청도 큰) 보소~! 휘황찬란한 기가 천지 삐까리네!
할아범 : (역시 목청 큰) 그래봐야, 거서 거지! 머 대단한 기 있다고 치바다보나?
마침 입구에 서서 인사를 하고 있던 나영이 이런 두 노인을 보고 얼른 다가가 신발 벗는 걸 도와준다.
나 영 : (부축하며) 어서 오세요. 할머니, 할아버지...
할아범 : 가스나 인사썽 억수로 밝네? 어데, 집 구경 한번 해보까?
이때 멀리서 보고 있던 서과장이 화들짝 놀라 뛰어온다.
서과장 : (다짜고짜 노인들 몰아내며) 나가세요! 나가요!
할아범 : 와 이카노?
서과장 : 여긴 노인네들 오실 데가 아니니까, 빨리 나가시라구요!
할머니 : 와? 우린 집 구경 좀 하믄 안 되나?
서과장 : (나영에게) 아니? 송나영씨! 지금 뭐하는 거야? 이런 사람들 함부로 들이면 어떡해? 빨리 밖으로 내보내!
할아범 : (화내며) 뭐라? 이런 사람덜? 이기 미칫나? 글고, 와 죄 없는 아가씨헌테 타박이고? 타박이? 콱 주둥아리 쳐 막아쁠라!
서과장 : 뭐요? 이 양반들이 보자보자 하니까...!
나 영 : (서과장 말리며) 과장님, 진정하세요... 집 구경하러 오셨다잖아요...
이 소란에 사람들 웅성대자, 지나가다 쳐다보는 찬영.
서과장 : (주변을 의식하더니, 나영에게 나직이) 송나영씨가 벌인 일이니까 알아서 처리해!
사람들 눈에 안 띄게 빨리 보여주고, 바로 내보내라구! (이를 갈며) 그리고 나중에 나 좀 봐!!
잽싸게 웃는 얼굴로 변하면서 잘 차려입은 중년부부에게 달려가는 서과장.
서과장 : (가며) 어서오세요, 고객님...!
나 영 : (고개 숙여 인사하며) 죄송해요, 할아버지...
할아범 : 아가씨가 죄송할 기 머 있나? (여전히 못마땅한 듯) 에이~ 문디 자식...! 이기 다 지끼다 이기가?!
S#32. 모델하우스 유닛 안 (낮)
나영이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안내를 하고 있다. 이런 나영을 멀리서 지켜보는 찬영.
나 영 : 여기가 저희 단지에서 제일 큰 아파트에요. 방이 다섯 개구요, 주방과 욕실이 따로 분리 돼있어서
며느님하고 같이 두 가구가 함께 사셔도 좋아요.
할머니 : (둘러보며) 우와~ 괘않네? (할아범에게) 보소, 우리 여서 얼라들캉 같이 살믄 안 좋겠는교?
할아범 : (툴툴대는) 얼라들하고 우예 같이 살겠노? 집이라고 코따까리 맨치로 째매나구로!
할아버지의 반응에 자기도 모르게 웃는 나영.
할아범 : 와? 아가씨도 내가 우습다 이기가?
나 영 : 아니에요... 사실 넓은 마당 있는 집에 비해선 이 집도 작지요.
그래두 전망도 좋구요, 단지 바로 옆에 노인 병원도 생기고 하니까, 사시기엔 편하실 거예요.
할아범 : (솔깃하며) 그래...?
할머니 : (마음이 당기는 듯 조르는) 보소...!
할아범 : (귀찮다는 듯 소리 팩) 알았다, 안카나...!
S#33. 모델하우스 안 사무실 (낮)
떡 벌어진 입을 닫지 못하는 서과장. 할아버지가 내민 5천만원짜리 수표를 받는다.
서과장의 앞에 앉아 도장을 입으로 후 불고 있는 할아버지.
할아범 : 내사 계약금은 줬고... 도장은 엇따 찍으믄 되나?
서과장 : (그제야 정신 돌아와 배실배실 웃으며) 여, 여깁니다... 사장님...!
할아범 : 사장은 머 자꾸 사장이라카나? 농사 쪼매 짓는 거를 가꼬...!
할아버지가 도장 찍으면, 뒤에 서 있던 할머니와 나영이 방긋 웃는다.
할머니 : 요~ 일대 땅이 다 우리 이 양반 땅 아닌교.
할아범 : (턱으로 나영 가리키며) 어데~! 내사 이 아가씨 아니믄 택도 없을낀데...
아가씨가 원캉 사람 좋게 해주니까 사는 거 아이가...
이때 서과장이 당황하여 계약서를 떨어뜨리자,
할아범 : (빽 소리치는) 단디 해라! 이 뭐꼬?
얼굴 벌겋게 상기되며 연신 고개 조아리는 서과장.
서과장 : (잽싸게 계약서를 봉투에 넣으며) 죄송합니다... 사장님... 죄송...
S#34. 모델하우스 앞 주차장 (낮)
경운기를 몰고 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나영은 손을 흔들고, 서과장은 이마가 땅에 닿을 듯이 고개 숙인다.
서과장 : 안녕히 가십시오... 사장님!!
할머니 : (나영에게 손 흔들어 주며) 드가라! 내 마실 가가 우리 계원들헌테 여 아빠뜨 억수로 좋다꼬, 야그해 주꾸마!
그 영감 할멈들 오문, 우리 맨치로 잘 좀 해주그래이~!
나 영 : (손 흔들며) 네! 그럴게요! 안녕히 가세요!
경운기 멀리 사라지면, 웃으며 돌아서는 나영.
서과장이 이런 나영을 보고 한마디 한다.
서과장 : (뻘쭘해서 괜히) 뭐가 그렇게 좋아?
나 영 : 좋은 분들한테 좋은 집이 팔려서 좋고, 저는 수당 받아서 좋죠. (먼저 가며) 안 들어가세요?
