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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유산] 13
S#1. 환 집 거실 (저녁)
피가 마르게 긴장한 얼굴로 유언장 설명하고 있는 변호사 바라보고 있는 영란, 환, 정, 박변.
은성 역시 긴장해서 두 손 모아 쥐고 있고 할머니만 담담한 표정이다.
(7회가 할머니 선언에 어리둥절하게 당했던 상황이라면, 13회는 분노와 배신감으로 해대고 대들고 따지는 분위기입니다)
유변 : (공정증서라고 쓰인 유언 공증 서류 들고) 진성 식품 주식을 포함한 장숙자 사장님 명의의 모든 동산, 부동산은
장숙자 사장님께서 돌아가시면 고은성 씨가 물려받게 됩니다.
모두 : (은성 쳐다보는)
영란 : (경악하는) 전 재산을 정말로 쟤한테 주신다구요?
환 : (믿을 수 없는 기분으로 은성 보는)
은성 : (시선 피하듯 고개 숙이고)
할머니 : 질문은 설명 끝나고 해! 유 변, 계속 하시게.
유변 : 단, 그 전제 조건으로 2호점의 매출을 2008년 평균 매출 대비 20프로 증가 시켜야 합니다.
박변 : (할머니 확 쳐다보는, 기막힌) 사장님?
유변 : 그 기한은 앞으로 두 달 동안입니다. 이상입니다.
(다른 파일 탁자에 내려놓으며) 이건 2호점의 지난 1년간 매출 기록푭니다.
박변 : 그러니까 이 친구가 두 달 안에 2호점 매출을 20프로 증가시키면,
할머니 : (단호한) 나 죽은 후에 내 전 재산을 받게 되는 거지.
박변 : (기막혀) 사장님, 제가 2호 점을 매각하자고 해서 이러시는 겁니까?
할머니 : (무시하고) 유변, 여기까지 와서 애썼어요. 은성아, 변호사님 배웅해 드려.
유변 : 그럼 두 달 후에 뵙겠습니다. (서류 챙겨서 일어서는)
은성 : (따라 일어서려는데)
환 : (은성에게 직접은 못 묻고) 쟤하고 합의한 거야?
할머니 : (직접 대답하라는 듯 은성 쳐다보면)
은성 : (일어서는, 숙이고 있던 고개 들고 꾸벅하며) 할머니가 주신 기회... 감사히 받겠습니다.
환 : (충격으로 은성 보는, 이후 할머니와 은성에게 함께 느끼는 충격과 배신감으로
따지거나 끼어들 마음의 여유도 찾지 못하는 상태로)
정 : (꽥) 야! 니가 뭔데 우리 재산을 받어!
할머니 : (은성 자리 피하게 해주려는) 은성이 배웅하고 와.
은성, 변호사 : (현관으로 나가고)
영란 : 어머니 어떻게 이러실 수가 있어요?
할머니 : 왜들 이렇게 뒷북이야? 나, 한 달 전에 분명히 은성이한테 내 전 재산 준다고 했고, 니들한테 자립하라고도 했다.
정 : 그거 오빠 철들게 할려고 그런 거 아니었어?
할머니 : 난 그런 말 한적 없다.
영란 : (화내는) 저흰 여태 그런 줄 알았잖아요!
환 : (그 누구보다 충격이다. 도리어 말도 안 나오고 할머니 보고 있는)
할머니 : (버럭) 콩이라 그랬는데 왜 팥으로 알아들어! 내가 언제 헛말, 빈말하는 거 봤어?
정 : (울듯) 할머니, 누가 그런 말을 믿어?
박변 : (정색, 이해 안 되는) 환이 정이 다 놔두고 이러시는 이유가 뭡니까?
영란 : 환이 정이, 어머니 손자 손녀에요!
할머니 : 우리 회사는 내가 만들었지만, 내 것도 아니고 니들 것도 아니야. 1173명 직원들의 삶이고 인생이야.
박변 : (할머니 의중 느끼고 뚝 굳어지는)
할머니 : 내 자손들의 넘치는 삶하고, 그 직원들 밑에 딸린 가족까지 수천 명의 삶하고 어떤 게 더 중요한가 생각해 봤어.
환 : (할머니 확고한 마음 느끼고 쿵... 하는)
정 : 직원들이 아니라 은성이한테 준다면서!
할머니 : 니들... 예전에 내가 떡 팔아서 니들 애비 키웠던 거 알고 있지?
정 : (지금 그런 얘기할 때야? 짜증난다) 그거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어?
할머니 : 그때 가게 앞에서 떡 팔게 해준 국밥집 아줌니가 안 도와줬으면,
민석이하고 나, 한겨울에 얼어 죽지 않았으면 굶어죽었다. 그 분이 민석이 업고 국밥집에서 일하게 해주고,
영란 : (속 터진다) 어머니 그 얘긴 다 아는 얘기니까요,
할머니 : (못 들은 척 계속하는) 나중에 그 아줌니 세상 떠나면서 국밥집 물려줘서 그걸로 기반 잡은 거야. (강조하는) 나도,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 도움으로 발판 마련했어. 누군가의 도움이 다른 사람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영란 : (말도 안 된다는, 더 화난 듯) 어머니 지금 손자 손녀 보다 다른 사람들이 더 중요하단 말씀이세요?
정 : 말도 안 돼!
할머니 : (토해내듯) 이 결정하기까지 나는 쉬웠는줄 아냐? 내가 니들을 얼마나 사랑했는데!
모두 : (멈칫하는)
할머니 : (눈물 어려 과거 마음 풀어내는) 니들이 별 따서 국을 끓여 달라면, 그럴 수도 있게 사랑 했어.
어린 나이에 애비 잃은 환이 정이, 가슴 아리게 가엾고 또 가엾어서... 나처럼 젊은 나이에 남편 잃은 에미 측은해서,
영란 : 그런데 왜 은성이한테 주시냐구요!
할머니 : (말해 봤자다. 표정 딱 정색하고) 나는 은성이한테 돈을 물려주는 게 아냐. (강조하는) 내 뜻을 물려주는 거지.
회사 세운 내 마음 그대로 진성식품을 운영해 줄 사람으로 은성일 선택한 거야.
환 : (또 한 번 충격이고) !
영란 : (따지는) 은성이라고 안 팔아먹는다는 보장이 어딨어요?
할머니 : 절대 그러지 않을 거라고 믿고 눈 감을 수 있다, 은성이라면.
환 : (유산도 충격이지만 은성인 게 더 큰 충격이다, 버럭) 왜 하필 고은성이야!
정 : (같이) 진짜 말도 안 돼!
영란 : (화나) 이럴 순 없어요, 어머니!
할머니 : (버럭) 내 돈이야! 니들꺼처럼 달려들지 마!
모두 : (멈칫하면)
할머니 : (휘어잡듯) 내가 번 돈 누구한테 주든 니들이 무슨 상관이야? 나 돈 벌 때 니들 중에 누구 하나라도 도와준 적 있어?
박변 : (자기 입장에서 항변) 사장님 아무리 그렇다고 그 어린 애한테 회사를 주시 다니요!
정 : (퍼뜩 생각난) 진짜 엄마 아까 조건이 뭐였지?
영란 : (얼른) 그럼 2호점 매출 20프로 못 올리면, 전 재산 주는 건 없던 거 되는 거에요?
할머니 : 그럴 일은 없다고 믿는다. 은성이가 해낼 거라고 믿어.
정 : (약 올라) 그럼 그런 조건은 뭐 하러 달았어?
할머니 : 니들하고 (박변 보며) 이사진들 이렇게 펄펄 뛸 거니까. (자신 있다는) 은성이도 회사 운영할 능력이 있다는 정돈
보여줘야 하지 않겠냐?
박변 : (배신감에 굳어서 할머니 보는)
영란 : (미치겠다) 그럼 앞으론 저흰 어떡하라구요!
할머니 : 나 죽을 때까지 이 집서 먹고 잘 수는 있으니까, 니들 미래 계획해서 알아 서들 살아. (일어서는)
영란, 정, 박변 : (어머니! 할머니! 사장님!)
할머니 : (일어서며) 에미 밥 차려라. 박변, 저녁 먹고 가. (방으로)
영란 : (너무 기막힌) 저 보고 밥을 차리라구요?
환 : (화난 얼굴로 벌떡 일어서는, 할머니 따라가고)
S#2. 할머니 방 (저녁)
들어오는 할머니. 환, 화난 얼굴로 따라 들어온다.
환 : (배신감에 곧장) 할머니 이럴 거면서 왜 나 쟤한테 갖다 붙였어?
