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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씨티교회 노숙인센터 모습.
2021년도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에는 약 9천 명의 노숙인이 있다. 거리 노숙인이 1600여 명, 시설 노숙인이 7300여 명에 이른다. 거기에 보건복지부의 노숙인 정책 사업의 범주에 들어가는 쪽방 주민까지 포함하면 1만 4천 명이 넘는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서울역 주변에 모여 있다 보니 많은 교회와 기관이 서울역 인근에서 노숙인 사역을 하고 있다.
이번 호에 소개하는 드림씨티선교교회(담임 우연식 목사)도 서울역에 노숙인 센터를 세우고 2011년부터 지금까지 사역을 이어 오고 있다. 쉼터를 통한 돌봄과 예배를 통한 영적 돌봄을 제공하며 노숙인들의 재활을 돕고 있다. 추위가 누그러진 지난 2월 22일 드림씨티선교교회에서 우 목사를 만나 관련 사역 이야기를 들었다.
LA에서 시작한 노숙인 사역
우연식 목사는 늦깎이 목회자다. 그는 젊어서부터 소외된 이웃을 돕는 일에 관심을 가졌고 구제 기관에서 10년이 넘게 실천하는 삶을 살았다. 기관을 통해 2005년 미국 LA에 파송됐는데 그곳에서 노숙인 돌보는 일을 시작했다. 2008년 노숙인 센터를 세우고 섬기면서 신학을 공부했고, 목회자가 돼 2010년 귀국했다. “허리케인 피해를 당한 한인들을 돕기 위해 LA에 갔다가 매일 150-200명의 노숙인들에게 급식을 제공했어요. 이를 계기로 노숙인 쉼터를 운영하게 됐고, 이를 통해 노숙인 사역을 배웠어요.”
국내 노숙인 센터 사역
건강상의 이유로 2010년 귀국한 우 목사는 8개월간 서울과 안산 등지를 다니며 다문화 외국인 근로자 사역과 노숙인 사역을 살폈다. 미국에서의 경험에 비춰 볼 때 한국에도 필요한 사역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서울역을 탐방한 후 노숙인 사역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역 근처 상가를 빌려서 드림씨티 노숙인 센터를 만들었다.
우 목사가 노숙인 센터를 세운 이유는 노숙인들도 꿈꾸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다. 우 목사는 인생의 실패자라는 생각이 강한 노숙인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상처를 씻어 내고, 삶의 희망을 갖도록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노숙인들이 자신의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회복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어쩌다가 노숙인이 된 것이지 게을러서 된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누구보다 자신의 삶이 회복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들의 필요를 당장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의 마음이 회복되는 것이 더 필요합니다.”
하지만 노숙인들이 마음 문을 여는 일은 쉽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 목사는 노숙인들을 억지로 돕거나 강제로 뭔가를 해 주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들을 돕는 일임을 깨달았다. 우 목사는 노숙인들에게 충분한 쉼과 자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으로 사역의 방향을 변경했다. 이러한 사역 방향은 센터 사역 전반에 드러난다.
먼저 우 목사는 노숙인들을 위한 쉼터를 만들었다. 건물 1층과 지하를 쉼터로 꾸몄다. TV를 놓고, 음료를 제공했다. 지하에는 컴퓨터를 설치해 누구나 사용하게 했다. 쉼터가 있다는 소문이 나자 노숙인이 너도나도 찾아오기 시작했다. 기자가 취재하던 날도 50여 명의 노숙인들이 쉼터에 모여 있었다. 우 목사는 쉼터에 온 노숙인들에게 오전에 간식을 제공하고, 전화나 인터넷, 프린터, 소화제나 면도기 등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또 서울시나 법무법인 자원봉사를 통해 노숙인 상담을 진행하고, 의료 봉사단을 통해서 무료 진료 서비스도 지속하고 있다.