이때 길 옆으로 경운기를 탄 다른 농부가 지나가자 재빨리 뛰어가는 서과장.
서과장 : (굽실대며) 어이구! 사장님! 저희 아파트 한번 보고 가시죠!
이런 서과장을 돌아보며 피식 웃는 나영. 모델하우스 문을 열고 들어서려는데, 찬영이 보고 서 있다.
찬 영 : 제법 실력이 있네요?
나 영 : 흥! 남의 아이디어나 꿀꺽하고. 댁하곤 말 안 해요!
그대로 휑하니 들어가는 나영.
S#35. 세 남자의 집 거실 (낮)
하선이 울고 있고 광희가 약을 먹이려고 애쓰고 있다.
광 희 : (약 숟갈 대주며) 하선아... 이거 먹어, 이거...! 이거 아주 맛있는 거야...!
아 기 : (E) 맛있기는...? 쓴 거 다 아는데... 누굴 바보로 아나? 싫어! 안 먹어!
광 희 : 어허! 약을 먹어야 낫지...!
억지로 먹이려는데, 아기의 발버둥에 약이 엎질러진다. 울상인 광희.
광 희 : 왜 약을 안 먹어...? 이게 얼마나 맛있는데... (약 숟갈을 쓱 맛보더니, 인상 찌푸리며) 윽! 쓰긴 쓰구나...!
아 기 : (E) 거봐! 내 말이 맞지?
광 희 : 약을 어떻게 먹인다...?
이때 딩동 울리는 초인종.
광 희 : 누구지...? 얘들이 벌써 왔나?
우는 아기를 안고 현관으로 나가는 광희.
S#36. 세 남자의 집 현관 밖 (낮)
화가 난 노희숙이 현관문을 노려보며 다시 한번 힘주어 띵동~ 초인종을 누른다.
이때 안에서 아기를 안은 채, 문을 여는 광희.
광 희 : (반기며) 경태냐? 일찍 왔네...?
문을 열다가 노희숙을 발견하고는 놀라서 얼른 문을 닫는 광희.
노희숙 잽싸게 문 사이에 발을 끼워 넣는다.
노희숙 : (문잡고) 빨리 문 안 열고 뭐하는 거야!
광 희 : (나직이) 애 놀래요! 조용히 해요!
노희숙 : 애?
의아한 듯 광희의 품에 안겨있는 하선을 보는 노희숙.
S#37. 세 남자의 집 거실 (낮)
거실로 들어서는 희숙과 광희. 희숙은 아기용품으로 어질러진 실내를 둘러본다.
희 숙 : 그런데 웬 아기야?
광 희 : 말하자면 사연이 복잡해요. 앉으세요.
희숙 앉지 않고, 의심의 눈초리로 광희와 아기를 보더니,
희 숙 : (심각하게) 자기 애구나?
광 희 : (화들짝 놀라) 그런 얘기 좀 함부로 하지 마요!
희 숙 : 왜 이렇게 놀래? 자기 애 맞구나!
광 희 : 아니라니까요? 친구 애에요.
희 숙 : 근데 친구 애가 왜 여기 와있어? 애 살림살이도 다 와있네?
광 희 : 아무튼 그렇게 됐어요. 저도 괴로워요.
희 숙 : 어쨌든 이애 땜에 작업을 못하고 있는 거야?
광 희 : 네...
희 숙 : 그럼 이리 줘. 내가 봐줄 테니까. 자긴 빨리 가서 그려.
광 희 : 정말 그래도 되요?
희 숙 : 어서 주기나 해.
광 희 : (아기 넘겨주며) 고마워요. (테이블 위의 약 숟가락 가리키며) 저기 이 약 좀 먹여주세요...
광희는 신나서 잽싸게 방으로 들어가고, 희숙, 아기를 안고 소파에 앉는다.
희 숙 : (하선을 보며) 친구애는 무슨... 자길 꼭 빼닮았구만! 영락없네... (하선에게) 근데 니 엄만 어딨니?
(따지듯 인상 쓰며) 설마... 니 엄마가 너를 미끼로 결혼을 요구하는 건 아니겠지? 누가 뭐래두 최작가는 내 남자야. 알아?
하선을 번쩍 안아 소파 위에 따로 내려놓는 희숙.
희 숙 : 넌 내 손에서 자라게 될 거야...! (약 숟가락 들이대며) 자, 약 먹어!
거부하며 바둥 대는 하선. 억지로 먹이려고 손으로 입을 벌리고 약 숟갈 들이대는 희숙.
희 숙 : 거부해도 소용없어. 약은 먹어야 돼...!
이때 하선이 울자, 방에서 달려 나오는 광희.
광 희 : 애한테 지금 뭐하는 거예요! 절루 가요!
희숙을 밀쳐내고 하선을 빼앗듯 안아가는 광희.
희 숙 : 약 먹이라며...?
광 희 : 얼른 나가요! 당장이요!
희 숙 : (실망하며) 설마 했는데...! 정말 최작가 애가 맞구나...!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획 나가는 희숙.
광 희 : (그러거나 말거나) 하선아, 놀랬지...? 괜찮아, 괜찮아...
씩씩거리며 하선이만 도닥이는 광희.
S#38. 도우미 휴게실 (낮)
밖에서 문을 열고 안을 살피더니, 들어오는 나영. 유니폼 앞자락에 살짝 숨긴 유축기와 모유봉지를 꺼내 냉장고로 간다.
한쪽에 앉아서 종아리를 두드리고 있던 주미가 이런 나영을 보고 한마디 한다.
주 미 : 하여튼 대단하다. 존경해. 나영씨 그 모유 먹이는 정신.
나영, 유축기를 한쪽에 놔두고 모유봉지를 냉동실에 넣는데,
나 영 : 어? 이상하네? (냉동실 안의 모유팩들 뒤적이며) 갯수가 어째 줄어든 거 같네?
