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부활 제5주간 토요일
-조재형 신부
복음; 요한15,18-21 <너희는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18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거든 너희보다 먼저 나를 미워하였다는 것을 알아라.19 너희가 세상에 속한다면 세상은 너희를 자기 사람으로 사랑할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기 때문에,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는 것이다.20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다.’고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을 기억하여라. 사람들이 나를 박해하였으면 너희도 박해할 것이고, 내 말을 지켰으면 너희 말도 지킬 것이다.21 그러나 그들은 내 이름 때문에 너희에게 그 모든 일을 저지를 것이다. 그들이 나를 보내신 분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수영을 배우려면 ‘직접 물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론으로 수영하는 법을 배울 수도 있지만, 그래도 물속으로 들어가서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운전을 배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필기시험을 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실기시험입니다. 직접 차를 몰고 운전을 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예전에 ‘장롱면허’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면허증은 있지만 운전을 해 보지 못한 분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운전해 보지 않으면 면허증이 있어도 별 소용이 없습니다. 이번에 성지순례를 하면서 성지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였습니다. 메주고리예에서는 묵주기도와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함께하였습니다. 파티마에서는 묵주기도와 행렬을 함께 하였습니다. 루르드에서도 성체강복과 묵주기도 행렬을 함께 하였습니다. 몬세랏에서는 성무일도를 함께 했습니다. 예전에는 성지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가 적었습니다. 일정이 바쁘기도 했고, 숙소가 성지에서 멀기도 했고, 미처 모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성지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함께하면서 성지순례가 더욱 풍요로워졌습니다. ‘화중지병(畵中之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림의 떡은 보기는 좋지만, 그 맛을 느낄 수는 없습니다. 그림의 떡은 보기는 좋지만, 결코 먹을 수는 없습니다. 신앙생활도 비슷합니다. 말만 앞서고 행동이 없다면 참다운 신앙생활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의 신앙생활을 비난하셨습니다. 그들은 말은 하지만 그 말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저 사람들이 하는 말을 따라야 한다. 그러나 저 사람들의 행동은 따라하지 말아라.” 그리고 이렇게도 말씀하셨습니다. “저 사람들은 자기들도 하느님께로 가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하느님의 나라로 가는 것을 가로막는다.” 성모님의 메시지 중에도 그런 것이 있었습니다. “많은 주교와 사제들이 하느님과 멀어지고 있다. 그들이 신자들의 영혼이 하느님과 멀어지게 하고 있다. 그러니 주교와 사제들을 위해서 기도하여라.” 성지순례를 하면서도 예수님의 말씀이 제게는 ‘죽비’처럼 따갑게 다가왔습니다. 성지순례의 기회가 있어서 몇 번 더 왔지만, 성지순례를 준비하는 마음은 그렇게 간절하지 않았습니다. 성지순례의 마음가짐은 설명하지만, 정작 저 자신은 여행객에서 순례자로, 순례자에서 거룩한 사람으로 변화되려는 노력이 부족했습니다. 우리는 주변에서 자신은 성화 되지 않았으면서 남을 성화시키려고 하는 분들을 볼 때가 있습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의지와 뜻이 먼저 이루어지기를 원하는 분들을 볼 때도 있습니다. 힘으로 신앙생활을 하면 곧 지치게 됩니다. 힘이 빠지면 다른 사람들 때문에, 신앙이 식어버립니다. 즐거웠던 일들도 시들해지고, 성당에 나오는 것도, 기도하는 것도 재미가 없어집니다. 자신의 힘으로 신앙생활을 하기 때문입니다. 성화 된 신앙을 가진 사람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기도할 수 있으며 사랑을 나눌 수 있습니다. 무엇이 우리를 성화시킬 수 있을까요? 그것은 바로 주님 곁에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가전제품도 전원이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그저 고철에 지나지 않습니다. 전원이 연결되어야만 텔레비전도, 컴퓨터도, 냉장고도 기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성화 되는 것이 아니라, 주님과 함께 연결될 때, 주님 곁에 머무를 때 성화 될 수 있습니다. 오늘 화답송은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는 알아라, 주님은 하느님이시다. 그분이 우리를 지으셨으니 우리는 그분의 것, 그분의 백성, 그분 목장의 양 떼라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성화 된 신앙인은 박해받을 수 있고, 고독할 수 있으며, 십자가를 지고 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길은 우리를 살리는 길이고, 그 길이 영광과 부활의 길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으니 저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여라. 거기에는 그리스도가 하느님 오른쪽에 앉아 계신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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