할머니 : (돌아보면)
환 : 매장에 공장까지 왜 따라다니게 했냐구!
할머니 : 내 손자가, 나 죽고 나서도 남은 인생 잘 살기 바래서야. (자리에 앉으며) 은성이한테서 뭔가 보고 배우기 바래서 그랬어.
환 : (기막혀) 배우라구? 뭘?
할머니 : 그거 묻는 거 보니까 아직 못 배웠구나.
환 : (터질듯 화나 앉으며) 할머니 나, 매장에 공장까지 할머니 시키는 대로 다 했어!
할머니 : 매장에 공장까지 시키는 대로 하면 너한테 유산 물려준다고 한적 없다.
환 : (버럭)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럴 생각도 없으면서 왜 그랬어? 내 재산 다 뺏을 애 왜 따라 다니게 했어?
(원망) 그래서 왜 날 이렇게 만들었어!
할머니 :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 은성이 따라 다녀서 니가 어떻게 됐는데?
환 : (멈칫하는, 말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다. 원망으로 할머니 보는)
S#3. 환 집 뜰 (저녁)
변호사 배웅하고 돌아오는 은성, 집 쪽 쳐다본다. 지금은 들어갈 때가 아니다...
집 뒤쪽 산책로 쪽으로 발걸음 돌리는 은성, 막 뒤쪽으로 사라지면 박변과 영란, 정, 우르르 나온다.
영란 : (눈물 어려) 박이사님, 우리 이제 어떻게 해요? 어떻게 해야 돼요?
정 : (울먹) 아저씨, 우리 이대로 우리 돈 다 뺏겨야 돼요?
박변 : (자기 자신이 더 큰 충격이다. 멍하고)
영란 : 말씀 좀 해보세요! 저 정말 이대로 당할 수 없어요!
박변 : (정신 차리고) 방법을 생각해 봐야죠...
표집사 : (나오는) 저녁 준비 다 됐습니다.
영란 : (확 보며) 지금 저녁 먹으란 소리가 나와?
정 : 엄마 그래도 아저씨 저녁은 드셔야지.
영란 : 아 그러네. 박 이사님, 들어가셔서 저녁, (하는데)
박변 : (그럴 심정 아니다) 오늘은 같이 저녁 먹을 분위기 아닌 거 같네요. 나중에 연락드릴게요. (허둥지둥 가는)
영란 : (애타서) 그냥 가시면 어떡해요?
환 : (화난 걸음으로 나오는)
정 : (다급히) 오빠, 할머니 뭐래?
환 : (대꾸 없이 휙 뒤쪽으로 가는)
S#4. 산책로 (밤)
감당 못할 감정으로 성큼 성큼 가던 환, 멈칫 선다.
2인용 작은 벤치에 혼자 앉아있는 은성, 앞 일 걱정에 생각에 잠겨있다.
환 : (참담한 심정으로 보다가) 감사히 받겠습니다?
은성 : (소리에 돌아보는, 긴장으로 뚝 굳어지고)
환 : (다가가며) 너 이럴 거면서 왜 나 버릇 고치는 척 했어? 내 재산 니가 받을 거면서!
은성 : (화내는 환 이해한다. 긴장하며 일어서는)
환 : (배신감에 쏘아대는데 그동안 느꼈던 은성 모습이다) 착하고 성실하고 경우 바르고 세상 이치 다 아는 척,
할머니 위해서 나 가르치는 척 하면서 (원망) 너 왜 나 갖고 놀았어! 이럴 거면서!
은성 : (미안한) 미안해요, 그때는 할머니 뜻이 그런 건줄 알았어요.
환 : 처음엔 내 버릇 고칠려고 너 이용하는 건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아니었다? 그래서 감사합니다, 덥썩 받겠다 그랬냐?
은성 : ...받아야 하는 사정이 생겼어요.
환 : 사정? 무슨 사정!
은성 : (외면하며) 그쪽한테 말할 사정 아니에요.
환 : (기막힌) 또 말할 수 없는 사정이야? 이번엔 뭐야? 내가 니 동생 잃어버리게 해서?
(뭔가 이유라도 찾고 싶은) 나 때문에 동생 잃어버렸으니까 너도 내 재산 뺏겠다 이거야?
은성 : (항변하듯) 그런 거 아니에요!
환 : 그럼 뭐야!
은성 : (멈칫하는)
혜리(E) : 그럼 눈 빤히 뜨고 승미 엄마만 부자 사위 맞는 꼴을 봐야 되는 거니?
환 : (망설이는 은성 보며 설마) 그거냐?
은성 : (어차피 이해시킬 수 없다) 맘대로 생각해요, 그쪽이 날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어요. 나한테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니까.
환 : (상관없다는 말에 더 화나는, 굳어지며 낮은) 아니, 난 알아야겠어.
은성 : (뭔가 달라진 분위기에 환 보는)
환 : 알아야겠으니까, 말해.
은성 : (속 얘기 피하려고) 돈 준다는데 싫다는 사람 있어요?
환 : 뭐?
은성 : (본 이유가 아니라 자신 없는 어조로) 돈 싫은 사람도 있냐구요.
환 : 결국 그거였어? (자기도 모르게 속마음 나오는) 나 맘 놓게 하고 무장해제 시키고 얻어낸 게 돈이었어? 이럴려고 그랬어, 너?
은성 : 내가 뭘요?
환 : 니가 날 (내가 널 좋아하게) 이렇게 만들었잖아!
은성 : (유산 얘기로 생각) 그쪽한테는 미안하지만... 내가 그쪽 걸 뺏는 건 아니에요, 할머니 뜻이죠.
나 같은 사람한테 기회 주는 이 회사... 할머니 뜻처럼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해보고 싶은 마음도 생겼구요.
환 : 회사를 운영하시겠다?
은성 : 나한테 이런 기회가 오게 만든 건 그쪽이에요. 할머니가 친 손자를 포기 하고 남한테 회사 맡길 생각하게 만든 거...
그쪽 탓이라구요.
환 : (멈칫하는)
은성 : 그래서... 미안하면서도... 안 미안해요.
환 : (또 충격 받는) !
은성 : (돌아서 가는, 마음 불편하다)
환 : (더 이상 어쩌지 못하고 멍하니 서있는)
S#5 주방 (저녁)
할머니와 은성만 마주 앉아있는 식탁. 은성, 저지르기는 했지만 바늘방석에 앉아있는 기분이다.
할머니 : (천연덕스럽게 식사하며) 내일 오전에 회사로 나와, 공장 출근하지 말고.
은성 : (아직 먹지 못하고) 네.
표집사 : (들어오는) 다들 저녁 생각이 없나 봅니다.
할머니 : 그래? 그럼 우리끼리 먹자. (먹는)
은성 : (맘 불편해 수저 못 들고 주저하는데)
할머니 : 이제 시작인데 벌써부터 밥숟갈도 못 들어? (가르치는) 큰 일 해낼 사람은 배포부터 키워야 한다.
은성 : 네... (먹고)
S#6. 몽타주 (밤)
-은성 방. 복잡한 얼굴로 들어오는 은성, 문에 기대고 후- 숨 내쉰다.
-환 방. 절망적인 현재 심정처럼 침대에 몸 내 던지듯 쓰러지는 환.
-영란 방. 불안하고 속상해서 왔다 갔다 하면서 머리 쥐어뜯는 영란.
-정 방. 침대에 앉아서 엉엉 울고 있는 정.
-할머니 방. 똑바로 누운 채 허공 쳐다보며 생각에 잠겨있는 할머니.
S#7. 환 집 외경 (다음날, 아침)
S#8. 영란 방
밤새 잠 못 이루고 설친 듯 피곤한 얼굴로 잠들어 있는 영란.
밖에서 노크 소리에 이어 ‘여사님! 여사님!’ 부르는 표집사 목소리 들린다.
영란 : (찡그리며 눈뜨는) 뭐야...
표집사 : (밖에서) 아침 준비 하실 시간입니다.
영란 : 아침? (열 받아 벌떡 일어나 앉으며) 안 해!-
S#9. 정 방
역시 맥 빠져서 늘어져 누워있는 정.
표집사 : (문 살짝 열고) 정아, 출근 안 하냐?
정 : (버럭) 내가 지금 출근하게 생겼어? (이불 확 뒤집어쓰는)
S#10. 2층 환 방 앞
노크하며 ‘환아’ 부르는 표집사, 안에서 아무런 대꾸 없자 문 열어 보려는데 잠겨있다.
S#11. 환 방
충격으로 멍하니 누워서 천정 쳐다보고 있는 환, 무기력의 극치다.
