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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케네 3 - 미케네 유적지의 박물관에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떠올리다!
2024년 5월 1일 코린토스에서 로컬 버스를 타고 Isthmos 에서 내려서 표를 끊어
아테네 에서 오는 나프플리온 Navplion 행 버스를 타고는...... 40분후
피흐티 Fichti 에 내려사 5유로 하는 택시를 타고 미케네 Mycenae 에 도착합니다.
12유로 하는 입장권을 끊어서 안으로 들어가 오른쪽 유적은 조금 후에 보기로 하고
왼쪽 아래에 왕족들의 무덤인 Grave Circle A 를 얼핏 보고는 오른쪽
아래쪽에 있는 박물관으로 들어가서 3천년 전의 도기등 미케네 유물을 구경합니다.
일리아스는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로 시인 호메로스가 저자이니 현존하는 고대 그리스 문학 중 가장 오래된
서사시로 《오디세이아》와 더불어 고대 그리스와 후대 서양의 문학, 예술, 문화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리스 신화의 전설적인 트로이아 전쟁 51일간을 다루고 있는데, 트로이아의 왕세자 헥토르와 아카이오이족
의 용장인 아킬레우스, 이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하여 원한과 복수에서 파생되는 사람과 나라의
이야기니 정해진 운명을 벗어나지는 못하지만 명예로운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영웅들의 처절한 싸움입니다?
어느덧 10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전쟁, 아폴론에 의해 아카이오이(그리스) 진영에 역병이 돌기
시작했다. 역병의 원인은 아카이오이족이 아폴론을 모시는 사제 크리세스의 딸 크리세이스
를 유괴한 데다가, 아가멤논이 고집을 부리며 그녀를 돌려 보내기를 거부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아킬레우스가 아가멤논을 비난하며 사제의 딸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자, 아가멤논은 아킬레우스
가 얻은 여인 브리세이스를 대신 가져갔으니 여인을 뺏기고 전사로서의 명예도
실추당한 아킬레우스는 그날로 아카이오이족을 돕지 않겠다고 맹세한후 자신의 진지에 틀어박힙니다.
이에 아킬레우스의 어머니 테티스는 제우스에게 아킬레우스의 명예가 회복되지 않는
이상, 절대 아카이오이족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게 해줄 것을 탄원합니다.
이후 서로 일진일퇴를 반복하면서 공방을 주고받는 가운데 아카이오이족의 중요한
장수들이 계속해서 부상을 입었으니... 헥토르의 지략과 용맹 앞에 시시각각
아카이오이족의 패배가 가시화되지만 그러나 아킬레우스는 여전히 출전을 거부합니다.
이에 아킬레우스의 친구 파트로클로스가 대신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입고 싸우러 나가 활약하지만,
아킬레우스의 조언을 무시하고 트로이아 군을 성벽까지 추격했다가 헥토르의 창에 전사합니다.
그러자 파트로클로스 죽음에 분노한 아킬레우스는 헤파이스토스가 제작한 새로운 무구를 갖추고 참해
헥토르를 죽이고 그 시체를 전차에 메어 끌고다니면서 모독하지만, 밤을 틈타 찾아온 프리아모스 왕의
탄원에 헥토르의 시체를 돌려주었으니.... 일리오스에서 헥토르의 장례가 치러지며 이야기는 끝을 맺습니다.
그러니 작중에서의 시간의 흐름은 매우 짧으니 휴식기 등을 빼고 보면 정확히 4~5일 정도인데... 그러나
그 안에서 《일리아스》 이전에 있었던 일과 《일리아스》 이후에 있을 일을 나름대로 설명
하고, 또 다른 신화에 대해서도 계속 언급하기 때문에 그리스 문학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습니다.
더불어 이야기의 구조가 트로이아 전쟁의 진행 과정을 빗댄 듯이 유사한데
1장에서 아가멤논과 아킬레우스가 브리세이스로 인해 갈등
을 빚음은 트로이아 전쟁의 시작이 헬레네를 둔 다툼인 것과 대비 됩니다.
그리고 2~3장에서 연합군이 진군하는 것은 트로이아로 연합군이 모이는 모습에
대비되는 식이라..... 첫 번째 군사적 충돌이 파리스와 메넬라오스의
대결이라는 것도..... 이 전쟁의 시작을 은유적으로 묘사하는 대목인가 합니다.
