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년 6월,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변동 소식을 트위터(twitter)를 통해 발표했다. 국가 경제의 가장 중요한 지표를 트위터라는 새로운 소셜네트워크(social network) 채널을 통해 알린 것이다.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중앙은행으로선 파격적인 조치였다.
#2. 2008년 7월 일본에서는 세계 최초의 모바일뱅킹 전문 은행인 지분뱅크(Jibun Bank)가 설립됐다. 일본 최대 은행인 도쿄미쓰비시UFJ은행과 일본 제2의 이동통신사 KDDI가 50%씩 합자해서 설립한 이 은행은 올해 4월까지 240만 계좌, 100억달러의 예금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예금과 대출, 신용카드 업무와 같은 기본 금융거래 외에도 전자결제, 자산관리, 보험상품 판매 등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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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면서 스마트폰으로 은행업무를 처리하는 모바일뱅킹 이용자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모바일뱅킹은 여러 금융기관에 흩어져 있는 계좌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과 같은 소셜뱅킹을 앞당길 전망이다. /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과거 전화의 발명이 콜센터로의 진화를 이끌었듯이 웹 2.0 환경에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경험한 소비자들은 금융거래에 있어서도 좀 더 자유롭고 빠른 의사소통을 원하게 됐다. 이러한 소비자 요구를 반영한 것이 바로 '소셜뱅킹(Social Banking)'이다.
■흩어진 금융정보를 통합 관리한다
소셜뱅킹의 트렌드는 우선 금융모델의 변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여러 금융기관에 흩어진 개인의 금융정보를 한데 모으는 형태(shared information social banking)가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금융 시스템에서 정보의 흐름이 개인과 하나의 금융기관 사이에서 일어났다면, 이제는 개인과 여러 개의 금융기관 사이에서 일어나게 된다. 민트(Mint)나 기지오(Geezeo)는 이런 흐름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이들 회사는 미국의 은행, 카드, 보험사 등 금융기관 6000~8000곳의 거래 내역을 연결하여 개인이 여러 금융기관에 분산돼 있는 자산과 부채, 소비구조를 컴퓨터와 휴대폰으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여러 개의 은행 계좌와 카드를 갖고 있는 고객에겐 매우 편리한 서비스가 아닐 수 없다.
또한 대출 이자가 빠져나가는 계좌에 잔고가 없다든가, 자신이 정한 월간 지출 한도액을 넘어서는 계좌의 경우 사전에 자동 경보를 받을 수 있다. 자동이체로 납부하는 각종 공과금이 갑자기 급증할 경우 여러 계좌에 결제액을 분산시켜 주는 기능도 가능하다.
이런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는 첫째 조건은 소비자의 동의다. 소비자가 여러 금융기관에 분산돼 있는 거래계좌에 대한 정보를 소셜뱅킹 네트워크 회사에 제공하고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둘째는 법적인 뒷받침이다. 현재 한국을 포함한 상당수 국가들은 개인 금융정보 보호를 강조, 소셜뱅킹 기관이 여러 금융기관에 산재된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데 제한을 두고 있다. 때문에 현재 국내에선 같은 금융그룹 내의 여러 계좌를 통합관리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소셜 네트워킹이 확산되고, 통합 거래관리를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며, 보안기술이 향상되면 법적인 규제는 완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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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소셜뱅킹의 또 다른 트렌드는 개인과 개인간의 직접적인 금융 거래이다. 미국 시애틀에 사는 회사원 브라이언은 갑자기 5000달러가 필요했다. 그동안 은행에서 거래 실적이 거의 없었던 그가 찾은 곳은 온라인 네트워크상의 개인간 대출 사이트인 프로스퍼(prosper). 그는 이곳에서 회사원이라는 신분을 담보로 개인 대출 사업자들이 제시하는 금리 등 대출 조건을 꼼꼼히 살펴본 뒤 돈을 빌렸다.
미국에서는 이미 기존의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 상대방의 신용도를 확인, 개인들끼리 금융 거래를 직접 할 수 있는 'P2P 대출(Peer to Peer Lending)'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들이 활성화됐다. 버진머니(www. virginmoney.com)와 프로스퍼(www.prosper.com)가 대표적이다.
버진머니는 온라인으로 대출 수요자와 공급자의 신용 정보를 제공, 거래가 이뤄지도록 연결해준다. 버진머니는 이 과정에서 일반 은행에 비해 예대 마진을 줄여 돈을 빌리는 사람은 은행보다 낮은 금리에 빌리고,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프로스퍼의 경우는 개인이 소속되어 있는 회사나 기관의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개인간 대출이 이뤄지는 형태다. 즉, 거래자는 어떤 조직이나 그룹에 반드시 소속돼야 한다. 따라서 이들은 저마다 자기가 속한 회사나 조직의 신용을 지키려고 노력하게 돼 자발적으로 모럴 해저드를 예방하게 된다.
