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집 13호 원고 사진 프로필
1.
천개(天蓋)가 열리면
조영래
황량한 벌판에 널린
마른풀 잡목 잡종지 너머로
청보리 새 순은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키는 너의 앳된 표정은 진지하다
꽃샘바람이 너풀거리며 부르거든
봄비는 머리에 설렘을 이고지고 이리 나왔나
조종사의 빨간 마후라를 흉내 내어보아라
땀내 나는 묘지에 死者의 서러움을 씻겨 주려 무나
열린 삽짝 문이 삐걱거리고
부뚜막 텅 빈 단지에 얼굴을 처박으며
그대는 왕림해 주시는 고요한 놀람이라
지상의 생물 무생물에게 지하 미물까지 일깨워준다
유빙은 으스스 일초의 여각도 어김없이
네 서럽고 답답함을 공중이고 땅이고 바다고
너를 숨겨와 이제야 활개 치려는 용솟음 보러
맨발이라도 너그러운 들녘으로 달려 나가고 말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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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회오리바람이 집시같이 떠돌 때
조영래
갈무리를 해도 살아나는
그 소리를 꿈에게 훠이 훠이 내지르고 선
싸락눈 내리는 날 사라지고
배고픔을 불평할 줄도 모르니 이쁘구나
얼어붙은 동토에 거친 추위도
총칼 무장하고 덤비는 적이 침입해 와도
두려움이 없이 맨 선두에 서서 싸워주는 화신
이겨내려는 용사이며 네 충혼은 칭송받아 마땅하다
검푸른 물결에 수장(水葬)을 시켜도
계절풍 바다에 나아가 해신(海神)에 맞서
살아나는 그 대는 귀향하는 오디세이의 환영(幻影)이신가
정녕 새소리조차 조용한 숲 속의 정령(精靈)이신가
육끼가 득지득지 묻어나는 보자기에 싸인
깡마르고 못난 누룽지가 현해탄을 건널 때
네 순수함 그 누드를 화선지에 풀어
지워지지 않는 농염한 너의 S라인 얼굴을 보여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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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고백론에 없는 색상도시
조영래
성스러운 집 근처에
가는 것도
쳐다보는 것도
죄라고 여기는 지하철 거지가
칸막이 밀실에 들어가 독대해야 할 죄는
성호를 긋는 까만 손을 씻지 않은 것이다
다음부터 거리에 나갈 때는
새벽에 깨끗한 옷을 입고 동냥해야 할 의무가 주어진다
화려한 네온사인 고층빌딩
회전하는 60층 시멘트 빌딩은 온통 속까지 회색이다
검은 탐심이 그득한 선글라스를 머리에 꽂고
낄낄대는 명품 족들은 면죄부를 사들이는 허욕이다
순종하는 강아지와 노예들
도시 빈민과 슬럼가 아이들
악마도 오만한 말이 사라지고
부드러운 언사로 영혼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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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플라스틱 섬은 참회할 죄
조영래
태평양 하와이 섬 북동쪽 1600Km
대한민국 면적의 16배 나 큰 거대한 쓰레기 더미지대*
플라스틱 분자가 고래를 잡아먹고
북구 요정의 나라 어린 소녀가 세계인에게 호소한다
흰 벽을 오염시킨 원죄를 지은 인류에게
종말의 시계가 정각 12시
마지막 남은 90초 전에
어떤 벌이 내려질까?
고백언사를 잃어버린 시대에
배고픈 군중들 노동자의 잃어버린 소득
식량대란 매대 밖 거리에 불 꺼진 창
싸늘한 어두움과 무질서는 악마의 걸음이다
약탈 파괴 범죄가 우글거리는 도시
식민지 묘지에 암매장한 자신들의 죄를
고의적으로 인식하지 않는가?
호모 사피언스는 영혼이 없기 때문이다.
* 북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 Great Pacific garbage p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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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사랑하는 별은 선한 주인공
조영래
거리 악사들이 들려주는
음악 연주는 활기차게 요동해
얼어붙은 머리칼과 손과 발을 녹여주네
순한 얼굴에 주름을 지워주는 거리와 공원
정원이 들어서고 숲길이 새로 나고
지도를 열심히 읽어 온 소녀는
회색도시를 색상 표에서 지워가는
리트머스 시험지를 가진 천사들을 기다리고 있다
참아 온 해양생물들 고래 펭귄 산호초 …….
숲을 지키는 곤충과 파충류 양서류 …….
꽃 수술과 암술을 탐방하는 꿀벌은
서로 협력하는 마음은 향기를 내는 착한 본능이다
수소, 헬륨, 빛, 태양, 하늘에 뜬
존재하는 모든 별은 선한 주인공이다
지구라는 행성에 가져다 줄 선물이라면 사랑하는 별이다
왜냐하면 생명이나 다름없는 살아있는 유기집합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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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송 출생
2019년 12월 19일 국보문학 신인상 수상 시인등단
서울시인대학 2020년 6월 이달의 시 금상 수상
2021년, 2022년 명시다작대상 수상
현) 서울시인 대학 동문회장, 기획이사, 전) 편집위원
경북대학교 문리대학 물리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관리/도시계획전공 석사수료
전) 한국중공업 발전사업, 담수설비 project관리
전) 성림무역 대표
전) 경제정의실천연합 중앙위원
전) 서울교육시민연대 공동대표
전)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시민모임 공동대표
현) 전기기사/ 전기안전 감리원
yrcho17@hanmail.net
첫댓글
동문회장님~
명시탄생을
축복축하합니다.
접수 확인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이른 시각에 답장 주시어 감사합니다
회장님~
접수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좋은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