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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세어라 금순아] 078
#1. 커피숍
장박 숙모 마주앉아 있다. 직원 쥬스잔 두개 내려놓고 간다.
장박 : .....집사람이....쓰러졌다 며칠만에 간신히 깨났습니다....그래서 어제야 집사람에게 들어 알았습니다.
집사람이 찾아 갔었다구요?
숙모 : (보는).....
장박 : 집사람에게 아무 얘기 안해주셔서 고맙습니다....금순양이....어느새 결혼을 해....그새 혼자 된거 알면....
아마 우리 집사람 영영 못 깨났을 지도 모릅니다.
숙모 : ......
장박 : 투석에 특이체질을 보이는 데다 혈압이 워낙 저혈압이라 쇼크가 심각하게 자주 옵니다.
그래서 그 누구보다....이식을 필요로 합니다....다른 신부전 환자랑은 다릅니다 저희 집사람.
숙모 : .....그....그래서요? 그래서 왜 그런 얘기를 하시는데요?
장박 : 제가...남편분 합의금 일억을 드리겠습니다. 금순양에게 집사람이 살아있다는 얘기를 해주십시오.
숙모 : (놀라 본다)....
장박 : 남편분 소식 들었습니다. 현재 사기죄로 영장이 청구됐더군요. 일억이 있으면 합의가 가능하구요.
숙모 : .....
장박 : 제가 그돈을 드리겠습니다. 금순양에게 엄마가 살아있다는 것만 알려 주세요.
숙모 : ....뭐....그걸 지금 말이라구 하세요?
장박 : 언젠가 말씀 하신것처럼 두분은 금순양에게 부모나 다름없는 분들입니다. 두분이 어려서부터 금순양을 돌봐줬구
그 덕에 금순양이 오늘날 이렇게 잘 자라줬구요. 두분 금순양에게 그정도 받을 자격 충분이 있습니다.
숙모 : 이보세요! 지금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거에요?
장박 : 더운 여름 감옥살이가 어떨지는 미루어 짐작이 가시죠? 설마 남편께 그런 감옥살일(하는데)
숙모 : 이보세욧! (박차고 일어난다)....
장박 : ....
숙모 : 이양반이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장박 : 저는 집사람을 살리기 위해 무슨 짓이든 다 할껍니다....
숙모님께서는 남편분을 살릴 수두 있는데 그 방법을 마다하실껍니까?
숙모 : ......
장박 : 잘 생각해 보세요...숙모님은 그저 금순 양에게 엄마가 살아있다는 것과
지금 신부전으로 앓고 있다는 말씀만 해주시면 되는겁니다....결정은 금순양이 하는거구요....
숙모 : 어떻게....어떻게 당신같은 사람이.
장박 : 신장은 하나만 있어도 사는 데 아무 지장 없습니다.
숙모 : (숨이 턱 막혀서 말이 안나와).....
장박 : 마지막으로....혹시라두 병원에서 오다가다 집사람을 만나면 금순양은 지방에서 대학을 잘 다니는 걸로 해주십시오.
집사람은 현재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숙모 : .....
장박 : 이건 제 연락첩니다. (일어난다).....저는 아내를 한번 잃은 경험이 있고 다시는 아내를 잃고 싶지 않습니다.
아내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고, 할겁니다....
그리구 숙모님은 금순양을 오늘날까지 키워내신 분입니다. 그돈을 받을 자격 충분히 있습니다.
그저 금순양에게 엄마가 살아있다는 말씀만 해주시면 되는겁니다.
결과 유무와는 아무 상관없이 돈은 내일이라도 당장 입금해 드리겠습니다.....
숙모 : .....
장박 : (숙모 보다가, 목례한다).....(입구로).....
숙모 : (멍하니 멀어져 가는 장박을 보다, 그대로 자리에 턱 주저앉는다)......
(떨린다. 얼른 물컵 집어들고 벌벌, 벌컥벌컥 마시고 내려놓는다).....(그러다 명함을 본다).......
(그러다 고개를 푸르르 젓는)....미쳤지 미쳤어 내가 왜 그런 드런 얘길 가만 앉아 듣구 있었지.....
(자리에서 일어난다. 명함을 보다 의지를 보이며 외면하고 문으로).....
명함을 자리에 둔채 숙모 입구로 향한다. 숙모 자꾸만 뒤에서 명함이 잡아 끄는 것 같다.