S#12. 사장실
할머니와 마주 앉아있는 박변. 박변, 지금까지와는 달리 팽팽하게 할머니에게 항의하는 분위기.
박변 : 고은성한테 전 재산을 주신다는 게 어떤 의민지 아십니까?
할머니 : 내 지분을 지켜야 내가 죽은 후에도 회사를 내 뜻대로 운영할 수 있잖나.
박변 : (기막힌) 저런 어린 여자애한테 회사를 넘기신다는 게 말이 됩니까?
할머니 : 유학 가서 짧게라도 경영공부 했고, 그동안 매장 공장 돌면서 기본 수업 받았고,
앞으로 두 달 안에 2호점 매출 증가로 능력 보여줄 건데, 왜 말이 안 돼?
박변 : 저 아이가 2호 점을 살릴 거라고 확신하시는 군요.
할머니 : (그렇다는) 장사가 꼭 마케팅이니 뭐니 이런 걸로 잘되는 게 아니거든.
박변 : (굳어서) 결국 저보고... 그 어린애 밑에서 일을 하라는 말씀이세요?
할머니 : 내가 언제 죽을 줄 알고 어린애야? (부탁하듯) 젊은 경영자 키운다 생각 하고 다독이며 도와줘.
박변 : 저한테 어떻게 이러실 수가 있습니까? 제가 이 회사 어떻게 키웠는데요!
민석이가 계획만 했던 중앙공급 시스템 제가 개발했습니다!
할머니 : 그래서 자네한텐 못 맡겨.
박변 : (멈칫하면)
할머니 : 중앙공급시스템은 한결 같은 설렁탕 맛을 지키는데 필요한 건데, 자네는 대량 생산해서 회사를 키울 생각만 하잖아.
박변 : (항의하는) 사업을 키우고 싶은 건 사업가의 본능일 뿐입니다.
할머니 : (고개 저으며) 자넨 야망이 너무 커. 회사를 키울 야망에 내 본 뜻은 잊고 말 거야.
박변 : (굳어지고)
할머니 : (짠한 마음으로) 태수 너는... 능력 있고 사내다운 추진력도 있는 멋진 놈이지만... 내 뜻하고는 안 맞아.
박변 : (결정적으로 거절당하고 충격 받는)
S#13. 사장실 앞
배신감에 화난 얼굴로 나오던 박변, 사장실로 오던 은성 보고 멈칫 선다.
박변 : (내 자리를 가로챈 아이다. 순간 매섭게 쏘아보는)
은성 : (고개 들다 박변 보는, 멈칫 서는)
준세(E) : 박태수 이사가 우리 아버지야.
은성 : (얼른 공손히 인사하며) 안녕하세요...
박변 : (동시에 감정 추스른다) 사장님 뵈러 왔군.
은성 : 네.
박변 : 그래, 뵙고 가요. (가는)
은성 : (좀 전의 매서웠던 눈빛 잘못 봤나? 갸웃하고 돌아서 사장실 문 노크하는)
S#14. 사장실
마주 앉아있는 할머니와 은성.
할머니 : 어제 큰일 겪어내느라고 초죽음 됐을 텐데 잠은 좀 잤냐?
은성 : (걱정에) 사장님도 못 주무셨죠?
할머니 : 죽으면 영원히 잘 잠... (하다) 사장님? 그래, 회사 일로 만났으니, (웃으며) 공사구분 정확해 좋다!
은성 : (멋쩍게 미소 짓고)
할머니 : 그래, 마음 준비는 된 거 같고, 당장 2호 점 점장 발령 내줄테니까 시작 해봐.
은성 : (놀라) 점장이요? 거기 점장님은요?
할머니 : 너 때문에 2호 점 점장 까내는 거 아냐. 둘째가져서 육아 휴직 신청 했어.
은성 : (안도하는) 아... (했다가) 그래도 경력도 짧고 나이도 어린 제가 어떻게 점장직을 맡아요?
할머니 : 점장 자리에 있어야 뭘 도모를 해도 하지. 매출 20프로 올리는 거, 쉬운 거 아냐.
은성 : 사장님이 믿을만한 점장님 발령 내 주시면, 그분 밑에서 뛰어 볼게요.
(그동안 뭔가 계획 있는 듯) 전 밖으로 뛰어다녀야 할 거 같은데 점장 일은 어림없어요.
할머니 : (끄덕이며) 믿을 만한 점장이라... (하다) 그럼 이준형 점장 어떠냐?
은성 : (반색하는) 우리 본점 점장님요? 그분이라면 제가 배울 것도 많고, 힘이 되 주실 거 같아요.
할머니 : 그래 본점이야 자리 꽉 잡혔으니까, 의사 타진해 보마.
은성 : 감사합니다.
할머니 : 2호 점은... 나한테 아주 의미가 큰 곳이야. 진성설렁탕을 진성식품으로 키울 결심을 하게 해준 곳이거든.
은성 : (그랬구나) 네...
할머니 : 거기를 매출 하락 핑계로 철수하거나 매각하는 건, 이사진들한테 내 경영 방침이 꺾이는 거야.
은성 : (새삼 어깨 무거워져서 보는)
S#15. 엘리베이터 앞
지갑만 들고 오던 승미.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은성 보고 놀라 멈춰 선다.
<11회 1씬에서>
고평중 : (백성희 보고 다가가는, 다급한) 은성이 지금 어딨어? 여기 있어?
백성희 : 미국에 있는 은성일 왜 여기 와서 찾아?
승미 : (큰일 저지른 뒤 첫 만남이다. 지레 쿵! 해서 멈춰서는)
은성 : (시선에 돌아보는, 승미 보고 뚝 굳어지고)
<12회 52씬에서 ‘승미 명의의 등기부 등본’>
승미(E) : 우리 처지 어렵게 된 거 알고 고모가 미리 주셨어. 그 돈으로 이 아파트 얻은 거야.
은성 : (승미도 아는 건지, 엄마한테 속은 건지, 긴가 민가다. 복잡한 시선으로 승미 보는)
승미 : (주위에 아무도 없다. 큰 맘 먹고 미소로 다가오는데)
은성 : (아는 척 안하고 고개 돌리는)
승미 : (예상 밖 반응에 멈칫하는데)
은성 : (엘리베이터 열리자 쓱 타버린다)
S#16. 엘리베이터 안
은성, 막 1층 누르는데 승미, 얼른 뒤따라 엘리베이터 탄다.
은성 : (승미 보고 멈칫하는)
승미 : (엘리베이터에 둘 밖에 없는 것 확인하고 아무 일 없었던 듯) 본사엔 웬일이야?
은성 : (담담한) 사장님 뵈러.
승미 : (궁금한) 같은 집에 살면서 회사까진 왜?
은성 : (여전히 앞 보며) 우리... 서로 모르는 사이로 지내기로 하지 않았니?
승미 : 여긴 아무도 없잖아... (하다 불길한 느낌에) 무슨 일 있니?
은성 : 응.
승미 : 무슨 일인데?
은성 : 넌 결혼할 사람하고 매일 통화 안 해? 너희 어머닌 할머니 손자랑 너 당연히 결혼할 걸로 알고 있던데.
승미 : (의아한) 환이 오빠 일로 할머니 만나러 온 거야?
은성 : (승미 보는)
백(E) : 승미는 환이가 전분데, 너 때문에 결혼 못하면... 니가 승미 인생 찢어놓는 거라구.
은성 : (엘리베이터 문 열리자) 어머니한테 전해 드려. 나 때문에 니가 그 사람 하고 결혼 못할 일은 없을 거라구. (내린다)
승미 : (뭔가 이상한 느낌에 굳어지는)
S#17. 승미 집 거실 / 영란 방
출근차림으로 핸드폰 하고 있는 백성희.
백성희 : (짜증스럽게) 분명 그 집에 있었다는데, 당신이 자원봉사 말만 믿고 그냥 와버렸잖아! 그러니까 당신이 책임지고 찾아 내!
(끊는, 속 타는 듯 물 마 시고 다시 핸드폰 하는, 잠시) 어 영란아, 어제 일 어떻게 됐나 해서. 그 아이, 나갔니?
영란(휠) : (기운 없는) 나가긴! 되려 우리가 쫓겨나게 생겼어.
백성희 : (놀라) 그게 무슨 말이야?
S#18. 영란 방 / 승미 집 거실
침대에 늘어져 누운 채 이마에 끈 동여매고 통화하고 있는 영란.
영란 : 박변 몰래 변호사까지 바꿔서 유언장을 새로 작성해 오셨다니까?
S#19. 승미 집 거실
경악한 얼굴로 핸드폰 끊는 백성희.
