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울 서(暑). 일본한자능력검정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한자(漢字)’다. 선정 이유도 다양하다. 올여름 연일 무더위로 열사병 환자가 속출했으며, 혹서(酷暑)는 지구온난화에 경종을 울렸다. 칠레 광산 조난자들은 땅속의 더위를 이겨내고 전원 생환했으며, 소혹성 탐사위성이 대기권 진입할 때의 고온을 견디고 무사 귀환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2위로 상하이 엑스포,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센카쿠(尖閣) 열도 갈등의 주역 중국의 중(中)을 선정했다. 다사다난했던 한국을 뜻하는 한(韓)은 14위다. 2009년에는 정권 교체, 신종 인플루엔자로 새로울 신(新)을, 2008년에는 잦은 총리 교체, 변화를 외친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으로 변할 변(變)을 뽑았다. 일본의 ‘올해의 한자’ 선정은 한자가 가진 심오한 의미를 국민에게 재인식시키고자 1995년부터 매년 수십만 명의 투표로 이뤄지는 민간행사다.
한 보험회사에서는 20년째 창작 사자숙어(四字熟語) 경연대회를 열고 있다. 톡톡 튀는 사자성어 패러디 콘테스트다. 다음은 올해의 수상작. 유언비어(流言蜚語)를 변형해 트위터 인기를 풍자한 유현비어(流呟飛語), 스마트폰 열풍은 가문의 비전(秘傳)을 자식 한 명에게만 물려준다는 일자상전(一子相傳)을 차용해 원터치 조작을 뜻하는 일지조전(一指操電)으로, 3D TV 돌풍은 삼위일체(三位一體)를 바꿔 삼견입체(三見立體)로,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소들을 처분한 것은 제행무상(諸行無常)을 비틀어 제우무정(諸牛無情)으로 만들었다. 담뱃값이 오르자 애연가들은 부부의 인연을 뜻하는 합연기연(合緣奇緣) 대신 애연기연(愛煙棄煙)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한국은 일본보다 현학적이고 비판적이다. 교수신문이 2001년 오리무중(五里霧中)을 시작으로 그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해왔다. 이합집산(離合集散), 우왕좌왕(右往左往)으로 초기에는 평이했다. 당동벌이(黨同伐異), 상화하택(上火下澤), 밀운불우(密雲不雨)를 거쳐 자기기인(自欺欺人), 호질기의(護疾忌醫), 방기곡경(旁岐曲逕)에 이르자 너무 어렵다는 평이 많았다. 천안함과 연평도로 비장했던 올해는 어떤 한자가 선정될까? 2011년 신묘(辛卯)년에는 겹경사가 이어져 쌍희(囍)자가 선정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