최후에 트로이아 함락을 보여주는 대신 헥토르의 죽음으로 끝내는 것도 이런 구조의 연속인데.... 일리오스
는 아직 함락되지 않았지만, 유일한 보루인 헥토르가 사망 함으로서 트로이아의 운명은 이미 결정
되었음이 명백해지는 것이니.... 즉 전쟁 막바지의 일부만 다루었지만 한편으론 전쟁 전체를 다룬 것입니다.
트로이 목마와 아킬레우스 죽음은 《일리아스》에 속하지 않으며, 《일리아스》의 마지막은 헥토르
의 장례식을 치르는 것으로 끝인데..... 그러면 그 유명한 트로이 목마의 이야기는
어디에 나오는가 하면, 그 부분은 서사시환 중 《일리오스 낙성》 에서 다루었으리라 추정합니다.
《일리아스》에서는 트로이아가 멸망하리라고 작품 전체에 걸쳐 암시할 뿐이고, 《오디세이아》에서도
트로이 목마 이야기는 다루어지지 않았는데, 불행히도 《일리오스 낙성》 등은 현재는 소실
되어 전해지지 않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평론을 보면 옛 그리스 사람들은 서사시환
중에 《일리아스》 와 《오디세이아》 를 제외한 작품들은 상대적으로 수준이 낮다고 여긴 듯 합니다.
호메로스에게 아킬레우스와 헥토르는 비중이 약간 다른데.... 아킬레우스는 이전의 서사시
에 있던 모습 그대로 가져왔지만, 헥토르는 자기 손으로 다시 만들었으며 게다가
약간 덧칠을 했으니.... 어떤 의미에서 헥토르는 호메로스가 선택한 인물이라고 할 것입니다.
특히 모범적인 인간을 고를 때는 다른 누구도 아닌, 헥토르를 고르는데.... 알다시피 《일리아스》
는 트로이아 전쟁에 대한 이야기이고, 트로이아 전쟁에서 이긴 쪽은 그리스인이었고
호메로스도 그리스인이니 그가 제아무리 공정하려고 해도..... 그리스 민족주의를
통째로 버릴 수는 없었을 것인데, 그럼에도 호메로스는 제일 훌륭한 인물로 적장을 꼽은 것입니다.
앙드레 보나르의 《그리스인 이야기》 : 난 언제나 호메로스와 그의 일리아스에 감탄
했는데, 그 중에서도 아킬레우스와 헥토르의 결투 장면이 특히 그렇다.
누가 영웅이고 누가 악당인가? 그것이야말로 이 이야기가 지닌 힘이고 나는
내 작품에도 이러한 요소를 원했다. 한 진영에서 영웅이라면 반대 진영에서는 악당이다.
《일리아스》는 전반적으로 중립적인 시각이니 일단 유명한 장수들이 주로 아카이오이 측에 포진해
있고, 트로이아 측에서 꾸준히 활약한 장수는 헥토르뿐이며, 신들의 왕인 제우스가 테티스의
탄원에 따라 아킬레우스의 편을 들어주는 등 기본 플롯이나 얼개는 아카이오이 측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제우스의 아들인 사르페돈도 트로이아 측의 장수로 출전해 사망하고, 수도
없이 죽는 클론 무장들의 각각의 출신지와 삶을 이야기하면서 그들이 죽이면
끝인 적이 아니라 기다리는 가족이 있고, 아버지가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다만 아카이오이 연합군 위주의 서술인 것은 분명한 것이 헥토르가 날뛰는 모습과 다른
아카이오이족 영웅들이 날뛰는 모습들을 묘사할 때 상당한 온도차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헥토르가 귀족 전사들을 죽이면 한꺼번에 누구누구 이렇게 이름이나 읊어주고 끝인 경우가
많으나, 아이아스나 디오메데스가 트로이아 귀족 전사들을 죽이면 그들의
과거 업적이나 출신을 상세히 열거하는 경우가 많고, 묘사도 좀 더 자세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다른 시각도 존재하니 오히려 이런 서술을 통해 《일리아스》 는 죽어가는 트로이아
전사들을 인간화함으로서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트로이아 쪽에 공감하도록 만듭니다.
