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란한 유산] 12
S#1. 승미 집 거실
울리는 벨소리에 주방에서 나오는 백성희. 욕실에서 물소리 들린다.
인터폰 화면에 화난 은성 얼굴 보인다.
백성희 : (의아한) 이 시간에 누구야? (현관으로 가다가 인터폰 보는, 은성 보고 헉 놀라는데)
E : (다시 벨 울린다)
백성희 : (당황해) 아니 쟤가 이 시간에 여길, (하는데)
은성 : (밖에서 문 쾅쾅 두드리는데)
E : 욕실 물소리 끊긴다.
백성희 : (놀라 욕실 문 돌아보고 얼른 현관문 열고 나가는)
S#2. 승미 집 앞
다급하게 나오는 백성희. 은성, 화난 얼굴로 서있다.
(은성, 백성희가 은우 버렸다는 90프로의 확신과 혹시 또 은우를 데려간 게 아닐까? 의심하고 있는 상황)
백성희 : (일단 단순히 당황한 것처럼 웃으며) 은성아? 아니 이 새벽에 무슨 일이야?
은성 : (다짜고짜 화난) 우리 은우 어딨어요?
백성희 : (놀라) 뭐?
은성 : 우리 은우 어딨냐구요! 여깄어요? (문 등지고 서있는 백성희 쪽으로 한 걸 음 다가서면)
백성희 : (안에 승미 있다. 기겁해서) 얘가 왜 이래? 승미 놀래게!
은성 : (거의 제정신 아닌, 버럭) 우리 은우 내놔요!
백성희 : (은성 기세에 덜컥하지만, 은우를 내놓으라니)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은우를 내놓으라니,
은성 : 할머니가 은우 찾아준다니까 어머니가 은우 빼돌렸잖아요!
백성희 : 뭐?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은성 : 그런 거 아님 오후까지 있었던 애가 왜 갑자기 없어져요?
백성희 : (도대체 어떤 상황인지 모르겠다) 은성아,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은우를 빼돌리다니?
은성 : (분노로) 시침 떼지 마! 당신이 은우 버렸어!
백성희 : (소리에 기겁하는, 누가 들을까 둘러보는) 얘가 지금 어디서 소리를 질러? 안되겠다, 내려가서 얘기하자.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면 문 열리고)
은성 : (미치겠는, 주변 상황 눈에 들어올 리 없다) 나한테 연락 안 되면 경찰서에 데려다 주지, 그 불쌍한 앨 왜 버려!
백성희 : 이리 와! (은성 끌고 엘리베이터 타는)
S#3. 엘리베이터 안
끌려 타면서 계속 얘기하는 은성.
은성 : (원망과 배신감으로 해대는) 누가 당신한테 은우 키워 달랬어? 은우 키우게 될까봐 그렇게 겁났어요?
그래서 대구까지 데리고 가서 버렸어요?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백성희 : (내막은 모르지만 은우 찾은 건 아니다. 은성 손 탁 밀치듯 놓으며) 알아듣게 말해!
은성 : (잡혔다 풀리면서 반동으로 엘리베이터에 등 탁 부딪히는 순간)
백성희 : (확 다가서며 화난 듯) 앞뒤 사정 얘기하고 행패를 부리든 찌르든 해! 새벽에 들이닥쳐 뭐하는 짓이야?
은성 : (몸 탁 바로하며) 당신이 우리 은우 버렸잖아! (은우 옷 탁 내미는)
백성희 : (은우 옷보고 흠칫하는)
은성 : 기억하죠? 은우 데리고 대구 갔을 때 은우가 입었던 옷이니까.
백성희 : (매섭게) 당연히 기억하지!
은성 : (인정인가? 멈칫 보면)
백성희 : 내가 사 입힌 옷인데 기억 못하겠니?
은성 : (순간 대꾸할 말 못 찾는데)
백성희 : (차갑고 차분하게) 자 이제 말 해봐. 왜 나한테 은우 버렸다 그러니, 너?
은성 : (노려보며) 은우가 엄마라고 할 사람, 세상에 한 사람 뿐이니까요.
백성희 : (덜컥하는)
은성 : 은우가 초콜렛, 초코 우유라면 사족을 못 쓰는 거 아는 사람! 은우가 서울에서 대구까지 조용히 따라갈 사람!
(떨리는) 은우가 엄마라고 할 사람!... 어머니 말고 또 있어요?
백성희 : (설마 다 아는 걸까? 흔들리는데)
땡- 소리 나며 엘리베이터 멈추고 문 열린다.
S#4. 아파트 일각
마주 서서 팽팽히 얘기하고 있는 은성과 백성희.
백성희, 은우 관련 사정 다 들은 후다.
백성희 : (기막힌 척) 너 그래서 지금, 초코우유 엄마가 사줬다는 은우 한마디에 나 잡는 거니?
(서운한 듯) 넌 어떻게 생각을 해도... 아무리 은우 또 잃어버려 속상해도 이러는 건 정말 아니지.
은성 : (안 넘어간다) 은우한테 엄마는, 어머니 한사람이에요.
백성희 : (답답하다는) 그건 니 생각이지. 은우가 제대로 된 애니? 아무나 나이 든 여자면 엄마라고 부르고도 남을 아이야.
은성 : (발끈해서) 아무나한테 엄마라고 절대 못 부르는 아이가 은우에요!
백성희 : (멈칫하면)
은성 : 우리 엄마... 은우 세 살 때 돌아가셨어요. 기억 안 나세요? 아빠하고 어머니 재혼하셨을 때
은우가 한 번도 불러 본적 없는 엄마란 말, 제가 한달 넘게 은우한테 가르쳤어요.
백성희 : (화내는) 얘가 정말 듣자듣자 하니까, 너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한다! 나 은우 7년 키웠어!
은성 : 그러니까요! 어떻게 7년을 자기를 엄마로 알고 있는 애를 버려요?
백성희 : (답답해 미치겠는 듯) 내가 버리는 거 니가 봤어? 아님 누가 봤대? 은우가 지 데리고 온 사람이 엄마라 그랬대?
너 정말 사람 폭폭하게 왜 이러니!
은성 : (어처구니없다는 듯 보는, 눈물 어리고)
백성희 : 초코 우유 누가 사줬니? 했더니 엄마? (억장 무너지는 듯) 하...
은성 : (마지막 절박함으로) 은우 또 데려가신 거면 제발 돌려주세요.
백성희 : (딱 굳어지며) 들어가자.
은성 : (멈칫해서 보면)
백성희 : 집에 가서 승미한테 나 어제 몇 시에 퇴근해 집에 있었는지 확인하고,
같이 대리점 나가 어제 계약한 손님도 만나게 해줄게.
은성 : (너무 단호한 모습에 어쩔 수 없이 흔들리는)
백성희 : 은우는 낯선 사람 따라갈 애 아니라며? 그래서 은우 대구까지 데려 갈 사람 나 밖에 없다며!
표(E) : 피아노 학원가는 길에서 혼자 가는 은우 본 사람이 있어요.
은성 : (백성희 표정에서 뭔가라도 읽어내려 탐색하듯 보는)
백성희 : 확인 해 보자니까!
은성 : 그래요, 어제는 아닐 수도 있어요.
백성희 : (뚝 굳어지는)
은성 : (떨리는) 그치만 분명 처음은 어머니였어요. 절대 용서 못해요.
천천히 차 몰고 아파트 돌면서 은성 찾아다니고 있는 준세. 저만치에서 마주 서서 얘기하고 있는 은성과 백성희 뒷모습 보인다.
어? 하고 차 세우는 준세, ‘누구하고 있는 거야...’ 기웃 본다.
은성 : (백성희 지나쳐 온다)
백성희 : (뒤돌아 볼 듯 고개 돌리려다 자기 집 쪽으로 가는)
은성 : (분노로 주먹 쥐고 걸어오는)
준세 : (얼른 차에서 내려서 다가가는) 은성아!
은성 : (준세 보고 흠칫 놀라는) 오빠...
준세 : (미리) 따라와서 미안한데, 도저히 너 혼자 보낼 수가 없었어.
은성 : (혹시 봤나? 뒤 돌아보는, 백성희 안 보인다)
준세 : 타, 아무 것도 안 물을게.
은성 : 누구... 봤어요?
준세 : 어떤 아주머니 뒷모습. 얼굴은 못 봤어.
S#5. 승미 집 거실
불안한 얼굴로 들어오는 백성희.
