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6월을 맞아 기억되는 날이 왔습니다.
하지만 2009년에 맞는 6월 10일은 많은 사람들에게 분명 예전과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지난 20여 년간은 승리의 추억을 기념하는 시간이었다면
올해는 불과 22년만에 재연된 역사를 현실 속에서 만나야 했습니다.
그런 우려 속에 거창에서도 6월항쟁의 의미를 되새겨보아야 한다는 성찰과 함께
그 날을 기리는 촛불행사를 가졌습니다.
다행히 거창민들이 서울광장처럼 쓰고 있는 군청앞 로터리는 차벽이나 전경들의 방패막은 없었습니다.
거창의 민주주의가 아직 건강한 건지..아니면 모이는 사람이 몇 안 되서 경찰 관계자들의 주의를 끌지 못한 건지..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소수의 사람들이 촛불을 들었습니다.
이렇게 왜소하게라도 이 날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올해는 정말 유난스럽다 하면서요..
사회를 맡았던 어느 역사 선생님.
반민주화의 사회 분위기를 그 어느 곳보다 먼저,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곳이 교육계라고 합니다.
교육청, 학교 관리자, 교사, 학생.. 이런 수직적 관계를 통해 지시하고 복종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공고한 틀로 급속도로 회귀하고 있는 교육계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87년 6월 항쟁 당시의 동영상을 보면서 많은 사람이 22년 뒤 같은 날 서울광장을 떠올립니다.
자유발언 시간에는 각계 다양한 분들이 나와서 소중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한 젊은 농민이 나와서 정부에서 선전하는 ‘농업선진화’의 허구성에 대해 찬찬히 얘기합니다. ‘선진’이라는 단어에 혹해 농민들을 호의호식하게 할 것 같지만 기실 농업의 무한경쟁체제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그런 체제에서는 농기업가나 이득을 볼 것이고 중소농들은 스러지고 말 거라고..
고향에서 농사짓고 살아보자고 돌아온 이 곳에서 희망을 뺏어가는 정부에 대항해 그 희망을 지켜내겠다고 다짐합니다.
푸른산내들 대표는 ‘4대강살리기’가 왜 강을 외려 죽이는 것인지를, 그게 왜 대운하사업의 또 다른 간판이라 의심받는지를 얘기합니다. 그리고 강은 물이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면 된다고 합니다. 그래야 물이 살고 강이 산다고..
건설노조 한 분은 나오셔서 말이 좋아 공개입찰이지 없는 사람들에게 무슨 평등이 보장될 수 있겠냐고 합니다. 결국 계약은 더 큰 자본에게 떨어지고, 하청에 재하청이 이어지는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꼬집습니다.
또 다른 역사 선생님의 얘기입니다. 아이들에게 헌법 1조 1항과 2항을 물으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정확하게 외운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땅의 주인이라는 것이 어떤 건지, 권리가 무엇인지,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학교졸업 앞에 놓인 비정규직 사회의 냉엄한 현실을 설명하기가 힘들다고. 그런 현실 속에서 자신의 권리를 어떻게 찾고 지켜내야 할 지를 얘기하며 6.10이 주는 의미를 나누고 있다고...
여농 관계자는 87년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당시 변방에 있었던 빚을 지금이라도 갚아가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국선언문을 낭독하였습니다.