백성희 :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은성이한테 정말 전 재산을 물려 준다구? (열 올라 벌떡 일어서며) 이 양반 돈 거 아냐?
(기막혀) 유언장까지 썼어?
S#20. 2호점 앞
다가오는 은성, 2호 점 바라다본다. 뭔가 해내야 할 곳이다.
멈춰 서서 주변 돌아보는 은성, 옆 건물은 뭐가 있고 맞은편에는 뭐가 있는지 유심히 살핀다.
S#21. 2호점
설렁탕 한 그릇 놓고 먹으면서 매장 분위기 살피는 은성, 수첩에 메모도 한다.
S#22. 준세 레스토랑 뜰 입구
얘기하고 있는 준세와 혜리.
혜리 : 선우정씨한테 전화해 볼까요? 오늘만 무단결근인지 아예 그만 두는 건지.
준세 : (예상했다는 듯) 그냥 둬요, 내일 보면 알겠죠.
은성 : (들어온다) 혜리야.
혜리 : (보고 놀라) 고은성, 너 이 시간에 웬일이야?
준세 : 오늘 출근 안했어?
은성 : 나... 두 사람한테 할 얘기 있어요.
준세, 혜리 : (서로 쳐다보고 다시 은성 보며) 우리한테?
S#23. 레스토랑 일각
놀란 얼굴로 은성 쳐다보는 준세와 혜리.
혜리 : 우와! 그러니까 니가 진짜 할머니 유산을 받는 거야? 할머니 말이 정말이었던 거야?
준세 : (역시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은성 보는)
은성 : 두 사람한테 아무 얘기 없이, 상의도 안하고 결정해서 미안해요.
혜리 : 야 무슨 그런 걸 상의를 해? 은성아, 이게 정말 웬 떡이니? (흥분해서) 아- 어뜩해, 어뜩해! 내가 막 떨려.
손님 : (들어온다)
혜리 : (손님 보고) 어서 오세요- (일어서며) 은성아, 나 일해야 하니까 있다 자세히 말해줘. (가면서도 신기한 듯 돌아보고 가고)
은성 : (수고하라고 손들어 보이고 준세 보는) 오빠 놀랐죠?
준세 : (믿기지 않는 듯 웃으며) 어, 너무 놀라운 일이라 무슨, 말이 안 나온다.
은성 : 축하도 하지 말고, 뭐라고도 하지 마요. 오빠 할머니 손자 손녀랑 어려서부터 아는 사이라 곤란할 거에요.
준세 : (궁금한) 근데... 왜 그런 결심을 한 거야?
은성 : (보면)
준세 : 니 성격에 쉬운 결정 아니었을 거 같은데.
은성 : 첫째는, 내가 받지 않아도 할머니가 가족들한테 유산 물려주실 생각이 없으신 걸 알았기 때문이구요...
준세 : (뜻밖인) 그런 생각이셨대?
은성 : (끄덕이고) 그리고 할머니 유산을 받고 싶은... 몇 가지 이유가 생겼어요.
준세 : (? 보면)
은성 : 날 믿어주신 할머니 뜻대로 회사 운영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구요, 누군가의... 욕심도 꺾고 싶어요.
준세 : 그게 무슨 말이야? 누군가의 욕심이라니?
은성 : (대답 피하며) 그래서 나요... 2호 점, 어떡하든 해낼 거에요.
준세 : (뭔가 의아한 듯 보는)
S#24. 레스토랑 앞
은성 배웅하러 나오는 준세.
준세 : 그럼 내일부터 바빠지겠구나.
은성 : (환 가족들 때문에 가슴 한 켠 무겁다. 끄덕이는)
준세 : 마음이 좋지만은 않구나?
은성 : (보면)
준세 : (걱정에) 마음이 무거워 보여.
은성 : (얼른 장난처럼) 에이, 그런 말 말고, 잘하라고 해주지?
준세 : 응?
은성 : 잘해, 고 은성! 넌 할 수 있어!... 드라마에 잘 나오는 거 있잖아요, 아자 아자 파이팅! (하다) 너무 유치하다...
준세 : (복잡한 은성 마음 느끼고) 너 잘 할 거야. 그리고 당연히 잘해야지.
은성 : (? 보면)
준세 : 망설이는 건 결정하기 전에 하는 거야. 어떤 이유로든 너 어렵게 결정했고, 할머닌 너보다 더 어려운 결단 내리셨는데,
실패하면 되겠어?
은성 : 그쵸?
준세 : (장단 맞춰주는) 그런 거 같은데?
은성 : (웃으며 끄덕이고) 오빠 같은 사람이 옆에 있어서 정말 좋아요.
준세 : (멈칫하는)
은성 : 갈게요! (돌아서 빨리 가는)
준세 : (은성 말에 뭉클해져서 보는데 핸드폰 울린다. 꺼내서 보면 ‘아버지’다)
S#25. 술집
식당 겸 술집 정도의 작은 술집. 들어오는 준세.
박변, 혼자 소주 마시고 있다. 반 이상 비어있는 소주병 놓여있고 막 잔 들어 마시는 박변.
준세 : (놀라 다가가며) 아버지.
박변 : (보는) 왔냐, 아들...
준세 : (앉으며) 아버지 실연당했어요? 왜 낮술을 마셔요? 더구나 혼자서.
박변 : 준세야, 니 애비 헛살았다.
준세 : 네? (뭔가 이상한) 아버지 갑자기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박변 : 장사장이 내 뒤통수를 쳤다.
준세 : (은성 얘기구나!... 굳어지는)
<시간 경과>
준세에게 분노와 배신감 토로하고 있는 박변.
박변 : 환이한테 갈 돈을 주시는 거면 상관없다, 어차피 걔들이 받을 유산이니까. 하지만 회사는 달라.
준세 : (난감한 눈으로 아버지 보고 있는)
박변 : 장사장은 능력 보다 품성을 더 믿는 사람이야. 진작에 니가 회사에 들어왔으면 적어도 저런 아이한테 경영권 뺏기는
우스운 꼴은 안 당했어!
준세 : (당혹스런) 아버지, 저 회사에 아무 관심 없는 거 아시잖아요.
박변 : 지금도 늦지 않았어, 너... 당장 우리 회사에 들어와.
준세 : (놀라) 아버지?
박변 : (분한 듯) 내가 20년 넘게 몸과 마음을 바쳐 키운 회사를, 애송이 계집아이 한테 넘겨주란 말이냐?
(부탁하는) 너라면 장 사장 마음 바꿀 수 있어. 유언장이야 살아있는 동안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거 너도 알잖냐?
준세 : (난감한) 아버지.
박변 : (간절한) 이제라도 준세야, 애비를 위해서 회사에 들어와 다오.
준세 : (당혹스럽게 아버지 보는)
S#26. 환 방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여전히 시체처럼 누워있던 환, 벌떡 일어선다.
S#27. 거실
슈트로 빼입고 화난 걸음으로 내려오는 환, 할머니 방 쪽으로 간다.
표집사 : (주방 쪽에서 보고 나오며) 환아, 밥 먹어야지.
환 : (할머니 방으로 들어가는)
표집사 : (거친 기색에 어? 따라가는)
S#28. 할머니 방
거친 손길로 문갑 서랍 뒤지고 있는 환, 없자 다른 서랍 뒤진다.
표집사 : (들어온다, 놀라) 환아, 뭐하는 거냐?
환 : (동시에 서랍에서 자기 차 키 꺼내드는)
표집사 : (놀라 나무라는) 환!
환 : (서운함에) 아저씨도 그래서 걔한테 반말 안하고 존대 쓴 거였어? 할머니 대신해서 아저씨가 모실 사장님이라서?
표집사 : (맞는 말이지만 달래듯) 환아.
환 : (배신감에 쏘아보고 휙 나가는)
표집사 : (안타까워) 환아!- (따라 나가는)
S#29. 환 집 앞
자기 차 타고 붕- 출발하는 환.
S#30. 거리
분노와 배신감으로 꽉 차서 거칠게 운전하는 환.
<13회 1씬에서>
유변 : 진성 식품 주식을 포함한 장숙자 사장님 명의의 모든 동산, 부동산은 장숙자 사장님께서 돌아가시면
고은성씨가 물려받게 됩니다.
은성 : 할머니가 주신 기회... 감사히 받겠습니다.
<13회 4씬에서>
은성 : 할머니가 친 손자를 포기하고 남한테 회사 맡길 생각하게 만든 거... 그쪽 탓이라구요.
<13회 1씬에서>
할머니 : 나 죽을 때까지 이 집서 먹고 잘 수는 있으니까, 니들 미래 계획해서 알아서들 살아.