주 미 : 에이, 그걸 누가 손댔겠어...?
나 영 : 아니야. 하루에 여덟 번은 짰으니까, 스무 개는 넘어야 되는데...? 정말 이상하네...?
주 미 : (시계 보고) 교대시간 됐다. 빨리 나가자.
찝찝한 표정이지만, 이내 주미를 따라 밖으로 나가는 나영.
S#39. 동 사무실 앞 (낮)
나영, 주미를 뒤따라 바삐 가는데, 건축 관련 책을 보는 찬영이 비닐팩에 든 샤베트를 먹으려고 벗기고 있다.
문득 지나쳤던 나영, 순간 돌아보고 찬영을 향해 다가간다.
찬영이 막 먹으려는데, 샤베트 비닐봉지를 잡아서 보는 나영.
찬 영 : (의아해서) 왜 그래요...?
비닐봉지의 줄무늬가 나영이 담았던 모유팩이다.
나 영 : 아니... 이건...?!
찬 영 : 그거 냉동실에 많은데, 하나 줄까요?
나 영 : 이씨, 이 나쁜 인간! 진짜?
그대로 달려들어 찬영을 주먹으로 밀치고 때리는 나영.
주미 놀라서 얼른 달려와 나영을 잡는다.
찬 영 : 왜 이래요!
주 미 : (나직이) 나영씨, 왜 이래...!
나 영 : (찬영에게) 왜 남의 거 함부로 먹고 그래요?
찬 영 : 아, 그 샤베트 나영씨가 만들었어요?
나 영 : 이게 뭔 줄 알고 함부로 먹냔 말이에요! 정말! (속이 상하는데)
주 미 : (얼른 나영을 돌려 세우며, 나직이) 미쳤어!
찬 영 : 치사하게. 샤베트 하나 가지고 되게 그러네...
나 영 : (노려보면) ...!
찬 영 : (어리둥절) 안 먹으면 되잖아요, 안 먹으면...
나 영 : 다시는 먹지 말아요! 알았어요?
찬 영 : 알았어요...
나영, 할 수 없다는 듯 주미에게 이끌려 간다.
찬 영 : (혼잣말. 진지하게) 근데 뭘로 만들었지? 그 샤베트 진짜 맛있던데... 나중에 만드는 법 꼭 가르쳐 달라 그래야지...!
입맛 다시더니 섭섭한 듯, 책으로 시선 향하는 찬영.
S#40. 세 남자의 집 거실 (밤)
문 열리며 들어서는 수현과 경태. 수현은 포장 된 그림을 들고 있다.
광 희 : (아기 안은 채, 보자마자 버럭) 일찍 온다며!
수 현 : 미안해...
광 희 : 근데 어떻게 둘이 같이 들어와?
경 태 : 이 앞에서 만났어. 하선이는 좀 어때?
광 희 : 괜찮아...
수 현 : 열은? 내렸어?
광 희 : 응. (조심스럽게) 근데 니들 어떻게 됐어? 둘 다 진짜 짤렸냐...?
경 태 : (기분 좋게) 아니.
수 현 : (그림 내보이며) 짤리긴커녕... 복이 터졌다!
수현이 신나게 그림을 풀어본다.
광 희 : 그건 뭐야...?
수 현 : 머나먼 미래...! 내 창창한 미래다...! (그림 들어 보여주며) 어때?
광 희 : 창창한 미래...?
그림을 들여다보는 광희. 경태도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보고, 광희 품의 하선도 갸웃하며 그림을 본다.
형태가 불분명한 칙칙하고 시커먼 색깔의 그림.
광 희 : (갸웃하며) 아무리 봐도 창창한 미래로는 안 보이는데...?
경 태 : 나도...
아 기 : (눈 똥그랗게 뜨고 보며, E) 나두...!
수 현 : (그림 내려놓으며) 니들이 그림을 아냐?
괜히 신나 넥타이 풀며 건들건들 콧노래 부르는 수현.
수 현 :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경태와 광희, 어이없어하며 볼 뿐인데, 그러다 갑자기 코를 킁킁거리는 수현.
수 현 : 이게 무슨 냄새지...? (코 하선이 엉덩이로) 야, 하선이 또 설사했나봐!
경 태 : (놀라) 뭐? 광희 넌 애를 어떻게 본 거야? 약은 먹였어?
광 희 : (얼른 아기를 눕히며) 먹였단 말이야... 하루 종일 잘 놀았는데...?
재빨리 기저귀를 풀어보는 광희. 수현과 경태도 고개 모으고 보는데...
기저귀 펼쳐지면, 굵고 단단한 황금똥이 보인다.
광 희 : (눈 커지며) 와~! 황금똥이야...! 황금똥!
경 태 : (역시 눈 커지며) 정말... 황금똥이네...!
수 현 : 야! 똥 참 좋다...!
좋아하는 세 남자.
두 손으로 마치 경배하듯 똥이 담긴 기저귀를 들어 올리는 광희.
광 희 : 드디어 다 나았나봐...!
경 태 : (기저귀 뺏어, 가까이 보며) 색깔 좋고!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보며) 점도 좋고...!
수 현 : 그러다 핥아먹겠다, 핥아먹어...
그러면서 자기도 황금똥에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는 수현.
수 현 : (흠! 들여 마시며) 냄새도 좋아...!
광,경태 : 어디어디...!
서로 고개를 들이 밀며 냄새를 맡아보는 세 남자.
경 태 : 진짜...! 시큼한 냄새가 싹 없어졌는데? 구수한 게 향기롭다.
광 희 : 정말 예쁜 똥을 쌌네? (하선에게 달려들어 뽀뽀 쪽쪽쪽 해대며) 아이구, 예뻐라. 아이구, 기특해!
아 기 : (E) 아니? 똥이라면 질색하던 아빠들이 갑자기 왜 이러지...? 내 똥이 그렇게 좋은가?