숙모 입구로 다가가다 멈춰서 돌아본다. 명함이 테이블에서 부르는 기분이다.
숙모 그 명함을 뚫어지게 본다.
숙모 : ......
#2. 숙모네 마루
할머니 전화 받는 중이다. 금아 아침 상을 놓고 앉아 식사 중이다.
할머니 : 이 그려? 알겄어....그랴 그람 들어가....(끊는다)
금순이...오널은 휘성이 집에다 놓구 출근혔댜. 시아버지가 봐준다구 혔다네.
금아 아무 대꾸 없다. 할머니 그런 금아 힐끔 보다 숟가락 들고 다시 밥 먹는다.
할머니 애써 숟가락질 하는데, 금아 아무 밥맛 없는 표정으로 계속 깨작거리기만 한다.
할머니 : 워쩌 그려 계속 복쪼가리 달아나게? 푹푹 퍼먹어 푹푹.
금아 : .....밥맛이 없어요.
할머니 : 원제는 밥맛으로 먹었남. 밥상머리 앞이서 그러는거 아녀...먹어 얼런.
금아 : ......
할머니 : 그럴꺼 없어 그런다구 받아논 밥상 달라질 것두 아니구 헐수 없어 감옥살이 허게 되믄 허는겨.
금아 : (본다).....
할머니 : 괜찮여 그깟 감옥살이 일이년 헌다구 뭔일 나는 것도 아니구,
최소한 삼시 시끼 때되믄 딱딱 나올꺼이구 두다리 뻗구 잘 내 방은 있는거 아녀,
죽었나 살었나두 모림서 전화만 눈 빠지게 지둘리던 때보담 훨 낫구먼 뭘 그려. 먹어 어여.
금아 : (좀 야속하다)....상 치우구 아빠한테 갈려구요. 할머니 같이 가실꺼죠?
할머니 : (그저 먹으며)....아녀 핼미는 난중에 가든가 말든가 알아서 헐틴께 신경 쓰덜 말고 혼자 가봐.
금아 : (보다).....예.....그리구 아빠 고소한 분들을 한번 찾아가 볼까해요.
할머니 : (보는)....
금아 : 혹시 모르잖아요.. 아빠가 저러구 계신데 아무 것도 안하구 있을 수만은 없구요?
할머니 : 그사람덜이 워디 사는가는 알어?
금아 : 경찰서 가서 알아보면 알려줄꺼에요.
할머니 : 그려 그람 자식된 도리루다 그렇키라두 혀봐야 맴이 편하것으믄 그렇키 허는디 아모 기대는 말어.
걸린 돈이 얼맨디 너 겉으믄 그걸 봐주것어?
금아 : ......(알면서도 어쩐지 서운하다. 다시 먹는척)....
할머니 : (그런 금아 보다)......(먹는다)....
#3. 미용실
금순 대걸레로 바닥을 닦고 있다.
문 열리고 스텝들 하나 둘씩 들어온다. 그때마다 금순 오셨어요 안녕하세요? 등등 밝게 인사한다.
혜미 말희 들어온다.
금순 : 안녕하세요 선배님...(다가온 혜미에게) 선배님 나오셨어요?
혜미 : (뚜웅 보면).....
금순 : (얼른 한쪽에 머그잔 가져다 내민다. 진심으로 환하게 웃으며) 모닝 커피에요. 막 타논거에요.
혜미 : (음...받는다)...웬일이야?
금순 : 선배님은 저 며칠 못보니까 앓던 이 빠진거처럼 시원 하셨어요 아니면 쬐금이라두 서운하셨어요?
저는 진짜루 선배님 못뵈니까 서운 했는데.
혜미 : (삐죽) 날 못봐서 서운했겠어? 미용실을 못나오니까 서운했겠지.
금순 : 아닌데....근데 선배님 오늘 헤어스타일 진짜 이쁘세요.
혜미 : 얼굴이 되니까...(간다)....
금순 빙그레 환하게 웃는데, 문 열리고 윤소란 들어온다.
금순 윤소란 보자 아!....기쁘다. 금순 얼른 꾸벅 인사한다.
윤소란 다른 스텝들 인사 받으며 다가오다 금순을 보자 표정 변화없이 목례만 받고 탈의실로 향한다.
금순 그런 윤소란의 모습에도 그저 기쁘고 좋다. 다시 열심히 바닥을 닦는다.
#4. 직원실
윤소란 제품을 늘어놓고 체크하는 중이다.