예를 들어 소방관협회 소속의 어느 소방관이 돈을 빌렸는데 뒤에 돈을 갚지 않는다면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전체 소방관들의 신용을 실추시키게 되고, 동료 집단에서 신용 불량자로 낙인 찍히게 된다. 따라서 이를 피하려고 스스로 제때 돈을 갚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이러한 금융 P2P 시장이 2013년까지 현재의 거래 금액보다 66% 증가한 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사실 P2P 대출은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가족이나 친구 사이에 돈을 빌리고 빌려 주는 것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P2P 대출은 거래 대상이 익명의 대중으로 확대됐고, 자금 거래 방식이 구조화·체계화된 것이 특징이다. 앞으로 이런 서비스는 2만5000달러(약 3000만원) 미만의 일명 '마이크로 파이낸싱'을 주로 담당하는 주요 방식의 하나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소셜뱅킹의 활성화는 기존 은행의 사업과 수익구조를 크게 바꿀 수 있다. 전통적인 수익원인 예대마진은 점차 줄어들고 계좌 통합관리와 개인간 대출 연결 같은 소셜뱅킹에 필요한 각종 서비스 업무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보급과 소셜뱅킹 확산 가능성
최근 스마트폰 확산은 모바일 뱅킹을 활성화하고 나아가 소셜뱅킹 시대를 앞당기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하나은행이 국내 처음으로 아이폰을 통한 모바일 뱅킹을 도입한 결과, 두 달 만에 4만6000명이 모바일 뱅킹 앱(App·어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했고, 이 중 절반(약 2만3000명)은 실제로 모바일 뱅킹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신한·우리은행 등 17개 은행도 4월 중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뱅킹 공통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온라인 뱅킹으로 은행 지점이 문을 닫는 시간에도 거래를 할 수 있게 돼 시간의 제약이 해소됐다면, 모바일 뱅킹은 장소의 제약까지 해소했다. 말 그대로 '언제 어디서나' 거래를 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뱅킹'시대가 열린 것이다.
스마트폰 이전에도 모바일 뱅킹은 가능했으나 복잡한 가입 절차와 부담스런 비용(모바일뱅킹 이용료와 데이터 통신료 등), 보안 문제를 우려한 금융기관들의 소극적 대응 등으로 활기를 띠지 못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이용 절차가 간편한데다, 이동통신망 대신 무선랜(WiFi)에 접속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모바일 뱅킹의 확산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금융거래를 하면 편리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고, 이는 계좌 통합 관리와 같은 소셜뱅킹의 흐름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스마트폰은 소비자들이 소셜네트워크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국내 트위터 이용자수는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급격히 늘어나 3월말 현재 2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스마트폰이 일반 PC와 비슷한 수준의 인터넷 접속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트위터·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킹 활동의 확대는 소셜뱅킹의 활성화에도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소셜네트워킹 활동은 은행들의 마케팅과 서비스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BOA(Bank of America)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이용, 은행의 상품과 서비스 정보를 지속적으로 고객에게 알리고 반응을 파악하고 있다. BOA는 또 고객이 아이폰·블랙베리 같은 스마트폰에서 언제든지 은행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전용 앱을 제공한다.
온라인 전용 은행인 ING디렉트는 예금자들이 은행의 블로그와 트위터, 페이스북을 통해 은행 서비스에 대한 의견과 사진, 동영상 등을 서로 교환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고객은 이 채널을 통해 직원 중에서 누가 친절했는지, 어떤 지점이나 ATM 기기가 사용하기 불편한 장소에 있는지 등 아주 구체적인 정보를 올리고 공유할 수 있다. 호텔이나 여행 상품을 고를 때 사용자 후기를 보고 판단하듯 금융상품의 결정에 있어서도 동료간 리뷰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소셜뱅킹이 금융의 미래를 바꾼다
물론 소셜뱅킹과 관련, 경계해야 할 점도 있다. 소셜뱅킹이 부실채권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그중 하나다. P2P 대출의 경우 전통적인 은행 대출에 비해 신용 분석과 보안 기능이 취약해질 수 있다.일각에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금융 규제가 강화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소셜뱅킹도 확산력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선 소셜뱅킹이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문제점은 시간이 가면서 보완될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의 파괴력이 얼마나 큰지 우리는 이미 여러 경험을 통해 확인한 바 있다. 최근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오심을 한 심판의 신상 정보가 온라인상에서 한두 시간 만에 파악돼 퇴출 운동이 벌어졌다. 소셜뱅킹의 경우도 고객이 자신의 정보를 속이거나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대출에 제한을 받는 등 신용 악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미래의 금융 모델인 소셜뱅킹은 금융업계의 판도를 뒤집어 놓을 파괴력을 갖고 있다.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가장 빨리 이해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해 내는 금융회사는 미래의 금융 강자로 발돋움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국내 금융회사들도 빠르게 다가오는 소셜뱅킹 트렌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