승리는 아카이오이 쪽에 주되 패배한 트로이아 쪽에는 독자들의 동정심을 주어 균형을 맞추는
기법인데..... 또한 트로이아군의 장수들이 아카이오이 연합군 전사들을 죽일 땐 대부분
타깃이었던 주연급 장수를 못 맞추고 근처에 있던 다른 장수를 대신 맞추는 경우도 많습니다.
《일리아스》를 아킬레우스의 영웅담 수준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상은 다르니
대부분의 비중이 헥토르에만 집중된 트로이아 측과는 달리 아킬레우스는
《일리아스》 내에서 대부분 참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로는 분량이 적은 편입니다.
아카이오이 측의 비중은 디오메데스와 미케네왕 아가멤논, 아이아스 등과 적절하게 분배되어
있는데 정말로 아킬레우스의 영웅담에 불과했다면 제목도 “아킬레이드 ”였겠지만,
정작 호메로스는 이 서사시의 제목을 '일리오스의 노래' 를 뜻하는 《일리아스》라고 지었습니다.
트로이아의 왕세자이자 총사령관인 헥토르는 특히 비중을 들여 묘사하고 있으니 파리스의 한심함에
분노하거나 결과적으로 패배하게 될 트로이아의 운명에 괴로워 하고, 아내
안드로마케와 애틋한 감정을 나누는 등 상당히 높은 비중을 할애해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서술합니다.
제우스 또한 아킬레우스의 영광을 위해 헥토르를 죽게 만들긴 했지만 헥토르를 '인간 중 가장 신들의 사랑을
받은 자' 라 부르며 시체만큼은 온전히 보존해 아버지 프리아모스왕에게 돌아갈수 있도록 하며 결말부
에서 프리아모스와 아킬레우스가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슬퍼하는 것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수 있습니다.
헬레네 또한 아프로디테 여신의 압력으로 파리스 곁에 있을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와 전쟁과
비극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전쟁에 얽혀 죽은 이와 괴로워하는 이의 관점
을 자세히 조명한다는점에서..... 《일리아스》 는 영웅 서사시가 아니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오히려 전쟁의 비참함을 묘사한 작품이라는 해석도 있으니 Simone Weil 의 논문이 있으며 훗날 그리스
에서 역사의 아버지 라고 불리는 헤로도토스는 이런 점이 나약하다고 비판하고 있으며, 스파르타 왕
레오니다스 1세의 테르모필레 전투 이야기야말로.... 진정한 영웅 이야기 라고 부각시켰던 적도 있습니다.
인물을 보자면 파리스는 놀라울 만큼 미남이지만 나라의 위기를 목전에 두고서도
헬레네를 포기할 수 없다고 고집을 부리는 소인배이며, 형인
헥토르의 괴로움을 전혀 이해하지 않고 농담이나 하는 한심한 인간으로 그려집니다.
이러한 사상은 후속작 《오디세이아》에서도 두드러지는데, 오디세우스가
파이아케스 사람들에게 "누구는 용모가 불사신들과 같지만 그 하는
말은 우아함과 거리가 멀다." 고 하는 구절에서 잘 드러난다고 하겠습니다.
그 외의 영웅들도 완벽 초인과는 거리가 머니, 왕 중의 왕인 미케네의 아가멤논
은 권위의식에 눈이 멀어 아킬레우스를 이탈하게 만들고, 회유를
위해 사신을 보낼 때에도 스스로는 움직이지 않으면서 자존심을 챙기려고 합니다.
아킬레우스 또한 분노에 휘둘려 자신의 아군을 돌보지 않았으니..... 시종일관
도덕적으로 묘사되는 헥토르 또한, 신의 개입이 있었다지만 무리해서
성 밖에 남아 아킬레우스에게 죽음으로써 트로이아의 멸망을 확정짓기에 이릅니다.
오디세우스는 매우 지혜로워 트로이 함락에 큰 공헌을 하지만, 반면 매우 교활하고
비열하여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약속도 얼마든지 저버리고
거짓말을 일삼으며...... 살인을 하찮게 여기는 등 잔인한 구석도 있음이 드러납니다.
