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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오래된 사회 분쟁>을 수강했는데요. 과제로 2-3페이지 정도되는 reflection paper를 제출했습니다. 리플렉션 페이퍼를 우리말로 어떻게 번역하는 게 가장 적절한 지 잘 모르겠네요. 소견서라는 단어도 어감이 조금 이상하고. 간단히 수업에 대해 느낀 점과 추후 연구에 미친 영향 정도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영어 수업명<Protracted Social Conflicts in the Middle East and North Africa Region: Human Needs Approaches Beyond Democracy vs. Autocracy>
이번 보고서는 이번 과정에 대한 저희 생각을 정리한 것이지만 사실 평화분쟁학 5학기를 보내면서 일관적이게 다가왔던 문제를 요약한 것이기도 합니다. 저는 백인이 다수를 차지하는 수업 구조의 문제를 중심으로 기술했고 며칠 전 제출한 보고서를 아래 공유했습니다. 아래 우리말로 쓴 보고서와 함께 그 아래 영어로 써 제출한 것도 같이 공유했습니다.
백인이 다수를 차지하는 수업 구조의 문제와 대안
문제점
나는 백인이 다수를 차지하는 수업 구조의 문제, 중동과 아프리카 대륙의 나라 하나를 선택해 분석하는 조별 과제 특성이 그 구조와 악순환을 갖는 관계, 그리고 그 대안에 대해 짧게 되짚어 볼 것이다. 이는 에드워드 사이드가 비판한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좀 더 세부적인 분석의 사례이기도 하면서 나름의 대안을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물론 다양성의 제약은 있겠으나 나는 한 수업에 특정 배경의 학생이 많은 수를 차지한다고 하여 평화와 분쟁, 적어도 평등이라는 가치를 배우는 문제에 있어 크나 큰 문제를 만들어 낸다고 생각치는 않는다. 그러나 다수를 차지하는 특정 배경이라는 것이 식민주의 문제와 뗄 수 없는 것임에도 그것의 역사와 분리돼 온 것이라면 재고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유럽의 경우 식민주의 문제를 분리했던 역사는 그 자체로 인종차별의 역사였고 또한 인종차별을 재생산했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사이드 (1978)는 식민주의 역사와 식민주의 아래 지배당한 사람들의 고통과 비참함은 다 잊게 만드는 유럽 우월주의를 오리엔탈리즘의 한 전형으로 지적한다. 서양과 동양을 문명과 비문명을 기준으로 우월주의와 인종차별을 생산했던 오리엔탈리즘은 식민주의 정책을 정당화할 뿐만 아니라 사전에 이를 정당화한다는 문제를 강조한다. Samson (2020)의 경우 인권과 세계보편인권 선언문의 성격과 그 적용이 역사적으로 비보편적임을 지적하며 그 근본 원인으로 식민주의 문제를 등한시했던 태도, 식민지인들을 열등한 인간으로 보았던 태도를 꼽는다. 이러한 유럽인의 식민주의 역사에 대한 무관심한 태도는 여전히 평화를 배우는 과정에 남아 있는가? 나는 이 질문에 아니라고 단언하기 어려움을 느낀다. 학생들이 선택한 나라의 역사 해석과 그들이 던지는 질문의 성격은 내가 위 질문에 대답하기 어려웠던 이유를 어느 정도 설명한다고 본다.