문 열리고 금순 찻잔 들고 들어온다. 금순 다가와 목례하고 찻잔 내려놓는다.
금순 : 드세요 선생님....(벌써 고마움의 눈물날 것 같다) 선생님 제가 테스트를 통과해서 다시 복직이 된건
순전히 선생님 덕분이에요.
윤소란 : (보는)....
금순 : 다시는 선생님 실망시켜 드리지 않게, 부끄럽지 않은 제자 될 수 있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윤소란 : 그래 지켜보겠어. 그리구 여기 손 없는 사람 없으니까 앞으로는 이런거 타서 들구 다니지마.
그럴 시간에 로뜨를 하나 더 말구 연구를 해.
금순 : 예.
윤소란 : 이번 일을 계기로 뼈저리게 느꼈겠지만, 여기서 금순씬 애기엄마 이전에 스텝이고 미용사야. 그 사실을 잊지마.
금순 : 예....근데요 선생님, 선생님 싫어하셔두 저 아침마다 선생님 차 한잔 씩은 타 드릴꺼에요.
저는 아줌마라 이런거 기똥차게 빨리 탈 수 있구요 그래두 줄어드는 시간은 걷는 대신 뛰어 다시면서 보충할 게요...
(얼른 꾸벅 인사하는데, 눈에서 기어이 눈물 확 난다. 소란에 대한 고마움에)....(얼른 눈물 닦으며 문으로)....
윤소란 그런 금순 무심한척 보다 문 닫히면, 그제야 빙그레 흐뭇하다.
#5. 몽따지
준비실 - 금순 카트에 각각 다른 호수의 로트를 꺼내서 놓고, 고무줄, 파지 등 파마준비한다.
미용실 - 금순 카트를 밀고 다가온다. 금순 다가와 선다.
윤소란 손님 머리에 섹션을 나눠놨다. 윤소란 금순에게 지시를 하고 옆자리 커트손님에게로 이동한다.
금순 : (손님에게 목례한다) 안녕하세요 손님. 오늘부터 파마를 말게된 나금순이라고 합니다.
중간중간 불편하신 일이나, 필요한 일 있으면 바루 말씀해 주세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오미자 : (지나가다 그모습 본다. 내심 흐뭇하다).....(다시 가고)
금순 시작한다. 첫 로뜨를 정성스레 말아간다. 긴장감으로 짜릿하고 가슴이 벅차다.
#6. 호텔 레스토랑
성란 다가온다. 시완 저만큼 앉아있다.
시완 돌아보다, 성란을 본다. 일어나 성란 자리로 다가가 의자 빼서 기다린다.
성란 그 모습 보며, 다가와 앉는다. 시완 의자 맞춰서 넣어준다.
시완 자리로 다가가 앉으면.
성란 : 왜 안하던 짓 하구 그래?
시완 : 처음인가? 아닐텐데?
성란 : 다른 여자한테 했나부지. (쌀쌀맞다)
시완 : 야!
성란 : (반응 안보인다)......(다가온 직원이 내미는 메뉴 받아서 펼친다)....
시완 : (그런 성란 보다 받으며) 맛있는거 먹어.
성란 : 간단하게 먹을래. 해산물 리조또 주세요.
시완 : (보다).....저두 같은 걸루 주세요. 하우스 와인 두잔하구요..(직원 예 메뉴받고 목례하고 가면) 와인 괜찮지?
성란 : (보다)......(반응없이 퉁명스런 표정으로 물컵 집어든다).....
<시간경과>
시완 성란 식사 중이다.
시완 잔 들어 마시자고, 성란 힐끔 잔 들어 가볍게 건배하고 조금 마시고 내려놓는다. 표정은 여전히 퉁명스럽다.
시완 : .....이제 얘기 좀 하까?
성란 : 해.
시완 : 엄마랑 언제까지 그럴껀데?
성란 :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어머니한테 달린거 아냐?
시완 : (힐끔)....아니지 너한테 달렸지. 엄마가 원하는건 성의 표신거 알잖아?
성란 : 한끼 식사쯤은 얼마든지 시켜먹을 수 있는 문제였어?
시완 : 엄마가 그걸 마다한게 아니잖아.
성란 : 내 앞에서 계속 그렇게 어머니 편 들꺼면 나 할 얘기 없어.
시완 : 편드는거 아니야. 몇 번을 말해 엄마 세대는 그렇게 살아오신 분이야. 모시구 사는 일년만 맞춰 드리며 살자는거야.