수 현 : 야, 야! 그만 좀 해라! 똥 보고 좋아하는 놈들은 아마 우리 밖에 없을 거다.
그 말에 하하하 좋아하며 웃는 세 남자.
S#41. 모델하우스 침실 안 (밤)
나영의 핸드폰 액정에 ‘사진 전송중’ 이라는 글씨가 뜬다.
이윽고 전송이 끝나면, 화면 가득 보이는 황금똥. 그 밑에 ‘하선이의 황금똥! 예쁘죠?’ 라는 메시지가 보인다.
의아한 표정으로 보던 나영의 얼굴에 이내 미소가 번진다.
이내 다른 사진이 뜬다. 하선을 가운데 두고 방긋 웃으며 찍은 세 남자의 사진.
‘하선이는 걱정 말고 일 잘하고 오세요!’ 하는 메시지 계속된다.
자기도 몰래 눈물이 고이며 웃는 나영. 눈물을 슥 닦으며 얼른 문자를 찍는다.
S#42. 세 남자의 집 거실 안 (밤)
핸드폰을 보고 있는 세 남자.
액정화면 속. 나영이 V자를 그리며 웃고 있는 사진이 보인다. 그 밑으로 떠오르는 메시지.
나 영 : (E) 정말 고마워요. 저도 오늘 집 한 채 팔았답니다!
경 태 : 나영씨가 아파트 한 채 팔았대. 잘됐다...!
수 현 : 그러게...
나 영 : (E) 하선이와 세 분을 생각해서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어요.^^*
광희가 핸드폰을 가져가 나영의 사진을 하선에게 보여준다.
광 희 : 하선아, 엄마야, 엄마. 엄마가 요 속에 있지? 엄마 안녕! 해봐.
똘망 똘망 까만 눈동자를 굴리며, 액정화면 속의 나영의 모습을 보는 하선.
아~하! 짧은 옹알이 소리를 내며 방긋 웃는 하선.
S#43. 모델하우스 침실 안 (밤)
나 영 : (E) 우리 하선이 너무 보고 싶었는데... 사진 보내줘서 정말 고마워요...
정신없이 메시지를 보내고, 받으며 행복한 나영. 입가에 미소가 떠날 줄을 모른다.
나 영 : (하선을 보며, 혼잣말) 며칠 못 봤는데, 정말 많이 컸네...?
싫증나는 줄도 모르며, 아기와 세 남자의 사진을 연속으로 보고 또 보는 나영. (F.O)
S#44. 모델하우스 로비 (아침)
(F.I) 나영과 주미 등 도우미들이 쭉 정렬해있다. 일과를 시작하기 직전의 상황.
서과장이 초조한 듯 핸드폰으로 통화하며 왔다 갔다 한다.
서과장 : 그래서 못 온다는 거야? 알았어. (전화 끊으며) 이걸 어쩌지?
찬 영 : (옆에서 듣고) 왜요? 도우미팀장이 못 온대요?
서과장 : 차사고가 났대. 어쩌지? VIP 초청시간 다 됐는데, 누굴 시키지?
서과장, 도우미들을 둘러보는데,
찬 영 : 송나영씨를 시켜보면 어떨까요?
서과장 : 뭐? 송나영...? (하면서 나영을 까칠하게 쳐다보는데)
찬 영 : 네. 인상도 좋고, 혼자 연습도 많이 하는 거 같던데요.
이 말에 놀라 힐끗 찬영을 보는 나영. 주미와 다른 도우미들도 나영을 쳐다보는데...
찬 영 : 한번 맡겨보죠.
서과장 : 안돼. VIP 초청이 무슨 애들 장난인 줄 알아? 이번 분양의 성패가 달렸다구.
이때 멈칫 눈치를 보다가 얼른 손을 드는 나영.
나 영 : 제가 한번... 해볼게요...!
옆의 주미, 놀라서 나영의 팔꿈치를 잡는데,
서과장 : (어림도 없다는) 이게 무슨 장기자랑인 줄 알아? 그러다 실수하면 누가 책임질 거야?
나 영 : (무안해서) ....
찬 영 :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서과장 : 뭐?
찬 영 : 만약에 송나영씨가 실수를 하면 제가 책임진다고요.
그 말에 나영, 의아하고 당황스러운 듯 찬영을 힐끗 보는데,
서과장은 잠시 생각을 한다.
서과장 : (이윽고 나영을 보더니) 송나영씨! 정말 자신 있어?
나 영 : (차분히) 네...!
서과장 : 좋아...! 그럼 얼른 준비해!
나 영 : 감사합니다. (얼른 안으로 향하는데)
이런 나영을 향해 안보이게 엄지손가락을 살짝 치켜 올리는 찬영.
나영도 찬영을 향해 머쓱한 듯 살짝 웃어주며 얼른 안으로 들어간다.
S#45. 동 모델하우스 밖 (아침)
모델하우스를 향해 모여드는 고급 승용차들.
차에서 내린 VIP 고객들이 우르르 모델하우스 안으로 들어선다.
S#46. 동 모델하우스 로비 (아침)
VIP 고객들이 모여 있고,
긴장되는 표정으로 톱모델 자리에 서는 나영. 헤드셋까지 착용하고 레이저 포인터로 모형도 비춰가며 설명한다.
나 영 : (약간 떨리는 듯) 안녕하십니까. 저희 힐스리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희 힐스리움은... 단지 옆으로 초대형 생태공원이 조성될 예정이며...
나영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는 찬영.
불안해하던 서과장과 주미도 그제야 미소를 머금는다.
나 영 : (계속) 단지도 지상보다 높게 들어올려 조망권 및 일조권을 확보했으며...
차별화된 명품 설계와 커튼월 공법의 외관은 이 지역 랜드마크이자 마천루 아파트로서... 손색이 없다고 보여집니다.
