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완전하게 둥근가요?
아이작 아시모프
이민수 옮김
지구에 대해 점점 더 많은 것을 알게 됨에 따라, 보다 세부적인 질문을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과학자들은 거의 2,500년 동안 지구가 둥글게 생겼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완전하게 둥글게 생겼을까?
그렇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만일 지구가 중력의 끌어당김에 의해 그 구성 물질들이 중심으로부터 가능한 한 가깝게 당겨져서 둥글게 생기게 된 것이라면, 정말 완전하게 둥글어야만 할 것이다. 게다가, 하늘에 있는 태양은 언제나 완전한 원의 형태이고, 달도 역시 마찬가지인데, 이는 곧 이들 천체들이 완전하게 둥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견해를 뒤집어 놓은 첫 번째 증거는 1600년대 초반에 망원경을 통해 관측된 목성과 토성의 광경이었다. 둘 다 원형이라기보다는 타원형의 외관을 지니고 있었고, 돌면서도 그 모양이 유지되었다. 게다가, 이들 두 경우에서 행성이 이루는 타원의 지름 중 가장 긴 것이 이들 행성의 적도 지름인 것 같아 보였고, 이 말은 곧 그 둘이 적도 부근에서는 부풀어 오르고 극지방에서는 평평하게 된 공 모양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모양이 적용되는 것들을 편구면(oblate spheroids)이라 부른다.
목성과 토성은 어째서 편구면인 것일까?
그 답은 뉴턴이 운동의 법칙들을 만들어 내고 1687년에 그 문제에 도전하기까지 나오지 않았다. 행성의 모든 입자들은 행성이 그 축을 중심으로 회전함에 따라 돌게 되는데, 물체의 자연적인 성질은, 일단 움직이게 되면, 직선으로 나아가려는 것이다. 따라서 절충이 이뤄지게 된다. 행성은 돌지만, 그러는 동시에 마치 돌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경향을 느낀 듯이, 표면이 약간 부풀어오르는 것이다. 이것을 원심 효과(centrifugal effect)라 하며(중심으로부터 날아가다(to fly from the center)는 의미의 라틴어로부터), 이 현상은 이곳 지구에서 자세하게 연구되었다. 더 빠르게 도는 물체일수록, 밖으로 더 많이 부풀어 오르는 것이다.
행성이 돌 때, 극지방에 가까운 표면 부분들은 회전하는 동안 아주 작은 원을 그린다. 그러한 지점들은 따르게 움직이지 않고, 그래서 별로 부풀어 오르지 않는 것이다. 극지방에서 점점 멀어질수록, 표면은 점점 더 큰 원을 그리게 되지만, 같은 시간에 회전을 해야 한다. 따라서 표면에 있는 지점들은 더 빠르게 움직여야만 하고, 밖을 향해 더 많이 부풀어 오르게 되는데, 이 효과는 적도에서 최대가 된다. 그에 따라, 돌고 있는 행성은 가운데가 부풀어 오르게 되며, 적도 바로 위가 가장 두텁게 된다.
어떤 천체의 적도가 얼마나 부풀었는가는 표면이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가와 그 천체가 내는 중력의 당기는 힘이 그러한 부풀어 오름에 얼마나 강하게 저항하는가에 달려 있다. 달과, 금성, 수성은 모두 너무나 천천히 회전하기 때문에, 이들 경우에는 이렇다할 만큼 적도가 부풀어 오르지 않는다. 반면에, 태양은 상당히 빠르게 회전해서, 적도 부분의 지점은 시간 당 13,6000 킬로미터(8,500 마일)의 속력으로 이동하지만, 중력의 당기는 힘이 너무나 강해서 역시 이렇다할 만큼 적도가 부풀어 오르지 않는다.