성란 : 그렇게 살기에는 내가 너무 힘들구 피곤하단말야. 나는 착하고 순종적인 며느리 노릇까지 하기에는
역량이 너무 딸리구 힘에 부쳐. 내가 불행하다구,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반문이 끊임 없이 들면서
화나구 속상해. 왜 내가 그렇게 살아야 해? 뭐가 부족해서? 나두 너 못잖게 유능한 사회인이고 꽤 고급인력에 속해?
시완 : 누가 아니래 그래 너 고급 인력 맞어.....(후.. 삭이다 욱해서) 야 고급 인력은 그럼 밥하면 안되냐?
성란 : (보는).....
시완 : 너 진짜 그러면서 결혼은 왜 했어?
성란 : 니가 하자구 했잖아? 그래서 나는 안한다구 했잖아?
시완 : (보는 굳어진다).....진심이야?.....단지 그거야?
성란 : .....
시완 : (보다, 일어나 가려면)
성란 : .....미안해........미안해.
시완 : (보다...다시 앉는다).....
성란 : (역시 속상해 와인잔 들어 벌컥벌컥 마신다)
시완 : (그모습 보다 픽)....
성란 : (씨이 본다)....웃음이 나?
시완 : 분가해 나가면 내가 밥할게. 약속해. 내가 밥 다 한다구. 그때까지만 어? 일년만 맞춰서 살자.
성란 : .....
시완 : 애 낳으면 애두 내가 다 키울게. 회사 관두구 애 키운다구 내가.
성란 : (흘긴다).....
시완 : 엄마가 너 바빠서 늦는 날까지 뭐라시는거 아니잖아...어쩌다 일찍 오는 날 성의 표시만 하는건데 그게 그렇게 힘들어?
성란 : 그게 힘든게 아니라, 그걸 당연하게 강요하시는게...(하다) 이래서 내가 진짜 결혼 안하구 싶었다구.
결혼은 이래 결국 관계 속에서 역할과 의무만 남아. 남자 여자는 사라지고 아내 며느리 남편 부모 자식만 남아서...
(하다 너무 흥분하는거 같아 후)....그리구 결정적으로 아직두 결혼은 여자에게 더 일방적 의무와 희생을 강요하는
불평등제도야.
시완 : .....
성란 : 아니라구? 그럼 같이 일하구 와서 너는 왜 가만 앉아 상을 받구 나는 왜 그 상을 차려야 하는데?
그럼 왜 나는 이 소중한 신혼에 시댁에 들어와 살아야 하는데? 왜 너는 우리 집에 안부전화 안드려두
전혀 안 미안해 하는데? 나는 왜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하지 못하면 눈치 보이구 미안해야 하는데?
시완 : (보다)....사랑해.
성란 : 노시완!
시완 : 불평등제도 맞어 알구 있어...그러니까 일년만!....일년 뒤에는 내가 다 할게....각서 쓰까?
성란 : .....
시완 : .....그리구.....요 위에 방 잡아놨는데.
성란 : (본다).....
시완 : .....태완이 그런 날 이후루....계속 손두 못대게 했잖아....
성란 : (어머머 흘기다)....몇혼데?
#7. 입원실
장박 문 열고 들어온다. 영옥 앉아 휴대폰으로 전화 받는 중이다.
영옥 : 어 기분도 괜찮구 다 괜찮아...너는? 공부 잘 하구 있어?....온다구? 그럴꺼 없어...
(하다) 언니가?......그래 알았어....그래 엄마두 보구 싶어. 오면 좋지....어..(끊는다)
장박 : (보고 있다가) 은주가 은진이 데리구 온대?
영옥 : 예. 미용실두 바쁠텐데.
장박 : (좀 웃는) 은주가 이번에 언니 노릇 딸 노릇 많이 했어. 내 걱정두 많이 해주구 당신 걱정두 많이 하구.
영옥 : 나 깨났을 때두 내 옆에 있었어요....계속 지키구 있었던거 같았어요.
장박 : 아마 은주두 이번에 나랑 같은 심정이었을꺼야....엄마를 두번 잃구 싶지 않았겠지.
영옥 : (보다가 툭).....그럼 친구 통해 알아보고....금순이 작은엄마만 만났던 거에요?
장박 : (느닷없는 질문에)....어....
영옥 : 금순이 잘 컸나 물어 보려구요?
장박 : 어....