이때 입구 쪽에서 우르르 들어서는 한 무리의 노인부부들. 마치 단체관광객들 같다.
어제 만났던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친구부부들이다.
어제와는 달리 외출복으로 멋을 부린 할머니와 할아버지. 나영이 설명하고 있는 모형도 근처로 친구들을 데리고 모여든다.
할머니가 나영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면 나영도 가볍게 목례하며 웃어준다.
나 영 : (계속) 제가 너무 어렵게만 말씀드렸나요? 사실 아무리 아파트를 좋게 만든다고 해도 마당 있는 집만은 못하겠지요...
인공통풍시설이 아무리 훌륭하다한들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진짜 바람만이야 하겠어요?
아무리 화려한 전등을 쓴다 해도 따사로운 봄날의 햇빛을 대신할 수는 없겠지요.
나영의 이 말에 갑자기 당황하는 서과장.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노인들과 VIP 고객들 나영의 말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제야 당혹감 사라지며 안심하는 서과장.
나 영 : 하지만 저희는 최대한 자연에 가까운 집, 사람이 살기에 가장 좋은 집을 만들었다고 자부합니다.
둘러보시면 좋은 집이라는 걸 금방 아실 수 있을 거예요. 부담 갖지 마시고, 천천히 마음껏 둘러보세요. 감사합니다.
나영이 인사하자, 박수를 치는 사람들.
S#47. 동 모델하우스 사무실 (낮)
계약을 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특히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보인다.
흡족한 표정으로 나영의 어깨를 두드리는 서과장.
서과장 : 잘했어...! 다 나영씨 덕분이야...!
나 영 : 제가 뭐 한 일이 있나요... 회사에서 좋은 아파트를 지어서 그런 거죠.
서과장 : 아냐. 그래도 이렇게까지 잘 될 줄은 몰랐어.
나 영 : 감사합니다. (주변 보며) 근데, 정대리님은 어디 가셨어요?
서과장 : 글쎄? 여기 어디 있을 텐데...?
S#48. 동 모델하우스 밖 일각 (낮)
주변을 둘러보며 나오는 나영.
나 영 : (혼잣말) 그 왕재수... 어디 갔나? 고맙다고 한마디 해줄랬더니...?
(신나서 전화기 꺼내들고) 우리 하선이한테 전화나 해야지...!
종종걸음으로 막 모퉁이를 돌아 꺾어지던 나영이 문득 멈춰 선다.
멀리 주차장에서 찬영이 누군가와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자세히 보면, 회장을 배웅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호기심이 생기는지, 모퉁이 이쪽에 몸을 숨기고 유심히 보는 나영.
회 장 : 그래, 있어보니 어떻든? 있을 만 하니?
찬 영 : 네... 좋습니다...
회 장 : 니 놈 고집 때문에 여기로 보내긴 했다만, 언제 돌아올 거냐?
찬 영 : 곧 올라갈게요.
회 장 : 오늘 보니까 분양은 순조롭게 잘 될 것 같은데... (문득 보더니) 형들 때문이냐?
찬 영 : 아니에요, 아버지...
나 영 : (놀라며) 아버지...?
얼른 모퉁이에 몸을 숨기고는 당황해서 눈을 껌뻑이는 나영.
나 영 : 회장님 보구 아버지라구...?
S#49. 나영 집 앞 (낮)
초인종을 누르는 나영부. 대답이 없자, 문을 두드린다.
나영부 : 나영아! 나다! 문 좀 열어봐...!
하지만 안에서는 대답이 없고, 대신 맞은편 현관문이 열리며 고쟁이 아줌마가 나타난다.
아줌마 : 누구신데 애기 엄마를 찾아요?
나영부 : (나영집 가리키며) 여기 친정 아빠 됩니다만...
아줌마 : 아이구, 잘 오셨네! 안 그래도 그 집에 등기가 온 게 여러 통 있어서 내가 맡아두고 있었는데... 잠깐 기다리세요.
호들갑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가는 아줌마. 이내 바로 몇 통의 등기우편물을 들고 나온다.
아줌마 : (내밀며) 이거...
우편물을 받아드는 나영부.
아줌마 : 전부 법원에서 온 거던데... 혹시 애기 엄마한테 무슨 일 있어요?
나영부 : 아~니요! 우리 애한테 무슨 일이 있겠어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품 안에 넣으며) 죽은 사위 때문에 온 건가보구만...
아줌마 : 네...
나영부 : 근데 우리 애는 어디 갔습니까?
아줌마 : 글쎄요? 요새 통 안보이네요?
나영부 : 그래요...?
돌아서는 나영부. 아줌마도 문을 닫고 들어가면, 품에서 우편물들을 꺼내 들여다보는 나영부. 법원의 계고장들이다.
나영부 : 계고장? 올 것이 왔구만...! 이걸 다 으쩐다지...? 에라~ 모르겠다...!
다시 우편물을 품에 넣더니, 사라지는 나영부.
S#50. 도우미 휴게실 (낮)
어수선한 휴게실 구석. 벽을 향해 앉아 휴대용 유축기로 젖을 짜낸 나영이 옷을 내리며 돌아앉는다.
나 영 : (혼잣말) 도대체 정대리 그놈은 정체가 뭐야...? 진짜 회장 아들인가...?
근데 그런 놈이 왜 이런 데 와서 말단사원으로 있는 거지...? 아이, 씨...! 그 동안 내가 너무 막 대했나...?
앞으로는 조심하자. 안 짤릴라면 조심해야 돼...!
모유를 팩에 붓고는, 팩을 냉동실에 넣는 나영.
나 영 : (들여다보며) 그 자식...! 혹시 또 훔쳐 먹었나? 우리 하선이 먹을 건데...! 안되겠다. 빨리 택배로 부치던지 해야지.
냉장고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가는 나영.
S#51. 동 휴게실 밖 (낮)
문을 열고 나가는 나영.
