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쓰는 시> 정다운 감독, 다큐멘터리, 113분, 2024년
바야흐로 한국에도 정원붐이 일고 있다. 며칠 전 개통령 강형욱씨의 갑질 미투가 나타나며,
15년 전성기를 구가했던 반려동물 문화와 산업도 한 정점을 찍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제는 동물에서 식물로 대상이 변화할 때이기도 한 거 같다.
어쨌든 정원을 꿈꾸며 사람들은 아파트와 도시에서 좀더 주변으로 자연과 가깝게 이동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와 재난의 시대에는 좀더 식물적으로 사유하고 섬세해지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다큐의 주인공 정영선 선생은 한국적 정원설계자로 여러 이름난 정원들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특히 서울에서도 몇 차례 간 선유도 공원에 나타나듯,
그 땅의 사연과 역사성, 그리고 그곳을 이용할 사람들을 배려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앙코르와트에 온 듯 선유도 공원은 근대시설의 자연화를 꿈꾸게 한다.
자칫 건축쓰레기가 될 콘크리트 덩이들을 그대로 활용하는 것은 배워야 할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중구난방 거대자본에 의해 조성되고 있는 인공정원문화도 정도를 벗어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더 작은 시간 속에서 가꾸고 길러지는 인간적인 정원들이 생명처럼 자라나길 바란다.
거대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정원설계가가 아니니 우리들이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크게는 정영선 선생의 말처럼 지역과 한반도, 나아가서 지구를 생태적으로도 아름답게 가꾸는 일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