<이하, 그 날 낭독된 시국선언문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억압, 독선, 반서민적 국정운영을 중단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그를 지지하던 사람도 지지하지 않던 사람도 모두 미안한 마음을 갖게 하였으며, 스스로를 성찰하게 만들었다. 큰 충격과 비통함은 이제 왜? 그리고 누가? 전직대통령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는지에 대한 물음으로 돌아오고 있다. 수백만 조문행렬과 그들이 흘린 눈물의 의미가 무엇이겠는가? 국민장이 끝난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추모 분위기는 분명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분명한 경고의 메시지인 것이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국민에 대한 억압과 폭력, 독선과 독주, 민생고통 외면, 대립으로 치닫는 남북관계 등 역사의 진보와 반대방향으로 내달리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국민적 분노의 표시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 집권 1년 지난 수십년간 국민의 피땀으로 일궈온 민주주의가 한꺼번에 파괴되고 있다. 민주사회의 기본 권리인 언론, 집회, 표현의 자유까지 통제당하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기자회견까지 집회로 몰아 소환장을 남발하는 상식이하의 행태들이 남발되고 있다. 미디어 악법을 만들어 언론을 권력의 입맛대로 움직이려는 시도가 본격화 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에 놓여있다.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보호해야할 국가 권력기관인 법원, 검찰, 경찰, 국세청은 권력의 시녀가 되어 전직 대통령까지 죽음으로 몰아가는 국가 폭력기구로 변질되고 있다. 그러고도 이들은 반성을 모른다. 살아있는 권력과 재벌에는 한없이 나약하고, 죽은 권력과 사회적 약자인 서민에게는 가혹할 정도로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서민의 고통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소득불평등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벌어지고 있으며, 서민의 실질소득은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은 부자에겐 100조원의 감세혜택을 주고 4대강 죽이기엔 18조의 예산을 쏟아 부어 극소수 특권층과 재벌건설사의 배만 불리려한다. 그 사이 우리사회의 약자인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들은 생존의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국가권력의 원천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국민이 정부에게 권력을 준 것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라는 의미이며, 국민과 일상적인 소통으로 국민의 뜻에 따른 정책을 펴라는 것다. 따라서 국민과 소통을 거부하고 국민을 억압하고 통제하려는 정권은 이미 권력의 정당성을 스스로 상실한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명박 정부는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적 지지를 기초로 정부를 운영하려는 기본 원리를 포기하고 국가공권력에 의존해 권력을 지탱하려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고 있다.
이는 이명박 정부에게나 국민에게 모두 불행할 결말을 예고하는 것이다. 진정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고, 국민을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이제라도 국정운영의 기조를 바꾸고 국민위에 군림하는 검찰권력을 국민의 품으로 돌리는 전면적인 국정 쇄신을 요구한다.
1.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보복적 수사로 전직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또한 MB식 독주가 아닌 국민과 소통하는 국정운영의 근본적인 쇄신을 촉구한다.
2. 검경을 앞세운 강압적 통치로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반민주적 행위를 중단하라. 특히 미디어 악법, 집시법 개악 등 반민주 악법과 비정규직법, 최저임금제법 등 반 민생 악법의 개악을 즉시 중단하라.
3. 현재의 정치적 위기를 북핵위기 국면 조성으로 넘기려는 유혹을 버리고, 남북간 대화를 통한 화해와 협력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남북간의 어떠한 교전도 반대하며 정부의 일차적 책무는 남북간의 대화를 복원하고 긴장을 완화하여 한반도의 평화를 실현하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6.15, 10.4선언을 이행하고 남북간 평화를 회복하기 위한 정책의 전환을 촉구한다.
4. 기득권층과 부자위주의 정책을 중단하고 서민살리기 정책 수행을 요구한다. 부자감세 100조 및 4대강 죽이기는 극소수 특권층 재벌건설사를 위한 특혜정책을 중단하고, 교육, 보육, 실업, 일자리 대책중심의 서민회생 대책 예산의 우선확보를 요구한다.
우리는 6월 항쟁의 정신을 계승하여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하고 걱정하는 거창군민들과 함께 이명박 정권의 폭력성과 억압성을 통제하고, 민주주의와 민생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제정당, 시민사회단체와 작은 차이를 넘어 연대하고 협력하여 나갈 것이다. 지금 국민이 저항하지 않으면 우리의 민주주의가 먼저 사망선고를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09년 6월 10일
거창군 제시민사회단체
함께하는거창 / 푸른산내들 / 거창YMCA / 희봉위생노조 / 거창적십자병원노조 / 전교조거창회 / 사회보험노조거창지부 / 공무원노조거창지부 / 민예총거창지부 / 거창군여성농민회 / 거창군농민회 / 민주노동당거창군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