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데 뭐하러 왔노?”
경상도식 반가움의 표현이다. 식사하러 가자고 말씀드렸는데, 썩 반응이 좋지 않다. 추워서 움직이기 귀찮으신가 보다.
“아버님, 민정 씨가 아버님이랑 식사하려고 생선구이집 알아놨어요.”
휴대전화로 사진을 보여드리며 아버님을 설득한다. “생선은 무슨….” 하시더니 외투를 챙겨 입으셨다.
식당에 와서도 부녀가 아무 말이 없다. 민정 씨께 아버님 잘 지내셨는지 여쭤보시라고 권한다. 아버지 얼굴을 보며 배시시 웃는다.
“민정이, 잘 지냈나?”
웃는 민정 씨 얼굴을 보며 아버님이 말씀하셨다.
“네. 네.”
민정 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분위기가 한결 나아졌다.
“아버님, 민정 씨가 진짜 효녀예요. 뭐 좋은 것만 보면 ‘아빠’라고 하세요. 아버지를 엄청 좋아하시나 봐요.”
“얘가 옛날에는 내 팔만 베고 자고 그랬다. 언니가 살아있었으면 아마 민정이 예뻐했을 낀데…. 야 위에 하나 더 있었는데, 일찍 죽어 삐렸어.”
“아, 민정 씨 말고 또 언니가 계셨나 봐요. 민정 씨도 누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버님은 말없이 소주를 드셨다. 밑반찬을 안주 삼아 술을 드시다가 문득 “민정이, 아빠 술 한 잔 안 올리나?” 하신다.
민정 씨가 망설이다 술을 따른다. 양이 작았는지 아버님이 “좀 더.” 하셨다. 민정 씨가 또 망설이는 모습이 보이자 “왜? 아빠 술 많이 먹을까봐 겁나나?” 하신다.
“아버님 건강 해칠까봐 그러죠. 민정 씨가 아버님 이렇게 생각을 많이 하시는데, 아버님 건강하셔야죠. 그래야 저희가 자주 뵈러 오죠.”
“하하.”
식사를 마치고 계산하기 전, 김민정 씨가 카드를 꺼내더니 직원에게 건넨다.
“대신 계산하고 올까요?”
“네!”
아버지께서 “민정이 니가 살라고?” 하신다. 김민정 씨가 또 상쾌하게 “예, 예.” 하고 대답했다. “민정이 돈 있나?” 하시더니 아버지께서 조용히 웃으셨다.
시장에 같이 가고 싶었는데, 반찬이 있다며 한사코 거절하셨다. 다음에는 꼭 같이 가자고 말씀드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평가서도 집에 도착하자마자 드렸고, 두 분만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김민정 씨 수강료를 입금하러 다녀오겠다고 말씀드리고, 댁에서 먼저 이야기 나누고 계시라고 권했다.
30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은행을 찾느라 길을 헤맸다며 아버지 댁으로 들어섰다. 평소에는 식사를 하고 오면 도착하자마자 누우셨는데, 오늘은 부녀가 침대에 나란히 앉아 TV를 보고 계셨다. 아버님과 3월에 올 날짜를 정했다. 17일에 오라고 하셨다.
“아버님, 달력에 동글뱅이 할까요?”
“그래.”
“민정 씨, 볼펜 좀 빌려주세요.”
김민정 씨에게 볼펜까지 빌려 달력에 크게 동그라미를 그렸다.
“여기다 뭐라고 쓸까요? 민정이 오는 날 그렇게 쓸까요?”
“그래, 그래. 하하.”
“아버님, 다음 달에 뵐게요.”
“안녕.”
2025년 2월 27일 목요일, 구주영
경상도식 반가운 표현, 감사합니다. 신아름
아버지 댁 다녀오는 풍경이 점점 편안해 보입니다. 자주 찾아뵙고, 가면 편안히 머물다 오니 감사합니다. 잘 주선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월평
[2025년 온라인 사례집]
김민정, 가족 25-1,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김민정, 가족 25-2, 신년 인사
김민정, 가족 25-3, 밥 안 먹고 기다리고 있었다
김민정, 가족 25-4, 민정이 잘 지냈나
첫댓글 '경상도식 표현'은 여전하시지만, 훨씬 부드러워지셨어요. 자주 다녀오시는 이유와 보람이 있네요. 아버지 걱정하는 김민정 씨, 배우겠습니다. 김민정 씨께서 예전에 아버지와 그렇게 애틋하셨는지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