목성과 토성은 지구에 비하면 아주 크고, 그럼에도 축 위에서 더 빠르게 자전한다. 목성은 열 시간보다 조금 빠르게 자전을 하고, 토성은, 약간 더 작긴 하지만, 열 시간을 조금 넘긴다. 목성 적도에 있는 한 점은 시간 당 45,765 킬로미터(28,400 마일)로 이동을 하고, 토성의 적도에 있는 한 점은 시간 당 36,850 킬로미터(22,900 마일)로 이동을 한다. 이것은 태양의 적도에 있는 점들보다도 더 빠른 움직임이고, 목성과 토성은 중력의 당기는 힘이 태양보다 작기 때문에, 원심 효과에 충분히 저항할 수가 없다. 따라서 두 행성의 경우에는 적도 부분이 부풀어 올랐다. 토성의 표면은 목성의 표면보다 덜 빠르게 움직이지만, 토성은 중력의 당기는 힘 더 약하기도 하기 때문에, 적도가 더 많이 부풀어 올랐다.
그런데 만일 이 모든 것이 목성과 토성에 적용된다면, 지구에도 역시 적용되는 것이 아닐까? 지구는 축 위에서 달이나 금성, 수성보다 더 빠르게 움직인다. 지구의 적도에 있는 한 지점은 시간 당 1,670 킬로미터(1,040 마일)의 속력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이는 태양과 목성, 토성의 적도 속력보다 훨씬 더 느린 것이지만, 지구는 중력의 당기는 힘이 훨씬 약하기도 하다. 뉴턴으로써는 지구의 적도 부풀어 오름이 측정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커야만 할 것 같이 보였다.
이 이론을 검증하는 방법은 지구의 다양한 부분들로 간 후, 거리와 각도를 주의 깊게 측정해서 지구의 표면이 얼마나 굽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만일 지구가 완전하게 둥글다면, 어디에서나 똑같이 굽어져 있을 것이다. 만일 편구면이라면, 극에 가까운 곳에서보다 적도에 가까운 곳에서 더 굽어져 있을 것이다. 1736년, 피에르 루이 드 마우페르튀(Pierre Louis de Maupertuis, 1698-1759)의 지휘를 받은 프랑스의 탐험대가 북극 근처에 있는 라플란드(Lapland)로 가서 그곳의 곡률을 측정했다. 동시에, 찰스 드 라 꽁다민(Charles de La Condamine, 1701-1774)의 지휘를 받은, 또다른 프랑스의 탐험대가 적도 근처에 있는 페루로 가서, 역시 지구의 곡률을 측정하였다.
뉴턴은 옳았던 것으로 판명되었다. 지구는 대단할 정도는 아니지만 적도 부풀어 올라 있었다. 지구의 적도 지름은 12,756 킬로미터(7,926 마일)이고, 극 지름은 12,713 킬로미터(7,900 마일)이다. 차이는 43 킬로미터(26 마일)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지구는 거의 완전하게 둥글지만, 완전하게는 아닌 것이다.
1959년, 밴가드 1호(Vanguard I)라는 위성이 미국에 의해 지구 주위를 도는 궤도에 놓여졌다. 그것이 지구를 도는 정확한 방식으로부터, 적도 부풀어 오름이 적도 북쪽에서보다 적도 남쪽에서 7.6 미터(25 피트) 더 높다는 것이 계산되었다. 이것은 지구가 서양 배 모양이라는 증거로 발표되었다. 즉, 북쪽에서보다 남쪽 반에서 더 폭이 넓다는 것이다. 이것은 부적절한 언급이었던 것이, 부풀어 오른 차이는 가장 정밀한 상황 하에서만 측정할 수 있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사실, 부풀어 오른 것 전부도 맨눈으로는 전혀 볼 수 없을 정도로 사소한 것이어서, 우주 공간에서 지구를 보면, 완전하게 둥근 것처럼 보일 것이다. 지구를 “배 모양”이라고 하면, 일부 사람들은 우주 공간에서 보면 지구가 바틀렛종(Bartlett) 배처럼 생겼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이는 상태를 완전히 잘못 표현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그 표현은 금방 사용되지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