승미 : (창가에서 젖은 머리 수건으로 말리다가 돌아본다) 엄마 어디 나갔었어?
백성희 : (아무 일 없었던 듯) 어, 쓰레기 버리러. (주방으로 가는데)
승미 : 우리 이사 가요.
백성희 : (멈칫 서는, 돌아보지 않고)
승미 : 우리 집 아는 사람 너무 많잖아... 이사 가요.
백성희 : (참담하다. 끄덕이는) 그래, 그러자... (주방으로 들어가고)
S#6. 환 집 거실
대구에서 들어온 차림 그대로인 표집사와 소파에 앉아서 얘기하고 있는 할머니.
표집사 : 학원 원장 말로는 피아노 실어갈 때까진 은우가 안 왔답니다.
할머니 : (걱정에) 그럼 피아노 학원에 안 가고 애가 어디로 샌거야?
표집사 : (추측하는) 뒤늦게 갔는데 피아노가 없으니까, 당황해서 헤매다 길을 잃었지 싶습니다.
할머니 : 근데 은성인 왜 안 와? 친구 누구랑 간 거야?
표집사 : (준세라고 말 못하고 멈칫하는데) 아 친구요..
환 : (어제 밤에 은성 동생 또 잃어버렸다는 소식 듣고 잠 설친 분위기. 2층에서 내려오다 표집사 보는) 아저씨 왔네.
표집사 : (보는, 놀라) 벌써 일어났냐?
환 : (은성 궁금한) 아저씨 혼자 올라 왔어? 걘, 거기 남아서 동생 찾아다닌대?
표집사 : 아냐, 곧 올 거다.
환 : 근데 고은성 동생이 발달장애아였어?
할머니 : (은성에게 관심 갖는 환보는)
표집사 : 그래.
환 : (늘 대답 짧은 표집사 답답한 듯 보는데)
은성 : (기진해서 들어오는)
할머니 : 아이구 왔네! (일어서는)
환 : (은성 보는, 해쓱한 얼굴부터 눈에 들어온다)
은성 : (할머니 보자 눈물부터 나는) 할머니...
할머니 : (짠한) 얘기 표집사한테 다 들었으니까 우선 올라가자.
은성 : (백성희 때문에 마음 복잡하다) 네... (꾸벅하고 비척비척 2층으로 올라가는)
환 : (쓰러질 듯한 은성 보는, 가슴 아프다)
S#7. 은성 방
은우 옷 바라보며 침대에 멍하니 앉아있는 은성.
부인(E) : 쪼꼬 우유 이거 누가 사줬노? 캤드니 엄마, 이러데예.
<프래쉬 컷>
-12회 4씬에서...
백성희 : 너 그래서 지금, 초코우유 엄마가 사줬다는 은우 한마디에 나 잡는 거니?
-3회 14씬에서 ‘대문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있는 은우’
-9회 1씬에서...
백성희 : 언제 찾을지도 모르는 은우한테 언제까지 그 돈을 쓰실 거 같니?
백성희 : 서울에서 잃어버린 애가 서울에 없다는 게 말이 돼? 은우가 낯선 사람 조용히 따라 가는 애니?
백성희 : 눈칫밥 먹기 전에, 은우 니가 알아서 찾는다고 하고 그 집에서 나와.
은성 : (현재, 생각할수록 백성희라는 의혹 지울 수 없다. 분노와 배신감에 가슴 움켜쥐며 옆으로 쓰러지듯 눕는, 마음 찢어진다.
으, 으... 신음 소리로 올라 오고)
S#8. 2층 거실
욕실에서 씻고 나오던 환, 3층 올려다본다.
환 : (자기 방으로 가려다 다시 멈칫 돌아보는) 아- 신경 쓰여...
S#9. 은성 방 앞
조용히 올라오는 환, 잠시 은성 방문 보다가 방문 앞으로 가서 조용히 귀 기울여보 는데 안에서 끙끙 앓는 소리 들린다.
흠칫 놀라는 환, 문 열어보려고 손잡이 잡으려다 못 잡는다.
S#10. 은성 방
식은 땀 송글 송글 맺힌 채 눈도 못 뜨고 앓고 있는 은성.
S#11. 은성 방 앞
들어가지도 못하고 돌아서지도 못하는 환, 주머니에 손 넣고 서 있다가 돌아서는데 표집사 올라온다.
서로 쳐다보는 둘. 환, 머쓱해서 표집사 스쳐 내려간다.
뒤돌아보고 은성 방 보는 표집사, 보일 듯 말듯 미소 짓고.
S#12. 거실
출근 차림으로 소파에 앉아있는 할머니와 영란, 정 앞에서 얘기하고 있는 표집사.
표집사 : 열도 좀 있고, 아무래도 몸살인거 같습니다.
영란 : 병원 데려 가야 되는 거 아니에요?
할머니 : 앓게 둬. 손닿을 듯하다 또 놓쳤는데, 애간장이 끊어지지.
정 : (안된) 쟤는 무슨 팔자가 저래? 엄마 아빠 다 죽고 동생도 잃어버리고. 할머니 진작 말했으면 내가 쫌 잘해줬지.
할머니 : 내가 은성이 부모 없다는 말 안했어? (했지)
정 : 부모 없는 사람은 많아도, 동생까지 잃어버린 사람은 없잖아.
할머니 : 그 정도로 바닥을 쳐야 그제서야 불쌍해?
정 : 그건, 할머니가 쟬 이용해서 그래! 할머니 탓이야.
할머니 : (바로) 난 은성이 이용한 적 없다.
영란 : 어머니가 은성이 앞세워서 즈이들 쪼이셨잖아요.
할머니 : (기막힌 듯) 꿈보다 해몽이 좋다. (일어나서 방으로)
정 : 엄마 할머니 저게 무슨 소리야?
환 : (2층에서 출근 차림으로 후다닥 뛰어 내려오는, 표집사 보기 민망하다. 안 보고) 나 나가! (쌩 현관으로 나가는)
표집사 : (의미심장하게 보는)
S#13. 환 집 뜰
대문으로 가던 환, 멈춰서 3층 올려다본다. 걱정스럽고 맘 안 좋은 눈길로 보는 환.
S#14. 대리점
초조한 얼굴로 서성이고 있는 백성희. 직원, 다가온다.
직원 : 사장님, 저 손님 골드 계약하신대요.
백성희 : (안 쳐다보고 짜증 섞인) 그럼 계약서 쓰면 되잖아.
직원 : 네... (돌아서 가는)
은성(E) : 할머니가 은우 찾아준다니까 당신이 은우 빼돌렸잖아!
백성희 : (뚝 굳어지는) 얘 정말 그렇게 알고 할머니한테 말한 거 아냐?...
(도저히 안 되겠다. 핸드폰 꺼내 영란 단축 번호 누르는, 잠시)
영란(휠) : 어 성희야, 웬일이야?
백성희 : 어, 그냥 안부 전화. 느이 집 요새 별 일... 없나 해서.
영란(휠) : 왜 별일이 없어? 별일 있지!
백성희 : (덜컥하는)
S#15. 환 집 거실
죽 저으면서 핸드폰 받고 있는 영란.
영란 : (전화 받은 김에 하소연 다다다 해대는) 오영란이 탯줄 끊고 처음으로 걸레 잡고, 처음으로 세탁기 돌리는 걸로 모자라
전복죽까지 쑨다니까? 얘 성희 야, 넌 살림 어떻게 하고 살았니? 이거 완전 중노동이야? 퇴근시간도 없다니까?
S#16. 대리점
통화하고 있는 백성희.
백성희 : 어 그래 수고해... (끊는, 휴... 한시름 놓으며) 아직 말 안했나 보네...
S#17. 피아노 매장
매장 주인과 얘기하고 있는 영석.
영석 : 피아노 팔면 얼마나 받을 수 있어요?
주인 : 어느 회사 거고 몇 년이나 된 건데요?
은우 : (살며시 들어와서 피아노로 가서 얼른 앉는다. 치기 시작하고)
영석 : (갸웃하며) 그게 어디 거드라? 모르겠는데.
주인 : 어느 회사건지, 몇 년이나 된 건지 알아야 값을 매기지.
영석 : 에이 여기 들를 줄 알았으면 알아보고 올걸 그랬네.
주인 : (뒤늦게 은우 피아노 소리 들은, 돌아보고) 아니 저 자식 또 왔네?
영석 : (피아노 치는 은우 돌아보며) 누군데요?