《일리아스》에서 신들의 '개입' 은 많은 경우 지극히 간접적으로만 벌어지는데.... 이는 제우스가 다른
신들의 직접적 개입을 막았기 때문이니, 군대의 사기를 올리거나 특정한 인물에게 축복 혹은
저주를 내리거나, 분노를 억누르고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식으로 감정을 조절하거나 하는 식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인간에게 간접적으로 작용하는 있는 신들은 다시 트로이아 편과 아카이오이 편으로
나뉘어서 치열한 암투나 계략을 주고받고.... 후반부에선 직접적으로 싸우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부상을 입고 울거나 자신의 자식이 맞이하는 죽음에 슬퍼하는 등, 흔히 '인간적'
이라고 알려져 있는 그리스 신화의 신에 대한 묘사를 《일리아스》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른 구전 신화나 그리스 비극 등에서 흔히 초월자로 묘사되는 신들과는 대비되는 부분인데
이 때문에 최초로 비판한 것으로 알려진 크세노파네스나 플라톤 등의 여러
철학자나 소피스트들이 호메로스가 신들을 '부도덕' 하게 묘사한다면서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비롯해 유럽 신화 등은 신이 등장하지만 그 신들은 철저한 '인본주의'
관점에서 묘사되었으니.... 부인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오입질하는 제우스, 근친상간인
가이아, 우라노스, 크로노스, 또한 신화 내의 수 많은 신들의 어리석은 에피소드 등
신들의 어리석음을 통해 교훈을 주는 등 그리스 로마를 포함한 유럽 신화는 본래 인본주의적 입니다.
인간이 아무리 잘났더라도 신에게는 상대가 안되고 아무리 발버둥쳐도 결국 그들의 운명은
신들의 손에 달렸다는 코즈믹 호러적인 면은 《일리아스》에서 가장 잘 묘사되니
《일리아스》에서 묘사되는 트로이아 전쟁의 진행은 전적으로 제우스의 설계대로 흘러갑니다.
메넬라오스가 파리스와의 결투에서 승리하여 전쟁이 아카이오이족의 승리가 확실하다 싶을 때,
판다로스가 메넬라오스를 활로 쏘게 해서 다시 전쟁의 불씨를 지피고
헥토르가 방벽을 넘어 아카이오이족의 함대를 불태워서 트로이아의 승리로
끝날 것 같을때, 다시 파트로클로스를 이용하여 몰아내서 수시로 전황을 교착 상태로 유지합니다.
심지어 아킬레우스와 헥토르의 결투의 승자 자체도 제우스가 마음만 먹었다면,
언제든지 헥토르로 바뀔 수도 있었다고 여겨지는데..... 결국 인간들
에게 달린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오로지 제우스의 결정에 달렸던 것이지요?
신과 인간의 격차 역시 아킬레우스와 스카만드로스의 일화로 알수 있으니 트로이아 전쟁 최강의 전사인
아킬레우스가 주제도 모르고 하급신으로 분류되는 강의 신 스카만드로스를 무시하다 익사할뻔 합니다?
인간 따위인 아킬레우스가 신을 상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없었고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스카만드로스
보다 더 고위의 신들에게 살려달라며 목숨을 구걸하는 것 밖에 없었으니..... 아무리
당대 적수가 없는 최강의 영웅이라도 신을 상대로는 보잘 것 없는 존재였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다만 이러한 일리아스상의 묘사에서 매우 예외적인 신이 있는데, 바로 아폴론으로 제우스든 아테나이든
고대인의 눈으로 보더라도 상당히 졸렬하고 우습게 묘사되는 일리아스 답지 않게, 아폴론 만큼은
어떤 상황에서도 압도적인 품위를 유지하며, 노골적으로 트로이아측에서 '직접' 아카이아인들을 막습니다.
가령 파트로클로스의 참전으로 승기를 잡은 아카이아군이 트로이아 성벽을 넘어서려고 하자,
아폴론은 마치 트로이아의 병사처럼 싸우며 파트로클로스를 '직접' 육탄전으로 밀어냅니다.
그리고 야전에서 헥토르와 파트로클로스가 싸우려 들 때, 다른 신들이라면 헥토르의 '기백' 을 돋우어주거나
화살을 막아주는 식으로 간접적으로 싸웠을 테지만, 아폴론은 그냥 직접 파트로클로스를 두들겨패서
미리 반쯤 죽여놓는데..... 마무리는 헥토르가 했지만, 사실상 아폴론이 파트로클로스를 직접 죽인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