이때 누군가 문 밖에서 다리를 쓱 건다. 그대로 걸려 넘어지는 나영.
나 영 : (비명) 아얏...!
나영이 돌아보면, 사고가 났었다는 도우미 팀장이 목에 보호대를 찬 채 서있다.
나 영 : (어리둥절해서) 팀장님...?
팔짱을 낀 채, 차갑게 노려보는 팀장.
팀 장 : (말투는 부드러운) 어머, 이를 어째? 조심해야지.
나 영 : (의아해서) 네...?
절뚝대며 일어나는 나영. 하지만 발목이 아픈지, 다시 비명을 지른다.
나 영 : 아...! (엎드려 발목 만지는데)
팀 장 : 나 없는 동안 내 대신 잘해줬다며? 고마워. (얄밉게 의도 드러내며) 잘 가르쳐 놨더니 나 없는 사이에, 내 자리 꿰차려고?
이 자리 오긴 쉬워도 지키긴 어려울 걸? 이 바닥에서 그런 식으로 일하면 어림없어. 알아?!
앙칼지게 소리치고는 휙 돌아서서 가는 팀장.
아픈 발목을 쥐고 억울한 듯 쳐다보는 나영.
S#52. 병원 응급실 안 (낮)
나영의 발목에 부목을 대고, 붕대를 감아주는 간호사.
주미가 이런 나영을 측은하게 보고 있다.
의 사 : (옆에서 엑스레이 사진 보며)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네요... 며칠 안정을 취하고... 절대 걸어 다니지 마세요. 아셨죠?
나 영 : 네... (하다가 붕대 감는 게 아픈 듯) 아야...!
간호사가 붕대를 다 감고 가면,
주 미 : 뼈는 안 다쳤다니까 그나마 다행이다.
나 영 : (울상으로) 어쩌지...? 이 다리를 해가지고 일을 할 수도 없고...?
주 미 : 지금 일이 문제야?
나 영 : 그럼 어쩌지...?
주 미 : 일단 서울로 올라가야지.
나 영 : 여태까지 일한 건 어쩌구...? 수당은 언제 받는 거야?
S#53. 모델하우스 사무실 (낮)
서과장이 사복으로 갈아입은 나영에게 봉투를 내민다.
서과장 : 원래 분양 다 끝나야 정산하는 건데, 내 특별히 나영씨만 먼저 계산해주는 거야.
나 영 : (받으며) 감사합니다.
봉투를 받아들고 좋아하는 나영.
나 영 : 다음에 또 분양일 있으면 꼭 좀 불러주세요. 정말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서과장 : 알았어. 조심해서 올라가라구.
나 영 : 네.
나영이 꾸뻑 인사하고 절뚝대며 돌아서면, 짐 가방을 들고 기다리고 있던 주미가 나영을 부축한다.
S#54. 모델하우스 앞 큰길가 (해질녘)
짐 가방을 들고 나영을 부축해 나오는 주미.
나 영 : (짐 가방 받아들려 하며) 됐어, 이제 들어가 봐.
주 미 : 아냐, 내가 터미널까지 데려다주고 올게.
나 영 : 혼자 갈 수 있어...
주 미 : 이 짐은 다 어떡하고? 나영씨 덕에 나도 인센티브 좀 받잖아. 갚아야지.
길가로 나와 지나가는 택시를 향해 손을 흔드는 주미.
주 미 : 택시...!
하지만 손님이 타있는 택시가 휙 그냥 지나간다.
주 미 : 빈 택시가 아니네...?
이때 두 사람 앞에 멈추는 고급 승용차. 창문 내려오며 찬영의 모습 보인다.
주 미 : 어? 정대리님!
나영도 놀라서 힐끗 찬영을 보는데,
찬 영 : 어디 가요? 서울 가는 길이면, 타요! 내가 태워줄게요!
주 미 : (반색하며) 서울이요? 잘됐다.
나 영 : (얼른 꾸뻑 예의 있게 인사하며) 아닙니다, 대리님. 불편하실 텐데, 괜찮습니다. 저기 택시 오네요.
나영, 얼른 절뚝거리며 택시를 잡으려 하는데,
안되겠는지, 밖으로 나오는 찬영.
찬 영 : 갑자기 왜 그래요? 타라면 타지?
찬영이 나영의 짐 가방을 집어들면,
나 영 : (얼른 가방 끄트머리 잡으며) 아닙니다.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요... (다시 꾸뻑 인사한다.)
찬 영 : 갑자기 무슨 폐? 참 나...! (가방 가지고 뒷문 열며) 얼른 타요.
주 미 : (나영을 부축하며) 그래, 얼른 타고 가. 잘 됐잖아.
어쩔까 고민이 되는 나영.
S#54-1. 세 남자의 집 (저녁)
세 남자와 하선이 거실에 모여 있고.
놀던 하선, 졸린지 눈 비비며 울기 시작한다.
광 희 : 또 잠투정 시작되셨구만...
너무나 자연스럽게 아기를 흔들 고무다라로 향하는 광희.
수현과 경태, 그 모습 보며 기겁한다.
경 태 : 어!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광 희 : 애 재울라구. (눕히려는데)
경 태 : (휙 치우며) 애가 무슨 물건두 아니구! 이런 데다 집어넣으면 어떡해?
수 현 : 그래, 그건 아동 학대다.
광 희 : 그럼 니들이 안아주든가! 혼자 애 보면서 팔 빠져 죽는 줄 알았구만! 내가 오죽했으면 이런 걸 다 만들었겠냐?
이것 줌 보라구! 알통 생긴 거! (팔 걷어 보이는데, 알통 없고)
수 현 : 어디?
경 태 : 아주 맨들맨들하구만... 여자 팔뚝처럼.
광 희 : (빈정 상했다) 아 그럼, 제대루 된 흔들침대를 하나 사주든가!