주인 : 첨보는 앤데 오늘 아침부터 나타나서 저러네. (은우에게 가며) 야 임마!
영석 : (건성 보고) 나중에 오께요. (나가는)
S#18. 거실
들어오는 할머니. 영란, 앞치마하고 서있다.
영란 : 어머니 일찍 들어오셨네요?
할머니 : 은성인 어때?
영란 : 애가 맥을 놔 버린 거 같애요. (속상한) 제가 전복죽까지 끓여다 줬는데 입도 안대는 거 있죠?
할머니 : (걱정스럽게 2층 쪽 보는)
S#19. 은성 방
죽 그릇 담긴 쟁반 들고 들어오는 할머니. 은성, 누가 들어온 기척에도 눈뜨기도 귀찮은 듯 누워있다.
들어오다 바닥에 손도 안댄 죽 그릇 보는 할머니.
할머니 : (쟁반 바닥에 놓고 은성 침대에 걸터앉으며) 은성아.
은성 : (겨우 눈뜨는)
할머니 : 표집사가 사람들 죄 끌어다 대구 시내 뒤지고 있으니까 곧 찾을게야.
은성 : 못 찾으면요...
할머니 : 왜 못 찾아? 자박자박 걸어봤자 얼마나 갔을라구.
은성 : 영영 못 찾으면요...
할머니 : 일어나 봐, 죽 좀 먹자.
은성 : (다시 눈 감으며) 생각 없어요...
할머니 : (보다가 안 되겠다. 약간 나무라는 투로) 앓더라도 먹으면서 앓아야지 먹지도 않겠다는 건 무슨 뜻이야?
은성 : 할머니 저... 은우 처음 잃어버렸을 때 보다 더 힘들어요...
할머니 : 그래서 은우 포기하겠다는 거야?
은성 : (눈뜨며 기막힌) 할머니...
할머니 : 코앞에서 또 놓치니까 세상이 다 원망스럽지? 아버지 죽자마자 니들 내보냈다는 새엄마 원망 되냐?
그 새엄마 때문에 은우 잃어버렸다 싶어?
은성 : (울컥하는) 할머니 아무 것도 모르면서 그러지 마세요. (돌아눕는) 저 좀 내버려 두세요...
할머니 : (일부러 자극하는) 너 이러고 누워있는 건, 니가 은우 버리는 거야.
은성 : (뚝 굳어지는)
할머니 : 잃어버린 동생 찾기는 해야겠고, 찾았다 싶었는데 또 놓치고, 이젠 언제 찾을진 모르겠고, 에라 포기하고 싶다,
그거 아니야?
은성 : (화나서 벌떡 일어나 앉는) 할머니! 어떻게 그런 말을 해요? 내가 얼마나 괴로운지 알아요?
알지도 못하면서 왜 맨 날 내 속을 쑤셔요?
할머니 : 내가 언제 니 속을 쑤셔?
은성 : 같이 살 때도 그러시구, 할머니 집에 들어오게 할 때도 그랬잖아요! 맨날 약 올리면서!
할머니 : 거 봐라, 아직 기운 팔팔하네!
은성 : (멈칫하면)
할머니 : 그래도 니 동생은 살아 있잖아. 설사 평생을 못 보더라도, 어디선가 숨 쉬고 살아만 있어줘도 좋겠다 하는 사람도 많다,
이 할미처럼.
은성 : (? 보는)
할머니 : 자식 안 낳아본 사람은 모른다. 내 속으로 낳은 자식 먼저 보내는 게 어떤 일인지...
(눈 빨개져) 이미 터진 심장을 칼로 또 난도질당하는 게 자식 잃은 부모 마음이야.
은성 : (뭉클해지는, 눈물 어려 보는)
할머니 : 할미... 열아홉에 유복자로 낳은 내 아들, 환이 애비를... 그 놈 서른 넷, 내 나이 쉰셋에 잃었어.
그러고도 20년 넘게 밥 먹고, 웃고 이렇게 너 약올리기도 하면서 살잖냐.
은성 : (눈물 흘리며) 할머니...
할머니 : 이렇게 살아지는 게 사람이야, 죽을 수 없으니까, 죽어서도 안 되고. 죽을 수 없으면... 떨치고 가는 거야.
은성 : 할머니... (할머니 무릎에 엎드려 우는)
할머니 : (은성 등 토닥이며) 털고 일어나, 어디선가 너 기다리고 있을 은우 생각해야지.
S#20. 피아노 매장 앞
영석, 막 피아노 매장 향해 걸어오는데 은우, 주인에게 끌려 나오고 있다.
은우 : 피아노오-
주인 : (은우 팔 잡고 윽박지르는) 너 이 자식, 한번만 더 오면 (머리 쿵 때리며) 맞는다!
은우 : (맞는 건 무서워서 손으로 머리 감싸고 움츠리는)
주인 : (험상궂게 겁주는) 얼른 가! (확 때릴 듯 다가가며) 안 가!
은우 : (쭈뼛쭈뼛 도망가면서도 손가락 피아노 치는 시늉이고)
주인 : 경찰서 보낼 줄 알아!
영석 : (다가가며) 발달 장애 같은데 경찰서 보낸다면 알아들어요?
주인 : 또 오면 경찰 불러야지, 꼴 보니까 부모도 없는 애 같은데.
영석 : 근데 장애아가 피아노도 쳐요?
주인 : 그런 애들이 있어요. (들어가는)
영석 : (무심히 은우 쪽 보고 들어가는)
S#21. 피아노 매장
영석 핸드폰으로 찍은 피아노 사진보고 있는 주인.
영석 : (망설여지는) 푼돈 받느니 인테리어로 놔두는 게 낫겠네.
주인 : 30만원 채워 줄께요.
영석 : (갈등하며 갸웃하는)
S#22. 피아노 매장 앞
나오는 영석, 막 가려다 멈칫한다.
기둥 뒤에 숨어서 간절한 눈빛으로 쇼윈도 통해 피아노 바라보고 있는 은우.
S#23. 영석 바 (저녁)
아직 손님 없는 바. 은우, 행복한 얼굴로 해맑게 웃으며 피아노 치고 있다.
테이블 닦는 등 장사 준비하고 있던 영석, 시계 보고 은우 본다.
손님 둘 : (20대 연인, 들어온다. 적당히 앉고)
영석 : (보고 얼른 몸 일으키며) 어서 오세요- (손님 자리에 다가가면)
여자 : (남친에게) 어머, 이거 *** 아냐? (적당한 피아노 곡 선곡해주세요)
남자 : (여친에게) 드디어 피아노 라이브 바 찾았다.
영석 : 아 여기 피아노 라이브 안 하는데요.
여자 : 지금 치는 사람은 누구에요? (기웃 보고) 학생이네?
영석 : 아 쟤는 그냥 제가 좀 아는 앤데, 집에 피아노가 없대서요.
남자 : 실력 좋은데요?
영석 : 쟤가 실력이 좋은 거에요?
여자 : 실력 보다 감성이 좋은 거 같애요. 애잔하고 서글프고 그치?
남자 : 우리 신청곡 하나 넣어도 돼요?
영석 : 네? (뜻밖의 상황이 황당하고)
<시간 경과>
좀 전 커플 포함 손님 두 테이블 있는 바.
영석과 은우, 바 테이블 안쪽에 쪼그리고 앉아서 햄버거 먹고 있다.
하루를 꼬박 굶은 은우, 미친 듯이 햄버거 먹고 있다.
영석 : (보다가 황당한) 어이 피아노, 너 점심 안 먹었냐?
은우 : 돈 없으면... 먹으면 안 되는 거야.
영석 : 뭐? 야 너 아침부터 피아노 가게 왔다드니 종일 굶은 거야?
은우 : 돈 안내면... 절대 못 먹어!
영석 : 너 집은 어디야? 집! 엄마 아빠 어딨어?
은우 : 말하면 안 되는 거야...
영석 : 뭘 말하면 안 돼? 엄마 아빠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은우 : (말하면 안 된다는 듯 고개 젓는)
영석 : 없어? 그럼 너 여태 어디서 살았어?
은우 : (피아노 가리키는) 피아노...
영석 : (황당한) 피아노에서 살았다구?
S#24. 영석 방 (밤)
바에 딸린 작은 방. 영석과 나란히 잠들어 있는 은우, 편안한 얼굴이다.