환 : (눈물 어리는, 있는 대로 액셀 밟고 나가고)
S#31. 주방
거의 탈진한 듯 맥 빠져서 식탁에 나란히 앉아서 밥 먹고 있는 영란과 정.
표집사, 앞에 다른 반찬 정도 놓아준다.
정 : 오빠는 기운도 좋다, 어제 저녁부터 굶고 어딜 나갔을까.
영란 : 열 살만 젊었으면 나도 뛰쳐나갔어.
표집사 : (식탁 구석 자리에 앉아 다 먹기 기다리며 책 읽는)
정 : (먹으며) 엄마, 집이 우리 집이 아닌 거 같애.
영란 : 모든 동산 부동산을 다 고은성한테 줘? (수저 탁 놓으며) 어쩜 이 집까지 걔한테 줄 생각을 하셔?
정 : 아냐 엄마, 내가 진짜 밤새 자다 깨다 자다 깨다 하면서 생각해 봤는데, 이거 할머니 쑈 같애.
영란 : 쑈?
정 : 어떻게 우리를 알거지로 내쫓을 수가 있어? 할머니가.
영란 : 유언장 못 봤어?
정 : 지난 번 유언장 찢는 거 보니까 유언장은 막 바꿔도 되는 거 같든데 뭐.
영란 : (솔깃해서) 표집사는 이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표집사 : 어르신께서 이미 한 달 전에 통보 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영란 : 한 달 전 그 딴 거 말구, 어머니가 진짜로 손자 손녀 며느리는 손가락만 빨게 하실 거 같냐구!
표집사 : 어르신 모신 십수년간 허튼 말씀하시는 거 들어본 적 없습니다.
영란 : (덜컥하는) 그럼 표집사는 한 달 전부터 지금까지 내내 그렇게 믿고 있었단 말야?
표집사 : 네.
정 : (황당한) 아저씨! 근데 왜 우리한테 진짜라구 말을 안 해 줬어?
영란 : (화내는) 진짜 왜 말 안했어?
표집사 : 물어 보신 적이 없습니다.
정 : (밥맛 뚝 떨어진다. 젓가락 놓으며) 엄마 우리 어떡해?
영란 : (겁에 질려) 표집사, 우리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표집사 : 오늘 하루는 봐드렸지만 내일부턴 하시던 대로 하셔야 합니다.
영란 : 하든대로 뭘?
표집사 : 살림이요, 빨래가 세탁기 가득입니다.
영란 : (확 오르는) 우리 전 재산은 엉뚱한 애한테 뺏기고 걔한테 넘어갈 집에서 살림이나 하라구?
표집사 : 다른 복안이 없으시면 그렇게 하셔야 합니다.
영란 : (젓가락 탁 놓으며) 아니? 절대 그렇게 못해! 안 해! 복안? 있어!
정 : 엄마 무슨 방법 있어?
영란 : 표집사 좀 나가 있어!
표집사 : (? 보면)
영란 : 표집사 보면, 어머니 보는 거 같아서 밥도 안 넘어가니까 나가 있으라구! 일단 밥은 먹어야 할 거 아냐!
표집사 : (그 말에 서운해지는)
S#32. 영란 방
들어오는 영란과 정.
정 : (솔깃해서) 엄마 엄마 뭔데?
영란 : 뭐가 뭔데 뭔데야?
정 : 복안 있다며? 복안이 뭐 좋은 생각 있다, 그거 아냐?
영란 : (시무룩하게 앉으며) 있긴 뭐가 있어. 복안도 다 돈이 있어야 생기는 거야.
정 : (황당한) 그러면서 왜 있다구 뻥뻥 큰소리 쳐?
영란 : (버럭)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는데! 인간 오영란이가 요리사한테 밟히고 가만있어 그럼?
정 : 엄만 엄마 돈이 그렇게 없어? 외할아버지한테 물려받은 거 다 어쨌어?
영란 : (풀죽어) 집 판 거랑 현금이랑 다 주식으로 날렸잖아...
정 : 할머니 통장 관리할 때 삥땅도 안 쳤어?
영란 : 뭐하러 쳐? 삥땅도 다 몰래 돈 쓸데가 있을 때 치는 거야.
정 : 아우 진짜 무슨 엄마가 이러냐? 어디서 돈 구할 데 없나?
영란 : 돈 있으면 뭐하게?
정 : 집 나가야지!
영란 : 집 나가서 뭐하게?
정 : 엄만 그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 우리 셋 다 확 집 나가서 할머니랑 끝이라 그래봐, 할머니가 괜찮겠어?
영란 : (솔깃해지는) 할머니하고 연을 끊자구?
정 : 끊는 척 하는 거지! 할머니 돈 아님 엄마랑 오빠랑 내가 꼼짝도 못할 줄 알고 이러는 거잖아.
아무리 회사가 중요해도 우리 셋하고 인연 끊는 거 보다 중요하겠어?
영란 : (그럴싸하다. 갸웃 생각하고)
S#33. 거리
터질듯 한 기분으로 운전하던 환, 도심 한복판 밀리는 차들 속에 갇혀있다.
안 그래도 죽겠는 기분에서 더 짜증 오르는 환, 답답한 듯 셔츠 단추 두 개 풀며 주위 둘러본다.
나이트클럽과 비즈니스 클럽, 바 등 유흥업소 간판 빡빡한 건물들 속에서 검도장 간판 눈에 들어온다.
차들 조금 빠져나가기 기다려 그쪽으로 휙 핸들 꺾는 환.
S#34. 건물 앞 주차장
건물 입구에 각각의 유흥업소 웨이터나 삐끼들 모여서 잡담하고 있는 건물 앞.
들어오는 외제차 보고 유흥업소 주차요원 둘, 달려 나온다.
그 쪽이 목적지가 아닌 환, 무시하고 주차하려고 휙 전진하는데...
뛰어오며 발레파킹 시켜줄려고 차 세우라고 손짓하는 주차 요원.
아니라고 손짓으로 막으면서 후진하다가 뒤쪽 못 보는 환,
막 주차 선에서 빠져나오던 낡은 국산 소형 승용차 앞 범퍼와 가볍게 부딪힌다.
쿵 소리에 놀라 멈추는 환, 백미러로 보면 뒤에 차 있다.
낭패스럽게 아... 하는데 차에서 내리는 뒤 차 운전자(40대 남).
가뜩이나 기분 안 좋은 환, 차 약간 앞으로 빼고 있는 대로 짜증난 얼굴로 차에서 내리는데
접촉사고 보고 모여들던 주차요원들과 웨이터들, 명품 슈트 차려입고 내리는 환 훑어본다.
주차1,2, 웨이터 : (동시에 인사하는) 어서 오십시요!
운전자 : (다가오며) 아니 차 나오는 거 못 봤어요?
환 : (일단 차로 가서 보면 자기 차는 멀쩡하고 뒤차는 살짝 찌그러져 있다)
운전자 : (속상한) 범퍼 찌그러졌네.
환 : (주차 요원들 보며) 니들 땜에, (하는데)
주차1 : (얼른 편들어주는) 이 아저씨 과실이에요.
환 : (멈칫하는)
운전자 : 뭐요?
주차2 : 이 분이 먼저 후진하는데 아저씨가 그 담에 나왔으니까 아저씨 과실이죠.
운전자 : (황당한) 아니 이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분명히 내가 먼저,
웨이터 : (얼른 나서며) 아저씨 나도 봤는데 우기시네?
운전자 : (화나는) 이 사람들이 진짜?
환 : (분명히 내가 실수 했는데? 벙해서 이쪽저쪽 보면)
주차2 : (환 차 뒤 범퍼 만지며) 아이구 여기 긁혔네.
운전자 : (당황해 보며) 긁히긴 어디가 긁혀? 멀쩡 하구만.
환 : (민망하다) 아저씨 얼마 주면 돼?
운전자 : (분위기에 눌려 어쩔 줄 모르는데)
웨이터 : 아저씨 운 좋네? 이 손님이 이 차 뒷범퍼 갈아달라시면 돈백으로 안될걸?
손님 : (어쩔 수 없이) ...십만 원만 줘요.
환 : (돈 주려고 지갑 꺼내 탁 여는데 7만원 들어있다. 으... 어쩔 수 없이 7만원 통째로 꺼내 내밀며) 자요!
웨이터 : (옆에서 7만원 꺼내고 빈 지갑에 카드 하나 안 꽂혀있는 썰렁한 지갑 보는, 어? 환 쳐다보는)
손님 : (받아서 세는) 7만 원인데...
환 : 계좌번호 적어줘요.