S#54-2. 대형마트, 아기용품점 (밤)
흔들침대 구경하며 좋아라하고 있는 세 남자.
아기 띠 풀어 하선이 눕혀본다. 버튼 누르자 자동으로 움직이는 흔들침대.
광 희 : 어우, 좋은데... 일부러 흔들어줄 필요두 없구.
수 현 : 뭐... 나쁘지 않네.
경 태 : (계속 좋아라 흔들어주며) 수현아, 이걸루 하자!
수 현 : 이게 얼마죠?
점 원 : 15만 6천원입니다.
수 현 : (화들짝 놀라며) 뭐가 이렇게 비싸요?
점 원 : 저렴하게 아주 잘 나온 제품인데요...
수 현 : 아까 보니까 전 품목 10프로 세일이라고 써 있던데...
점 원 : 세일 적용한 가격입니다, 손님.
수현 못마땅한 표정으로 흔들침대를 카트에 집어넣는데,
이때 광희가 예쁜 옷, 장난감, 아기용 악세서리 등을 한 아름 카트에 내려놓는다.
수 현 : (카트 안을 보며) 이게 다 왜 필요한 건데?
광 희 : 여자앤데 좀 세련되고 패셔너블하게 키워보자. (머리띠 들어 보이며) 이쁘지?
광희, 신나서 유아용품 코너에 눈길 뺏겨 고르고 있으면,
수현, 광희의 눈치를 흘끔 흘끔 보며 하나씩 빼서 제자리에 놓는다.
그때 한 쪽에서 똥색 카시트를 들고 오는 경태.
수 현 : (깜짝 놀라며) 그건 뭔데?
경 태 : 애기 데리고 다니려면 카시트는 필수야, 필수!
수 현 : 근데 이걸 왜 우리가 사?! 어차피 나영씨 차도 없는데!
경 태 : (별 걱정을 다 한다는 듯) 우리는 차 있잖아.
광 희 : (아기 모자, 신발 등을 더 카트에 담다가, 경태 보며) 근데 하필 똥색이 뭐냐? 똥색이. 하여간 감각 없기는.
(카시트 받아들며) 쌈빡한 색으로 바꿔 올게, 기다려.
수 현 : (카트 안 들여다보며 자동으로 계산된다) 흔들침대 15만 6천원에... 방금 그 카시트는 얼마냐?
경 태 : 어... 8만 3천 7백원..
수 현 : 뭐? 안돼! 이것들이 돈을 못 써서 안달이구만!
그대로 카트 밀고 혼자 가버리는 수현.
경태와 광희가 골라든 다른 카시트 들고 얼른 따라간다.
S#55. 달리는 찬영의 차 안 (해질녘)
찬영은 운전을 하고 있고, 나영은 뒷자리에 앉아 시트에 붕대 감은 맨발을 올리고 있다.
찬 영 : (룸미러로 보며) 어쩌다 그런 거예요? 많이 아파요?
나 영 : 아뇨... 괜찮아요.
찬 영 : (피식 웃으며) 근데, 발 냄새가 장난 아니네?
나 영 : 네...?
찬 영 : 여자들도 발 냄새가 나는 줄은 몰랐어요.
찬영, 빙긋 웃으면, 얼굴이 빨개지는 나영. 갑자기 창문을 연다.
나 영 : (창문 열며) 아, 더워...! 좀 덥네...? 벌써 여름인가...? 요즘은 겨울 다음에 바로 여름이라니까...?
불어 온 바람이 나영의 머리를 흐트러뜨린다.
찬 영 : (웃고는) 농담이에요, 농담. 일부러 창문 안 열어도 돼요.
나 영 : 진짜 더워서 연 거예요. 왜 이래요? (궁시렁) 치...! 자긴 뭐 발 냄새 안 나는 줄 아나...?
찬 영 : (못 들은 듯) 뭐라구요?
나 영 : (대뜸) 열심히 일한 사람은 원래 발 냄새가 나는 거라구요! 발바닥에 땀나게 뛰면서 일한 사람이 발 냄새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창 밖으로 시선 던지며 혼잣말) 하루 종일 하이힐 신고 있으면 발에 땀이 얼마나 차는데...!
그 말에 미소 거두며, 룸미러로 나영을 유심히 쳐다보는 찬영.
찬 영 : 혹시... 소녀가장이에요?
나 영 : 네? 뭐라구요? (잘 안 들리는지 창문을 닫는다.)
찬 영 : 너무 악착같이 살잖아요. 그렇게까지 해서 돈을 벌어야 할 이유가 있어요?
나 영 : 아, 뭐 꼭 돈보다는요... 제가 당당하게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줘야 될 사람이 있거든요... 정말 소중한 사람이요...
혼자서 핸드폰의 아기 사진을 보는 나영.
찬 영 : (떠보듯) 남자친구?
나 영 : 그 이상이에요...!
나영은 핸드폰 속의 아기 사진을 보며 혼자 빙긋이 웃는데,
룸 미러로 그런 나영을 힐끗 보는 찬영.
찬 영 : 이번 분양은 잘 끝날 것 같네요. 나영씨가 발에 땀나게 뛴 덕이 커요.
나 영 : 뭘요...
찬 영 : 그래서 말인데, 이번 분양 완료되면 내가 서울에서 다른 프로젝트를 하나 구상중인데, 나영씨가 나 좀 도와줄래요?
나 영 : 네? 제가요...?
찬 영 : 건설 쪽에선 좀 획기적인 시도를 해볼려고 하는데, 나영씨 같은 사람이 필요해서요.
나 영 : 무슨 일인데요...?
찬 영 : 지금은 극비사항이라 말하긴 좀 그렇고...
나 영 : (삐쭉대는데)
찬 영 : (계속) 워낙 장기적인 플랜이라 중간에 그만두면 곤란한데... 혹시 경력 쌓이면 다른 데로 가버린다거나,
몇 개월 일하다 결혼한다고 관두거나 그러진 않을 거죠?