영옥 : (담담하게).....당신이나 나나 둘다 같은 심정이었네요....나두 차마 애 할머니한테는 못나서겠드라구요....
고마워요....금순이한테 찾아가지 않은거....그래두 궁금해서 알아는 봐준거.
장박 : 무슨.....
영옥 : (애써 담담하게)....됐어요 이제....잘 자랐다니까....학교 다니면서 잘 살구 있다니까 한결 살꺼 같애요...
실은.....얼마전에 병원 로비에서 애 할머니를 우연히 만났었어요...그날부터....미치겠드라구...
애가 어떻게 컸나 잘 살구 있나 너무 궁금해서....잘 살구 있으면 됐어요....내가 그 애 얼굴 한번 보구 안보구는
중요한게 아니에요. 이제 와서 애한테 나설 수두 없구, 잘 살구 있기만 하면 되요. 정말 됐어요 이제.
장박 : ......
영옥 : (얼른 아무일 없었다는 듯) 어? 애들 거의 다 왔다구 했어요. 가서 내 딸들 마중해야지.
장박 : 나간다구? 안돼 아직 당신 움직이면?
영옥 : 괜찮은데.
장박 : 안된다니까 있어 내가 애들 데려올테니까.
#8. 병원 식당
숙모 커다란 대야에 절인 배추를 넣고 물을 받는 중이다.
숙모 생각에 잠겨서 물이 넘치는 지도 모른다. 지나가던 아줌마 ‘물 넘치네’ 말해준다.
숙모 그제야 퍼뜩 생각에서 깨어나 물을 잠군다. 숙모 배추를 헹궈서 채반에 건져 올리기 시작한다. /
숙모 마지막 절인배추를 건져 올리고, 끄응 무겁게 채반을 집어든다.
숙모 광주리 들어다 한쪽에 내려놓는다.
숙모 : 그럼 수고하세요....(앞치마를 풀면서 이동한다)......
#9. 병원 일각
숙모(반지 안끼고 있다) 총총히 걸어와 벤치에 앉는다.
숙모 후 심호흡....그러다 가방에서 명함을 꺼내든다. 숙모 가만히 명함을 내려다본다.
장박E : 저는 집사람을 살리기 위해 무슨 짓이든 다 할껍니다....
숙모님께서는 남편분을 살릴 수두 있는데 그 방법을 마다하실껍니까?
숙모 : ......
장박E : 신장은 하나만 있어도 사는 데 아무 지장 없습니다.
숙모 : (어쩔 수없이 크게 갈등된다).....(그러나 명함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괴롭다).....
(괴로운 마음에 명함을 도로 가방에 집어 넣고 일어나는데)......
은진E : 아빠.
숙모 돌아본다. 저만큼 은주와 은진(교복) 걸어오고 있고.. 장박 기다리고 서있다.
은진 반갑게 손 흔들고, 은주와 함께 장박에게로.
숙모 놀라워 은주와 은진, 장박을 번갈아 본다.
은진 은주 장박에게 다가가 선다.
은주 : 어떻게 나와 계세요?
장박 : 엄마가 마중 내보냈어 너는 바쁠텐데 은진이 학교까지 어떻게 갔어?
은진 : 어제부터 내가 언니 계속 졸랐어요....아빠, 엄마 이제 완전히 괜찮은 거야?
장박 : 그래 많이 좋아지셨어?..(다같이 걸으며)
은진 : 그럼 엄마 오늘 저녁에 퇴원할 수 있는거야?
장박 : 바로 퇴원은 안되지...
숙모 그모습 보면서 놀랍고 기막히고 또 기막히다.
다정하게 걸어가는 세 모녀의 모습....
숙모 은주 은진을 본다. 저렇게 다큰 딸들을 둘이나 두고 금순에게 이식해 달라는 장박이 너무나 파렴치해 보인다.
숙모 : (세상에)......(숙모 세사람 멀어져 가도록 하염없이 기막혀 바라본다).....
#10. 경찰서 유치장
삼촌 앉아 있다. 경찰 다가온다.
경찰 : 나상도씨 면횝니다.
삼촌 : (돌아본다).....
#11. 경찰서 일각
할머니 자리에 앉아 있다. 삼촌 다가와 선다.
할머니 : .....
삼촌 : 뭐하러 또 오셨어요?
할머니 : (찬합 보자기 올려놓는다)....앉어. 밥은 먹어야 할꺼 아녀?
