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버스"
- 박종영
풋보리 향기가 출렁이는 봄날
호젓한 산길을 달리는 시골 버스
반기는 민들레 웃음으로 언덕을 가볍게 오른다.
저마다 애틋한 사연을 차창에 달고 가는 사람들,
읍내 오일장의 나들이가 속도를 재촉하고
산다화 밝은 웃음이 지난 그리움으로 출렁거린다.
수다를 떠는 봉산댁 청상의 안타까운 사연이
꽃바람에 섞여 아장거리고,
느슨한 햇볕의 하품은 아랑곳없이
우리네 삶의 애환을 싣고 달리는 시골 버스.
외딴 마을 삼거리 정류장에 이르러
외롭게 선 기러기 솟대 하나,
누구의 인생길을 안내하려는지
길게 뽑은 목울대가 지평의 끝에서 외롭다.
시골 아낙들의 '자기 밭'
나만이 아니다.
시골 아낙들은 하나같이
산과 들에 자기만의 밭을 가지고 있다.
2월 말이나 3월 초에 뜯는 씀바귀와 냉이,
고들빼기를 시작으로 여러 가지 밭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어디에 어떤 밭이 있는지 잘 알고 있다.
불문율일까?
시골 사내들은 좀처럼 가까운 산이나
들의 나물 밭에는 가지 않는다.
그쪽은 아낙네들에게 주고 그들은 더 멀고,
깊고, 높은 산으로 간다.
그들은 버섯에도 밝다. 어디에 송이밭이 있고,
능이밭이 있는지 안다.
노루궁둥이버섯이 어느 나무에 나는지 안다.
언제 가야 싸리버섯을 만날 수 있는지 안다.
- 최성현의 '무정설법, 자연이 쓴 경전을 읽다' 중에서
* * 자기 텃밭이 없어도 됩니다.
산과 들이 모두 자기만의 텃밭입니다.
정원을 가꾸지 않아도 됩니다.
산과 들이 정원입니다.
이 원리를 깨친 시골 아낙들은 언제나 넉넉하고 풍요롭습니다.
나물과 버섯을 뜯으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합니다.
몰입하는 그 시간이 다시없는 보람이고 기쁨입니다.
그들에게는 굳이 사원이나 아쉬람에 가서 기도나
명상할 일이 없습니다. 온 자연이 '자기 밭'이고
자기만의 명상터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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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느방송사 시골버스 달려간다 프로를 보는 느낌의 풍경 이야기 정답습니다
삶의 터전은 각자가 다르겠지만 시골 아낙님들의 삶의 터전이 더욱 돋보이는 시간이네요 ^^
삶의 방법도 가지가지이지오
삶의 터전에 이어 직업도 천차만별
살아가는 한 평생 직업을 자주 바꾸며 지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자기가 하는 일을 천직으로 삼고 감사하며 평생 이어가는 분들도 많고요
혹자는 텃밭 없이도 산과 정원 들을 벗 삼아 평화로운 기쁨속에 행복 넘치는 삶을 이어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