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어드벤처 영화를 볼 때, 정말로 주인공이 위험에 빠져서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안다, 결국 무사히 그들이 임무를 완수할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집으로 안전하게 귀환할 것이라는 것을. 우주적 환타지는 상상력의 세계를 확산시켜주고 건강한 모험심을 일깨워준다. 안전함이 보장된 모험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도전 아닌가. 그 모험은 위장된 모험이며, 환상의 세계를 통한 생명력의 확인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어떤 모험도 실제로 우리를 위협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현실 속에서의 모험은 오히려 정반대로 실패할 확률이 훨씬 더 크다. 하지만 액션 어드벤처 영화에 등장하는 모험은 성공이 보장되어 있는 모험이다. 우리가 짜릿한 스릴을 느끼고 쾌감을 만끽하며 즐거워 할 수 있는 이유는 마지막이 해피앤딩이기 때문이다.
원 제목인 [지구 중심을 향한 여행]에서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라고 바뀌어진 한국식 제목은, 액션 어드벤처의 고전인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잃어버린 성궤를 찾아서]를 생각나게 한다. 이제는 할아버지가 된 해리슨 포드가, [미이라] 1편(1999년)의 풋풋함은 사라졌지만 아직은 그런대로 건장한 브랜든 프레이저로 바뀌었을뿐, 대동소이, 내용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아, 물론 시대가 흘렀으니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더 뻑적지근한 볼거리와 대담한 물량투자로 눈부신 비주얼이 등장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땅 속의 중심으로 파고 들어간 일행이 1억 5천만년 전에 사라진 세계를 만난다는 기본 설정 자체가 사실적 구성과는 거리가 먼 환타지의 세계로 이루어져 있다.
전형적인 헐리우드 여름 블록버스터 영화가 국내에서는 왜 이제야 개봉하는 것일까, 이런 의문을 갖지 말자. 결말이 뻔히 보이는 익숙한 스토리 구조에 단순한 모험과정이 흥미를 떨어트리지는 않았을까, 이런 의심도 하지 말자. 12월에 개봉되어 3년 연속 재미를 본 [반지의 제왕] 이후, 국내에서는 환타지 장르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을 계절과 잘 어울리는 겨울에 개봉하는 일이 연례행사로 굳어가고 있다.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2006년 12월에 개봉되어 432만명을 동원했고, 2007년 12월에는 [황금나침반]이 305만의 관객을 동원했다. 수능 끝난 수험생들에게는 골치 아픈 이야기가 필요없다. 추운 겨울에 더욱 가까워지고 싶은 연인들에게는 비참하고 어두운 현실보다는 이런 환타지가 제격이다.
[80일간의 세계일주][해저 2만리] 등으로 SF 소설 장르를 개척한 쥘 베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지구 속 여행]을 영화화 한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는, 지구 내부가 비어있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하는 지구공동설에 기초하고 있다. 이미 TV 드라마나 영화 등을 통해 10여회 이상 영상작품으로 만들어진 이 원작소설은, 쥘 베른의 넘치는 상상력을 시각적으로 드러낼 수 없는 기술적 한계 때문에 그 동안은 소설 속의 묘사가 제대로 영상화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특수효과 출신 감독인 에릭 브레빅은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하여, 거짓말인줄 알면서도 빨려 들어가지 않을 수 없는 놀라운 시각효과로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었다.
지질학자 트레버(브랜든 파라이저)는 몇년 전 실종된 형의 낡은 상자 속에서 [지구 속 여행]이라는 책을 발견하고, 책에 적혀 있는 장소를 찾아 조카 션(조쉬 해처슨), 산악가이드 한나(애니타 브리엠)와 함께 아이슬란드의 사화산 분화구로 향한다. 그리고 텅 빈 공간에서의 수직낙하를 통해 지구 중심으로 이르는 아찔한 여행을 하게 된다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는 지구 중심에 있는 빈공간으로 이동한 세 사람이, 마그마의 온도가 상승해서 섭씨 57도가 되는 48시간 이내에 그곳을 탈출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섭씨 57도는 인간의 한계로 버틸 수 있는 최고 온도다. 식인식물, 자석바위, 공룡 등이 그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요소로 등장한다. [토탈리콜][진주만]맨인블랙] 등의 특수효과 감독 출신인 에릭 브레빅 감독은 자신의 연출 데뷔작에서 매끄러운 편집과 리듬감으로 보편성을 공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