손님 : (수첩과 펜 꺼내 계좌번호 적는 사이에)
웨이터 : (김샜다는) 야 가자, 쟤 기사야.
환 : (지갑 넣다가 멈칫, 돌아보는)
웨이터 : (뻔하다는, 자기 업소 가리키며 빈정대듯) 여기 안 들어가실 거죠? 기사님.
환 : (그렇지만 확 올라서 보면)
웨이터 : 참내... (재수 없다는 듯 돌아서는)
환 : (모멸감에 노려보고 섰고) ...
S#35. 승미 집 거실 (저녁)
놀란 얼굴로 백성희 쳐다보는 승미.
승미 : 할머니가 은성이한테 전 재산을 주신다구?
백성희 : 유언장까지 작성 했다더라.
승미 : 아니 어떻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그럼 환이 오빤?
백성희 : 내 말이!... (화나서) 도대체가 백년 묵은 구렁이 보다 속이 더 시커먼 노인네야. 속을 들여다 볼 수가 없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승미 : (환이 걱정에) 그럼 환이 오빤 어떻게 되는 거야?
백성희 : 뭘 어떻게 돼? 정말 은성이가 그 2호점인지 뭔지 성공하면 환이는 완전 빈털터리 되는 거지.
승미 : (기막혀) 오빠 어떡해...
백성희 : 니가 지금 환이 걱정할 때야? 환이 그렇게 되면 니 신세가 닭 쫓던 개야.
승미 : (불쑥 생각난 듯) 그래서 은성이가 낮에 회사에 왔었구나.
백성희 : 은성이가 회사에 왔었어? 그래서 만났어?
승미 : 어. (하다) 엄마 혹시 은성이랑 무슨 일 있었어요?
백성희 : (흠칫해서) 무슨 일?
승미 : 은성이가 좀 이상해서.
백성희 : 이상하다니, 뭐가?
승미 : 나 대하는 것도 싸늘하고, 엄마한테, 자기 때문에 내가 오빠하고 결혼 못할 일은 없을 거라구, 그렇게 엄마한테 전하래.
백성희 : (놀라) 뭐?
승미 : 그게 무슨 뜻이야?
백성희 : (혹시 은우 얘길 했나?) 그 말 말고 다른 말은 없었구?
승미 : 없었어, 환이 오빠 유산 뺏기로 해서 그런지 나하고 거리 두는 거 같았어.
백성희 : (둘러대는) 우리 관계 할머니한테 말하지 말아 달랬던 거, 안 하겠단 뜻이 겠지...
(갸웃하는, E) 유산은 지가 받으면서 생색까지 내?... (하다 굳어지고)
S#36. 영석 바 (저녁)
피아노 치고 있는 은우. 손님 서너 테이블, 은우 연주 듣고 있다.
한쪽에 놓인 컴퓨터로 자폐아의 특징 등 자폐관련 검색해서 읽어보고 있는 영석.
영석 : (끄덕이며) 그러니까 쟤는 희로애락이 우리랑 다르다, 이거지...
환 : (들어오는, 피아노 소리에 멈칫, 은우 보는, 뭐야? 건성 보고 다가오는)
영석 : (갑작스런 등장에 놀라 은우 보고 환 보며) 야 환, 웬일이냐?
환 : 쟨 뭐냐?
영석 : 어 쟤? 내 이종 사촌 조카야. 사촌 누나가 매형 부도내고 같이 도망 다니면서 애 좀 맡아달라고 덥썩 놓고 가서
억지로 떠맡았다.
환 : (자기 상황이 힘든지라 관심 없는) 됐고, 술 좀 가져와.
영석 : 술? 뭘로?
환 : 쎈 거 가져와. 외상이다.
영석 : 외상? (하다 조심스레) 야 외상은 한 달만 주기로 했는데...
환 : 장사 잘 되는구만 엄살 좀 그만 부려라 자식아.
영석 : 그래 그래 알았다, 알았어. (주방으로 가며) 할머니 진짜 세게 나오시네. (돌아보면)
환 : (복잡한 마음으로 은우 쪽 보고 있는데 핸드폰 울린다)
S#37. 승미 집 거실 (밤)
백성희,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는데 외출복 차림으로 급하게 방에서 나오는 승미.
승미 : (급한) 엄마, 나 환이 오빠 만나러 가요. (현관으로 가는)
백성희 : (보며) 환이 어디라는데?
승미 : 술 마시나 봐. (나가는)
백성희 : (기막힌 듯) 술? 있는 재산 다 뺏기게 생겼는데 술로 풀어? (답답한) 할머니 꺾을 생각을 해야지!
S#38. 영석 바 앞 (밤)
택시에서 내리는 승미.
S#39. 영석 바 (밤)
양주 반병 마시고 손으로 머리 짚고 있는 환. 은우, 여전히 피아노 치고 있다.
영석 : (얘기 다 들었다. 자기 계산속으로) 그럼 너 진짜 개털 되는 거냐?
환 : (취한 눈으로) 자식 피아노 잘 치네...
영석 : (기막혀 고개 돌리며 혼잣말) 완전 현대판 왕자에서 거지로구나.
환 : (마치 들은 듯) 너도 조카라고 저렇게 미성년자 부려먹다 가게 문 닫고 내 꼴나 임마...
영석 : 어? (10시 15분 가리키는 시계 보는) 시간이 이렇게 됐네? (얼른 피아노로 가서 은우에게) 자 그만하고 햄버거 먹자.
은우 : (뚝 멈추는) 피아노 치면 햄버거 못 먹는 거야...
영석 : (그새 교육 시켰다) 옳지! 들어가자.
은우 : (순순히 영석 따라 돌아서면)
승미 : (들어온다. 환 밖에 관심 없어 영석과 안쪽 방으로 가는 은우 뒷모습에 시선 스치지만 알아보지 못 본다. 다가오며 맘 아픈)
오빠...
환 : (보는, 웃으며) 빨리도 왔다.
승미 : (앉으며) 얘기 들었어... 그래도 술 많이 안 마셨네?
환 : 속이 너무 비었나, 안 들어가네... (차 키 내밀며) 운전 좀 해라.
S#40. 거리 + 환 차 안 (밤)
운전하는 승미. 환, 옆에 앉아서 속 안 좋은 듯 눈감고 있다.
승미 : (걱정스런) 속 괜찮아?
환 : 차 좀 세워줘.
승미 : (? 보는, 옆으로 차 세우면)
환 : (차에서 내리는, 한쪽으로 가서 토악질하는)
승미 : (놀라서 뒤이어 내려서 환에게 가는) 오빠 괜찮아?
환 : (보이기 싫은, 가라는 손짓하며) 오지 마!
승미 : (얼른 차에서 생수병 들고 다가가는, 울컥해서) 뭐가 어때서? (등 두드려 주며) 오빤 나한테 약한 모습 보이는 거
너무 싫어해. 난 괜찮은데.
환 : (멈칫하는)
승미 : 자. (생수병 주고 차 쪽으로 돌아서 주고)
환 : (입 헹구고 돌아서는)
승미 : (손수건으로 닦아주며) 하루 종일 굶고 술을 마시니까 이러지...
환 : (그런 승미 찡한) 너라도 있어서 참 다행이다.
승미 : (찡해지는) 오빠...
환 : (자조적인) 걔가 그랬거든, 할머니 아니면 난 아무 것도 아니라구.
승미 : 누구? (하다) 고은성?
환 : (끄덕이며) 근데... 그 말이 맞아.
승미 : (맘 아파) 아니야... 오빠, 아무 것도 아닌 사람 아냐... (환 안아주는)
S#41. 환 집 뜰 (밤)
터덜터덜 들어오던 환, 문득 멈춰 서서 집 바라본다.
S#42. 환 집 뜰 (회상, 10년 전)
고등학생 환과 중학생 정, 젊은 차림새의 영란, 할머니와 대문 들어선다.
할머니 : 어떠냐?
셋 : (와- 놀라서 집 쳐다보는)
영란 : 어머니 너무 좋아요?
정 : 이게 정말 우리 집이야?
할머니 : 환이는?
환 : (맘에 드는) 이렇게 깜짝쇼 할려구 집 짓는 거 안 보여준 거야?
할머니 : 맘에 드는지부터 말해 인석아.
환 : (할머니 껴안으며) 알면서 물으시나...
할머니 : (웃으며) 할미가 이렇게 무리해서 마당 넓은 집 지은 거, 다 너 때문이야.
환 : (할머니 보면)
할머니 : 나중에 환이 니 아이들 이 마당에서 맘껏 뛰어 놀며 크게 할려구.
환 : (머쓱해서) 그게 언젠데?