S#25. 환 집 외경 (다음날, 새벽)
S#26. 환 집 거실
창백한 얼굴로 2층에서 조용히 내려오는 은성, 현관으로 나간다.
표집사, 주방에서 그런 은성 짠하게 보고 있고.
S#27. 대리점 앞
책상에 앉아있는 사장.
은성 : (들어오며) 죄송해요 사장님. 어제는 제가 몸이 너무 아파서, (하는데)
준세 : (들어오며) 다 끝났습니다!-
은성 : (목소리에 돌아보는) 어?
준세 : (망가진 은성 얼굴 보고 대뜸) 이 꼴로 나왔어?
은성 : (빈 수레 보고) 오빠가 배달했어요?
사장 : 어제도 했어요. 어디서 이런 남자친굴 구했어?
은성 : (뭉클해서 보는)
S#28. 주택가 일각
발 늘어트리고 앉을 수 있는 층계참이나 나무 그늘 아래 정도.
혼자 걸터앉아 있는 은성. 준세, 옆에 서서 보온병에서 차 따라서 준다.
준세 : 자, 마셔.
은성 : 뭐에요?
준세 : 기분 전환 확 시켜주는 박준세표 마법의 차.
은성 : (뭐지? 마시는) 세이지네.
준세 : 어디 얼굴 좀 자세히 보자. (들여다보며 살피는)
은성 : (멋쩍어서 손으로 얼굴 가리며) 왜 그래요...
준세 : (맘 안 좋은) 안 그래도 주먹 만 한 얼굴이 콩알 만해졌네.
은성 : (어처구니없는) 이렇게 큰 콩알 봤어요?
준세 : (협박처럼) 혼자 계속 그렇게 속 끓이면 얼굴이 아예 없어질지도 몰라.
은성 : (? 보면)
준세 : 너 단순히 은우 또 잃어버려서 힘들어하는 거 말고 뭔가 또 있잖아. 니 속에 꽉 막힌 거...
(하다 불쑥) 새어머닌 왜 만나러 간 거야?
은성 : (흠칫 놀라 준세 보는)
준세 : 대구에서 서울 올라오자마자 그 새벽에 달려가서 만난 사람이잖아.
은성 : (혼자 앓던 비밀을 먼저 알아주는 사람 앞이라 북받친다. 눈물 차오르고)
준세 : 은우 잃어버린 게... 새어머니하고 관계있는 거야?
은성 : (말할 수 없다. 고개 젓다가 고개 떨구며 우는)
준세 : (뭔가 있구나, 은성에게 다가가 우는 은성 감싸 안는) 도대체 너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니...
은성 : (안긴 채 울고)
S#29. 환 집 주방
아침 먹고 있는 할머니, 환, 영란, 정. 표집사, 한쪽에 서있다.
환 : (밥 먹다가 놀란 얼굴로 표집사 바라보며) 배달을 갔다구?
표집사 : 우유배달 하는 거 몰랐냐?
환 : 그게 아니라 (황당한) 이 와중에 그걸 계속하냐구.
표집사 : 친구한테 빌린 돈 빨리 갚겠다고 하는 거 같더라.
환 : (슬쩍) 몇 푼이나 번다고, 관두라 그러고 할머니가 그 돈 주지?
할머니 : 내가 돈 준다고 은성이가 받아? (냉정하게) 그리고 내가 왜 사지 멀쩡한 애한테 돈을 줘?
정 : 그럼 동생은 왜 찾아줘? 인건비 팡팡 드는데.
할머니 : 그건 내 목숨 구해준 고마움의 표시야.
정 : 할머니 쫌 오바 아냐? 대체 무슨 생명의 은인이라는 거야? 할머니 일주일 만에 들어왔을 때 보니까 멀쩡하드만.
할머니 : 그 멀쩡히 들어온 게 다 은성이 덕이라는 거야.
영란 : 대체 어떻게 다치신 건데요? 대체 어딜 어떻게 다치셨던 건데요?
은성 : (들어오며) 다녀왔습니다-
할머니 : 그래, 수고했다. 얼른 와 아침 먹어.
은성 : 네, 손만 씻구요. (2층 쪽으로 가는)
S#30. 2층 거실
올라오는 은성, 3층으로 가려는데.
환 : (뒤이어 올라오면서) 야!
은성 : (핏기 없는 얼굴로 돌아보면)
환 : (주머니에서 5천 원 꺼내 내밀며) 자 일수 찍어라.
은성 : (환 보는)
<2회 66씬 중에서 은성 쫓아와 목덜미 잡다가 핸드폰 콱 밟던 환>
은성 : (핸드폰만 안 망가졌으면... 원망으로 환 보는데)
환 : (전혀 눈치 모르고) 매일 5천 원씩 달라며!
<2회 66씬 중에서 ‘구두 발 들며 이거냐? 니 핸드폰? 하던 환>
은성 : (증오감에 입술 깨물고 환 노려보는)
환 : (그 표정에 멈칫하는데)
은성 : (5천원 탁 채서 휙 돌아서 올라가는)
환 : (황당하고 내심 서운한) 왜 저래...
S#31. 공장
썰어놓은 석박지 바구니 양념하는 곳으로 옮기는 은성, 기운 딸려 끙끙거리며 옮기는데...
김치 바구니 저장고로 옮기던 환, 그런 은성 본다. 자기가 들고 있던 바구니 놓고 은성 바구니 잡는 환.
은성 : (멈칫 보며) 뭐하는 거에요?
환 : (당기며) 이리 줘.
은성 : (자기 쪽으로 당기며) 됐어요.
환 : 들어다 준다구! (확 잡아채는데)
은성 : (다시 확 잡아채며) 필요 없다니까요! (하는 순간 바구니 놓치는, 바구니 엎어지면서 썰어놓은 무들 바닥에 쏟아진다)
환 : (놀라) 어?
은성 : (역시 놀라는, 이어 원망스럽게 환 확 쳐다보는)
환 : (머쓱해서) 그러게 고집을 부려!
인성 : (얼른 달려와) 어머 이게 뭐야? 아- 다 버렸네. (수습하는)
은성 : 죄송해요... (같이 수습하는데 핸드폰 울린다. 꺼내서 보면 ‘어머니’ 떠있다)
환 : (어정쩡하게 같이 주워 담는)
은성 : (보다가 일어나서 받는) 여보세요?
백(휠) : 점심시간 맞춰 공장 앞에 택시 보내 놨어, 타고 나와. 잠깐 보자.
은성 : (굳어지는)
환 : (쟤 또 왜 저래? 은성 표정 보는)
S#32. 야외 벤치
지나가다 둘 얘기 들은 사람 없는 곳 찾아 약속 장소 잡고 앉아있는 백성희.
그 앞에 택시 와서 서고 은성 내린다.
은성 : (사람 없는 주위 둘러보고 백성희 보는)
백성희 : (차분히 은성 보고 있다. 이후 시종일관 차분하고 냉정하다)
은성 : (일단 고개 숙여 인사하고 벤치 끝에 떨어져 앉는)
백성희 : (부드러운) 그래, 맘은 좀 진정 됐니?
은성 : (기막힌) 진정 될 수 있는 일이에요?
백성희 : 여전하구나. 내가 정말 너한테 이런 기막힌 얘길 해야 되다니...
은성 : (백성희 바라보며) 아무리 이러셔도 소용없어요.
백성희 : (미소로) 아니, 나 너 설득하러 온 거 아냐.
은성 : (멈칫해서 보면)
백성희 : (여전히 부드러운) 다시 한 번 분명히 말하는데... (단호한) 나, 아니다. (강조하는) 나... 아니라구!
은성 : 설득하러 온 거 아니라면서요?
백성희 : (기습하듯) 은우 잃어버린 거, 너 아니니?
은성 : (멈칫 보면)
백성희 : 근데 내 핑계 대면 마음이 좀 편해질 거 같애? 그럼 그렇게 해. (일어서며) 처음에 니들 그냥 내보낸 원망은,
(상기시키는) 아무리 금방 다시 찾아 나섰다고 해도, 어쨌든 너희들 내보내서 은우 잃어버린 환경 만든 건 나니까
그 원망은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어.
은성 : (화나는, 따라 일어서며) 그런 얘기하려고 저 부르셨어요?
백성희 : (은성 쪽 돌아서며 자기 말 계속하는) 근데 거기까지만 해. 내가 니들 내보내서 은우 잃어버렸다는 원망까지만 하라구.
