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가 故 김구연 향년 82세로 별세
새싹문학상, 세종아동, 소천아동문학상 수상
인간이 인간으로 보이는 아동문학가 김구연
아동문학가 김구연(본명 김치문)이 홀연 그리운 섬으로 떠났다.
저녁상을 물리고 평상시처럼 서재에서 책을 읽는 좌상(坐像)으로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꽃씨처럼 뿌리고 떠났다.
-조그만 씨앗 속에/어쩜 그리도 많은 것이/들어 있을까/뿌리,줄기,잎,꽃,열매/조그만 씨앗 속에/어쩜 그리도 큰 것이/들어 있을까/고추,호박,참회,수박/조그만 씨앗 속에/어쩜 그리도 많은 무지개/씨앗이/들고 또 들었을까-<동시 ‘조그만 씨앗속에’ 전문>
향년 82세(1942년생),어쩜 그리도 곱게 김구연답게 떠났을까.
아들이 퇴근후 ‘편히 주무시죠’ 깨울때는 이미 김구연은 동화마을(인천 자유공원 송월동에 아동문학가 김구연이 사는 집을 주제로 하여 애니틱하게 꾸민 마을)을 돌아 ‘이 곳이 내 앞마당이야’(자유공원)도 지나고 그리운 섬을 향해 해안가를 거닐고 있는지 모른다.
-꽃씨가 눈을 트며/한세상을 열 듯/꽃씨가 꽃으로 피어/한 세상을 살 듯/꽃씨가 눈을 감고/한 세상을 닫듯/그럴꺼예요 우리도/한개 꽃씨로-<동시 ‘꽃씨’전문>
구연,병구(시인,인천문학,중앙문학발행인),일주(소설가,사진가),석인(시인,언론인),허욱(수필가,학원국어강사),설향(시인) 그리고 막내 동환이와 참 효윤(시인)이도 함께 시장거리를 백항아리,미미집,은성다방,...주막거리를. 술 한잔으로 시동을 걸면 바람개비도 잘도 돌았지, 그 때 그 술은 무공해 술이고 바람이 되어 바람개비로 휘돌던 그 세상은 무공해 세상이었지.
(최병구,김구연,김일주,이석인,허욱,손설향,김동환,이효윤)
-바람을/잡았지요/바람개비에 하나 가득/바람을 잡았지요/하루가 온통/바람개비 안에서/잘도 돕니다-<동시 ‘바람개비’전문>
그렇게 술향기 향수처럼 번지면 세상은 온통 문인들의 세상이다. 성악가,화가,서예가 그리고 여인들도 벌처럼 나비처럼 모여들었지, 아니 술나방이랄까.
-냇둑에 홀로 앉아/물흐름 소리 들으며/흐르는 물 들여다 보노라면/냇물이 흐르는지/내가 흐르는지.../냇둑에 홀로 누워/산새 노래 들으며/날으는 산새 바라보노라면/산새가 나는지/내가 나는지...-<동시 ‘냇둑에 홀로 앉아’ 전문>
시인 노두식은 김구연에 대해 <그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일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므로 자주 산에 오르기도 한다, 산길도 걸어보고 하염없이 술도 마셔보며 자신을 만나려고 애쓴디. 우주의 모든 것이고 싶었던 어린시절의 김구연 형...인간이 인간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분명히 시나 동화를 쓰는 것 보다도 더 값진 일이 아니겠는가.>라고 말한다.
하여간 벌써부터 그리워진다. 몇 해전 문인 서넛이 강릉대 총장으로 있는 전방욱시인을 찾아 강릉에서 일출을 껴안았던 그 기억이 우리들만의 마지막 여행길인 듯 하다. 낚시를 한답시고 구연형과 소양감,홍천,예당저수지,강화... 어지간히 쏘다녔지만 고기는 잡히지 않고 강바람을 안주삼아 술만 마시고 잠에서 깨어나도 구연형은 붕어 한 마리 낚지 못한채 담배만 피우고 있다, 참으로 질긴 기다림과의 한판 승부이다.(붕어새끼 서너마리 도로 놔 줬다나?)
여울물
김구연
겨울에는
발시려 손시려
땅속에서
얼음장 밑에서
잠만 자고
봄이오면 좋아라
아이들이랑
놀고 싶어
돌돌돌 노래 부르며
산을 내려옵니다.
*아동문학가 故 김구연(본명 김치문, 1942년생, 서울산)은 1971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동화 '꼴망태'가 당선되며 등단했다. 동시집으로 '꽃불', '빨간댕기 산새', '분홍 단추'‘가을 눈동자’ ‘아이와 별’‘나무와 새와 산길’‘은하수와 반딧불’‘별이 된 누나’ ‘그리운 섬’등 다수 작품집이 있고 동화집으로는 ‘점박이 꼬꼬’‘누나와 별똥별’‘다람쥐는 도토리를 먹고 산다’'자라는 싹들', '마르지 않는 샘물', '별명 있는 아이들' 등으로 새싹문학상, 세종아동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인천시문화상 등을 받았다.
(환경경영신문www.ionestop.kr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 소장, 환경경영학박사, 시인,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