정 : 할머니, 난!
할머니 : 넌 결혼해서 니 신랑 집으로 가야지. (환 어깨 다독이며) 너도 니 애비처럼 아들 하나 딸 하나 낳아 여기서
이쁘게 키워 봐.
환 : (멋쩍게 웃는)
S#43. 환 집 뜰 (밤)
기막힌 심정으로 집 바라보는 환, 그 위로...
유변(E) : 진성 식품 주식을 포함한 장숙자 사장님 명의의 모든 동산, 부동산은 장숙자 사장님께서 돌아가시면
고은성씨가 물려받게 됩니다.
환 : (기막히다. 비틀거리며 적당한 자리로 가서 그대로 누워버리는, 눈감는)
S#44. 뜰 일각 (밤)
집에서 나와서 환이 누워있는 위쪽 테이블로 걸어오는 할머니. 표집사, 뒤에서 찻잔 쟁반 들고 따라 나온다.
위쪽에서는 아래쪽에 누워있는 환이 안 보이는 상태.
할머니 : (앉으며) 아직까진 밤에는 선선하구나.
표집사 : (찻잔 내밀며) 예, 장마 지날 때 까지는요.
할머니 : 해마다 장마가 오고, 무더위가 오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는데...
우리 환이 놈은 언제까지 이 삶의 진리를 거스르고 살아갈꼬...
표집사 : (조심스레) 오늘 일은 환이를 이해해 주십시오.
S#45. 뜰 일각 (밤)
취기로 누운 채 살짝 잠들었던 환, 두런거리는 말소리에 잠에서 깬 듯 눈꺼풀 움직인다.
할(E) : 이해는 해도, 용납은 못하지. 어디서 감히 차 키를 꺼내 가!
환 : (눈 번쩍 뜨는)
할(E) : (안타까운) 내가 왜 은성이한테 회사를 맡기는 지는 못 깨닫고 그저 분하고 억울한 줄만 아는 못난 놈...
환 : (뚝 굳어진다)
S#46. 뜰 일각 (밤)
표집사와 얘기하고 있는 할머니.
할머니 : 그래도 지 애비 닮았을 줄 알았는데, (추억처럼) 민석이도 고등학교 때 까지는
쌈질 꽤나 하고 성깔도 칼칼한 놈이었거든...
표집사 : (그저 듣고 있는) ...
할머니 : 그래도 민석인 사람 귀한 줄은 알았어.
S#47. 뜰 일각 (밤)
소리 날까봐 일어나지도 못하고 누운 채 할머니 말소리 듣는 환, 그 위로...
할(E) : 지 애비 자식인데, 좀 늦게라도 그 모습이 돌아오겠지 기다렸는데... 점장한테 돈 뿌린 걸 아는 순간 환이 포기했네.
환 : (포기란 말에 쿵... 하는)
할(E) : 이놈은... 구제불능이구나.
환 : (눈물 어리는)
S#48. 뜰 일각 (밤, 이하 커트 백으로)
앉아서 할머니 얘기 듣고 있는 환, 비참함에 이 악물고 있다.
할머니 : 은성이 보면서, 내 손자가 저런 아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은성이 반이라도 닮았으면...
환 : (은성과의 비교에 이 악물고 참던 눈물 주르륵 흐르는)
S#49. 환 방 (새벽)
열린 드레스 룸 앞에 서있는 환. 명품 슈트들 수십 벌 쫙 걸려있다.
서랍 열어보는 환, 역시 명품 시계와 벨트, 커프스 버튼 등 빼곡하게 들어있다, 그 위로...
은성(E) : 할머니 돈 빼면 뭐가 있는데? 가진 게 없으니까 돈으로 건방 떨면서, 뭐? 평생 남한테 고개 숙일 일 없을 거라구?
웃기지 마!
<프래쉬 컷>
-7회 27씬에서 ‘환이가 불러서 지갑도 안 갖고 나왔다던 친구’
-13회 34씬에서...
주차1,2, 웨이터 : (동시에 인사하는) 어서 오십시요!
웨이터 : (김샜다는) 야 가자, 쟤 기사야.
웨이터 : (뻔하다는, 자기 업소 가리키며 빈정대듯) 여기 안 들어가실 거죠? 기사님.
환 : (현재, 할머니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닌 자기 현실 재확인하고 굳어있고)
S#50. 형진 공사장 (밤)
서 있는 고평중. 형진, 다가온다.
형진 : (타박하는) 아저씨 사람이 왜 그래요?
고평중 : 미안합니다, 사정이 좀 있었어요.
형진 : 아저씨 뭐 착각하는 모양인데, 제가 아저씨 일 좀 해주세요- 이런 상황이 아니거든요?
고평중 : 압니다, 미안하게 됐어요.
형진 : 준세 형 봐서 이번 한번 그냥 넘어가는 거니까, 내가 전화하랄 때 꼬박꼬박 전화 하셔야 돼요?
고평중 : (뭔가 기운 차린 듯) 예, 그럽시다!
S#51. 준세 집 외경 (다음날, 아침)
S#52. 준세 집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찌푸리며 눈뜨는 형진.
준세, 복싱 글러브 들고 스포츠 가방에 복싱 복 챙겨 넣고 있다.
형진 : (일어나 앉으며) 간만에 복싱 가네?
준세 : 어.
형진 : 참 그 염치 좋은 아저씨 다시 출두 하셨드라.
준세 : (기분 저조한) 막대하지 말고 잘해 드려라.
형진 : (기색 살피며) 형 무슨 일 있어?
준세 : (말없이 나가는)
형진 : (갸웃하는) 복싱에 침묵에, 저 형 저러는 건 무슨 일 있는 건데...
S#53. 체육관
스파링 상대와 복싱하고 있는 준세, 땀에 젖어 몰두하고 있다.
<프래쉬 컷- 준세 복싱 사이사이로...>
은성 : 할머니 유산을 받고 싶은... 몇 가지 이유가 생겼어요.
박변 : (간절한) 이제라도 준세야, 애비를 위해서 회사에 들어와 다오.
은성 : (얼른 장난처럼) 에이, 그런 말 말고, 잘하라고 해주지?
박변 : (부탁하는) 너라면 장 사장 마음 바꿀 수 있어.
은성 : (웃으며 끄덕이고) 오빠 같은 사람이 옆에 있어서 정말 좋아요.
아버지의 야망과 은성의 행운 사이에서 괴로운 준세, 혼란스런 생각 떨쳐내듯 미친 듯이 복싱에 열중하고...
S#54. 환 방
‘오빠!-’ 하며 들어오는 정, 잠 잔 기척 없는 침대보고 어? 놀라서 나간다.
S#55. 영란 방
큰 트렁크에 옷 싸고 있는 영란.
정 : (들어오며) 엄마, 오빠 어제 안 들어왔나 봐.
영란 : 안 들어왔어?
정 : 어, 침대 그대로 던데?
영란 : 잘됐다, 우리가 나가서 전화하자.
정 : 알았어, 나두 얼른 가서 짐 쌀게. (나가는)
S#56. 사장실
출근 차림으로 들어오던 할머니, 놀라 멈칫 선다. 미리 와서 회의 테이블에 앉아있는 환.
할머니 : (영문 몰라) 아니 너? 집 뛰쳐나갔다면서 회사엔 웬일이냐?
환 : 드릴 말씀 있어서.
할머니 : 그래?... 해 봐. (테이블에 앉는)
환 : (다시 앉는) 나도 보내줘.
할머니 : 어딜? (하다 지레짐작) 너 아직 정신 못 차렸냐? 미국 갈려면 니가 돈 벌어 가!
환 : (기막힌) 할머니 눈에 내가 그 정도로 등신으로 보여? 할머니한테 미국 보내 달랠까봐?
할머니 : 그럼 어딜 보내 달라는 거야?
환 : 2호점.
할머니 : (놀라) 2호점?
환 : 나한테도 다시 기회 달라구, 이제부터 제대로 회사 일 배울 테니까,
할머니 : (말 자르며) 너무 늦었어.
환 : (부탁하는) 할머니!
할머니 : 너한테 이미 충분히 기회 줬어. 너라면 벌벌하든 할미가 미국 유학까지 중단시켜 가며 회사 일 배우라고 했을 때
너 어뜩했냐?
환 : 그땐 할머니 생각을 정확히 몰랐잖아.
할머니 : (냉정하게) 너 이제 와 이러면 더 실망스러워!
환 : (멈칫하는)
할머니 : 할미 너 겁주려고 은성이 앞으로 유언장 쓴 거 아냐.
환 : 조건은 왜 걸었어, 그럼!
