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차 아시파(AsIPA) 총회] 화보·이모저모
민족·언어 초월해 ‘말씀’ 안에서 일치 이루다
발행일 : 2009-11-08 [제2671호, 12면]
10월 20~28일 필리핀 다바오시 다바오대신학교에서 열린 제5차 아시파 총회는 소공동체의 근본정신이 성체성사에 있음을 확인하며 국가와 민족, 언어를 초월해 하느님 안에서 하나 됨을 이룬 친교와 나눔의 잔치였다. 20여 개 나라 300여 명의 참가자들은 8박9일 동안 그룹 토론과 발표, 주제 강의, 복음나누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하며 각국의 소공동체 경험을 나누고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소공동체 비전 모색
◎…총회 셋째 날(22일)과 넷째 날(23일) 열린 강연은 주로 소공동체의 본질을 되짚어보고 소공동체에 대한 비전을 모색하는 주제로 펼쳐졌다. 치토 태글 주교(필리핀 이무스교구장)는 ‘성체적 공동체로서의 소공동체’란 주제 강의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기억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모임이 바로 성체적 공동체이자 소공동체”라면서 “소공동체가 열린 공동체로 발전함으로써 지역 선교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소공동체의 창시자라 불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오스왈드 히르머 주교와 프리츠 로빙거 주교는 각각 ‘그리스도를 중심에 모시는 실천적 삶’과 ‘복음화를 이루기 위한 성경 읽기’를 제안하며 소공동체 정신을 거듭 강조했다.
영어미사서 성경·묵주 등 봉헌
◎…매일 각 나라별 미사로 봉헌하는 관례에 따라 한국 참가단은 일본, 중국, 타이완과 함께 총회 셋째 날인 22일 강우일 주교 주례, 박기주(서울 대방동본당 주임)·전원(서울 제기동본당 주임) 신부 공동집전으로 영어미사를 거행했다. 허찬란 신부(제주교구 성산포본당 주임)는 복음 낭독에 앞서 성경을 봉헌하는 퍼포먼스를 펼쳤으며,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한국 신자들은 청사초롱을 앞세우고 미사 후 참가자 전원에게 나눠줄 묵주와 한과를 봉헌해 참가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강 주교는 이날 미사강론에서 “소공동체가 뿌리내리기까지는 앞으로도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하느님 말씀의 불길이 소공동체를 통해 신자들에게 신앙의 기쁨을 맛보게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필리핀교회·소공동체 체험
◎…참가자들은 주말인 10월 24일 다바오시와 인근 파나보시의 본당들을 방문, 현지 신자 가정에서 1박2일 홈스테이를 하며 필리핀교회와 소공동체를 직접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신앙을 이루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신자들의 열정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게 참가자들의 공통된 소감. 천영철(요아킴·서울 제기동본당)씨는 “어떤 미사나 기도 모임이든 어린이들을 비롯한 가족 전체가 한데 모여 기도하고 나누는 모습이 감명 깊었다”고, 강명숙(마리아·서울 대방동본당)씨는 “의무감에서 참석하는 소공동체가 아닌 말씀을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모이는 소공동체가 참된 소공동체의 모습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각각 전했다. 박기주 신부는 “본당은 비전을 제시하고, 그 구체적 실천은 소공동체를 통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부채춤 선보여 박수 갈채
◎…폐막을 하루 앞둔 27일 저녁. 참가자들은 각국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문화의 밤’ 행사를 통해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이어갔다. 태국에 이어 두 번째 순서로 무대에 오른 한국 참가단은 한복을 입고 라나에로스포의 ‘사랑해’ 노래에 맞춰 부채춤 공연을 펼쳐 큰 박수를 받았다. 특히 한복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참가자들은 행사 후 줄을 서서 한국 신자들과 기념촬영을 할 만큼 한복은 여기저기서 큰 인기를 끌었다.
유럽교회도 높은 관심
◎…지난 총회에 이어 이번 총회에도 독일과 스위스, 영국에서 성직자와 평신도 등 아홉 명이 참석해 소공동체에 대한 유럽교회의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영국에서 온 게리 프록터 신부는 “필리핀 가정의 소공동체 현장을 체험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면서 “세대와 이웃을 넘어 말씀을 중심으로 함께 모이고, 또 일상에서 복음을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독일에서 온 노르베르트 나글러씨는 “열흘 남짓한 시간 동안 하느님 안에서 아시아의 형제들과 함께할 수 있어 무엇보다 기뻤다”며 “소공동체를 통해 친교의 교회를 구현할 수 있다는 명백한 비전을 얻어간다”고 말했다.
다바오(필리핀) 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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