(매섭게) 내가 은우 버렸느니 어쨌느니, 그 따위 말은 두 번 다시 하지 마! 나한테도 누구한테도!
은성 : (뭔가 느낌 오는) 할머니한테 말하지 말라는 거에요?
백성희 : (본론) 니 오해로 승미 인생 망칠 수도 있으니까.
은성 : 내 오해라구요?
백성희 : (미소로) 너 증거 있니? 나 본 사람 있다든?
은성 : 은우가 증거에요!
백성희 : (바로) 은우가 너한테 직접 말했어?
은성 : (멈칫하는)
백성희 : (다시 푸는) 니 입장에서 그런 오해 할 수도 있어. 하지만!... 내가 아니라는데, 아무 증거 없이 할머니한테 얘기하면
넌 승미 인생 망치는 거야.
은성 : (흔들리는)
백성희 : 승미는 환이가 전분데, 너 때문에 결혼 못하면... 니가 승미 인생 찢어놓는 거라구.
은성 : (맞는 말이다) ...
백성희 : 은성아, 나 분명히 나 아니라고 했다.
은성 : (기막혀 보는)
백성희 : (똑바로 보며) 나 아니라구.
은성 : (안 믿는 눈길로 받아치고)
백성희 : (절대로 지면 안 된다. 보고)
은성 : (보다가) 그러네요. 어머니가 은우 버렸다는 증거가 없으니까 말해 봤자겠어요.
백성희 : (약간 안도하는)
은성 : (똑바로 보며) 이런 걸... 심증은 확실한데, 물증은 없다고 하는 거죠?
백성희 : (은성 말에 쿵... 하는)
S#33. 형진 회사 앞
영문 모르는 얼굴로 나오는 인영. 승미, 서 있다가 웃으며 손든다.
인영 : (다가오며) 승미야, 니가 웬일이야? 날 다 찾아오구?
승미 : 어, 외근 나왔는데 보니까 니네 회사 근처잖아. 그래서 너하고 점심 먹을려구.
형진 : (뒤이어 나오다가 인영과 승미 보고 멈칫 서는, 누구지? 승미 살펴보고)
인영 : 나한테 점심을 산다구? 갑자기 왜?
승미 : (멈칫했다가) 일단 가자, 배고프다. (인영 팔짱 끼고 가는)
S#34. 식당
마주 앉아서 식사하고 있는 승미와 인영.
인영 : 유승미, 솔직히 말해. 너 왜 갑자기 나 찾아와서 점심 사는 건데?
승미 : (? 보면)
인영 : 내가 바보니? 내가 고2 때 은성이랑 친해지고 고3 때 너랑 같은 반 됐을 때, 너 엄청 나 불편해 했잖아?
니네 엄마랑 은성이 아빠랑 재혼한 사이라고 내가 소문낼까 봐.
승미 : 너 소문 안냈잖아, 그때 참 고마웠어.
인영 : 내가 입은 좀 무거워.
승미 : 이번에도 고마워.
인영 : 뭐가?
승미 : 우리 엄마가 실수하고 나서 내가 은성이 은우 찾아 다녔던 거, 니가 은성이한테 말해준 덕분에 은성이 오해 풀렸거든.
인영 : 아 그거?... (하다) 진짜 나 아니었음 너 클날 뻔 했다? 은성이 니 남자친구 집에 산다며?
승미 : (역시 알고 있었구나...) 은성이가 얘기했구나.
인영 : 보기도 했어 야. 은성이 일하는 설렁탕 집 갔다가, 킹카드라.
승미 : 워낙 어려서부터 정 든 사람이라... 집안 외모 그런 거 보고 좋아한 게 아니거든.
인영 : 근데 어쨌든 은성이 땜에 너 좀 불안하겠드라?
승미 : 뭐가?
인영 : 그 집에선 너랑 은성이 관계 모른다며? 은성이 말 한마디면 끝장이겠든데?
승미 : (전달 될 생각하고) 은성이 그럴 애 아냐.
인영 : 뭘? 걔 요즘 잃어버린 은우는 생각도 안하고 세월 좋든데 뭐. 남자친구도 생기고.
승미 : 남자친구? 은성이가 남자친구가 있어?
인영 : 너 몰랐니?
S#35. 공장 앞
퇴근해서 나오는 은성과 환. 준세, 차 세워놓고 서있다.
환, 준세 보고 어? 놀라는데.
준세 : (환 못 보고 은성 향해 손들며) 은성아!
환 : (멈칫 서는)
은성 : (어? 다가가며) 아침엔 여기 온다는 말 안했잖아요.
준세 : 그때는 없던 계획이 생겼거든.
은성 : 계획?
환 : (대체 둘이 어떤 사이야? 둘 번갈아 보는데)
준세 : (옆 좌석 문 열어주며) 일단 타. (하다 환보는) 환아, 오랜만이다.
은성 : (환 보는)
환 : (얼른 각 세우고) 레스토랑 한가하구나, 사장이 막 돌아 다니구.
준세 : 타, 버스 정류장까지 태워줄게.
환 : 됐어.
준세 : 버스 정류장 한참 걷겠던데 타.
환 : 됐다잖아! (두 사람 지나쳐 휙 앞서 가버리는)
S#36. 공장 앞 길 거리 + 준세 차 안
뭔지 모를 불쾌함으로 빠른 걸음으로 걷는 환. 뒤에서 준세 차 달려와서 환 스쳐 지나간다.
스치는 준세 차 안에 은성과 준세 보는 환, 멀어지는 차 보다가 멈춰 선다.
멀어지는 차 보는 환, 기분도 안 좋고 자기 자신도 초라하다.
자신도 모르는 질투로 차 바라보고 서 있는 환.
환 : 저것들 둘 대체 무슨 사이야!...
S#37. 준세 레스토랑 뜰
앉아서 얘기하고 있는 은성과 혜리.
혜리 : 어떻게 인간이 그럴 수가 있니? 승미 생각해서 말하면 안 돼? 니 동생은 버려 놓구?
은성 : 가슴이 꽉 막혀서 숨을 쉬어도 쉬는 것 같지가 않아.
혜리 : 야 이렇게 당해놓고 뭘 참어? 할머니한테 확 말해 버려.
은성 : 할머니한테 말씀드리면 승미는 정말 끝장이야.
혜리 : 니가 지금 승미 걱정할 때니?
은성 : 그 사람 말대로 증거가 없잖아. 나 말고 누가 은우한테 직접 들은 말도 아닌걸 믿겠어?
(맘 아픈) 더구나 자폐아이가 했다는 말을... 사람들 안 믿어.
혜리 : 정말 미치고 팔짝 뛰겠다...
은성 : 승미 어머니... 무서운 사람이야. 만약 내가 할머니한테 얘기하면, 할머니 보다 먼저 은우 찾아내서
평생 못 만나게 만들 수도 있을 거 같애.
혜리 : 그럼 눈 빤히 뜨고 승미 엄마만 부자 사위 맞는 꼴을 봐야 되는 거니?
은성 : 증거도 없이 할머니한테 말했다가, 내가 정말 승미 인생 망치는 것도 두렵구.
혜리 : 승미는 정말 모르고 있는 걸까?
은성 : (끄덕이며) 자기 딸도 충분히 속일 수 있는 사람이야. (확신하는) 승미는 몰라. 은우 잃어버린 거 알았을 때
얼마나 가슴 아파하면서 울었는데.
준세 : (음식 담긴 쟁반 들고 오는)
혜리 : 이제 희망은 할머니가 빨리 은우 찾아주시는 거 뿐이구나.
은성 : (기막힌 듯) 은우가 어머니라고 지목해도 웃으면서 아니라고 할 거 같애.
준세 : (두 사람 얘기 방해 안하려고) 똑똑!
은성, 혜리 : (돌아보면)
준세 : (접시 은성 앞에 놓아주며) 크리미한 전복 리조똡니다.
혜리 : 사장님이 널 위해 특별히 직접 요리하신 영양식이다.
은성 : 이걸 오빠가 만들었어요?
준세 : 찐쌀로 만들어서 먹기 부드러울 거야. 천천히 먹으면서 혜리씨한테 속 다 풀고 들어가. 난 여자들 수다 위해 빠져줄 테니까.
(돌아서 가는)
혜리 : 야 난 가끔 너 안됐다가도 준세씨 보면 얘가 이게 웬 복이야? 싶다.
은성 : (뭉클해서 접시 보는)
S#38. 환 방
침대에 기대 앉아 음악 듣던 환, 뭔가 생각난 듯 일어나서 나간다.