노숙인 센터는 일부 노숙인에게 거처를 제공한다. 우 목사는 이들을 회원이라고 부른다. 우 목사는 센터를 이용하는 다른 노숙인들을 위해 ‘결핵 검사 음성’과 ‘금주’라는 두 가지 기준을 세우고 센터를 이용하는 모든 노숙인에게 엄격히 적용한다. 특별히 회원 노숙인은 하루 세끼 식사를 이용할 수 있다.
우 목사는 회원들의 생활은 관여하지 않는다. 처음 거처에 들어온 노숙인들은 대부분 건강이 상해 있고, 정신적으로 우울증을 앓는 등 상처가 많기에 외부의 진료 서비스 등을 제외하면 스스로 회복하도록 지켜보는 편이다. 대부분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 기운을 차리고 일을 찾기 시작한다고 한다. 이렇게 회복한 노숙인 중에는 직장에 다니거나 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노숙인들이 일용직을 많이 하는데, 주로 서울시가 제공하는 자활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용돈을 버는 경우가 많아요. 회원 중에서 3분의 2가 이런 일을 하고 있어요. 우리 교회에서도 외부 일거리를 받아서 간단한 포장지 접기 등의 일감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노숙인의 영적 회복을 돕는 예배
드림씨티선교교회는 예배를 통해 노숙인의 영적 회복을 돕는다. 1층에 있는 쉼터 공간이 주일에는 예배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드림씨티선교교회의 주일예배는 독특하다. 예배 시간은 1시간 30분인데, 1시간이 넘게 찬양하고, 15분 설교로 진행한다. 이는 노숙인이 예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예배 찬양 인도와 설교는 우 목사가 담당한다. 그는 직접 악기를 연주하면서 찬송가와 CCM을 부르는데, 노숙인들이 좋아하고 잘 따라 부를 수 있는 곡을 미리 선별한다. 설교도 마찬가지다. 노숙인들이 설교에 잘 집중하도록 이미지를 사용해 쉽게 설교한다. 그리고 앞에 나와서 찬양을 같이하거나 찬양 가사를 외우도록 하고, 설교를 할 때도 이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유도하면서 노숙인들의 참여도 이끌어 낸다.
우 목사는 설교에서 주로 노숙인들이 자신의 정체성과 사명을 깨닫게 하는 데 집중한다. 특히 헌신을 강조하는데,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 자신이 손해를 보고 양보하는 것이며, 다른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전도의 필요도 역설하는데, 노숙인이 인생의 실패자가 아니라 하나님이 이 자리에 복음 전파자로 파송된 것이라고 격려한다. 특별히 노숙인들에게 전도를 강조하는 이유는 노숙인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서 패배의식을 갖지 않고 하나님의 지체로서 자존감을 회복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코로나 전에는 주일예배와 수요예배 참석 인원이 각각 130명, 70명 수준이었는데, 코로나 기간 중단했다가 작년 5월에 재개했다. 현재는 80명, 60명 수준으로 회복됐다. 수요 예배에서도 성경 강해 설교를 지속하고 있다.
“노숙인 사역을 통해서 상처받았던 이들이 찬양과 설교를 들으며 회복하고, 전체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바뀌는 것을 보면 감사합니다. 예배에는 오지 않으면서 찬양을 하려고 매주 찬양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어요. 찬양을 할 때 세 절 이상 부르면 음료와 컵라면을 선물로 줍니다. 경품이 있으니 너도나도 외워서 부르려고 노력해요. 일단 한번 찬양을 외우면 기분이 좋고 말씀이 머리에 남고, 그것이 자극이 돼서 예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노숙인 예배를 통해서 신앙을 가지는 이들에게는 주변 교회를 추천해 세례를 받게 하고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드림씨티선교교회는 노숙인들이 회복하기까지 잠시 머무는 곳이라는 게 그 이유다.