삼촌 : 아침 점심 다 잘 먹었어요. 아침은 금순이가 싸다줬구, 점심은 금아가 와서 사줬어요.
할머니 : (보다) 변변찮은 애비에 삼촌이라두 자석덜언 잘 뒀구먼.
삼촌 : 저두 그 생각 했어요...(웃는)....
할머니 : (아들의 허한 웃음 보기 싫다)....내는 결론을 냈어.
삼촌 : (본다)....
할머니 : 징역살이...혀!
삼촌 : ....그럼요.
할머니 : 넘의 피눈물 나는 돈 떼믁구 봐달라구 허는 것도 양심두 없는 짓이구...죄값음 헌다허구 걍 살다 나와...
설마 그 안두 사람 사는 딘디 살만 허것지 영 죽을 디는 아닐꺼 아녀.
삼촌 : 예에 좋아졌대요 살만하대요.
할머니 : (힉 본다).....그려 엄청시리 살만할것다 이눔아 엄청시리.
삼촌 : (할머니 표정에 죄스러워).....죄송해요...
할머니 : (노려보다)....그런 소리 나불댈것두 없어. 들어갈꺼믄 작심하구 어여 들어가.
고연히 여서 오래 버티면서 에미며 금아 가심만 찢어 놓지 말고....(일어난다)....밥 먹어 그람....
삼촌 : (보는) 가시게요?
할머니 : 그람 가지 뭐혀...(간다).....
삼촌 : 가세요 엄마 저녁 잘 먹으께요.
할머니 등 뒤에서 천연덕스럽게 인사하는 아들이 너무나 밉다.
할머니 울컥울컥 원망과 설움이 치미는거 꾹꾹 눌러 삼키며 총총히 아들을 뒤로하고 나온다.
할머니 : .....
#12. 경찰서 건물 밖
할머니 입구에서 총총히 빠져나온다. 할머니 북받치는 원망과 설움을 꾹꾹 눌러 삼키며 총총총 걸어나온다.
할머니 적당한 곳에 다가가 멈춰서 그대로 주저 앉는다.
할머니 그 자리에서 끅끅끅 오열한다. 참았던 설움이 북받친다.
할머니 : ....................
#13. 마루
노소장 테이블에서 부동산 관련 책을 보고 있다. 장난감 있는데로 다 나와 어지러져 있다.
휘성 장난감 놓고 일어나 식탁 의자로 다가가 올라가려 한다.
노소장 책 보다 보고 놀라서 어어어 얼른 다가와 휘성을 잡아 내려오게 한다.
노소장 : 안된다구 했지 할아버지가. 너 저번에두 여기 올라갔다 떨어져놓구 여길 또 올라가. 안돼, 여긴 올라가면 안돼.....
(휘성 데리고 와서 마루에 앉힌다)...여기 앉아서 놀아. 여기 얌전히 앉어서...(짐짓 겁두 준다) 움직이지마!....
(다시 테이블에 앉아 부동산 관련 책을 집어드는데, 휘성 다시 쪼르르 의자로 다가가 올라탄다) 어 저녀석이...
(얼른 일어나 쪼르르 다가가 휘성을 안아든다)....너 이녀석 왜 이렇게 말을 안들어.
할아버지가 여긴 안된다구 했어 안했어? 너 이렇게 말 안들으면 할아버지한테 맞는다...
(안아들고 다시 마루로 다가와 내려놓고) 후....이녀석 이거 은근히 사람 애먹이구 힘들게 하네...아...진이 다 빠지네.
정심 : (문 열고 시장바구니 들고 들어온다)....휘성아.
노소장 : (반색한다) 어 할머니 오셨다 휘성아. 왔어.....(얼른 책등을 챙긴다)
정심 : 아우 무거워....어깨가 고장이 나두 단단히 났다봐 여보 조금만 무거워두 들지를 못하겠어.
노소장 : 당신 왔으니까 나 나갔다 온다.
정심 : 왜요 어딜 나가 다 저녁때?
노소장 : 도서관.
정심 : 안되요 도서관은 무슨 도서관이야. 당신 나가면 나혼자 휘성인 어뜩 하라구?
노소장 : 내가 여태 봤잖아.
정심 : 당신이 휘성이 본다구 했잖아 금순이한테? 왜 사람이 한입으로 두말 해.
노소장 : .....
정심 : 그리구 나는 저녁두 해야지 당신이 큰며느리 집안일 시키지 말랬으니까 내가 혼자 저녁 다 해야 돼.