내가 발표했던 오리엔탈리즘을 포함하여 나머지 5개 나라 혹은 주제로 발표되었다. 소말리아, 예맨, 레바논, 말리, 그리고 아이에스 (ISIS). 조별 과제는 나라를 선택해 관련 분쟁이나 그 나라의 상황을 발표하는 것이었지만 나는 2가지 이유로 나라나 특정 그룹을 선택하는 대신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주제로 발표할 것을 교수님께 건의 드렸다. 첫 번째는 나의 발표를 통해 유럽 학생들이 식민주의 문제에 대해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질 것을, 두 번째 이유는 학생들 스스로 자신이 오리엔탈리스트의 범주에 들어가지는 않는 지 한 번쯤 반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서였다. 운이 좋게도, (아니면 아마도 나의 목적을 교수님께서도 암묵적으로 지지해주셨는 지) 교수님께서 오리엔탈리즘을 주제로 한 내 발표를 가장 먼저 배치해 주셨다. 20분이라는 시간 안에 오리엔탈리즘을 설명하는 데엔 분명한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백인이 아닌 유색인으로서 백인에게 오리엔탈리즘을 설명해야 하는 문제를 제쳐두고서라도 제 2외국어로 소통해야 하는 내 개인적 언어 능력으로 인해 분명 전달력에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 여러 한계를 인지함에도 어떻게 오리엔탈리즘을 예방할 수 있을까라는 내 토론 질문에 대해 왜 그래야 하는 지에 대한 한 학생의 반문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로 이끈다. 우월주의와 인종차별도 표현의 자유로 허락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반유대주의에 대해서 만큼 유럽 사회에서 분명한 대답을 내리기 쉬운 문제는 없을 것이다. 애초 반유대주의도 표현의 자유의 측면에서 허락해야하는가라는 질문을 하는 것조차 분명 문제시 될 것이나 유색인을 열등한 존재로 인식한 오리엔탈리즘에 관해선 분명 다른 태도를 보였다.
학생들의 발표를 통해 돌이켜보면 오리엔탈리즘을 주제로 발표한내 20분의 시간은 그리 소용이 있어 보이진 않았다. Somalia, Yemen, Lebanon, Mali, and ISIS를 주제로 다룬 발표에서 식민주의 문제가 중심이 되지 않는 건 물론이며 식민주의 역사를 분쟁의 주요 요인으로 다룬 관점은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학생 다수가 쓰는 언어, 예를 들어 terrorism, terrorist, extremist, pirates, failed states, rogue states 은 신기하게 일관적으로 이들이 분석한 동양 세계를 향한다. 학생들이 선택한 동양의 나라들은 평화 프로세스에 동참할 것인가? 등의 동양은 폭력에 의존한다는 전제가 깔린 질문은 서구 예외주의뿐만아니라 동양을 지배해왔던 서구 제국주의의 재현된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 이러한 경향에 대해 매 수업 때마다 지적해야 하는 필요를 느꼈고 동시에 이 같은 매번 똑 같은 지적에 피곤하거나 성가시다 느끼는 학생의 반응을 온라인 화면 넘어 감지할 수 있었다. 식민주의 문제에 특별한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 유럽의 학생들이 다수 참여한 수업에서 이들에 의해 길면 한 달정도의 시간을 들여 가보지도 않은 그 나라의 역사를 분석하여 발표하고 토론한다는 것이 다른 국가의 이해를 돕다 기보다는 편견을 재생산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평화학 과정을 듣는 학생조차 이렇다면 국제 관계가 정치 과학 과정을 듣는 전반적인 유럽 학생들의 식민주의 역사에 대한 수준은 어떠할 지 비관적인 의구심을 떨치기 어려웠다. 그렇다면 한 개인으로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대안
그람시는 문화적 헤게모니 개념을 통해 어떻게 합의가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지 설명한다. 그리고 사이드는 문화적 헤게모니, 자발적 합의가 오리엔탈리즘을 더욱 지속하고 강화하는 하나의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학생들간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다수의 합의가 이루어진 것만 같은 분위기에선 선택을 강요 받는다. 나는 ‘건전한’ 인간 관계를 위해 적당한 중립적인 수사로 말할 것인지 식민주의, 특히 독일에선 팔레스타인 문제와 같은 ‘껄끄러운’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언급해 이들을 성가시게 할 것은 분명함에도 할 말은 해야할 것인 지 이 둘 사이에서 고민했다. 이 문제가 선택의 문제라 학생들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는 식민주의 문제에 대해 토론하는 것에 대해 껄끄럽게 생각하는 사람과 신뢰를 쌓고 동료애를 가지는 것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애초에 그런 식의 인간 관계는 포기했다. 그것이 개인으로서, 그리고 첫 번째 단계로서 내가 선택한 하나의 방법이었다. 위 결정 바탕 위에 두 번째 단계이자 방법은 그들이 쓰는 언어와 이들이 선택하는 질문에 대한 꾸준한 질문과 지적이다.