나 영 : 그럼요. 전 결혼 같은 건 꿈에도 할 생각이 없거든요? 절대루요!
찬 영 : (웃으며) 좋아요. 그럼 내가 조만간 구체적인 플랜을 가지고 정식으로 프로포즈를 할게요.
뭔지는 모르지만, 쌜쭉 웃으며 좋은 기색을 숨기는 나영. 핸드폰으로 몰래 얼른 문자 메시지를 찍는다.
S#56. 대형 할인마트 (저녁)
심각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보고 있는 세 남자. 경태는 아기를 앞으로 안고 있다.
경 태 : (손으로 가리키며) 이건 어때...?
광 희 : 아니야... 임팩트가 없어!
경 태 : 그럼, 저건...?
광 희 : 배색이 잘못됐어. 눈에 잘 안 띌 것 같은데...?
보면 세 남자, ‘아기가 타고 있어요’ 스티커들을 늘어놓고 고르고 있다.
수 현 : 야, 난 싫어. 내차에 이딴 거 안 붙인다니까?
광 희 : 애 태우고 다닐 땐 붙여야 돼!
수 현 : 그럼 대강 골라. 벌써 몇 시간째냐? 이깟 거 하나 고르는데?
경 태 : 이깟 거라니? 너 한해에 교통사고로 죽는 애들이 몇 명인 줄 알아?
광 희 : 안되겠다... 내가 집에서 하나 만드는 게 낫겠어.
수 현 : 그래, 잘 생각했다. 뭐 하러 이런데 돈을 쓰냐?
이때 문자메시지가 왔다는 신호음이 울리는 경태의 핸드폰.
경 태 : (핸드폰 열어보고) 어? 문자 왔다... 야! 나영씨 온대!
수 현 : 그래?
광 희 : 정말이야? 그럼, 이제 해방이네? 야호!
신나서 춤을 추며 우르르 달려가는 세 남자. 지나가던 사람들 이런 세 남자를 보면서 웃는다.
S#57. 달리는 찬영의 차 안 (밤)
룸미러로 뒤를 보는 찬영. 나영이 잠들어 있다.
이런 나영을 보며 미소를 짓는 찬영.
찬 영 : 되게 피곤했던 모양이네...
나 영 : (잠꼬대) 하선아... 하선아...
찬 영 : 하...선? 누구지...? 남자 친군가...?
씁쓸히 웃는 찬영.
S#58. 세 남자의 집 안 (밤)
룰루랄라 쾌재를 부르며 청소를 하고 있는 광희와 수현.
경태는 목욕을 시킨 하선을 수건으로 닦아 새 옷을 입히고 있다.
광 희 : (말도 안 되는 멜로디 붙여가며) 나영씨가 온다~! 나영씨가 와요~!
수 현 : 너 너무 좋아한다? 너 혹시 나영씨한테 딴 맘 있냐?
광 희 : 딴 맘이라니? 니들은 몰라. 내 마음을...! 이제부터 난 자유다! 자유!!
경 태 : 하선아, 너도 좋지? 엄마 만나서!
광 희 : 근데, 언제 온대냐?
경 태 : 시간 거의 다 됐어.
이때 창문 밖으로 헤드라이트 불빛 비추면, 창문 쪽을 내다보는 수현.
수 현 : 어? 도착했나보다...!
경 태 : (아기 옷 입히다 창가로 가며) 그래? 어디...?
경태와 광희도 창문으로 고개를 내미는데,
S#59. 동 집 앞 (밤. 세 남자의 시선) & 베란다 창 안 (교차)
차가 멎자 차문 열리며 밖으로 나오려고 고개를 내미는 나영.
창가에 쪼로록 붙어 서서 내다보는 세 남자.
광 희 : (반갑게) 어? 나영씨다!
경 태 : (의아해서) 근데 웬 차지...?
이때 운전석 문이 열리더니 튀어나오는 찬영. 재빨리 달려가 차 밖으로 나오려는 나영을 부축해 일으킨다.
수 현 : 누구야...? 남자잖아...?
찬영의 부축을 받으며 차에서 내리는 나영. 멀리서 보면 다정한 남녀의 모습처럼 보인다.
S#60. 세 남자의 집 거실 (밤)
창밖을 내다보며 놀라는 세 남자.
광 희 : (눈을 껌뻑이며) 저 놈은 뭐지?
경 태 : (흥분해서) 기껏 우리한테 애를 맡겨놓고 남자랑 돌아댕겨...?
수 현 : (가장 흥분해서) 성민이 죽은 지 얼마나 됐다구...!!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화가 나서 후다닥 달려 나가는 세 남자.
S#61. 동 세 남자의 집 앞 (밤)
가방을 든 찬영의 부축을 받으며 쩔뚝쩔뚝 걸어오는 나영.
마침 나영이 크게 한번 휘청이자, 찬영이 재빨리 나영의 허리를 잡아준다.
찬 영 : 조심해요... 괜찮아요...?
나 영 : (어색하게 찬영의 팔을 풀며) 네, 괜찮아요... 이제 됐어요. 그만 가보세요. 이리 주시구요.
찬 영 : (다시 나영의 허리를 꽉 잡으며) 자, 가요. 집까지 데려다줄게요.
나 영 : (잡힌 허리에 숨을 멈추며) 흡! 괜찮은데...
찬 영 : (웃음) 뱃살 안 나왔으니까 숨 좀 쉬어요. 그러다 호흡곤란으로 쓰러지겠네.
한손으론 가방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론 나영의 허리를 안고 가는 찬영.
이때 세 남자가 집에서 뛰어나온다.
경 태 : (달려오며, 화난 표정으로) 나영씨...!
찬영과 나영, 보면... 화난 표정으로 달려와 서는 세 남자.
서로의 시선들이 마주치는 데서. - 6부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