<시간 경과>
기타 들고 들어오는 환, 침대에 걸터앉아서 기타친다.
아직 인정할 수 없는 감정 때문에 복잡한 심정 기타로 다스리는 환.
S#39. 환 집 거실 (저녁)
2층에서 환이 치는 기타소리 작게 들린다.
뒹굴뒹굴 소파에 누워서 티비 보던 정, 어느 순간 기타 소리 들은 듯 어? 하고 리모컨으로 티비 끈다.
기타 소리 확인하고 놀라 벌떡 일어나 앉는데 영란과 표집사, 역시 기타 소리 들은 듯 주방에서 나온다.
정 : (일어서며) 엄마 엄마 저 소리 들었어?
영란 : (뜻밖인) 저거 환이가 치는 거니?
정 : 오빠 매장으로 공장으로 뺑뺑이 돌더니 어떻게 됐나봐? 고 2때 할머니한테 혼난 이후로 기타 치는 거 첨이야, 오빠.
할머니 : (방에서 만 원 권으로 담은 봉투 3개 들고 나오다 기타소리 듣고 2층 쳐다 보는)
S#40. 환 집 뜰 (저녁)
들어오던 은성, 어디선가 들리는 기타 소리에 발걸음 멈춘다.
어디서 들리는 소리지? 둘러보던 은성, 그대로 서서 기타 소리 듣는다.
은우 생각나는 듯 ‘은우야...’ 하며 그렁해지는 은성.
S#41. 환 방 (저녁)
기타 치는 환, 순간순간 은성 모습 프래쉬 컷으로 스친다.
<프래쉬 컷>
-12회 35씬에서 ‘은성 차에 태우던 준세’
-10회 58씬에서 ‘가로등 아래 보이던 은성 얼굴’
-12회 준세 차 안에서 스치던 은성.
환 : (현재, 기타 딱 멈추는, 자꾸 은성 떠올리는 자기 자신 발견하고 당혹스런, 나 왜 이래? 하듯) 하!...
(기타 옆으로 확 팽개치고 자기 자신 내던지듯 침 대 뒤로 눕는, 은성에 대한 자기 마음 확인하고 기막힌) 너 미쳤구나...
(흔들리는데)
정 : (밖에서) 오빠- 할머니가 내려오래-
S#42. 환 집 거실 (저녁)
할머니 앞에 앉아있는 영란과 정. 환, 2층에서 내려온다.
정 : 오빠, 할머니가 우리 월급 준대.
환 : 월급을 왜 할머니가 줘? 회사에서 줘야지.
할머니 : 니들 다 중간에 언제 관둘지 모르는 파트타임이라서 회사에 등록 안했어.
환 : (이제 일 끝이겠지, 기대하며 앉는)
할머니 : (각각의 이름 써있는 봉투 하나씩 주며) 에미, 환이, 정이. 니들 월급이다.
영란, 정 : (얼른 받고)
환 : (머쓱하게 받는)
할머니 : 에미하고 정이는 일한 날만큼 계산해 넣었고, 환이는 한 달치야.
영란, 정 : (동시에 봉투 속에서 돈 꺼내보는)
환 : (그 자체로 뻘쭘하고 어색한, 열어보지 못하고 들고 있는)
정 : (고생에 비해 너무 적은 돈이라는 느낌으로 울먹이는) 엄마 이게 얼마야?
영란 : (역시 기막히고 서러운) 몰라 얘, 세보기도 싫어.
할머니 : 매일 만원씩 가불한 경비는 뺐다.
영란, 정 : (더 뜨악해지는)
할머니 : 환이 승미 엄마 개업식 때 가불해준 십만 원도 뺏어.
환 : (일어서며 돈 봉투 주머니에 쓱 넣고 현관으로 나가는)
S#43. 환 집 뜰 산책로 (저녁)
산책로 적당한 곳에 혼자 서서 월급 세고 있는 환, 692,000원이다.
환 : (만원 권 세며) 66,67,68,69만... (천원 권 두장 보며) 2천원... (기막힌) 69만 2천 원?...
(기분 묘하다 만원 다발 손으로 탁탁 치면서 산책로 걷는데)
은성 : (맞은편에서 생각에 잠겨 오고 있다)
환 : (일순 당황 하는데)
은성 : (무심코 고개 들다가 환 보는, 멈칫 했다가 외면하며 지나치는)
환 : (불쑥) 나 오늘 월급 받았다.
은성 : (별 얘길 다 하네, 안 돌아 보고)
환 : (말투는 퉁명스런) 얼마주면 돼?
은성 : (돌아보는) 뭐가요?
환 : 월급 받으면 니 돈 갚으라며.
은성 : (말 나누고 싶지 않은) 알아서 줘요. (다시 돌아서는데)
환 : (자기도 모르게 자꾸 말하고 싶은)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은성 : (또 돌아보면)
환 : 돈 받을 사람이 얼마를 달래야지 줄 사람한테 알아서 달라 그럼 어떡하냐?
은성 : (은우로 인해 환 미운 상태라) 남은 돈 다 달라면 줄 거에요? (확 돌아서가는)
환 : (계속 자기에게 냉랭하게 구는 은성 서운하고 화나는) 거기 서!
은성 : (또 뭐야? 돌아보면)
환 : 너 니 입으로 그랬지? 서로 가방 돌려줬으면 오해도 풀어야 되는 거라며? 그래놓고 왜 나한테 삐딱하게 굴어!
은성 : (기막힌) 삐딱하게?
환 : (자기변명하고 싶은) 가방 때도 그래. 내 가방 갖고 사라져서 갑자기 연락 딱 끊겼는데 너 같으면 오해 안 하겠냐?
집전화는 없는 번호라지, 내 가방 집에 두고 나왔다면서 집은 이사가서 연락처는 모른대지, 내가 너 제정신인 애로 보겠냐구.
은성 : 알았어요. (다시 가려면)
환 : 내가 성질은 못된 놈이지만 치사한 짓은 안 해! 널 오해해서 막대한 거야!
은성 : (홱 돌아서며) 알았다구요. 알았다는데 왜 자꾸 그래요?
환 : 교육 시킨다고 따라다닐 땐 언제고 니가 갑자기 이상하게 굴잖아!
은성 : (터진다) 당신 꼴도 보기 싫으니까!
환 : (기세에 놀라 멈칫하면)
은성 : (괴로움 터진다) 니가 나한테 한 짓이 가방만 있는 줄 알아? 너 땜에 우리 은우도 잃어버렸어!
환 : (이게 무슨 소리야) 뭐?
은성 : (눈물 어려 해대는) 내 핸드폰만 망가지지 않았으면 우리 은우 전화 내가 받았을 거야. 그럼 우리 은우 안 잃어버렸어!
환 :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은성 : 니가 내 핸드폰 망가뜨린 날, 내 동생 잃어 버렸다구! 핸드폰 망가져서 우리 은우 전화 못 받았다구!
환 : (벙해서 생각에 잠기는)
<2회 66씬 중에서 ‘은성 핸드폰 콱 밟던 자신’>
환 : (충격으로 은성 보는)
은성 : (눈물 젖어) 너만 보면 은우 생각나서 미치겠으니까, 나한테 말 걸지 마! (원망 가득한 눈으로 보고 돌아서는)
환 : (뒤통수 한 대 맞은 기분이다. 그대로 가는 은성 뒷모습 보는)
S#44. 환 방 (저녁)
충격 받은 얼굴로 들어오는 환, 문 돌아본다.
환 : 그러니까... 내가 아버지 마지막 얼굴도 못 보게 만들고, 동생도 잃어버리게 했다 그거야?... (기막힌) 내가?...
(침대에 털썩 앉는데 핸드폰 울린다. 꺼내서 보면 승미 떠있다)
S#45. 승미 방 / 환 방 (저녁)
핸드폰하고 있는 승미.
승미 : 오빠 오늘 첫 월급이라고 전화한다드니 왜 전화 안했어?
환 : (마음 괴로운 상태라) 아 깜빡했다.
승미 : 그럼 영석씨 바에 가자. 엄마 차로 데리러 갈게.
환 : 오늘 말고 내일 저녁 먹자.
승미 : (실망하는) 내일?... (잠시) 어 그래 알았어... (끊는, 서운한 듯 핸드폰 액정에 담긴 환 사진 보는)
S#46. 버스 안 (다음날, 이른 아침)
공장으로 향하는 버스 안. 은성, 앞쪽에 환, 맨 뒤쪽에 앉아있다.