1. 그들의 단어 선택부터 질문하고 지적해야 한다.
예컨데, 테러리스트라고 한다면 테러리즘을 너는 어떻게 정의하니? 국제사회라는 주어를 쓴다면 너가 정의하는 국제사회는 무엇이니? 서양이 동양에 인도주의적 개입을 했다고 주장한다면 너가 말하는 서양은 어떠한 나라인지부터, 정확히 어떤 개입 사례를 의미하는 지, 왜 그것이 인도주의적인지 매우 기본적인 것부터 질문해야한다. 그들이 쓰는 언어에 유의하고 질문해야하는 것은 이들의 쓰는 언어가 식민주의자들이 쓰던 언어를 재생산하고 그 부당한 구조를 정당화하기 때문이다.
2. 학생들의 주제 발표가 있기 전 그 나라에 대한 기본적인 식민주의 역사를 조금이라도 공부해 와야한다.
시간이 많다면 촘스키, 하워드 진, 에드워드 사이드, 윌리엄 블룸, 에드워드 허먼, 존 필저 등 서양 식민주의와 최근 이루어진 군사 사례와 식민주의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밝힌 책들이 많은 도움이 된다. 시간이 많이 없을 경우 The Grayzone과 글렌 그린월드의 웹사이트에서 발표될 주제 키워드를 검색해 적어도 5분에서 10분 정도의 시간을 들여 수업에 참여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오리엔탈리즘이 재생산되는 것을 눈으로 보면서 아무 반박도 하지 못한 채 수업을 마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The Problems of White Dominated Class and its Solutions
Problems
In this short reflection paper, I will examine the problems posed by the class structure where white students dominate and the relationship between this white dominated structure and the characteristics of the group assignments that select and present a Middle Eastern country. This can be a very short case study of Orientalism criticized by Edward Said but also a process of finding alternatives. Even though diversity may have limitations, I do not believe that students with a specific background dominate in a class are likely to encounter problems when learning moral values such as equality and justice. There is however a need to reexamine if the dominant background of students is inseparable from the issue of colonialism yet has been separated from their learning and collective memory. This is because in Europe, the history of separating colonialism was not only itself a history of racism but also history of racism reproduction.
Edward Side (1978) points to European supremacy as an example of orientalism, which makes people forget all the pain and misery of those ruled under colonialism. The problem of this tendency, based on him, is its role of justification of colonialism not only after but also prior to it. In the most recent study in which human rights are brought into conversation with European colonialism and afterlives of slave and the colonized, Samson (2020) argues that even the human rights are non-universal and rightlessness in nature and in practice through his historical trace and through his analysis of art, literature, film, and creative non-fiction. Based on him, reformers and humanists among colonizers called for change, but their demands fell far short of universal human rights, and when non-European peoples resisted colonialism and slavery, their rights were violently suppressed. He points out that decolonization and any specific enunciation of colonized people's rights were explicitly rejected at even the founding meeting of the UN in San Francisco in 1945. He concludes that the root cause of this problem was the attitude of Europeans to neglect the issue of colonialism and the attitude of seeing the colonized as the inferior. Do Europeans' indifference to colonial history remain in the process of learning Peace and Conflict Studies? I find it difficult to affirm no to this question. Students' interpretations of history and the nature of their questions about their selected country explain, to some degree, why I had difficulty answering the above questions.
