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부터 수업 시작이었는데, 공방에 조금 일찍 도착했다. 이미 수업 준비가 다 되어 있었다. 책상 위에 김민정 씨가 만들기로 한 곰 모양 도안과 가위, 롤러, 여러 색의 시트지가 놓여있었다.
“여기 ‘컷팅용’이라고 적힌 부분을 가위로 잘라주시면 돼요.”
“네.”
백보현 선생님을 한 번, 직원을 한 번 보더니 가위가 담긴 바구니로 손을 옮기며 눈치를 살핀다. 설명이 조금 어려웠던 것 같다.
“민정 씨, 옆에 가위 보이죠?”
“네.”
“가위로 이 곰을 자르면 돼요.”
“예, 예.”
자신 있게 한 손에는 가위, 한 손에는 도안을 들었다. 그런데 가위질이 어려운가 보다.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선생님이 당황하신 게 느껴진다. 도안을 내려놓고, 손을 겹쳤다. 같이 가위를 열었다 닫았다 하며 “김민정 씨,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라고 말씀드렸다.
“김민정 씨, 선생님께 민정 씨에 대해 말씀드려도 될까요?”
“네.”
“아마 섬세한 건 좀 어려우실 거예요. 이렇게 작은 건 자르기 힘들 것 같아요.”
“아, 네.”
“선대로 자르는 것도 조금 어려울 것 같아요. 민정 씨가 가위로 자르면 제가 종이를 움직일게요.”
“아, 그러면 되겠네요.”
처음에는 직원의 도움으로, 이후에는 선생님과 같이 도안을 잘랐다. 작품을 만드는 내내 집중했다. 어느새 직원의 손은 놀고 있다. 선생님과 김민정 씨의 시간이다.
“이제 이 곰 안에 시트지를 붙일 거예요. 마음에 드는 색으로 고르면 돼요. 여기 얼굴은 무슨 색으로 하고 싶어요?”
선생님의 질문에 김민정 씨가 색깔을 골랐다. 모양에 맞게 시트지를 자르면 선생님과 함께 아크릴판에 붙이고, 김민정 씨가 롤러로 밀었다. 곰의 모양마다 색을 하나씩 묻고, 같이 붙였다.
김민정 씨가 고른 색 조합이 파격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완성하고 보니 예쁘다. 김민정 씨도 마음에 드는 눈치다. 다 붙이고 난 후 직원을 보더니 손으로 도어벨을 한 번, 바깥 방향으로 한 번, 자신의 가슴을 한 번 가리킨다.
“집에 걸어놓고 싶으시다구요?”
“네! 네!”
세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민정 씨, 서지연 선생님께 선물한다고 하셨잖아요.”
“….”
만들고 보니 예뻐서 마음이 변했나 보다. 그래도 얼굴에 고민하는 기색이 스친다.
“예뻐서 마음이 변했어요?”
“….”
“마음이 변한 정도는 아닌가요?”
“네.”
“그럼 잘 만들어서 선물합시다.”
“예, 예!”
다시 세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다시 바뀐 마음에 선생님도 같이 웃었다. 민정 씨 덕분에 수업이 더 화기애애하게 진행된다.
“이 금색 띠도 스티커예요. 스티커 좋아하세요?”
“예, 예!”
“스티커 좋아하시면 나중에 이거 담아갈 상자에도 스티커 붙여 보실래요?”
“네. 히히. 아옹.”
김민정 씨가 엄지손가락으로 꾹 누르는 모습을 표현하며 ‘아옹’이라고 하셨다. 김민정 씨가 좋아하는 스티커북의 캐릭터 이야기다.
“아옹? 고양이 좋아하세요?”
“예, 예.”
“고양이도 좋아하시는데, 지금 말씀하시는 건 요즘 좋아하는 고양이 캐릭터 스티커 같아요. 스티커라고 하니까 그거 말씀하신 것 같아요. 김민정 씨, 맞나요?”
“예!”
“아, 스티커를 정말 좋아하시나 봐요.”
“예, 예!”
목소리는 큰데, 두 손을 꼭 모으고 있다. 백보현 선생님과 대화하는 것이 수줍은 것 같다. 수업 시간 내내 도란도란 이야기가 오간다. 작품을 완성하고, 선생님께서 김민정 씨가 좋아하는 동물 스티커를 잔뜩 보여 주셨다. 김민정 씨는 “오, 우와!” 하며 손이 바쁘다.
선물한다는 말에 종이 가방에 리본까지 묶어서 예쁘게 담아주셨다. 김민정 씨와 나오는 길, 선생님께서 배웅해 주시며 다음에 또 만나자고 하셨다. “예! 예!” 하며 크게 대답하는 김민정 씨를 보니 곧 또 뵙게 될 것 같다.
2025년 2월 21일 금요일, 구주영
원데이클래스 수업 시작하셨나요. 민정 씨가 재밌어 하는 수업 찾길 바랍니다. 신아름
강사분 참 좋은 분 같습니다. 구주영 선생님의 짧은 말과 본보기에도 금방 이해하며 김민정 씨와 함께하시네요. 우리는 입주자도 돕지만 지역사회도 돕는다 했지요. 구주영 선생님께 배웁니다. 월평
[2025년 온라인 사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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