참담한 기분으로 은성 뒷모습 보고 있는 환.
S#47. 가로수 길
공장으로 걸어가는 가로수 길. 양 옆으로 아무 건물도 없다.
앞서서 걷는 은성. 환, 몇 걸음 뒤에서 따라 걷고 있다.
환 : 야!
은성 : (못 들은 척 걸어가는)
환 : 정말 일부러 핸드폰 망가뜨린 건 아니다.
은성 : (계속 걷고)
환 : (다가가지만 말 쉽게 안 나온다, 입 모양으로 미, 미하다가) 미안하다.
은성 : (미안하다는 말에 뚝 멈춰서는)
환 : (같이 멈춰서고)
은성 : (돌아볼 듯, 하다가 다시 간다)
환 : (그 자리에 선 채, 더는 말 못하고 혼잣말처럼) 미안하다니까...
은성 : (걷던 대로 가고)
환 : (선 채로 보고 서있는, 아프다) ...
S#48. 이사실
놀란 얼굴로 할머니 바라보는 박변.
박변 : 사장님, 죄송하지만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세요.
할머니 : 귀 먹었냐? 고은성이 앞으로 내 유산 남기려면 서류 절차 뭐가 필요한지 알아보라고 했잖아.
박변 : (아직도 설마 하는) 사장님, 그 때 그 말씀이 진심이셨어요?
할머니 : 농담으로 들었나?
박변 : (자기가 당황해) 가족들은, 제수씨하고 환이 정이도 알고 있어요?
할머니 : 지난번에 불러놓고 다 말했잖아. (일어서는)
박변 : (따라 일어서며) 사장님! 정말 왜 이러세요?
할머니 : (못 들은 척 나가는)
S#49. 환 집 주방
표집사에게 칼국수 배우고 있었던 듯 아일랜드 싱크대에 칼국수 반죽 그릇 있고 밀대로 밀던 반죽 판 펼쳐져있다.
그 앞에서 손과 얼굴에 밀가루 묻힌 채 경악한 얼굴로 전화 받고 있는 영란.
영란 : 정말요? 정말 어머님이 은성이 앞으로 유산 남기는 서류를 알아보랬어요?
집사 : (옆에 서서 이미 통화 내용 들은 듯 걱정스런 얼굴로 보고 있다)
영란 : (잠시, 급한) 알았어요, 애들하고 대책 회의할께요. (끊는, 기막혀) 아니 진짜, 내가 (손과 반죽들 가리키며) 이 짓까지
해가면서 어머니 비위를 맞췄는데 (열 받은) 더 이상 못 참아! (반죽 집어 확 팽개치는)
표집사 : 먹는 걸 던지시면 안 됩니다. (얼른 집어서 터는)
영란 : (급하게 거실로 나가는)
표집사 : 드디어 터트리셨구나... (심란하게 보는)
S#50. 공장 마당
점심 먹고 커피 마시고 스트레칭 등 하면서 쉬는 직원들.
환, 혼자 팔짱 끼고 서서 두리번거리는데 은성은 안 보인다.
환 : 얘는 밥도 안 먹고...
S#51. 공장 일각
공장 뒤쪽 계단이나 화단 등 후미진 곳에 눈감고 등기대고 앉아 기운 없이 생각에 잠겨있는 은성.
백(E) : 승미, 환이하고 결혼할건데, 두 번이나 과부 된 여자 딸, 거기에 돈 한푼 없이 단칸방 사는 거 알아 봐... 누가 좋아하겠어?
은성 : (갑자기 뚝 굳어지는, 천천히 눈뜨고)
<1회 31씬에서>
은성 : 은우... 음대 교수님한테 레슨 받는 거 아니었어요?
백성희 : (힐긋 보는) 들어가.
은성 : (현재, 벌떡 일어서는, 의혹 확인하기 위해 급하게 뛰어가는)
환 : (손에 빵과 바나나 우유 들고 막 코너 돌아오는데)
은성 : (급하게 뛰어온다)
환 : (은성 보고 어? 하는 순간)
은성 : (눈에 환 안 들어온다. 환 팔과 확 부딪히고 코너 돌아가는)
환 : (부딪히는 순간 손에서 바나나 우유 떨어지는, 땅에 우유 깨져 흐르고)
S#52. 공장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 모니터에 열린 승미 집 등기부 등본 확인하고 있는 은성.
유승미 명의의 아파트 구입 시기 2007년 4월 7일로 되어있다. 그 위로...
승미(E) : 우리 처지 어렵게 된 거 알고 고모가 미리 주셨어. 그 돈으로 이 아파트 얻은 거야.
은성 : (믿을 수 없다는 듯 년도 다시 보는)
<2회 28씬에서 ‘겨우 방 한 칸 얻을 돈 남았어.’ 하던 백성희>
승미(E) : 그 돈 받자마자 너 찾았던 거야.
은성 : (승미 거짓말 확인하고 쿵... 하는)
S#53. 흙침대 대리점
놀란 얼굴로 영란 바라보고 있는 백성희.
백성희 : (기막힌) 그러니까 정말로 은성이한테 유산을 주실 생각을 하셨단 말야?
영란 : 몰라, 모르겠어. 장숙자 사장 속을 누가 알아? 어머니 당신도 자기 속 모를 걸? 이게 제정신으로 하실 일이니?
백성희 : (남의 일이 아니다) 말도 안 돼...
영란 : 암튼 상황이 이러니까 성희야, 나 당장 돈 좀 해 줘.
백성희 : 돈?
영란 : (있는 대로 화났다) 나도 이제 어머니 하시는 대로는 앉아서는 안 당해!
백성희 : (관심 가는) 돈은 왜? 얼마나?
S#54. 은성 방
굳은 얼굴로 들어오던 은성, 침대에 나란히 앉아있는 영란과 정 보고 놀라 선다.
영란 : (일어서며) 중요한 할 얘기가 있어서 주인 없는 방에 들어와 있었다.
은성 : (영문 몰라) 네, 말씀하세요.
영란 : (돈 봉투 화장대에 탁 놓으며) 너, 이 돈 갖고 당장 이 집에서 나가줘.
은성 : (벙해서) 네?
영란 : 내가 도저히 더는 못 참겠다. 너 하나 때문에 우리 식구 다 이게 무슨 고생이니?
은성 : 저기 무슨 말씀이신지....
정 : (일어서며) 무슨 말인지 몰라? 너한테 유산 준다는 핑계로 할머니가 우리 셋 피를 말리잖아.
영란 : 투 룸 전세비야. 나중에 니 동생 찾아도 같이 살 수 있어.
은성 : (기막혀 영란 보는)
영란 : 이번에 보니까 너 우리 어머니한테 동생 찾아준다는 약속 받고 우리 집에 들어왔던 모양인데,
너 집 나가도 할머니 니 동생 찾아 주실 거야. 약속은 금쪽으로 여기시니까.
정 : 너 안 나가면, 우리 세 식구가 나갈 거야.
은성 : (당혹스러운) 전 할머니하고,
영란 : (딱 정색하고) 할머닌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나가기만 하면 돼!
은성 : (모멸감에 입술 깨무는)
S#55. 레스토랑 (저녁)
승미와 저녁 먹고 있는 환. 환, 자기도 모르게 우울하다.
승미 : (밝게) 오빠랑 이 집 정말 오랜만이다.
환 : 미안하다, 오빠가 요새 능력이 없잖냐.
승미 : 그런 뜻이 아니라 오빠 자주 못 봤다구.
환 : 오빠 주머니가 비었잖냐.
승미 : 오빠는 돈 없이 나 만나면 안 돼? 이젠 나도 돈 버니까,
환 : 내가 너한테? 관둬라.
승미 : (서운한) 그럼 오빠 평생 돈 없으면 평생 나 안 만나겠네?
환 : 길어야 앞으로 한 달 만 더 버티면 돼.
승미 : 처음에도 한 달이라더니.
환 : 그러게, 할머니가 맘 쎄게 잡으셨는지 한 달로 안 풀어주시네.
승미 : 참, 정이... 요새 괜찮아? 정이가 박준세씨 좋아하잖아.
환 : 정이가 왜?
승미 : 박준세씨가 은성씨랑 사귄다던데.
환 : (놀라) 뭐?
승미 : 몰랐어?
환 : 누가 그래?
