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품질경쟁력 대폭 하락, 원인은?
“과도한 일용직 투입으로 예견된 일”...품질 담당 직원 어디로
최근 현대차 노사는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품질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제품 품질 저하 원인을 두고 노사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현대차는 17일 사내 소식지 ‘함께 가는 길’에서 2012년 미국 시장조사기관 JD파워의 신차 초기 품질조사에서 현대차가 11위에서 18위로 추락했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순위는 2009년 4위, 2010년 7위 등으로 매년 하락세를 보였다. JD파워 내구품질조사에서도 현대차는 2012년 9위에서 2013년엔 22위로 대폭 하락했다.
현대차는 “지난 13일 울산공장에서 열린 임단협에서 노사가 현대차 품질 경쟁력 저하의 심각성을 공감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품질확인 시스템(HIVIS) 도입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했다”면서 노조에 “완벽한 품질과 생산성 향상 같은 회사 경쟁력이 선행되고 밑바탕이 돼야 회사가 존재할 수 있고, 그에 맞춰 요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현대차는 언론을 통해 “현대차 품질에는 문제가 없다”며 JP파워 조사 결과를 반박했다.
노동자들은 현대차 품질 경쟁력 하락이 필연적인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현대차의 품질하락에는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지만, 원인 중 상당 부분이 무분별한 촉탁직과 초단기 계약직, 일일 아르바이트 투입이 차지한다”며 “지난 2010년 CTS투쟁(울산1공장 CTS공정 점거농성) 이후 회사는 부당징계를 남발하고, 그 자리에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투입해 다량의 불량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정규직지회는 “지난해 촉탁계약직이 투입되면서 전환배치를 목적으로 다년간 일해 온 비정규직 노동자를 공정이동한 것도 불량 발생의 원인”이라며 “회사는 품질문제 해결 방안 중 하나로 품질확인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하지만, 품질향상을 목적으로 작업자 간의 과도한 경쟁을 부추겨 현장을 장악하려는 다분히 악의적인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현대차는 올해 1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촉탁계약직 노동자를 총 985명 채용했고, 2012년 7월 촉탁계약직 제도를 도입하면서 7월 한 달에만 1,230명을 채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림잡아 2천 명가량의 촉탁계약직 노동자가 고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촉탁계약직은 대부분 1개월, 3개월 등 초단기 계약직이다.
현대차는 2012년 6월 “2012년 8월 2일부터 개정된 파견법이 적용되면 불법파견 판정 시 2년 이상 근속과 무관하게 2년 미만 근무자도 직접고용 의무가 부과되기 때문에 2년 미만 한시하청 인원 1,564명에 대해 6월 11일 계약해지 공문을 발송해 7월 12일부로 계약해지하고, 7월 초부터는 현대자동차에 2년 이하의 기간제 계약직으로 채용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노동자들에 의하면 현대차에 고용된 촉탁계약직의 대상과 규모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현대차 내부 통신망 ‘오토웨이’에 촉탁계약직 채용 현황으로 추정해 짐작할 뿐이며, 채용 현황은 있지만 어제 해고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회사는 파견법상 2년 이상 파견 노동할 시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하는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촉탁계약직을 채용해 해고를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차 품질부서에서 근무 중인 박유기 전 금속노조 위원장은 “촉탁계약직은 현대차에서 가장 열악한 고용구조에 내몰려 있는 노동자이며, 언제 잘릴지 모르는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며 “회사는 품질 지수를 기준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문제의 본질은 건드리지 않고 성적관리에만 집중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울산공장 송탑에서 고공농성 중인 최병승 씨는 “회사는 개정된 파견법을 지키지 않으려고 파견노동자를 강제로 초단기 계약직으로 전환한 것이다. 사실상 해고와 촉탁계약직으로의 고용을 선택하게 해 2천 명가량의 고용유연성을 확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촉탁계약직의 죽음으로 문제가 불거졌는데, 아무도 이 문제를 책임지지 않고 있다”며 “촉탁계약직 고용은 현대차 불법파견 은폐의 핵심적인 지점이다”고 말했다. 현대차 사내하청 촉탁직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던 공 모 씨는 올해 4월 계약해지 석 달 만에 자살했다.
현대차 휴일 특근을 위해 투입되는 일부 노동자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되고 있다. 오민규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은 “금, 토, 일요일 아르바이트를 모집하고 있는데, 금요일에 4시간 안전교육을 하고 토, 일요일 특근에 알바생을 투입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비정규직지회는 또한 품질관리를 해 온 일반직 노동자를 ‘비정규직지회 구사대’로 보직변경 시킨 것도 현대차 품질 하락의 원인으로 꼬집었다. 이들은 “현장에서 불량이 속출하지만, 품질을 담당하는 직원이 현장에 없다”며 “비정규직지회가 투쟁에 돌입하면 현대차는 사무실 일반직 직원들을 구사대로 보직변경 시키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과장급 이상 간부들로 구성된 금속노조 현대차일반직지회는 지난 5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감시하는 ‘구사대’로 동원돼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당시 현대차일반직지회는 홍보물을 통해 “회사가 간부사원들을 구사대로 동원해 사지로 내몰고, 지금도 공장 곳곳에서 간부사원들에게 24시간 방호보초를 서도록 강요하고 있다”며 “가뜩이나 편중된 업무에 출동과 보초근무를 반복하느라 심각한 스트레스와 과중한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