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저자가 상속자다. 자, 저자를 죽여 버리자.]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1,33-43. 45-46
그때에 예수님께서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에게 말씀하셨다.
33 "다른 비유를 들어 보아라. 어떤 임자가 '포도밭을 일구어 울타리를 둘러치고 포도 확을 파고 탑을 세웠다.'
그리고 소작인들에게 내주고 멀리 떠났다. 34 포도 철이 가까워지자 그는 자기 몫의 소출을 받아 오라고
소작인들에게 종들을 보냈다. 35 그런데 소작인들은 그들을 붙잡아 하나는 매질하고 하나는 죽이고 하나는
돌을 던져 죽이기까지 하였다. 36 주인이 다시 처음보다 더 많은 종을 보냈지만, 소작인들은 그들에게도
같은 짓을 하였다.
37 주인은 마침내 '내 아들이야 존중해 주겠지.' 하며 그들에게 아들을 보냈다. 38 그러나 소작인들은 아들을 보자,
'저자가 상속자다. 자, 저자를 죽여 버리고 우리가 그의 상속 재산을 차지하자,' 하고 저희끼리 말하면서, 39 그를
붙잡아 포도밭 밖으로 던져 죽여 버렸다. 40 그러니 포도밭 주인이 와서 그 소작인들을 어떻게 하겠느냐?"
41 "그렇게 악한 자들은 가차 없이 없애 버리고, 제때에 소출을 바치는 다른 소작인들에게 포도밭을 내줄 것입니다."
하고 그들이 대답하자, 42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성경에서 이 말씀을 읽어 본 적이 없느냐?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 이는 주님께서 이루신 일, 우리 눈에 놀랍기만 하네.'
43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느님께서는 너희에게서 하느님의 나라를 빼앗아, 그 소출을 내는 민족에게
주실 것이다." 45 수석 사제들과 바리사이들은 이 비유들을 듣고서 자기들을 두고 하신 말씀인 것을 알아차리고,
46 그분을 붙잡으려고 하였으나 군중이 두려웠다. 군중이 예수님을 예언자로 여겼기 때문이다.
묵상 글
마태오 복음서의 저자는 21-23장에서 수난 전 예수님의 예루살렘 활동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21.1-11 참조) 뒤 이스라엘 종교 지도자들과의 논쟁이 다시 시작됩니다(21,23-27 참조). 이 논쟁은
22장까지 이어지는데, 예수님과 반대자 사이에 점차 높아 가는 갈등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비유에서 포도밭은 이스라엘, 소작인은 이스라엘의 지도자, 아들은 예수님, 주인은 하느님 아버지를
가리킵니다. 포도밭 소작인에 관한 비유에 담긴 상징적 의미를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째 의미는,
이스라엘 지도자들에 대한 경고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시기하고 모함하였으며, 정치적 상황으로 빌미를 만들어
예수님을 돌아가시게 하였습니다. 둘째 의미는, 하느님의 초월적 능력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적대자들의 시기와 모함
을 받아 누명을 쓰시고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셔야만 하였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죽음은 끝이 아니었습니다.
시편 118(117)편 22-23절을 인용하여 예고하듯이,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아들을 죽음에서 일으키셨습니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비유 이야기를 통하여 거부와 회복, 죽음과 부활이라는 그리스도론적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포도밭 소작인들의 비유에서는 '일상적 현실'을 파괴합니다. 소작인들은 주인에게 주어야 할 소출이 있었으나 그것을
주지 않았고, 오히려 주인이 보낸 종과 주인의 아들을 죽였습니다. 파괴된 현실은 지금 우리의 상황을 반영할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비유를 통하여 이스라엘의 종교 지도자들에게 날카롭게 경고하셨듯이, 오늘날 누군가 '일상적
현실'을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무엇일가요?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면서 살아간다는 것이 아닐까요?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