승미 : (아차) 아 그게... 나무에 친구 만나러 갔다가 앞에서 두 사람 봤거든. 친구가 단골인데 그러더라구, 박준세씨 여자친구라구.
환 : 무슨 여자 친구야! 정이가 그러는데 준세 형에 후배에 후밴지 후배에 친군지 그렇다든데.
승미 : (예민한 반응에 멈칫하는)
S#56. 할머니 방 (밤)
할머니와 마주 앉아있는 은성.
할머니 : 그래 할 얘기가 뭔데 말을 못하고 뜸만 들여?
은성 : 할머니... 저 그만 이 집에서 나가게 해주세요.
할머니 : (짠한) 그동안 맘고생 많았던 거 안다.
은성 : (정색하고) 할머니 정말 죄송해요. 우리 은우 찾는데 돈 많이 쓰셨는데, 할머니 손자 철들 때까지 못 버텨서요.
할머니 : 무슨 일 있었냐?
은성 : 저 이젠 효과 없어요, 할머니. 가족들도 할머니가 유산 핑계로 저 이용하는 작전인 줄 다 아는데요 뭐.
할머니 : (화난 듯) 누가 작전이래?
은성 : 네?
할머니 : (정색하고) 니 눈엔 내가, 나 좋자고 다른 사람 이용하는 할망구로 보였냐?
은성 : (이게 무슨 말이야? 벙해서 보면)
할머니 : 지난번에 니가 물어봤을 때도, 내가 먼저 너한테 유산 안준다고 한적 없다.
환이 철들이게 하려고 너 이용한다는 말도 한 적 없고. 다 니가 먼저 한 말이야.
은성 : (헷갈리는) 할머니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에요?
할머니 : 너한테 내 전 재산 준다는 말, 진심이라구.
은성 : (헉 놀라) 네?... (했다가) 말도 안돼요...
할머니 : 세상엔 더 말 안 되는 일 투성이야.
은성 :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꿈같은 얘기잖아요. (말도 안 된다는) 남한테 전 재산을 주는 사람이 어딨어요?
할머니 : 그래, 다들 나 미친 할망구라고 할 거야.
은성 : (황당한, 그러길래) 도대체 왜 그런 생각을 하신 거에요?
할머니 : 은성이 너는 내 회사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꼭 내 마음처럼 맡아줄 거 같아서.
은성 : (놀라) 제가요?
할머니 : 너 지난번에 할미가 했던 말 잊었냐? 넌, 내가 믿는 사람이고, 나한테 꼭 필요한 사람이랬지.
은성 : 할머니 손자 손녀 있잖아요.
할머니 : 니가 겪어서 누구보다 잘 알면서 뭘 물어!
은성 : 아무리 그래도 할머니 친손주들인데요.
할머니 : 너, 돈 싫으냐?
은성 : (보다가) 아뇨... 돈 싫은 사람이 어딨어요.
할머니 : 그런데 왜 자꾸 말꼬리 잡고 늘어져? 내 회사를 준다는데!
은성 : 아무리 그래도 제가 무슨 능력이 있어서 이런 회사를 맡아요? 말도 안돼요.
할머니 : 그래서 조건이 있어.
은성 : (? 보면)
할머니 : 우리 애들도 그렇고, 회사 이사진도 그렇고 반발이 만만치 않을 거야. 그 사람들한테 니 능력을 보여줘.
은성 : (정말이신가? 심각하게 보는) ...
S#57. 성벽 (다음 날)
은우와 자살 시도했던 성벽에 걸터앉아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은성.
부인(E) : 이거 누가 사줬노? 캤드니 엄마, 이러데예.
<프래쉬 컷>
-1회 23씬에서 ‘누나’ 하며 해맑게 웃던 은우.
-12회 32신에서 ‘너 증거 있니? 나 본 사람 있다든’ 하던 백성희.
백(E) : 승미는 환이가 전분데, 너 때문에 결혼 못하면... 니가 승미 인생 찢어놓는 거라구.
은성 : (다짐하는) 은우야... 살아만 있어. 누나가 꼭 찾을게... 찾아 갈게...
S#58. 사장실
앉아있는 할머니. 노크 소리 들린다.
할머니 : 들어 와.
은성 : (들어오는)
할머니 : (책상에 앉은 채 은성 보는)
은성 : (다가오고)
할머니 : 그래, 결정 했어?
은성 : 한 가지 여쭤볼 게 있어요. 제가 할머니 제안 안 받아 들이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셨어요?
할머니 : (은성 마음 읽는) 왜, 니가 우리 애들 거 뺏는 느낌 드냐?
은성 : 네...
할머니 : 니가 아니어도... 우리 애들한테는 안 남길 작정이었어. (단호한) 난 도 아니면 모야.
은성 : (진심이신가? 보는)
할머니 : (냉정한 눈으로 받아치는)
은성 : 그럼... 해볼게요. 그 조건, 받아들일게요.
할머니 : (흔쾌히) 기대하마.
은성 : 할머니 후회하실 지도 몰라요, 저 그 2호점... 꼭 살려낼 거에요.
할머니 : (미소로 끄덕이고)
S#59. 건물 앞
변호사 사무실 명패 걸린 건물 앞.
표집사, 공장장과 함께 걸어오는 할머니,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S#60. 이사실
전화 받고 있는 박변.
박변 : (의아한) 사장님, 방금 유언장이라고 하셨어요?
할(휠) : 그래, 내 유언장 가지고 7시까지 집으로 와. (탁 끊는)
박변 : (황당한) 이 양반 또 왜 이러시나...
S#61. 공장 일각
핸드폰 받고 있는 환.
환 : 약속 잡지 말고 7시까지 집에 오라구?
S#62. 준세 레스토랑
핸드폰 받고 있는 정.
정 : 할머니 무슨 일인데?
S#63. 환 집 거실
탁자에서 빨래 개다가 핸드폰 받고 있는 영란.
영란 : 어머니, 손님이 오신다구요?
S#68. 환 집 거실
소파에 영문 모르는 얼굴로 모여 앉아있는 영란, 환, 정, 박변. 다들 긴장한 얼굴이다.
영란 : 이번엔 대체 무슨 일을 벌이실려고 예전에 작성해 놓은 유언장까지 갖고 오라신대요?
정 : 미리 할머니 재산 분배 해줄려는 거 아냐?
환 : (도통 할머니 속을 모르겠는, 갸웃하는데)
할머니 : (들어오는)
모두 : (분위기에 긴장해서 일어서고)
<시간 경과>
할머니와 네 사람 모여 앉아있는 거실. 은성은 없다.
할머니 : 자, 다들 모였으니 이제 시작한다. 박이사, 그거 꺼내서 이리 줘.
박변 : (유언장 꺼내서 내미는)
할머니 : 이건 7년 전에 작성했던 내 유언장이다. (펼쳐서 내용 보며) 회사에 내 전 지분은 환이에게, 이 집은 며느리 오영란에게
양평 별장하고 강원도 땅은 정이에게, 기타 자잘한 것들 있고 뭐 대강 이렇게 돼 있구나.
정 : (놀라) 할머니 회사 지분은 다 오빠 주는 거였어?
영란 : 당연하지, 오빠가 회사 물려받으려면.
환 : (뭔가 느낌 이상하다. 할머니 보면)
할머니 : 그런데... 이건 이제, (하며 유언장 쫙쫙 찢으며) 필요가 없게 됐고,
모두 : (놀라서 눈 커지는)
박변 : (놀라) 사장님, 왜 이러십니까?
할머니 : (옆에 뒀던 새 서류봉투에서 유언장 꺼내 내밀며) 내가 새로 작성한 유언장이다.
박변 : (놀라서) 유언장을 새로 작성 하셨다구요? 저도 모르게요?
할머니 : 그래, 유언집행자를 새로 바꿨어.
박변 : (덜컥해서) 변호사를 바꾸셨다구요?
환 : (설마... 불안한 눈으로 할머니 보는데)
할머니 : 이 유언장에는... 지난번에 말했던 대로 장숙자의 모든 재산은 내가 죽은 후에 고은성에게 증여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모두 : (경악해서 할머니 쳐다보는)
할머니 : 대신 단서 조건이 있는데, 그건 내 새 유언집행 변호사가 설명할 거야.
넷 : (어리둥절한데)
할머니 : (현관 쪽 쳐다보면)
은성, 변호사 : (같이 들어오는)
넷 : (둘 등장에 상황 파악하고 더 놀라는데서 엔딩)
<12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