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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곽노현과 함께하는 사람들 원문보기 글쓴이: 보미
서울교육협의회 곽노현 교육감 인사말
2012년 1월 20일(금) 11:00
서울시교육청
반갑습니다. 잘들 지내셨지요?
저 때문에 당혹스럽고 어려우셨을 것 같아요. 사건의 진실과 실체를 떠나서 그동안 저는 저의 전인격적인 선택이자 최상의 조치였다고 믿습니다만, 저의 선택과 행동으로 말미암아서 서울교육의 차질과 혼선을 빚은 점에 대해서 서울시민들과 우리 교육가족들에게 송구스러운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여기 모이신 우리 서울시교육청의 간부들께서도 똑같이 당혹과 혼란을 경험하셨을 것이라 죄송스러운 마음을 전합니다.
한편, 지난 133일 동안 몸은 갇혀 있었어도 마음이 힘들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를 걱정해주시고 끊임없이 신뢰와 성원을 보내주시는 분들 덕분이었습니다. 제가 전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서울시민들과 전국의 시민들께서, 서울교육 가족들께서 그리고 여러분께서 저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보여주셨기 때문에 저는 심신을 단련시키면서 이 자리에 돌아왔습니다. 물론, 고통과 시련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아직 다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모든 사물에는 명암이 있기 마련이라, 저에게는 한편으로는 축복과 은총의 시간이기도 했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지나온 세월을 하나하나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었고, 다가오는 미래를 내다보는 전망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제가 없는 동안에 서울교육을 위해서 애써주신 이 자리에 계신 기관장님들과 교육청의 간부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여러분들의 지휘를 받아서 묵묵히 자기할 일을 찾아 해온 우리 서울시교육청의 모든 직원 여러분, 우리 교육가족, 학교현장의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어제 집으로 돌아와서 제가 쓴 몇 가지 글을 다시 읽었습니다. 교육감 출마 당시의 출사표, 작년의 신년사, 그리고 취임 1주년 기자회견문이 그것이었습니다. 이 3가지 글 속에서 한결 같이 흐르고 있는 것은 학교를 깨워서 학생을 살리자는 것이었습니다. 행정의 문을 활짝 열어서 시민의 참여를 실질화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전쟁터나 시장판의 교육이 아니라 민주사회의 공교육에 걸맞은 제대로 된 교육을 시키자는 것이었습니다. 자율과 책임의 교육, 민주주의와 인권과 평화의 교육을 시키자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적어도 학교를 다니는 기간 동안에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상관없이 최상의 조건에서, 평등의 조건에서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위해서 희망교육을 이야기 했고 책임교육을 이야기 했습니다. 아이들의 행복교육, 자율교육, 책임교육을 위해서 혁신교육을 이야기 했습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참여교육을 이야기 했습니다. 저는 제가 말씀드렸던 이런 내용들이 제가 없는 기간 중에도 여러분들이 충분히 잘 구현해 주셨으리라 확신합니다.
제가 자리를 비우고 있는 동안에 우리 사회에 엄청나게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는 “99%의 분노와 점령”이라는 슬로건 아래 아주 탐욕적인 신자유주주의 종말을 고하는 일련의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국내에서도 반영이 되었고 SNS의 혁명을 통해서 유권자 참여가 실질화 되었습니다. 시민참여의 새 지평이 열렸습니다. 이 모든 변화들은 결국 교육으로 반영되게 되었습니다. 교육이 반영해야 합니다.
교육청으로 눈을 돌려보면, 국정감사 받으셨지요. 행정감사 받으셨지요. 학생동아리한마당 했지요. 대입 수능 하셨지요. 고입 전형 하셨지요. 직업축제 했지요. 예산안 심의 받고 확정했지요. 주요 업무계획을 짜고 서울교육발전 3개년 계획을 세우고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제가 취임 1주년 때에 가장 강조했던 교원업무 정상화 방안도 큰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학교 선생님들에게는 오직 수업과 생활지도에 전념하실 수 있도록 전통적인 교육행정 사무에서 학교 선생님들을 벗어나게 해 드리자. 그렇게 할 때만이 선생님들의 교육과 생활지도에 대한 시간이 확보되어서 아이들 하나하나에 맞는 눈높이 상담과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그렇게 할 때만이 학급이 교사와 학생들 간의 공동체로 만들어질 수 있고, 그때 비로소 인권과 평화가 보장되는 폭력 없는 학교의 모습이 달성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몇 가지 좋은 일도 있었습니다. 2011년도 국민권익위원회 청렴도 측정 결과 우리 교육청 청렴도가 확실하게 상승했습니다. 아마도 제가 오기 전에 그러한 각종 비리사건 건수가 반영되었기 때문에 청렴도가 실제보다는 떨어져서 나타났을 것인데요. 아무튼 꼴지를 헤매던 서울시교육청 청렴도가 10위 안으로 들어갔고 실질적으로는 아마 5위 정도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 물론, 더욱 더 잘해서 가장 청렴한 교육청을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그 일에 계속 앞장서서 나갈 것입니다.