그런데 나보구 휘성이까지 보라구요? 나 못봐. 어디 가지말구 휘성이 봐요.
노소장 : .....
정심 : (은근히 통쾌하다. 주방으로 가면서) 아 그리구 휘성이 목욕좀 시켜요. 애 목욕할 때 다 됐어.
노소장 : 목욕은 무슨 목욕이야 깨끗하기만 하구만.
정심 : 무슨 얼마나 용을 쓰구 놀았나 쉰내가 펄펄 나는데. 얼른 데리구 들어가 씻겨요.
당신이 막내며느리한테 애 본다구 했잖아. 남자가 자기가 한말에 책임을 져야지.
노소장 : (약 올리는 정심 미워보다, 목소리 삐진다) 휘성아 일루 와 목욕하자!
#14. 병원 일각
재희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온다. 은주 에스컬레이터 아래에서 기다린다.
은주 내려오는 재희를 본다. 마음으로 설레이고 반갑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재희 내려와 선다.
재희 : 은진이 안데려다줘두 돼?
은주 : 아빠가 일찍 들어가신대....얼른 가자. 잘하면 백화점 문 닫겠다..(두사람 나선다)
#15. 병원 주차장 (밤)
재희 은주 재희차로 다가온다. 두사람 차문 열고 탄다.
은주 바닥에 떨어진 면장갑 집어들어 보조석 앞 트렁크를 연다.
은주 트렁크에 면장갑 집어놓다 보면, 상자 하나 놓여있다.
은주 : 어? 이게 뭐야. (집어 들어 열어본다. 머리핀 하나 들어있다. 재희가 금순에게 주려고 샀던 것).....
재희 : (안전벨트 하다 돌아보고, 저도 모르게 표정 굳어진다).....
은주 : (짐작 되지만 애써 뚝 떼고, 웃으며 돌아본다) 뭐야?
재희 : 별거 아냐. 너놔.....
은주 : (보다 아무 내색 않고) 그래...(다시 뚜껑을 덮어 트렁크 열고 안에 집어넣고 탁 닫는다)......
재희 : (머리핀만 봐도 벌써 마음이 흐트러진다.......애써 마음 다잡는다)....... (시동 걸고....출발한다).....
은주 : (그런 재희 느끼지만 전혀 내색 않고 가만히)....
#16. 탈의실 밖 (밤)
혜미 말희 등 각각 사물함 앞에서 탈의 중이다.
금순 문 열고 들어온다.
금순 : 수고하셨습니다 선배님들....(가는 스텝에게) 안녕히 가세요 수고하셨어요...
(인사하며 사물함 앞으로 다가와 문 여는데 핸드폰 울린다. 꺼내 보고 받는다)....예 작은아주버님....예 막 끝났어요....
지금요?.... 어 저 오늘 어디 좀 갈려구 했는데....꼭 오늘이어야 해요?.....알겠어요 그럼 지금 갈께요.
#17. 백화점 속옷 매장 앞 (밤)
금순 태완 다가오며.
금순 : 알바비 받았어요?....와 축하드려요.
태완 : 축하는 쪽팔리게 겨우 알바비 갖구. 진짜 축하할 일은 따루 있어.
금순 : 뭔데요? 혹시 섭외 들어왔어요?
태완 : 비슷해. 소속사 한군데서 연락이 와서 오디션 보구 왔어.
금순 : 그럼 그건 어떻게 되는건데요?
태완 : 오디션 봤으니까 통과되면, 그 소속사에 들어가는거지. 요즘엔 일단 활동을 하려면 소속사에 들어가야거든.
금순 : 그러니까...말하자면 회사에 들어간거나 마찬가지네요.
태완 : 비슷해. 그리구 꽤 괜찮은 데야. 신인들 잘 키워내는걸루 유명한.
금순 : 와....붙으면 진짜 좋겠다.
태완 : 그럼 감이 아주 좋아.
금순 : 그래두 혹시 모르니까 붙기 전까지는 너무 속단하지는 마세요.
태완 : 김새게....
금순 : (웃는) 잘 될꺼에요...그래두 첫 알바비라구 어머니 속옷 사드릴 생각두 다 하시구....
근데 나두 사실은 어머니 속옷 싸이즈 정확하게 모르는데...여기에요...어 어디가세요? 여기라니까요.
태완 : 와봐 글쎄...
