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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한 교수·연구자 집단성명 발표에 동참한 지식공유연대 소속 김명환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한 후보자 딸의) 입시에 사용할 계획이 없다면 왜 굳이 '오픈액세스저널'을 표방하는 사이비 학술지에 상당한 초고료를 주고 (논문을 게재했는지) 설명이 잘 안 된다"고 지적했다.
© 제공: 한국일보서울대 교수 "한동훈 딸, 입시에 쓸 게 아니면 왜 사이비 학술지에 돈 주나"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스1
김 교수는 10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서 '외국 대학 입시용 스펙 쌓기'로 의심되는 한 후보자 딸의 논문 작성·게재 논란에 "문제가 되길래 'ABC 리서치(Research)'라는 수상한 학술지에 실린 논문 세 편을 훑어봤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해명대로 5페이지 이하의, 논문이라고 하기 어렵더라"며 "고등학교 2학년이 입시에 사용할 계획도 없다고 했다면 왜 그렇게 돈을 내고 학술지를 자처하는 사이비학술지에 실었는지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해외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스펙으로 사용하려 했던 계획이 있을 거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다시 한 번 의심했다.
이어 "(한 후보자 측이) '전자자료로 올려놓으려 한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는데, 자기 컴퓨터에 PDF 파일로 만들 수 있고 얼마든지 보관할 수 있다"며 "굳이 거기(학술지)에 올린 것은 (입시에) 사용할 계획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좀더 상식적"이라고 쏘아붙였다.
김 교수는 '오픈액세스' 저널을 간단한 투고 절차만 거치면 바로 기고가 완료되는 사이트로 폄훼한 한 후보자 측의 해명도 비판했다.
'오픈액세스(open access)' 저널은 누구나 지식과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학술지로서, 전문가에 의한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치는 점은 여느 학술지와 전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오픈액세스 저널은 대형 학술 출판사들이 연구 자료를 독점하고 연구자와 대학도서관 등에 높은 구독료를 강요하는 행태에 반발, 이런 폐해를 극복하려는 오픈액세스 운동의 한 결과물이다.
김 교수는 "실제로 해외나 국내에서 어떤 학술지나 출판사, 학술정보업체가 전자 저널을 독점해 비싼 구독료를 받는 경우가 많이 있어, 가령 서울대 중앙도서관 같은 경우는 수 십억의 구독료를 내고 있다"며 "그런 한계를 벗어나자는 게 오픈액세스 운동이고, 오픈액세스저널"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20년 이어져 온 오픈 엑세스 운동 폄훼·모욕"
© 제공: 한국일보서울대 교수 "한동훈 딸, 입시에 쓸 게 아니면 왜 사이비 학술지에 돈 주나"
'표창원 뉴스하이킥' 유튜브 캡처
다만 '오픈액세스' 저널을 표방하는 학술지 중 "투고하면 다 공개해준다"면서 심사과정을 생략하거나 부실하게 심사하고, 굉장히 비싼 투고료를 받는 곳도 있다. 이런 경우 '부실 학술지'라고 하고, 또 많은 투고료를 챙겨가기 때문에 '약탈적 학술지'라는 말을 쓴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한 후보자의 해명은 지난 20년간 해외에서나 국내에서 이어져온 오픈액세스 운동에 대한 폄훼이자 모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 후보자 딸이 논문을 올린 학술지도 사이비학술지고, 돈을 더 지불했을 가능성을 김 교수는 제기했다. 그는 "(해당 ABC Research) 학술지 온라인 홍보 영상을 보면 '아시안 비즈니스 컨소시엄이 후원하는, 여러 학문을 다루는 학술지'라고 소개한다"며 "논문을 투고하면 대기 시간이 제로, 즉 심사하지 않는다는 얘기고, 투고 비용은 미화 50달러라고 선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개 투고 결정을 통보하면서 온라인에 게재하고, 계속 올려놓으려면 돈을 더 내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게 약탈적 학술지, 사이비 학술지의 주된 특성"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8일 전국교수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인문학협동조합 등 교수·연구자 6개 단체는 '외국 대학 입시용 스펙 쌓기'로 의심되는 딸의 논문 작성·게재와 관련해 내놓은 한 후보자의 해명이 학문 생산과 '오픈액세스 운동'을 왜곡하는 궤변이라며 한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