또한, 전국 시·도교육청의 진로평가에서 2년 연속 진로교육 우수 교육청으로 선정이 되어서 특별한 지원을 교과부로부터 받게 되었습니다. 이것도 제가 진로교육 및 취업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독려한 결과로 얻게 된 성과라고 생각돼서 상당히 기분이 좋습니다. 그동안 여러분들과 함께 노력해 온 기본 틀이 비로소 작동하기 시작해서 서서히 새로운 서울교육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밖에도 우리가 선도적으로 추진했던 정책들과 사업들이 전국 시·도교육청으로 확대된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가 해낸 것입니다. 여기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저와 함께 이룩한 것들입니다. 물론, 지난 4개월여의 기간 중에 우리가 애써서 만들어 놓은 것들이 문 앞에 멈춰서 있거나 어렵사리 열어 놓은 것들이 다소 닫힌 것도 없지 않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차분하게 꿋꿋하게 하나하나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챙기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열렸다가 닫힌 문이 있으면 다시 열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학교폭력 문제, 우리는 여기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종합적인 대책을 가지고 종합적인 접근을 하고자 했습니다. 문·예·체 교육을 부흥하고, 무엇보다도 ‘생활지도의 늪’으로 불렸던 중학교, 삶의 가장 격정기에 해당하는 중학교에 우선적으로 집중적인 지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중학교를 혁신한 교육감으로 기억되기를 원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문·예·체 교육을 부흥시키고 동아리 활동을 활성화시키고 교육 재능기부를 체계화하고 전문상담 서비스를 실질화 했습니다. 전문 사서교사를 배치해서 독서교육을 실질화 했습니다. ‘6·3·3 징검다리’ 전환기 프로그램을 만들어 냈고, 지역교육청별로 학생참여위원회를 만들어서 아이들의 목소리가 체계적, 제도적, 지속적으로 들릴 수 있는 통로를 마련했습니다.
여전히 이런 노력들을 실질화하고 고도화하는 노력이 요구됩니다. 사실 그러한 노력이 무엇보다도 요구되는 때에 제가 4개월여를 비우게 되었기 때문에 제 자신의 대단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갖습니다. 그나마 여러분께서 노력해 주셔서 그 공백을 상당 부분을 훌륭하게 메꾸어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제 그동안 뿔뿔이 진행되었던 정책과 사업들을 학생을 중심으로 다시 한 번 촘촘히 엮어내고, 분산되었던 우리의 눈과 귀를 학교현장으로 다시 한 번 집중해서 학교폭력 문제도 잘 극복해 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학교폭력 문제를 논의하는 데 아이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들리지 않습니다. 학생참여위원회를 만들었는데 지역교육청별로 그것을 소집해서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얘기를 제가 듣지 못했습니다. 여기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 것입니다.
학교폭력에 관한 한 우리 아이들이 가장 전문가입니다. 거의 전부가 직·간접 가해자이자 피해자입니다. 학급회의를 통해서 학급 하나하나를 민주적 공동체로 재구조화 해야 합니다. 학생자치와 참여를 강화함으로써 자율과 책임의 인간으로 길러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학생인권, 인권존중 사상이 있는 겁니다. 학생인권이 무엇입니까? 무엇보다도 학교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입니다. 폭력으로부터의 자유는 인권에 가장 근본이 되는 것입니다.
지금도 우리 아이들이 울고 있습니다. 지금 이렇게 어른들이 있는 힘을 다해서 학교폭력 문제를 접근한다고 해도 여전히 떨려서, 주먹이 법보다 가까워서 신고할 엄두도 못내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하고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모르겠습니다. 정말 그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습니다. 우리가 주어야 합니다. 우리가 줄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문제를 가장 우선적인 문제로 삼아서 제대로 대처할 생각입니다. 피해자 아이들이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면 그것을 읽을 때마다 정말 가슴 한 가운데가 이렇게 뻥 뚫리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우리가 반쯤은 눈을 감고 살아왔을지 모르겠어요. 이제는 눈을 똑바로 뜨고 우리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모두가 간접 가해자이자 간접 피해자인 지금이 정말 황당한 상황인데요. 교육 불가능성에 이른 이런 상황에 우리의 노력으로 아이들의 직접 경험으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더 이상 교육 불가능성이 학교의 또 다른 이름이 되어서는 결단코 안 됩니다.