신뢰가 사역의 힘
드림씨티선교교회의 노숙인 사역은 코로나19 시기에도 멈추지 않았다. 물론 현장 예배는 2년간 중단됐지만 쉼터 사역은 정부 방역 수칙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에 맞춰서 쉼터의 의자 수를 줄이고 노숙인들에게 마스크를 쓰게 하는 등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며 사역을 이어갔다.
노숙인 사역을 멈추지 않았던 것은 위기감 때문이다. 다른 노숙인 단체들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모두 사역을 중단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드림씨티 노숙인 센터까지 중단하면 노숙인들이 갈 곳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어렵지만 지속적인 노숙인 사역이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자원봉사자들과 개인 후원자들의 지원 덕분이라고 우 목사는 말한다. 교회와 노숙인 센터의 존속 자체가 사회적 신뢰를 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 배경 중 하나는 재정을 사용하는 투명성에 있다. 매년 교회 홈페이지에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우 목사는 재정 공개는 후원자를 비롯한 사역 지원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여긴다. 또 하나는 무소유 원칙이다. 드림씨티선교교회는 지금도 자기 건물이 없는데, 만약 교회가 재정적으로 안정되면 쉽게 나태해질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약간 부족하고 불편한 상황에 처하는 것을 우 목사는 당연하게 여긴다. 셋째는 비용 절약이다. 드림씨티선교교회와 센터 일을 담당하는 담임목사와 부교역자의 사례는 최저 수준이고 액수의 차이가 전혀 없다고 한다. 인건비를 최대한으로 절약한 것이다. 게다가 또한 노숙인들에게 제공하는 음식과 물품은 푸드뱅크나 외부 기관을 통해서 적절하게 지원을 받기 때문에 부족하거나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드림씨티선교교회가 후원자들의 신뢰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에 대한 관리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우 목사는 말한다. 그는 특히 후원자에 대한 섬세한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 후원자들 중 30%는 개인 사정까지 잘 알 정도입니다. 감사 카드를 보내도 4분의 1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적어서 보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교회가 후원자들의 도움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늘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알도록 합니다. 또한 후원자를 위한 중보기도 역시 절대 빠뜨리지 않습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노숙인 후원자 중에서 주일예배 공동체를 섬기는 지체도 생겼다. 예배 섬김이 6-7명이 매주 주일예배를 비롯해 다양한 방식으로 섬긴다. 그중 한 명은 요리를 전공해서 매주일마다 노숙인들의 식사를 섬긴다. 일면식이 없는 분들이 와서 함께 예배를 드리고 섬기는 것을 보면 감사한 마음이 앞선다고 한다.
사역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때
우 목사는 교회의 노숙인 사역에 대해서 먼저 노숙인들의 아픔과 고통에 대한 이해가 먼저라고 지적한다. 사회적인 실패자, 게으름뱅이로 낙인을 찍어서 보는 시각이 교회에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는 태도로 노숙인 사역을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예수님도 사회적인 약자들의 아픔을 먼저 공감하시고 위로하셨어요. 교회가 사회적인 패배자라는 시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교회는 예수님의 사회적 약자를 대하시던 시각으로 바꿔야 합니다.”
또한 우 목사는 노숙인 사역의 환경이 점차 변화하는 과정에 있다면서 과거에는 대부분이 길거리 노숙인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4분의 1로 줄어들었으며, 나머지는 정부 지원을 받아 쪽방이나 보호 시설에서 지내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또한 우 목사는 노숙인 센터 사역의 운영 방식이 노숙인뿐 아니라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노인 사역에 적합할 수 있다고 보고, 현재는 노인 센터 사역에서 적용하는 방안도 설계해서 신청하는 교회에 적용하려고 한다.
“현재 많은 교회가 일주일에 1회 노인 대학 형식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만, 노인 센터를 통해서는 노인들을 매일같이 섬길 수 있어요.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으면서 효과적인 노인 사역이 되도록 단계별로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노숙인 센터에서 했던 사역 방법 중에서 적용할 만한 것들이 많아요. 희망 교회가 있다면 저희가 사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시설 세팅을 지원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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