금순 : 어?...(뒤따른다).....
#18. 아동옷 매장 (밤)
태완 금순 다가온다. 태완 다가와 아동옷 매장 안으로 쓱 들어온다.
금순 어? 그 모습 보고 주춤 선다. 태완 들어가 둘러보다 돌아본다.
태완 : 왜 안들어와?....들어와. 전부터 휘성이 옷 한 벌 사주구 싶었어.
금순 : (고맙다).....알바비 많지두 않을텐데....휘성이 옷 사구 나면 어머니 속옷 사드릴 돈 없는거 아녜요?
태완 : 그정도는 되니까 들어와.
금순 : (보다 빙그레....들어선다)....고마워요 짝은아주버님....(두사람 같이 둘러본다)......
매장 밖에서 은주와 재희 다가온다. 은주 쇼핑백 들고 있다. 두사람 걸어오는데.
금순E : 아주버님....이건 어때요?
재희 : (주춤 선다)....(돌아본다).....
매장 안에서 금순 옷을 하나 집어들고 태완에게 보여주구 있다.
태완 : 아 진짜 안목 좀 높여라 뭐냐 이게?
금순 : 왜요 이쁘잖아요 애들옷은 이렇게 알록달록한게 이뻐요.
태완 : 아 진짜 짱난다....이래서 내가 혼자 올까두 했었어....(확 잡아채서 제자리에 놓는다).....
금순 : (우씨 보는).....
재희 : .....(그 다정한 모습에 표정 딱 굳어진다)......
은주 : (재희 시선에 돌아본다)...어 나금순이네.....(태완과 이옷 저옷 들어보이며 대보며 즐거워하는 금순을 보면서)....
은주E : 오빠 쟤 알지? 쟤 보기는 저래도 애엄마다....아 오빠두 아나? 그날 원장님이랑 하는 얘기 들었지?
재희 : (은주 얘기는 들리지도 않는다. 금순의 그모습 본다)....(배신감 질투가 묘하게 뒤범벅 돼서 그모습만 뚫어지게 본다)....
은주 : 근데 저남자 누구지? 왜 저렇게 다정해? 남자친군가?
재희 : 가자...(앞선다)
재희 황급히 앞서다가, 아동복 매장에서 막 나오는 여자와 쾅 부딪힌다. 여자 아야 소리친다.
재희 : .....미안합니다.
은주 : 어머 죄송해요...괜찮으세요?
금순 : (그 소리에 돌아보고 어?)......
여자 아야! 하다 간다. 재희 은주 미안해요 인사하고 돌아서다.
재희 : (금순과 눈이 마주친다)......
금순 : .....안녕하세요?
은주 : (금순 돌아본다)....
금순 : (재희 보다 은주와 눈 마주친다) 안녕하세요 부원장님.
재희 : ....
은주 : 나금순씨 여기서 만나네....웬일이야 애 옷사러 왔어?
금순 : 예....(태완 다가와 선다).....
은주 : 누구셔?
금순 : 예....저희(하는데)
재희 : (비웃듯) 사촌오빠셔.
금순 : (보는).....
재희 : 안녕하세요? 여기서 또 만나네요?
태완 : (그 표정이 어쩐지 기분이 나쁘다)....예 안녕하세요?
금순 : (어쩐지 모욕당하는 기분이 든다)......
은주 : 오빠가 어떻게 알어?
재희 : 미용실에서 한번 뵜어....사촌오빠 동생사인데 늘 다정해 보이드라구....동생을 무지하게 아끼시는거 같애.
태완 : (뭐야 이자식?).....
금순 : ......
재희 : 가자 그만... 그럼 하던 일 계속 하세요...(휙 돌아선다)
금순 : .....
은주 : (보고) 그럼...나금순씨 낼 봐. (뒤따른다)......
금순 : 예 가세요.
태완 : (멀어져 가는 재희를 보다) 뭐야 저자식 사람 은근히 기분 나쁘게 하네?....(하다 이상한 금순 본다).....
금순 : (이내 표정 수습하며) 빨리 골라요 폐점 시간 다 되가요...(안으로).....
#19. 백화점 입구 (밤)
은주 재희 걸어 나온다. 은주 멈춰선다.
은주 : 오빠 어뜩할래? 병원으로 갈꺼면 나는 그냥 여기서 택시 타구 가구.
재희 : .....(은주 본다. 내색 안하려 애쓰며)....술 한잔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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