직무가 정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제가 교육청 일에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또한, 불행인지 다행인지 서울시교육청이 하는 일이 신문에 별로 보도가 안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 더욱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4달의 기간을 빈둥거리면서 지낸 것은 전혀 아닙니다. 자기 연민에 빠져 지낸다던가, 비탄에 빠져서 지낸 적은 단 1초도 없습니다. 두려움에 빠진 적도 없습니다. 나름대로 부지런하게, 전례 없이 깨인 정신과 의식을 가지고 새로운 감수성으로 무장하면서 저를 쇄신하며 지냈습니다. 그래서 더욱 더 여러 가지가 선명해졌습니다. 제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주춤하고 멈칫했던 것들에 대해서 더욱 뚜렷하게 해야 할 바를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빨래의 달인이 되었어요. 빨래해 보면 아시겠는데, 정말 빨래를 잘 하면 흰 것은 더욱 희게 만들고 검은 것은 더욱 검게 만들지 않습니까? 그렇듯이 우리 각자가 갖고 있는 모든 재능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자기의 색깔을 내게, 그렇게 만들어야 합니다. 학교에서, 학급에서, 지역교육청에서, 그리고 이 본청에서 나라 전체가 그렇게 가야 하겠지요. 깨인 정신이 필요합니다. 저는 무엇이 어디가 비어있고, 어디에 집중해야 하고, 어떻게 바꾸어야 되는지를 더욱 뚜렷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전국 대학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2012년 희망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파사현정(破邪顯正)입니다. 제가 젊은 날에 굉장히 좋아했던 얘기입니다. 그러나 잘못된 것을 부수고 바른 것을 드러내는 이 파사현정(破邪顯正). 우리는 이미 제가 취임했던 날부터 그 일을 시작했습니다. 우리한테 지금 필요한 것은 덕을 풀고 반드시 이루어내는 자세일 것입니다. 덕을 세운 사람은 외롭지 않습니다. 반드시 이웃이 있습니다. 알아주는 사람이 있고 도와주는 사람이 있고 함께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입니다. 우리가 올바른 일을 함에 있어서 필요한 일에 있어서 망설이거나 주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파사현정(破邪顯正)에서 눈치보고 주춤할 이유는 더욱 더 없습니다. 모든 사람의 마음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양심과 양식이 파사현정(破邪顯正)의 올바름을 알아볼 것입니다. 우리가 덕을 세우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볼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께 부탁드리겠습니다. 서울교육을 바꾸기 위해서는, 보다 나은 방향으로 전진시키기 위해서는 이 자리에 계신 모두의 한마음 한뜻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엄청난 변화가 전 지구적으로, 국가적으로, 그리고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누구도 이 변화를 피해갈 수 없습니다. 누구도 쇄신의 요구에서 특히, 자기 쇄신의 요구에서 비껴 설 수는 없습니다. 엄청난 변화의 시대에 쇄신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퇴보만이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소금이 짠 맛을 잃으면 가져다 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쓸 곳이 없는 것입니다. 빛이 되든가 소금이 되어야 합니다. 제3의 선택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이 자리에 계신 서울시교육청의 핵심들께서 흔들리지 말고, 마음 한가운데 늘 학생의 성장을 올바른 인격적인 성장을 중심에 두고, 민주사회의 공교육의 본질과 기능에 충성을 다해서 20-30년 후에 대한민국 사회를 만드는 주역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다시 한 번 신발 끈을 조여 맵시다. 이미 새해가 왔습니다.
임진년 새해를 맞이해서 다시 한 번 여러분들께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드리고, 추호의 흔들림도 없이 격변의 시대에 걸맞은 쇄신과 혁신을 끊임없이 이루어 나가서 우리 아이들의 아우성 소리, 저 신음소리에 책임 있게 반응하는 서울교육 행정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제가 앞장 서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첫댓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면서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는 자들의 폭력과 술책이 날로 그 수위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교육감님 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마시고, 오직 우리 아이들만 생각하시고 교육에서 쇄신과 혁신 힘 있게 전개해 주세요. 어떻게 보면 전 국민이 힘을 합해서 수 년간 노력해도 될까 말까 한 일을 오직 당신과 몇몇 분의 손에 맡겨놓고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그저 마음속으로 응원만 하고 있네요. 힘 내십시오. 언제나 응원하고 지지하겠습니다!
곽교육감님...닥치고 응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