할머니 : 이 놈 자식이 귓구멍에 솜을 틀어막고 있었나? 니들하고 이사진들 입 막을려고 그랬다잖아!
환 : 나 하는 거 보고도 할머니 마음 안 바뀌면, 그때 할머니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잖아.
할머니 : (맘 안 좋은) 헛꿈 꾸지 마, 할미 결정 끝났어.
환 : (간절한) 할머니 나 완전히 버린 거 아니면, 이 부탁은 들어줘야 해.
할머니 : (멈칫하는)
환 : 내가 정말 할머니 손자라면...
할머니 : (뜻밖인 듯 환 보면)
환 : (절박한) 나중에 할머니 마음이 바뀌든 안 바뀌든 하게 해줘. 여기서 이대로, 이런 식으로 밀려나면,
내가 어디서 뭘 하고 살아? 사내자식이! 어? 이럴 줄 몰랐는데 이런 일 생겼어! 그렇다구 그냥 두 손 놓고 나가 떨어져?
할머니 : (재확인 시켜 주는) 환아, 할미 마음 안 변해.
환 : 그래 좋아! 고은성 줘!
할머니 : (멈칫하는)
환 : 그래도 2호 점 일 하게 해줘. 나 이대로 정말 다른 거 못해요.
할머니 : (손자다... 어쩔 수 없지만 여전히 냉정한) 유언장 뒤집는 기대는 하지 마.
환 : 내가 기대한다고 해줄 할머니야?
할머니 : (갈등하며 보는)
S#57. 2호점 외경
S#58. 2호점 점장실
서서 인사 나누는 은성, 이점장, 수재.
점장 : 이렇게 다시 만나서 반가워요, 은성씨.
은성 : 저두요, 점장님. 수재씨두요.
수재 : (기분 좋은) 제가 2호점 살리기 특별팀으로 차출됐다니, 완전 가문의 영광이에요.
점장 : 우리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장님 생각해서 한번 제대로 해봅시다.
은성 : 미 투!
수재 : 미 쓰리!
점장 : 오늘은 매장 일하면서 매장 상황 파악하고, 내일부터 아이디어 모아 봅시다.
은성 : (웃으며) 네!
S#59. 공장
포장한 김치 옮기거나 청소하거나 하는 환, 잠도 못자서 피곤한 눈이지만 꾹 참고 일한다, 그 위로...
할(E) : 그럼, 어제 무단결근한 공장가서 오늘 하루 채워!
S#60. 환 집 거실
큰 트렁크 하나씩 끌고 현관으로 나가는 영란과 정. 표집사, 말리고 있다.
표집사 : 왜 이러십니까? 여사님. 정아, 이러면 후회한다.
정 : 후회는 할머니 보고 하라 그래!
영란 : 난, 은성이 밥까지 해대면서는 안살아!
정 : 난 준세 오빠네서 일하면 돼.
영란 : 어머니한테 그렇게 좋은 은성이하고만 사시라고 해.
표집사 : (지금까지와는 달리 강경한) 이러셔봤자 소용없습니다!
영란 : 뭐?
표집사 : (안타까운) 왜 이렇게 어르신 뜻을 모르세요?
영란 : 어머니 뜻을 아니까 이러는 거야.
정 : 할머니 죽으면 우리 셋 다 알거지로 쫓겨나는 게 할머니 뜻이잖아!
영란 : (정색하고, 자신만만) 어르신한테 똑바로 전해. 어머니 그 유언장 취소하지 않으시면, 우리 셋, 평생 어머니 안 본다구.
정 : 절대 할머니 안 봐!
표집사 : (다시 착 목소리 깔고) 나갈 땐 맘대로 나가셔도 들어올 땐 맘대로 못 들어 올 수 있습니다.
정 : 겁주고 있어! 하나도 겁 안 나! (나가는)
영란 : (흥!) 며느리 손자 손녀 다 내쫓고 걔랑 표집사랑, 순 남만 데리고 사시면 되겠네. (나가는)
표집사 : (한숨 절로 나온다) 아이구...
S#61. 환 집 앞 + 택시 안
트렁크에 짐 싣고 있는 기사. 영란과 정, 뒷좌석에 기세 등등 앉아있다.
기사 : (운전석에 오르며) 어디로 모실까요?
둘 : (동시에) 호텔!
기사 : 어느 호텔로 모실까요?
정 : (영란 보며) 어디로 가지?
영란 : 아 일단... 하이렌 호텔로 가요.
기사 : 예. (출발하면)
영란 : 가는 길에 부동산 들러줘요.
S#62. 호텔 앞
한쪽에 가방 놓고 서서 얘기하고 있는 영란과 정.
정 : 엄마 왜 안 들어가?
영란 : (걱정에) 아니 생각해보니까 우리 있는 돈 갖고 이 호텔서 자기가 좀 그래서. 여기 비싼데잖니.
정 : 하루 자고 낼 가방 팔기로 했잖아.
영란 : 매일 가방 하나씩 팔어?
정 : 대구 땅 팔릴 때까지 그러자 그런 건 엄마거든? 땅 계약만 되면 계약금 받는다며?
영란 : 근데 부동산이 그러잖아? 반값에도 팔릴까 말까라구.
정 : (부아 나는) 오빠 오면 오빠 김포 땅도 내놓는다며!
영란 : 그것도 빨리 안 팔리면 어뜩하니?
정 : 그럼 어쩌자구!
S#63. 대리점
영란 전화 받고 있는 백성희.
백성희 : (놀라) 그럼 환이랑 셋 다 집을 나온 거야? (잠시, 솔깃해지는) 어 어...
(잠시) 그럼 일단 우리 집으로 와. 내가 바로 집으로 갈게.
S#64. 승미 집 거실
앞서 들어오는 백성희. 영란과 정, 가방 끌고 들어온다.
백성희 : 가방 여기 두고 우선 좀 앉아. (둘러대는) 당분간 승미랑 둘이 산다고 작은 데로 옮겼드니 넌 좀 답답하지?
영란 : (둘러보며 솔직한) 우리 집 보다 되게 답답하긴 하다.
정 : 방이 몇 개에요?
백성희 : 어? 세 개. 둘 둘 자고, 환이는 작은 방에서 자면 돼.
영란 : (소파에 앉으며) 아우 피곤하다.
정 : (같이 털썩 앉으며) 나두.
백성희 : (앉으며) 근데 표집사한테 확실히 통고는 하고 나온 거야?
영란 : 당연하지. 어머니 유언장 취소 안 하면, 우리 인연 끝이라고 하고 나왔어.
백성희 : 그 정도면 느이 시어머니도 켕기긴 하시겠다.
정 : 그럼요? 평생 할머니 안 보겠다고 하고 나왔어요.
영란 : 우리가 이 정도로 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하셨을 거다.
백성희 : (안됐다는) 노인네 왜 말도 안 되는 고집을 부려서 이 고생을 시킨다니. 암튼 있고 싶을 때까지 있어.
나랑 승미 다 나가니까 낮엔 한가할거야.
영란 : 고마워 성희야. 정말 넌 내 진정한 친구야.
백성희 : (웃으며) 걸 이제 알았어? (일어서며) 얼른 작은 방 치워야겠다. 참, 환이는 언제 온대?
S#65. 버스 안
골똘히 생각에 잠겨 앉아있는 환, 지금까지와 사뭇 다른 비장한 표정이다.
S#66. 2호점
손님 나간 테이블 닦고 있는 은성. 환, 들어온다.
수재 : (카운터에 있다가) 어서 오, (하다) 어?
환 : (휘둘러보고 은성 보는, 성큼 성큼 은성에게 간다)
은성 : (막 행주 들고 돌아서는데)
환 : 너 나 좀 보자.
은성 : (멈칫) 무슨 일인데요?
환 : (다짜고짜 은성 팔 확 잡아끌고 나가는)
은성 : (졸지에 팔 잡혀 끌려 나가는)
S#67. 옥상
은성 팔 잡아끌고 올라오는 환.
은성 : (놀라서) 왜 이래요?
환 : (은성 손 탁 놓는)
은성 : (황당해서 보면)
환 : 너 잘 들어.
은성 : (처음 보는 심각한 환 표정에 멈칫해서 보면)
환 : 너, 나 어떤 놈인지 알지?
은성 : 무슨 뜻이에요?
환 : (정색하고, 진지한) 난, 지금까지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없었어. 근데... 이제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은성 : (? 보면)
환 : 할머니 회사, 너한테는 절대로 안 뺏기는 거.
뜻밖의 말에 놀라는 은성과 그런 은성 똑바로 쳐다보는 환에게서 엔딩.
<13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