Four countries (Somalia, Yemen, Lebanon, and Mali) and ISIS were presented through group projects. The group project was to select a country and analyze related disputes or situations in the country, but I suggested presenting Orientalism instead of selecting a country or a specific group for two reasons. First, I believed that my presentation would spark a bit of interest in colonialism among European students, and my second reason is that it would provide them a chance to examine themselves once or twice in life, whether they belong to the orientalist category. Fortunately, my presentation on the theme of orientalism was arranged for the first. There must have been a clear limit to explaining Orientalism in twenty minutes presentation. Aside from the problem of explaining orientalism to white students as a non-white person, my language skill to communicate in a second language must have had limitations in transmission. Although I acknowledge those limitations, reaction was beyond my expectation. One student's reaction, “why should we”, to my debate question of how to prevent Orientalism leads to another level of question. Should superiority and racism over other race be allowed as freedom of expression? Would this question be so hard to answer in case of anti-Semitism? I would say no. Besides, this type of questions would have not even brought up if it were about anti-Semitism.
Looking back through the students' presentations, my twenty minutes of presentation on the theme of Orientalism did not seem to be of much use. In the presentation of Somalia, Yemen, Lebanon, Mali, and ISIS, the issue of colonialism was not central, and none of the views on colonial history as a major factor in conflict have been found. In the meantime, the languages spoken by many students, such as terrorism, terrorist, extremist, pirates, failed states, and rogue states, are strangely and consistently directed toward the Orient (mostly Islam) they analyzed. The question on the premise that the East relies on violence, such as whether this group or ‘regime’ will participate in the peace process, seemed to be an example of a reproduction of Western imperialism that has dominated the East as well as Western exceptionalism. I felt the need to point out this trend at every class, and at the same time, I was able to detect the reaction of students who felt tired or bothered by my same criticism on colonialism over the online zoom screen. In a class involving many European students who did not feel particularly problematic about colonialism, I wondered if analyzing, presenting, and discussing the country's history, which they had not even taken a month reproduce prejudice rather than helping to understand. it was difficult to shake off pessimistic questions about the European students’ lack of colonial history when I consider my observation on students taking a course in Peace and Conflict studies is at this level about colonial history. Then what can I do as an individual at least?
Alternatives
Gramsci explains how consensus is voluntarily reached through the concept of cultural hegemony. Said (1978) explains that cultural hegemony and voluntary consensus are one factor that further continues and strengthens Orientalism. In a class atmosphere that seems to have agreed to Orientalism upon by a large number of students, choices are forced. I agonized between whether to speak in a neutral language for building friendship or to annoy them by constantly mentioning "tough" stories such as colonialism and Palestinian issues. I don't want to disparage students by seeing this issue as a matter of choice, but I gave up considering relationships in the first place because I thought there was a limit to building trust and fellowship with people who were uncomfortable with discussing colonialism. That was one method I chose as the first step as an individual. The second step and method on the basis of the above decision is to constantly ask and point out the language they use and the questions they choose.
1. Point out their word choices and ask for definition.
Term used to refer to the Orient were terrorism, terrorist, failed state, rogue state, whereas international community, humanitarian intervention, developed refers to the West. Pay attention to the language they use and ask questions because their language reproduces the language used by colonists and justifies its unfair structure.
2. Before the presentation, study a little bit the basic colonial history of the selected country.
If there is a lot of time prior to the class, reading books that reveal the relationship between Western led military interventions and colonialism were very helpful (Said 1978 and 2012; Blum 2003; Herman & Peterson 2010; Dunbar-Ortiz 2014; Chomsky 2015; and Zinn 2015;). When I did not have much time, it was also very helpful to search for topic keywords released on The Grayzone. Otherwise, the class might end without refuting anything while watching orientalism reproduced in front of my eyes.
References
Blum, W. (2003). Killing hope: US military and CIA interventions since World War II. Zed Books.
Chomsky, N. (2015). Year 501: The conquest continues. Haymarket Books+ ORM.
Dunbar-Ortiz, R. (2014). An indigenous peoples' history of the United States (Vol. 3). Beacon Press.
Herman, E. S., & Peterson, D. (2010). The politics of genocide. NYU Press.
Said, E. (1978). Orientalism. Penguin Books.
Said, E. (2012). Culture and imperialism. Vintage.
Samson, C. (2020). The colonialism of human rights: Ongoing hypocrisies of Western liberalism. John Wiley & Sons.
Zinn, H. (2015). A people's history of the United States: 1492-present. Routled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